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0년 무상급식, 2012년 무상의료?
        2011년 04월 07일 02:05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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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년 지방선거는 ‘무상급식’ 선거였다. 무상급식 공약을 내건 후보들이 광역에서 기초에서 줄줄이 당선되었고, 당선 이후에는 이들의 공약 실천에 따라 일부부 지역에서 무상급식이 확대되고 있다. 이는 그동안 진보정당이 그동안 줄기차게 주장해왔던 공약으로, 특히 김상곤 교육감이 이를 선도적으로 들고나와 여론의 지지를 받자 민주당도 무상급식 ‘대열’에 합류를 했다.

    무상급식에서 무상의료로?

    2012년 총선과 대선에서 진보개혁 진영이 공동으로 내놓을 ‘작품’은 무엇일까? 7일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정당, 노동, 시민사회단체의 공동기자회견이 힌트를 줄 것 같다. 이번엔 ‘무상의료’다. 이들은 이날 세계 보건의 날을 맞아 가진 기자회견에서 앞으로 “무상의료를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선포했다.

       
      ▲정당 및 시민사회단체들이 무상의료를 주장하고 있다.(사진=정택용 기자 / 진보정치) 

    하지만 이명박 정부는 의료민영화 사업의 도화선으로 받아들여지는 제주영리병원 관련 입법을 강행해 이번 4월 임시국회에서 통과시키려 하고 있다. 제주 지역에 영리병원을 허용하려는 움직임은 지난 2008년 제주도민들의 투표를 통해 무산된 바 있으나, 이번에 또다시 제주 자치도와 정부가 이를 무시하고 밀어붙이고 있다. 

    하지만 민주당의 입장이 애매하다. ‘무상의료’를 당론으로 정한 바 있는 민주당은 제주 영리병원에 대해서는 이렇다 할 입장을 내지 못하고 있어 분열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좌혜경 진보신당 정책연구원은 “민주당에서는 영리병원에 대해 내용상 반대한다고는 하지만 표결까지 막지는 않겠다고 한 입장으로 알고 있다”며 “사실상 관계법이 4월 임시국회에서 통과될 위기에 처해 있다”고 말했다.

    특히 제주도 출신 민주당 의원들은 지난 3월 두 차례 김황식 국무총리를 만나 영리병원을 제주도에만 허용해 줄 것을 요청하는 등 영리병원 법안 처리를 위해 앞장서서 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의 분열된 모습

    이 때문에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은 지난 5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제주도 영리병원 허용은 영리병원의 전국적 허용의 시발점”이라며 “무상의료 등 복지국가를 표방한 민주당의 당론과도 배치된다”며 민주당을 비판한 바 있다. 진보양당은 “야권 5개 정당이 제주 영리병원 도입 저지를 위한 공동행동에 나서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열린 7일 기자회견에는 일단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가 참석했으나 이와 관련된 언급은 하지 않았다. 이날 회견에는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민주노총과 의료민영화 저지 범국민 운동본부, 건강보험 하나로 시민회의 등 의료단체, 참여연대 등이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조승수 대표는 제주 영리병원에 대한 민주당의 명확한 입장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건강은 이윤추구의 대상이 아니라, 모든 국민이 누려야 할 기본적인 권리”라며 “이것이 바로 세계 보건의 날 정신이자, 우리나라 헌법에서도 명시된 권리”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 우리나라 건강보험 보장성은 60%수준에 불과해 돈이 없어 치료를 포기하거나, 병원비를 마련하느라 가정이 파탄 나는 가슴 아픈 비극이 되풀이 되고 있다”며 “국민건강보험이 의료비를 제대로 보장해주지 못하고 병원의 돈벌이로 비싼 비급여를 환자들에게 부담시키다보니 국민들은 ‘울며 겨자 먹기’ 심정으로 민간의료보험에 의존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비정상적이고, 야만적인 현실을 바꾸는 것이 무상의료”라며 “이것은 꿈이 아니라 유럽, 일본 등에서 현재의 우리나라 경제규모였을 때인 20~30여 년 전에 이미 실현한 내용으로, 이웃 대만도 벌써 이러한 무상의료를 실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승수 "민주당 입장 분명히 해야"

    이들은 “하지만 정부와 한나라당은 이런 희망과 바람들을 정치적 목적으로 짓밟으며 음해하고 있다”며 “이렇게 무상의료의 취지와 정책을 왜곡하는 세력들이 곧 의료민영화를 추진하는 세력으로, 당장 4월 국회에서 제주영리병원 법안을 처리하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제주도에서 영리병원이 들어선다면 영리병원의 전국적인 확산은 시간 문제”라며 “영리병원이 들어선다면 병원비 폭등은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정부가 통과시키려고 하는 한미 FTA와 한-EU FTA는 다국적 제약회사의 특허기간을 연장해 국민들의 약값 부담을 가중시킬 것”이라고 예상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우리나라에서 의료보험이 시행되고 있으나 서민에게 돌아가는 혜택은 턱없이 부족하다”며 “김대중 정권 때 국민기초생활보호법을 국가 복지정책으로 시작했고 노무현 정권 때도 복지예산 증액해 복지나무에 꽃을 피웠는데 이명박 정부가 그 꽃을 꺾고 있다”고 말했다. 과거 김대중, 노무현 정권 시절만 회고하고, 영리병원 허용 문제에 대해서는 언급을 하지 않았다.

    권영길 민주노동당 원내대표는 “한 국가의 국민이 교육비·병원비·주택비 걱정 때문에 신음한다면 제대로 된 나라가 아니”라며 “민주노동당은 창당부터 ‘무상의료 무상교육’ 내걸고 건강보험 확대하고자 했으며,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는 선택이 아닌 필수적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이명박 정부는 국민들이 갈망하는 보편적 복지를 거부하고 무상의료 역행조치로 제주자치특별법 개정을 국회에 요구하고 있다”며 “그 법안의 핵심은 의료민영화를 위한 영리병원을 제주에 들어오게 하는 것으로 야당은 힘을 합쳐서 이를 반드시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조승수 진보신당 대표는 “한국사회에서 아이 낳기가 겁나고, 엄청난 등록금 때문에 학생들이 자살할 수밖에 없고, 일자리가 불안하고, 노후는 나이 먹으면 틀니를 하지 못하는 50대가 약 70%라는 통계도 있다”며 “이토록 불안한 한국사회에서 그나마 유일하게 복지의 한 영역이 바로 건강보험인데, 목숨보다 이윤을 먼저 생각하는 영리병원이 시도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조 대표는 이어 “무엇보다 제주영리법원은 무거운 책임감을 가지고 법안 저지를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해 노력할 것”이라며 “민주당에서 입장을 보다 분명히 해준다면 이 법안의 개악을 저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진보정당뿐 아니라 모든 야당들이 국민의 건강을 위해, 의료 공공성과 보장성 강화를 위해 법안을 저지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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