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요일 비 임산부 맞아도 되나, 말하라
    기상청 슈퍼컴은 뭐에 쓰는 물건인가?
        2011년 04월 06일 02:32 오후

    Print Friendly, PDF & Email

    결국 한국에도 방사성 물질이 검출되었다. 세슘과 제논, 그리고 요오드가 전국에서 검출되었다. 한국은 안전지대라고 호언장담한 정부와 기상청은 상당히 무안하게 되었다. 이제는 빗물에서도 방사성 요오드가 검출되었다.

    방사성 물질이 검출되자 언론에서는 극미량이라고 인체에는 무해하다는 이야기를 앵무새처럼 반복한다. (궁금한 것은 한국에 방사성 물질이 앞으로 얼마나 더 날아올까라는 질문을 왜 원자핵공학과 교수에게 질문을 하느냐는 것이다. 대기과학과 교수가 아니라)

    부산에서 배타고 몇 시간이면 도착하는 바로 옆나라에서 핵발전소가 체르노빌 급의 사고를 일으켰고, 지금도 방사능 물질을 뿜어내고 있다. 앞으로 얼마나 오랜시간 동안 어떤 방법으로 영향을 미칠지 아무도 모른다. 이미 몇만 톤의 방사능 오염 물을 바다로 내보내고 있다. 멀리서 잡힌 고기에도 기준치 이상의 방사능이 검출되었다. 어떤 괴물이 바다에서 생겨날지 알 수 없는 일이다.

    날아와도 검출할 수 없는 방사성 물질 제논

    강원도의 제논은 23일 채취된 시료에서 검출된 것이었다. 제논은 자연상에는 존재하지 않는 물질로 핵분열 반응시에만 발생된다. 강원도에서 제논이 발견된 것은 강원도가 일본과 가까워서가 아니다. 제논을 검출할 수 있는 측정기가 강원도에만 있기 때문이다. 북한의 핵실험을 감지하기 위해서 거기에 설치된 측정기이기 때문이다.

    전국 각지에 제논이 퍼져 있어도 알 도리가 없는 것이다. 23일과 25일 채취된 시료에서 제논이 검출되었다. 24일에는 서울 등에서 비가 왔다. 지난 주말에도 비가 왔다. 모두들 황사비라고 세차 걱정을 했지만 사실은 주말에 맞은 비에 방사능 성분이 미량이나마 섞여 있는지 어떻게 안단 말인가.

    어린아이의 경우는 병원에 가도 CT촬영을 함부로 찍지 못하게 한다. 이미 CT촬영으로 인한 암 발생률이 증가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도 보고되고 있다. 아동의 경우 극미량의 방사선이라고 할지라도 생애주기의 어느 순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모르는 일 아닌가.

    1990년대 이후 꾸준히 발생하고 있는 대형 재난사고에 대해 그 원인으로 종종 지목되는 것은 이른바 ‘한국적 특수성’이다 우리나라는 60년대 이후 경제성장 위주의 정책을 추구해 오면서 급속히 빠른 속도로 달려왔다. 엄청난 속도의 경제성장에는 당연히 그늘이 있었다.

    안전은 일종의 ‘추가 비용’으로 치부되었고, 크고 작은 사고를 겪었다. 그 원인으로 지목된 것은 부정부패나 부실공사, 부주의나 과실, 관리소홀이었다. 빨리빨리 대충대충 겉만 번드르르한 산업화는 사회적으로는 양극화를 낳았고, 우리는 새로운 위험 앞에 서게 되었다. 그 결과가 삼풍백화점과 성수대교 등의 붕괴 사고였다고 분석한다.

    불신 사회와 위험

    비슷하지만 다른 연구는 우리 사회의 ‘신뢰’의 문제를 언급하고 있다. 공공영역에서의 불신이 위험을 양산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회 내의 모든 권력, 부, 명예 등을 포함해서 자원 배분상의 중앙에의 지나친 집중이 신뢰 문제와 함께 한국사회의 공공영역 전반의 특징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각종 뇌물, 부정, 부패 등이 만연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뿐만 아니라 한국사회가 가지고 있는 중앙회귀성과 연줄사회로 인한 저신뢰사회(Fukuyama 1995)로 구조화 되기 때문이라는 데에 주목하는 시각도 있다. 이는 위험의 원인은 단지 하나의 요소뿐만이 아니라 그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시스템과 체계도 포함된다는 점에서 주목할만 하다.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와 관련하여 지금 국민들이 원하는 것은 ‘신뢰’이다. 바람이 안 부니 안심하라고 하고, 방사성 물질이 날아오긴 했지만 인체 피해는 없으니 안심하라고 한다. 한국의 핵발전소는 일본보다 훨씬 더 튼튼하고 안전하니 걱정말라고 한다.

    광우병도 공부하고 줄기세포도 공부하는 우리 국민들은 요즘 트윗을 통해 독일 기상청과 프랑스 연구소의 홈페이지를 들락거린다. 기상청은 편서풍이라 안전하다더니 외국에서는 지구를 한바퀴 돌기도 전에 북극으로 갔다오기도 하고 남쪽에서 올라오기도 한다고 말한다. 우리의 건강을 위해 외국 기상청 사이트를 방문해야 하는 씁쓸한 현실은 누가 만들었나.

    22년 동안 643건의 핵발전소 사고

    우리의 핵발전소는 안전한가? 1978년 상업 가동을 처음 시작한 고리 1호기를 시작으로 하여 발전소 운영 22년 동안 총 643건의 사고가 기록되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부산과 울산 사이에 있는 고리 핵발전소 단지에서만 전체 사고의 43.2%가 발생했다. 물론 0~7등급의 사고별 단계로 보면 거의 대부분이 0등급, 즉 매우 경미한 사고이다. 1등급과 2등급 사고도 13건이나 보고되었다.

    우리는 얼마나 이를 기억하고 있을까. 체르노빌의 사고도 처음에는 단순한 점검을 위한 원자로의 정지였다.(고 알려져 있다) 원자로는 20초간 평상시와 다르지 않았지만 7초 후 원자로는 폭발했고 500종이 넘는 방사능 물질이 건물 밖으로 빠져나갔다.

    BBC에서 만든 체르노빌 관련 다큐를 보면 -국내에서도 EBS를 통해 방송된 바 있다- 그들이 어떻게 이 사고를 은폐하고 감추고 싶어했는지 자세한 이야기가 나온다. 조치는 늦어졌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안전신화’안에서 살아가던 소시민들이었고, 아이들이었다. 불을 끄기 위해 출동했던 소방관들이었고, 수습을 위해 동원된 어린 군인들이었다. 그들은 영웅 칭호와 함께 죽음으로 내몰렸다. 이를 감추고 은폐한 자들은 어디에 있는가.

    미래를 위한 기억 – 체르노빌의 교훈

       
      ▲체르노빌 핵발전소 사고 현장. 

    인류 최대의 핵참사 였던 체르노빌을 돌이켜 보자. 올해는 체르노빌 25주년이 되는 해이다. 4월의 따뜻한 토요일 봄날, 체르노빌 핵발전소의 원자로는 부셔졌고, 연료봉은 노출되었다. 계속되는 폭발음과 화재에 소방대원들이 출동했다.

    현장을 확인하고 돌아온 노동자들의 얼굴이 변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발전소의 소장에게는 원자로가 냉각 중이라고 보고되었다. 방사능에 피폭된 노동자들은 병원에 보내졌고, 귀가 조치를 했을 뿐이었다. 그들의 피부는 무너져내리고 있었고, 혀는 부어 올랐다.

    상황은 심각해져갔지만 그들은 진실을 감췄다. 다급한 노동자들은 생명이 다할 것을 알고도 원자로 냉각을 위해 손으로 게이트 밸브를 열었다. 그들의 희생은 의미가 없었다. 물탱크도 원자로도 모두 부셔져버렸다. 출세가도를 달리고 있는 소장은 이 사고가 심각한 것이 아니길 바랬고, 모스크바의 당국이 이를 알기 원치 않았다.

    방사능 수치를 알리는 계기판의 눈금 최대치는 3.6뢴트겐이었고 이미 바늘은 계기판을 벗어났다. 하지만 모스크바에는 3.6뢴트겐이라고 보고되었다. 실제 수치는 사고 몇시간 뒤에 이미 15,000뢴트겐까지 치솟았다.

    화재가 난 지붕위에는 소방대원들이 있었다. 키에프에서 3천명의 병력을 파견했고, 모스크바는 조사단 파견을 결정했다. 하지만 소련의 기술력과 훌륭한 군인들 그리고 소방대원들은 이 사고를 잘 넘기고 있다고 보고되었다. 그리고 그들은 순조롭게 이 사건이 끝날 것이라 믿었다. 주민들의 동요를 우려하여 군인들에게는 방호복과 마스크가 금지되었다.

    발전소 인근의 네르프르 강과 드리피아트 강의 오염으로 이 강이 흐르는 우크라이나 지역과 벨로루시에는 향후 백년간 인간이 살 수 없는 땅이 될테지만 아무도 이를 공개하지 않았다. 국제사회의 압력이 계속되자 결국 소련당국은 이 사건을 공개했다. 폭발이 일어난지 3주가 지나버린 뒤었다.

    사고 발생 90일이 지나고 빈에서는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열렸다. 진실을 담은 보고서는 폐기되었고, 소련은 단순히 안전수칙을 어겼음만을 보고했다. 원자로의 결함이나 제어봉에 관한 이야기는 말하지 않았고, 직원들의 실수로 치부되었다. 원래 보고서를 썼던 양심적 과학자 발레리 레가소프는 사고 발생 2년째 되는 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폭발이 일어나고 36시간이 지나서야 인근 마을 쁘리쁘야트 주민의 소개가 이루어졌을 뿐이었다. 그들이 두려워 한 것은 방사능보다 진실이었고, 주민들의 동요였고, 소련 과학기술의 상징인 발전소가 안전하지 않다는 것이었다.(체르노빌 발전소의 정식 명칭은 ‘V.I 레닌 공산주의 혁명 기념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였다)

    불통사회와 자본주의가 강요하는 믿음. 안전한 핵

    기술 위험의 최고봉에서는 핵발전소가 있고 자본주의는 이를 체계적으로 증폭한다. 여기에 또하나 ‘저신뢰사회’는 이를 체계적으로 뒷받침한다. 소련 당국의 사고 은폐, 동경전력의 정보 비공개, 그리고 한국사회의 바람타령. 이 모두가 우리의 불신뢰를 가속시키는 것들이다. 

    연구자들은 이를 ‘위험소통(Risk Communication)’이라고 부른다.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비민주적 소통(사회) 구조는 자본주의와 손잡고 우리에게 핵발전소를 선택하라고 강요하고 있다. 확실히 우리 사회의 화두는 ‘소통’이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컴퓨터 그래픽과 함께 9시 뉴스 끄트머리에 아리따운 기상캐스터가 "오늘도 편서풍의 영향으로 방사성 물질에 대한 공포는 가지지 않으셔도 될 것 같습니다"는 따위의 멘트가 아니다.

    방상성 물질이 우리 나라로 날아온다면 그 양은 얼마나 될 것인지에 대한 예측을 원하는 것이다. 기상청의 슈퍼컴퓨터는 이럴 때 사용하라고 있는 것 아닌가. 그리고 측정 장비를 대폭 늘리고 이를 실시간으로 국민들에게 제공하는 것, 일본산 식품의 전면 수입금지, 그리고 행동 요령이다.

    당장 목요일 내리는 방사능 비에 임산부와 아이들은 비를 조심하라는 경보라도 내려줘야 하는 것 아닌가. 심각한 경우 비상 경보 체계를 가동하여 학교 휴교령이라든가를 고려하는 방사능 오염의 단계적 대책 마련이라는 것이다.

    적벽에서 바람만 믿고 의기 양양하게 연환계를 고집했던 조조는 제갈공명의 퍼포먼스와 함께 아주 짧은 순간 바뀐 바람 때문에 화공으로 망신을 당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편집국입니다. 기사제보 및 문의사항은 webmaster@redian.org 로 보내주십시오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