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에 관한 색다른 고찰
    2011년 04월 02일 05:18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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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표지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인간은 하루에 200번씩 거짓말을 한다고 알려져 있다. 평균 수면 시간인 8시간을 빼면 한 시간에 12.5회, 4.8분에 한 번꼴이다. 믿기 어려운 사실이다. 하지만 더 믿을 수 없는 것은 이런 사실을 알면서도 스스로를 거짓말쟁이라고 여기는 사람이 거의 없다는 사실이다.

많은 학자들이 인간이 거짓말을 하는 이유를 과학적으로, 심리학적으로, 사회학적으로 밝혀내고자 했다. 하지만 정작 어디까지가 거짓이고, 어디까지가 정직일까에 대한 고민은 하지 않는다. 조금만 생각해보면 우리는 거짓말을 입에 달고 산다.

독일의 대표 신문 <쥐트도이체 짜이퉁>의 기자인 저자는 새 책 『왜 우리는 끊임없이 거짓말을 할까』(웅진지식하우스, 위르겐 슈미더, 장혜경 옮김, 14000원)에서 어릴 때부터 ‘거짓말 하지 마라’, ‘정직은 최고의 가치다’라고 배우지만 일상의 소소한 거짓말부터 하얀(혹은 착한) 거짓말이라는 이름으로 사회적으로 장려되는 문화, 심지어 ‘사기’를 능력이라고까지 말하는 아이러니에 반기를 든다.

오직 진실만을 말하는 무모한 도전

저자 자신도 기자로서 사실을 전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사람들의 눈에 띄는 기사를 쓰기 위해 ‘뻥’을 치고 사는 건 아닌지 회의감이 들었던 것이다. 이에 사순절 기간 40일 동안 ‘거짓말 금식’ 즉, ‘거짓말하지 않고 살아보기’라는 무모한 도전을 시작했다.

만만치 않은 도전이었다. 매 순간 의식적으로 뇌와 입 사이에 필터 없애기는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우선 엄청 떨리는 마음을 부여잡고 자신의 실수에 일말의 사과도 하지 않는 철도청 직원에게 진심을 담아 욕설을 날린다. 자신에게 술을 사달라고 부탁한 10대 청소년들의 부탁도 쿨하게 거절했다. 물론 그에 상응하는 욕을 먹긴 했지만 말이다.

친한 친구의 비밀을 폭로하여 우정을 시험에 들게 하고, 아내에게 솔직한 감정을 털어놓아 소파로 쫓겨나기도 한다. 솔직하게 세금 신고를 하고 나니 돌아오는 건 환급보다 더 내야 하는 1700유로뿐이다. 거짓말을 하지 않으니 불편한 일 투성이다. 결국 거짓말은 사회의 윤활유이며 필요악이라 결론내고 그만 끝내고 싶다.

하지만 ‘정직 프로젝트’가 진행될수록 ‘정직하게 내 생각을 말하는 것의 힘’이 드러난다. 거짓과 위선이 난무하는 도박판에서 최고의 포커페이스는 바로 정직하게 자신의 패를 말하는 것이었다. 또한 잘난 척하던 형에게, 본인들의 생각을 강요하던 부모님에게 가족이라는 이유로 그동안 참아왔던 말들을 쏟아내니 30년 만에 진정한 가족애를 나눌 수 있었다.

직장에서 가식적인 칭찬과 생존을 위한 비굴함을 버리고 동료의 기사에 대해 구체적으로 칭찬하고, 진심으로 충고하니 그들이 내 말에 귀를 기울인다. 약간 ‘자뻑’의 기운을 담아 늘 자신을 과대 평가해왔는데, 자신에게 정직하니 포토샵을 지운 객관적인 나를 볼 수 있게 되었다. 이 모든 게 거짓말을 뺀 세상에서 일어난 일이다.

유쾌한 실험 보고서

저자는 거짓말에 대해 ‘옳다 그르다’ 혹은 ‘좋다 나쁘다’의 이분법적 가치 판단을 내리지 않는다. 대신 본인이 일상생활 곳곳에서 직접 겪은 일들을 위트 있게 풀어놓는다. 이를 통해 사람들에게 거짓말을 대하는 방식, 특히 이 사회에서 거짓말이 갖는 의미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다.

거짓말이 없으면 세상은 정말 난리가 나는지, 하얀 거짓말이 얼마나 비열한지, 사람들은 내가 솔직하든지 말든지 관심 없는지 등. 그리고 경험에 덧붙여 다양한 철학 테제와 영화, 소설 등을 인용하며 그 어떤 철학서 못지않은 깊은 깨달음을 선사한다.

저자는 ‘40일간의 정직 프로젝트’를 마감하며 자신만의 거짓말 가이드를 마련한다. 이기적 거짓말, 거짓 아첨, 뻔뻔한 모욕 대신 공손하게 진실을 말한다. 그리고 거짓말이 필요할 경우에는 상대에 대한 배려를 철칙으로 삼는다.

거짓은 필요악이지만 진정한 행복은 철저하게 정직할 때만 경험할 수 있다는 깨달음의 결과이다. 앞으로 지켜야 할 15개의 보편타당한 규칙은 갓 태어난 아들을 흉내 내어 만들었다. 결국 삶의 규칙은 거짓이냐 진실이냐의 문제를 뛰어 넘어 세상과 어떻게 소통해야 하는가, 인생을 어떻게 마주해야 하는가에 대한 답이기 때문이다.

                                                  * * *

저자 – 위르겐 슈미더 (Jurgen Schmiede) 

독일의 대표 신문 <쥐트도이체 짜이퉁SueddeutscheZeitung>의 스포츠부 기자이자 이탈리아 치즈에서부터 컴퓨터 게임까지 실생활과 관련된 이야기를 위트 있게 풀어내는 인기 칼럼니스트. 지고는 못 사는 승부사 기질이 다분하지만 남들 부탁에 속으로는 ‘넌 손이 없니, 발이 없니’라고 생각하면서도 겉으로는 “당연히 내가 해줘야지”라고 말하는 평범하고 소심한 거짓말쟁이이다.

정직은 최고의 가치라고 배우면서도 거짓말이 사회적 예의로 둔갑한 세상에 반기를 들고자 ‘거짓말하지 않고 40일간 살아보기’라는 엉뚱하고 무모한 도전을 감행했다. 이 과정을 통해 거짓과 정직에 관한 새로운 성찰을 담은 이 책은 많은 언론과 독자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며 독일 슈피겔 및 아마존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역자 – 장혜경 

연세대학교 독어독문학과를 졸업했으며, 동대학원에서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독일 학술교류처 장학생으로 독일 하노버에서 공부했다. 옮긴 책으로 《바보들의 심리학》, 《강한 여자의 낭만적 딜레마》, 《독일인의 사랑》, 《느림의 발견》, 《마지막 사진 한 장》, 《왜 나는 우울한 걸까》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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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디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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