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치와 정책 사라진 단일화 굿판
        2011년 04월 07일 10:51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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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지방선거 이후 야권은 선거 때가 도래하면 약속한 듯 테이블에 모여 앉고 있다. ‘반MB-반한나라당 연대’라는 이름으로 짜여진 지금의 판도는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피로감과 야권에 속한 각 정당의 무능력에 기반하고 있으며, 2012년 두 차례 선거 승리를 목표로 하고 있다.

    불과 몇 년 전 까지만 해도 ‘상종 못할 것들’이라 으르렁 거리던 야권이 굳이 이렇게까지 친한 척하는 게 의문스럽기는 하지만 나름 효과가 없는 것도 아니었다. 진보정당의 입장에서 보면 지방권력에서 진보정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확대되고, 민주당을 ‘조금’ 왼쪽으로 견인한 것도 성과다. 사표론 전도사였던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가 진보정당과 함께 하고 싶다고 밝히는 판이다.

    가치와 정책은 화장품인가?

    지난 지방선거 때 벌인 야권연대 실험이 소기의 성과를 거두었고 그 과정에서 민심으로부터 확인된 진보적 의제에 대한 갈증은 ‘뉴타운돌이’들을 ‘복지 포퓰리스트’로 만들었다. 그리고 나아가 야권은 ‘연대’를 넘어 ‘통합’을 의제로 조심스레 꺼내놓기도 한다.

    하지만 눈앞에 닥친 선거를 앞두고 벌어지고 있는 다양한 형태의 선거 연대에서는 흔히 강조되던 ‘정책이나 이념’에 대한 얘기는 눈에 띄지 않는다. 개혁적이든 진보적이든 출사표를 던진 대부분의 후보들의 일성은 자신의 공약보다 ‘야권 통합’이다. 가치의 정치는 공학 정치의 민낯에 분칠된 화장품 같기도 하다. 아예 화장도 하지 않고 다툰다.

    문제의 지역인 김해을은 문재인 변호사가 나서서 ‘노무현 정신’을 앞세워 민주당의 양보를 받아내긴 했지만, 이 지역에서 이를 두고 벌어지는 민주당과 국민참여당의 싸움은 보기 민망한 수준이었다. 정책보다 누가 ‘노무현의 적자’냐가 중요한 문제였고, 유리한 게임 룰이 싸움의 핵심이었다.

    이들은 서로 막말과 비방을 주고받았다. 일삼고 있다. ‘연탄가스’, ‘미꾸라지’, ‘낡은 망토’ 같은 단어들이 서로를 향해 쏘아지고 있다. 미꾸라지와 낡은 망토가 다시 손을 잡았다. 접착제는 물론 정책이 아니었다.

    진보정당들도 예외는 아닌 듯싶다. 지난 지방선거 때부터 민주노동당이나 진보신당은 ‘가치 중심의 연대’를 강조해왔지만, 야권이 이미 공통적으로 주장해왔던 무상급식을 제외하면 눈에 띄는 정책합의 시도는 보이지 않았다. 김해을에서도 진보정당들은 “하루 빨리 후보단일화”란 메아리만 울려 퍼질 뿐이다.

    김해을에서는 앞서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이 후보단일화를 이루었지만 눈에 띄는 정책적 합의를 이룬 것은 아니다. 어차피 노동 부문 등에서 비슷한 정책을 가진 양 당이긴 하지만 단일화 합의문은 “진보정당이 중심이 되어 야권전체의 힘을 모아 한나라당을 반드시 심판하겠다”는 반MB연합이 중심이다.

    가치, 정책 논쟁의 허무함

    진보끼리 단일화했으니, 이제 반MB단일화가 남았다는 말이다. 진보적 정책을 내세우기보다, 반한나라당 ‘역군’의 한 축이라는 사실을 강조하고 있는 모양새다.

    중앙당 수준에서는 치열한 논쟁의 중심이 된 가치 또는 정책이라는 이름의 기준들이, 재보궐선거 과정에서 진행되는 논의는 통합이 아니라 선거연대일뿐이라는 ‘알리바이’ 하나로 이렇게 무시돼도 좋은 건지 이해가 잘 안가는 대목이다. 선거 국면에서 어쩔 수 없는 것으로 이해돼야 하는 건지, 가치와 정책 논쟁의 허무함을 웅변해주는, 이 바닥의 일상사인지, 아무튼 흔쾌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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