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사성 요오드량 정부 발표보다 6배 많아"
        2011년 04월 08일 08:33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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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일 전국적으로 ‘방사능 비’가 내렸다. 정부는 검출된 방사성물질이 극미량이어서 인체에 해가 없는 수준이라고 밝혔지만, 시민들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특히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기술원)이 매일 발표하고 있는 대기 중 방사성물질 측정 값이 실제보다 작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안전하다, 문제가 안 된다’는 말 외엔 이렇다 할 게 없는 정부의 대책에 대해 믿음이 가질 않는다는 지적도 나왔다. 반면, 일부 신문들은 이날 내린 비에 포함된 방사성 물질의 양이 극미량 수준이어서 매일 2리터씩 1년 또는 2년 내내 마셔도 괜찮다고 주장하기도 했다.(조선일보 중앙일보)

    8일엔 방사능이 섞인 황사가 몰려올 것이라고 기상청이 밝혔다.

    다음은 8일자 아침신문 1면 머리기사 제목이다.

    -경향신문 <분노하는 대한민국/왜, 눈빛이 변했나>
    -국민일보 <삼성전자 실전 부진 왜? 스마트폰 ‘애플 파워’ 2분기 회복 만만찮다>
    -동아일보<(이회창 선진당 대표) “대표 사퇴 불사” vs (영남권 의원들) “충청 싹쓸이 안돼”>
    -서울신문 <또 자살…카이스트 패닉>
    -세계일보 <“과학벨트 공약 때부터 분산배치 염두”>
    -조선일보 <일본 또 강진…핵재처리공장 한때 정전>
    -중앙일보 <응급 이송 210분…이국종은 절망했다>
    -한겨레 <카이스트 ‘잔혹한 봄’>
    -한국일보 <일 미야기현에 또 7.4 강진>

    7일 오전 전국 일부 지역에서 방사성 물질이 포함된 ‘방사성 비’가 내리는 것으로 확인된 가운데 서울 서초동에서 한 여성이 우비로 몸을 가린 아이를 안은 채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원자력안전기술원은 빗물에서 검출된 방사성 물질이 인체에 별 영향을 미치는 수준은 아니지만 기존에 검사해온 ‘방사성 빗물’ 측정치 중엔 가장 높다고 밝혔다.

    방사능량 안전한 수준인가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에 따르면 제주지역에는 지난 6일 오후 8시20분부터 7일 오전 3시까지 내린 비에서 방사성 요오드131과 방사성 세슘137, 134가 각각 최대 2.77베크렐(㏃)/ℓ, 0.988㏃/ℓ, 1.01㏃/ℓ 검출됐다.

    원자력안전기술원은 이를 피폭 방사선량으로 환산하면 각각 0.0445, 0.0094, 0.014m㏜로, 일반인 연간 선량한도(1m㏜)의 20분의1에서 110분의1 수준이어서 인체에 미치는 영향은 무시할 만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세계보건기구(WHO)가 정하고 있는 방사성물질(방사성요오드131, 세슘137, 세슘134 모두 동일)의 권고기준치인(1리터당 10베크렐)을 적용하면 기준치의 2 내지 4분의 1 수준으로 더 높다. 시민단체등에서는 무시할 만한 수준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반박하고 있다.

    한편, 지난 5~6일 채집한 대기 중 부유먼지에서 방사성물질을 검사한 결과 전국 12개 측정소에서 방사성 요오드와 세슘이 검출됐다. 12곳 모두에서 세슘이 발견된 것은 처음이다. 군산의 방사성 요오드 양은 3.12밀리베크렐(m㏃)/㎥로 후쿠시마 원전 폭발 뒤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경향신문은 1면 기사에서 “정부는 노천 정수장에 덮개를 설치하라고 긴급 지시하는 등 ‘뒷북’ 대책을 내놓아 혼란을 가중시켰다”며 “환경부는 비가 내리기 직전인 6일 오후에야 노천 정수장에 빗물 방지용 덮개를 씌우라는 지침을 각 시·도에 내려보냈다”고 보도했다.

    시민들 외출 삼가, 휴교 휴업…곳곳 행사 취소

    시민들은 불안한 하루를 보냈다. 거리를 오가는 시민들은 줄고, 각종 행사는 취소됐다. 일부 초·중학교와 유치원은 휴업에 들어갔다. 경향신문 등에 따르면, 경기도교육청은 이날 유치원 84곳, 초등학교 41곳, 중학교 1곳 등 126곳이 교장 또는 원장 재량으로 휴업·휴원하고 유치원 6곳, 초등학교 20곳, 중학교 17곳 등 43곳은 단축수업을 했다고 밝혔다. 휴업이나 단축수업을 한 유치원은 전체의 4.5%, 초등학교는 전체의 5.3%다.

    전북지역에서도 5개 초등학교가 임시휴업을 하고 10개 초등학교는 단축수업을 했다. 광주시·전남도교육청도 각급 학교에 공문을 보내 비가 내리면 학교장 재량으로 휴업을 할 수 있게 했으나 실제 휴업한 학교는 없었다. 울산시교육청은 휴업령을 내리지는 않았으나 체육수업과 현장학습 등 야외활동을 자제해줄 것을 각 학교에 당부했다.

    이날 시민들은 출퇴근길에 우산뿐만 아니라 우비·마스크 등을 챙겼다. 아예 외출을 삼가는 시민들도 많았다. 서울 지하철 1호선 열차 안에서는 “방사능 비가 새지 않는다”며 우비를 판매하는 상인들이 등장했다.

    서울경찰청은 ‘비가 오면 전·의경들의 외부활동을 자제시키라’고 일선 경찰서에 지시했다. 경남 창원의 제39보병사단은 이날 오전 8시부터 영내 유격훈련장에서 실시하려던 직할대대 소속 200명의 유격훈련을 보류하고 유격체조·팀워크체조 등 체육관 실내훈련으로 대체했다. 광주 북구는 방사능 비 우려가 확산되자 이날 개막하려던 봄꽃축제 일정을 1주일 뒤로 미뤘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7일 오후 열릴 예정이던 프로야구 LG-SK(잠실구장), 삼성-롯데(대구구장), 한화-KIA(대전구장), 넥센-두산(목동구장) 경기를 모두 취소했다.

    “시민단체 측정 요오드 양 정부 발표치 보다 6배 많아”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기술원)이 매일 발표하고 있는 대기 중 방사성물질 측정 값이 실제보다 작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울진원전민간환경감시기구(감시기구)는 7일 활성탄필터를 이용해 대기 중 방사성 요오드 양을 측정한 결과 기술원이 측정한 수치보다 평균 최고 6배 많았다고 밝혔다.

    경향신문에 따르면, 기술원은 전국 12개 지방방사능측정소에서 유리섬유필터를 이용해 방사능 수치를 측정하는데 반해, 감시기구는 활성탄필터를 이용해 측정한다. 활성탄필터는 24시간 동안 80㎥의 공기를 채집해 방사능 수치를 측정하는 반면, 유리섬유필터는 24시간 동안 1200㎥의 공기를 채집해 측정한다.

    기술원 관계자는 “활성탄필터는 요오드 외의 다른 방사성물질은 검출할 수 없다”며 “유리섬유필터를 쓰는 것이 국제적 기준이고 활성탄필터는 발전소 근처에 기체상태의 방사성물질이 다량 나오는 지역에서만 소규모로 사용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감시기구 측은 “전국 12개 측정소만으로는 우리나라의 방사성물질을 제대로 측정했다고 보기 어려운데, 그마저도 제대로 된 측정설비를 갖추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낙제점에도 못미치는 정부의 방사능 대응”

    안전하다는 말만 되풀이한 정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나왔다. 한겨레는 사설에서 7일 내린 방사능비와 관련해 “거의 영향이 없는 양이라는 설명에도 온 국민은 불안감을 누그러뜨릴 수가 없었다”며 “무엇보다 ‘문제가 안 된다’는 말 이외엔 이렇다 할 게 없는 정부의 대책이 못미덥다”고 비판했다.

    한겨레는 특히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과 기상청은 서로 다른 얘기로 혼란을 부추긴 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한겨레는 “원자력안전기술원은 4일 ‘후쿠시마 원전에서 유출된 방사성 물질이 동중국해까지 번져 남서풍을 타고 7일께 우리나라 상공으로 퍼질 수 있다’고 밝혔지만, 기상청은 6일 ‘동중국해로 방사성 물질이 퍼지지 않아 우리나라로 올 수 없다’고 예측했다”고 지적하면서 “정부기관 사이에 손발이 맞지 않는 문제는 나중에 따진다 치더라도, 어제 내린 방사능비의 실체가 무엇인지 궁금하기만 하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한겨레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난 뒤 정부가 보여준 방사능 대책은 낙제점 수준이란 말도 과할 정도”라며 “정부가 한 일이라곤 한 일이라곤 ‘극소량이니 안전하다’는 말이 거의 전부였으니 답답할 노릇”이라고 지적했다.

    조선, 중앙 “제주 빗물 매일 2리터씩 2년간 마셔도 X선 촬영 1.4회 한 정도”

    조선일보는 제주에서 측정된 방사성 물질의 양에 대해 전문가들의 말을 들어 걱정할 문제가 아니라고 보도했다.

    조선은 “수돗물 뿐 아니라 6일 제주도에서 내린 빗물을 매일 2리터씩 2년간 마셔도 X선 촬영을 1.4회 한 정도의 영향밖에 없는데다가, 수돗물 정수 과정을 통해 그 미량의 방사성 물질도 대부분 걸러지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라고 주장했다.

    중앙일보도 “같은 농도의 물을 2리터씩 1년 동안 먹어도 연간 방사선량은 0.03밀리시버트로 연간 허용량 1밀리시버트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라고 보도했다.

    “오늘도 전국 방사능 섞인 황사”

    7일 전국에 방사능 비가 내린 데 이어 8일엔 방사성 물질이 포함된 황사가 우리나라로 몰려야 전국적으로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기상청이 밝혔다고 조선일보가 1면에서 전했다.

    기상청은 미세먼지 농도가 1입방미터당 400마이크로그램이 넘는 ‘짙은 황사’가 나타날 것으로 보여 노약자와 임신부 등은 되도록 외출을 자제하는 것이 좋다고 밝혔다.

    조선에 따르면 김승배 기상청 대변인은 “중국에 퍼져있는 일본 후쿠시마발 방사성 물질이 황사 속 모래먼지에 흡착돼 국내로 밀려 들어올 가능성이 있다”며 “인체에 악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지만, 황사의 특성상 인체에 더 쉽게 침투할 수 있기 때문에 방사능비보다 좀더 조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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