• 한나라당 텃밭 ‘강원도 영동’이 흔들린다
        2011년 04월 11일 04:30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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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소속 송훈석 의원이 어떤 당을 선택하는지 살펴본다면 바닥민심의 균형추가 어느 쪽으로 쏠리는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18대 총선 강원도 속초·고성·양양 지역구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해 승리한 송훈석 의원의 ‘당적’은 여의도 정가의 관심사 중 하나였다.

    원전 문제 쟁점으로 떠올라

    송훈석 의원은 18대 총선에서 한나라당 통합민주당 후보와 맞대결을 펼쳐 41% 득표율로 당선됐다. 춘천지검 속초지청장을 지낸 송 의원은 15대 16대 18대 등 3선 국회의원이다. 속초․고성․양양 등 영동 북부 지역에서 탄탄한 조직력과 지지기반을 갖춘 인물이다.

    송훈석 의원이 4월 11일 민주당 입당을 선언했다. 한나라당 입장에서는 입맛이 쓴 장면이다. 송 의원이 민주당 입당과 함께 최문순 강원도지사 후보 지지를 선언했기 때문이다.

    송 의원은 “강원도는 한나라당 정권에게 한낱 소모품에 불과하여 희생만 당해 왔다. 저는 한나라당 정권으로부터 무참히 짓밟히고 있는 강원도를 살려내고, 이광재 전 지사의 뜻을 이어갈 수 있는 확실한 후보가 올곧은 최문순 민주당 후보라고 판단하여 최문순 후보를 지지하며 민주당에 입당한다”고 밝혔다.

    한나라당이 강원도지사를 탈환하려면 전통적인 정치적 텃밭인 영동권의 안정적인 지지가 필요하다. 2006년 강원도지사 선거 당시 한나라당 후보는 영동에서 몰표를 받았다. 속초시에서 78.1%, 고성군 79.2%, 양양군 80.4%, 강릉시 82.2%, 동해시 85.3%, 삼척시 81.9% 등의 결과였다.

    그러나 ‘강원도 영동’ 민심이 흔들리고 있다. 영동 쪽은 주요 선거 때마다 한나라당에 힘을 실어줬지만, 경기침체와 각종 재해가 겹치면서 민심이 흔들리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송훈석 의원의 민주당 입당과 최문순 후보 지지선언은 속초·고성·양양 지역의 조직 대결을 생각해볼 때 한나라당 입장에서 악재가 아닐 수 없다.

    이뿐만이 아니다. 강릉과 동해 삼척도 민심의 흐름이 심상치 않다. 이 지역은 삼척 원전 문제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민주당 최문순 강원도지사 후보는 11일 오전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삼척 원전 유치 중단을 요구했다.

    엄기영 급락, 최문순 급등

    최문순 후보는 “도지사에게 주어진 가장 중요한 직분은 무엇보다 도민들의 생명과 안전, 그리고 행복하게 살 권리를 지키는 일이기에 저는 오늘 막중한 의무감으로 삼척 원전 유치 중단을 선언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최문순 후보는 처음부터 ‘원전 반대’ 입장이었고, 엄기영 한나라당 후보는 원전 찬성에 무게중심이 쏠렸다. 강원일보는 3월 18일자 3면 <삼척 원전유치 도지사 보선 ‘핫이슈’>라는 기사에서 “엄기영 후보는 3월 17일 강원도청 기자실에서 ‘삼척시민들의 95.9%가 원전유치에 찬성하고 있고 이는 낙후된 경제와 일자리, 투자를 일으키려는 열망’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강원일보는 엄기영 후보가 “(삼척원전)유치에는 찬성하고 유치활동도 적극적으로 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일본 원전사태가 심각한 상황으로 빠져들면서 삼척 원전을 둘러싼 지역민심이 요동치고 있다. 삼척 원전에 찬성 입장을 보였던 엄기영 후보 지지율이 빠지고, 최문순 후보 지지율이 오른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프레시안과 더플랜의 4월 9일 공동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동해·삼척 지역 지지도는 최문순 후보 43.0%, 엄기영 후보 40.4%로 나타났다. 이는 한주 전보다 엄기영 후보는 15.9% 포인트 떨어지고, 최문순 후보는 15.1% 포인트 올라간 결과이다.

    중요한 것은 수치보다는 흐름이다. 동해·삼척 지역 지지율은 엄기영 후보의 경우 3주 전만 해도 70%에 육박했고, 최문순 후보는 20%를 조금 넘는 수준이었다. 그러나 공식 선거운동을 눈앞에 둔 가운데 두 사람의 지지율은 역전 분위기다.

    엄기영, 원전 "찬성"에서 말바꿔

    엄기영 후보는 급락, 최문순 후보는 급상승 흐름을 탔기 때문이다. 엄기영 후보 입장에서는 초비상 상황이다. 삼척 원전 찬성 발언이 역풍을 가져온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자 엄기영 후보는 삼척 원전 찬성에 대한 말을 바꿨다.

    엄기영 후보는 11일 강릉시청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이 우려하고 정부도 안정성 점검을 전면적으로 진행하면서 부지 선정도 연기한 만큼 정부의 검토결과가 나올 때까지 삼척시는 유치활동을 중단해달라”고 말했다.

    엄기영 후보는 삼척 원전 찬성 발언이 강원도지사 선거에 초대형 악재로 떠오르자 긴급 진화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한나라당 강원도지사 후보의 ‘말 바꾸기’ 논란은 또 다른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강원도지사 후보 선대위 우상호 대변인은 “삼척 원전 유치에 대한 한나라당 엄기영 후보의 입장이 또 바뀌었다. 갈팡질팡하는 엄기영 후보의 모습만 봐서는 무엇이 진짜 본심인지, 언제 다시 입장이 바뀔지 모를 지경”이라고 말했다.

    우상호 대변인은 “최문순 후보는 앞으로 있을 TV토론에서 삼척 원전의 문제점과 대안에 대해 소상하게 밝히고 엄기영 후보의 ‘말 바꾸기’가 과연 믿을 수 있는 것인지 도민들을 대신해 따져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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