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남표 총장 사퇴가 개혁 시작이다"
        2011년 04월 08일 02:04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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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이스트에 서남표 총장이 부임할 때부터 오늘의 학생 자살 사태는 예견되어 온 일이었다. 서남표 총장이 밀어붙이는 경쟁주의적, 시장주의적 개혁 조치들은 그간 현 정부와 코드를 맞추며 세간의 칭송을 받아 왔지만, 재학생들과 교수들에게 말할 수 없는 압박감과 스트레스를 가중시켜 왔다.

    그가 강행한 카이스트 개혁정책들은 학생과 교수들로 하여금 오직 학점 경쟁과 단기적 연구 성과에만 매몰되게 만들었고 이로 인해 카이스트는 친구, 동료들과의 아름다운 인간관계는 사라진, 냉혹한 삶의 전쟁터로 변모해 왔다.

    학생 개인의 심성 탓으로 돌리지 말라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지켜보던 카이스트에 또 다시 4번째 학생 자살이라는 비극적 상황이 발생했다. 처음 로봇 영재이던 카이스트의 한 학생이 자살했을 때, 카이스트 당국 및 교과부는 자살을, 한 학생의 연약한 심성 탓으로 돌리지 않고 보다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했어야 했다.

    그런데 2~3달이라는 짧은 기간 연달아 3명의 카이스트 대학생들이 자살할 때까지도 카이스트 총장은 신속한 공개적인 사과 한 마디 없이 버티면서 스트레스 클리닉, 상담실 설치 등 미봉책만을 제시해 오다가, 뒤늦게야 사죄문이라고 발표했다.

       
      ▲필자

    하지만 이 사죄문이라는 것도 진정한 사죄는커녕 “궁극적인 해결책은 학생 각자의 마음과 자세에 있다. 경쟁은 불가피한 상황”이라는 식으로 자살을 학생 개인의 탓으로 돌리는 철면피한 책임 회피에 급급해 왔다.

    그리고 이제 우리는 다시금 ‘카이스트 재학생의 연이은 4번째 자살’이라는 충격적 사실에 접하고 있다. 국가가 막대한 예산을 들여 지원하는 우수한 인재들로 하여금 늘상 자살의 언저리에서 맴돌게 하는 살인적 학교 풍토를 조성해온 서남표 총장은 이제 더 이상 자신이 강행해온 카이스트 개혁 정책이 옳다고 강변할 수는 없을 것이다.

    카이스트 서남표 총장은 초중등 시절 한 눈 팔지 않고 오직 학업에만 매진하여 어렵사리 카이스트에 입학한 학생들에게 단 한순간도 일탈과 이완을 허용하지 않는 징벌적 등록금제도, 강의를 듣고 이해하며 질문하는 것조차 어렵게 만들며 나아가 학생과 교수 간의 인간적 관계를 차단하는 100% 영어몰입 강의, 교수들을 단기 업적에 매달리게 강제하는 교수평가 및 성과급 연봉제를 강행함으로써 교수들의 학생에 대한 교육활동은 뒷전으로 밀려나게 만들었다.

    서남표 총장, 사퇴로 백배사죄하라

    이 같은 살벌한 대학 풍토와 함께 학생들의 인문적 소양과 건강한 심성을 길러주지 못하는 빈약한 교육과정과 학교 프로그램, 과학고 졸업생에 비해 현저히 실력이 뒤질 수밖에 없는 전문계고 및 일반고 출신 신입생을 배려하는 강의 부재 등 경쟁적 대학풍토 속에서 학생들은 친구와도, 교수와도, 그 누구와도 그들의 고통을 나누지 못한 채 자살이라는 비극적 수단을 선택하도록 강제당하고 있다.

    서남표 총장은 친구들의 잇단 죽음을 접하며 극도의 충격 속에서 분노하는 학생들에게, 그리고 자살로 생을 마감한 자식을 떠나보내고 망연자실해 있는 부모들에게, 나아가 행여나 내 자식에게도 이런 불행한 사태가 일어나지 않을까 불안초조한 심정으로 카이스트를 지켜보는 많은 학부모들에게 당장 사퇴함으로써 백배사죄하는 것이 마땅하다.

    학생 개개인의 연약한 심성이 아닌, 서남표식 시장주의적, 신자유주의적 개혁조치들이 학생들을 잇달아 죽음으로 내몰아 갔다는 엄연한 사실을 인정하고 즉각 사퇴함으로써 카이스트 사태를 수습하고 우리 사회의 과학인재 육성의 새로운 전환점을 마련해야 한다.

    이전에도 카이스트 학생들의 자살 소식은 간간히 이어져 왔다. 아이들의 적성이나 소망을 고려하기보다는 영재학교인 과학고, 카이스트로 자녀들을 내몰아온 부모들에게도, 우리 사회의 교육 환경에도 물론 책임이 없지 않다.

    그러나 무엇보다 대학이라면 다양한 적성과 소망을 가진 학생들에게 그들의 소질과 꿈을 살리는 교육과정과 활기찬 학교풍토를 조성해 줘야할 책임이 있다. 하물며 과학 영재를 육성한다는 이유로 국가가 막대한 재정을 투여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수 인재들의 잇달아 자살을 택하는 위기 상황에서 대학 당국과 교과부는 정말 무엇이 문제인지, 근원적인 성찰과 진단, 나아가 정책을 마련하고 제시해야 한다.

    현정부의 대학정책 근원적 성찰과 전환을

    그런 점에서 현 정부와 코드를 가장 잘 맞추며 기부금에 모으기에 매진하여 조성한 막대한 기부금 ,수백억을 주식투자로 날려버리고서도 자리를 보전하며 건재하였던 신자유주의적 대학 개혁의 선봉장, 서남표 카이스트 총장의 사임은 오늘날 카이스트뿐 아니라 이 나라의 많은 대학생들을 죽음으로 내몰고 있는 현 정부의 시장주의적, 신자유주의적 대학정책의 근원적 성찰과 전환을 위한 첫걸음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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