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혁신, 창조적 도시들의 이야기
        2011년 04월 02일 06:07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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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표지 

    2002년 출간된 후, 한국 사회 도시정책과 교통·환경 시스템 등에 커다란 영향을 끼친 책 『꿈의 도시 꾸리찌바』의 저자 박용남이 새 책 『꾸리찌바 에필로그』(박용남, 서해문화, 18000원)를 펴냈다. 

    이 책에는 지난 10년 동안 세계 각지의 창조적이며 혁신적인 도시 실험들을 관찰·연구하고, 그것들을 한국 사회 현실에 적용하기 위해 진행한 노력의 결과물들이 담겨 있다. 저자는 금융 위기·기후변화 위기·에너지 위기 등 3중 위기가 지구촌에 밀려오고 있으며, 이에 대한 대책을 시급히 마련하지 않을 경우, 인류는 지금껏 경험하지 못한 극심한 고통에 시달리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프라이부르크의 차 없는 도시 실험, 한밭레츠의 지역화폐운동, 두바이 신드롬의 실체 등 지향하고 발전시켜야 할 시도들과 지양하고 축소해야 할 시도들을 두루 돌아보며 도시정책의 변환을 통한 인류 생존의 해법을 모색한다.

    『꿈의 도시 꾸리찌바』 출간 이후, 저자는 꾸리찌바를 체계적으로 소개하고 바람직한 도시상을 알리기 위한 강연 여행을 계속해왔다. 또한 꾸리찌바의 지속적인 변화를 주시하는 동시에 그 영향을 받은 세계 도시들의 혁신적 실험들을 연구·소개하고, 국내에서 이루어지는 새로운 시도들에 대한 자문활동을 해왔다.

    이런 활동들의 결과물인  『꾸리찌바 에필로그』를 통해 저자는 인간이 만들어낸 이 3중 위기에 대한 능동적 대처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에너지 위기의 중심에 있는 석유의 예를 보면 그 위기의 파급력이 더욱 분명하게 보인다. 월드워치의 2005년 연구에 따르면 세계 산유국 48개국 중 33개국이 이미 석유생산정점을 지났다고 하며, BRICs의 급속한 경제성장은 석유 수요를 더욱 끌어올리고 있다.

    석유 위기가 오게 되면 자동차 유지비용이 높아져 자동차를 이용한 활동이 불가능에 가까워지며, 특히 비행기와 배 등의 운행이 힘들어질 것이다.

    더 큰 문제는 농업과 식량 분야에서 나타난다. 현재 농사를 짓는 과정에서 사용되는 농기계는 물론이고, 비료와 살충제·포장용 비닐·운송 차량 등 거의 모든 과정에 석유가 사용되고 있으며, 값싼 농작물은 먼 거리를 이동해 해외에서 들여오고 있다. 석유고갈이 가까워지면 개개인과 가정의 식량 사정이 곤란해지는 것을 넘어 국가 간 분쟁까지 일어날 수 있음을 예상할 수 있다.

    3중 위기를 이겨내는 창조적인 시도들

    이미 3중 위기의 심각성을 간파한 도시들은 그에 대한 해결책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최근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미국의 포틀랜드는 피크오일(석유정점) 태스크포스팀을 구성해 보고서를 작성·발표한 뒤, 걸어다닐 수 있는 공동체 건설·효율적 토지 이용·건설 표준 개선 등 광범위한 세부 대책을 마련해 실천하고 있다.

    독일의 환경수도라 불리는 프라이부르크는 ‘차 없는 도시’를 향한 실험을 계속하고 있다. 대중교통 이용에 파격적인 지원을 하고, 전용도로·전용주차장 등을 통해 자전거 통행 여건을 획기적으로 개선시킨 프라이부르크에서 자가용 승용차를 이용한다는 것은 ‘더 비싸고, 더 불편하고, 더 느린’ 것을 감수해야 함을 뜻한다.

    지자체가 아닌 민간에서 자발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지역화폐운동도 자본주의 세계화 속에서 지역의 자생력을 기른다는 측면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돈이 없으면 아무것도 못 하고 사회에서 배제될 수밖에 없지만, 지역화폐운동은 신뢰와 연대에 바탕을 둔 지역공동체 안에서 개개인이 가진 노동과 물품을 거래한다.

    지역화폐운동이 활발한 호주의 한 활동가는 “만약 세계 경제가 붕괴한다면 호주는 살아남을 가능성이 가장 큰 나라일 것이다. 왜냐하면 이 나라는 번창하는 대안적 경제를 발전시켜왔기 때문이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꾸리찌바 에필로그』에서는 이 밖에도 보고타, 볼로냐, 타마 뉴타운 등 세계의 모범 도시들의 사례를 소개하고, 도시의 변화를 이끈 리더십과 거버넌스 체계를 분석한다. 또한 ‘두바이 신드롬’의 허상을 낱낱이 밝혀내면서 인천 송도 신도시의 그늘을 살펴보고, 최근 각광을 받았던 소액신용금융의 대표적 사례인 그라민 은행의 현황을 진단한다.

                                                      * * *

    저자 – 박용남 

    1954년 대전에서 태어나 숭실대 대학원(지역경제)과 이스라엘 정주연구센터(지역 및 환경계획)를 마쳤고, ‘한밭레츠’와 ‘역사경관을 지키는 시민의 모임’ 상임대표를 지내며 우리나라에 지역화폐, 내셔널 트러스트와 같은 다양한 대안운동을 도입·정착시키는 데 이바지해왔다.

    또한 대전광역시 시정연구단과 도시계획상임기획단의 수석연구위원, 교통정책자문관을 역임하며 국내에 간선급행버스(Bus Rapid Transit) 시스템을 도입하기 위해 노력했고, 대통령 자문 지속가능발전위원회의 전문위원을 역임한 바 있다.

    2011년 현재는 지속가능도시연구센터 소장 겸 《녹색평론》 편집자문위원으로서 전국의 수많은 지방자치단체에 정책 자문을 해주고, 외국의 유명한 생태·환경도시, 저탄소도시, 녹색교통도시, 창조도시 등을 국내에 소개하는 한편, 기후변화와 석유정점(피크오일) 위기에 대응하는 다양한 방안과 전략들을 연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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