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쌍용 해고자 우울증 "충격적 결과"
    중등도 증세 55→80%, 갈수록 악화
        2011년 04월 05일 03:29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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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09년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으로 쌍용차에서 쫓겨난 노동자들의 정신건강 상태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치유되기는커녕 더 심각하게 악화된 것으로 드러났다.

    녹색병원 노동환경건강연구소,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금속노조 쌍용차지부는 무급휴직자 및 정리해고자 1백93명을 대상으로 최근 실시한 3차 정신건강 실태조사 결과를 4일 공개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울증이 없는 사람은 4.3%에 불과하며 중등도 우울증이 30%, 고도 우울증이 50%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중등도는 심리상담이 요구되는 수준, 고도 우울증은 정신과 전문의의 진료가 필요할 정도의 수준을 의미한다.

       
      ▲쌍용차 파업 당시 한 노동자가 쌍용차 조립2공장 옥상을 침탈한 경찰특공대와 맞서다 집단구타당하고 있다.

    문제는 이들이 겪고 있는 우울증 정도가 지난 2009년 파업시기와 파업종료 직후 실시한 1, 2차 조사 때보다 훨씬 심해졌다는 점이다. 1차 조사 때 54.9%였던 중등도 이상 우울증 환자는 2차 때 71.1%로 늘었으며, 최근 조사한 3차에서는 80%로 증가했다. 임상혁 노동환경건강연구소 소장은 이에 대해 “시간이 흐르면 어느 정도 치유될 것으로 예상했는데, 오히려 상처는 더 곪아가고 있었다”며 “매우 충격적인 결과”라고 평가했다.

    중등도 이상 우울증 54.9%에서 71.1%로 늘어

    노동자 정신건강의 악화는 자살과 스트레스로 인한 심근경색을 불러왔다. 파업 이후 1년 동안 자살한 노동자는 4명이었는데, 이는 일반인 자살율의 3.74배에 달한다. 또한 심근경색 사망률은 30~40대 일반인에 비해 무려 18.29배가 높았다.

    임 소장은 “심근경색은 심장에 혈액을 공급하는 혈관이 막혀 빨리 치료받지 못하면 사망에 이르는 병”이라며 “30~40대 젊은 사람들에게는 거의 발생하지 않는 질환으로 쌍용차 노동자의 경우 매우 심각한 지경”라고 설명한다.

    이 같은 조사결과는 쌍용차 해고 노동자들의 현실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보고서에 따르면 해고 노동자들의 40.9%가 일용직으로 일하고 있으며, 32.6%는 현재 직업이 아예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타 직장에서 정규직으로 일하는 경우는 3.6%에 불과했다.

    또한 해고 노동자의 평균 수입은 82만2800원으로 법정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수준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 때문에 대상자의 86.2%가 빚을 가지고 있었으며, 이중 83.96%가 구조조정 이후 빚이 늘어났다고 답했다.

    생활조건의 악화는 노동자들의 가족 및 사회관계에도 악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이번 조사에서 부부관계가 악화됐다는 응답은 95.9%로 늘었다. 1차 조사에서는 70.1%였다. 자녀와의 관계, 동료와의 관계, 이웃과의 관계도 각각 79.0%, 96.2%, 94.2%가 나빠졌다고 응답했다.

    가족 및 사회관계, 갈수록 악화

    한편 이번 조사 보고서에는 영국과 스웨덴 등에서 실직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도 공개돼 눈길을 끌었다. 스웨덴에서 1992년~1994년에 90일 이상 실직을 경험한 남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 결과 실직자가 일반인에 비해 1.91배 높은 사망률을 보이는 것으로 드러났다.

    임 소장은 “특히 이 연구 결과를 보면 처음 4년의 사망률이 높았다”며 “쌍용차의 경우 2년이 채 안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 이상의 죽음을 막기 위해 빠른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2008년 영국의 정리해고자 546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사회적 지지를 받은 사람의 정신병 발병률은 일반인에 비해 1.36배 높은 반면, 그렇지 못한 사람은 3.27배나 되는 것으로 보고됐다. 자살로 이어지는 해고자들의 정신건강을 위해 사회적 서비스와 관심이 절실하다는 증거인 셈이다.

    임 소장은 이번 실태조사를 바탕으로 △무급휴직자 복직 합의 이행 △지자체의 긴급 생활자금 지원 △해고자에 대한 직업교육 서비스 제공 △해고자 및 가족에 대한 정신적, 심리적 치유 △해고자의 정신건강, 경제 여건, 취업 상황 등에 대한 주기적인 조사와 대책마련 등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 이 기사는 금속노조 인터넷 기관지 <금속노동자>(www.ilabor.org)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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