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상이 장애로 규정되지 않는 사회
        2011년 04월 02일 05:03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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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애인들은 전과자, 민족적?인종적 소수자, 정신질환자와 마찬가지로 가치 절하된 지위를 점하고 있다. 신체적 손상을 지닌 사람이 스스로를 어떻게 생각하든 그는 사회에 의해 부정적인 정체성을 부여받으며, 그의 사회생활 중 많은 부분은 이렇게 부여된 부정적 이미지와의 투쟁이 된다.

    우리가 낙인화란 장애의 실체라기보다는 다소간 부산물에 가깝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은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어떤 사람이 사회에 완전히 참여하는 데 있어 가장 큰 장애물은 그의 신체적 결함이 아니라, 오히려 사회가 그러한 결함에 덧붙인 일련의 신화?두려움?오해들이다. (본문 261쪽)

       
      ▲책 표지 

    근대 서구사회에서 손상된 몸에 의미를 부여하고 치료를 결정하는 과정들은 현대 의학체계와 국가의 제도 안에서 일방적으로 이루어져 왔다. 이러한 결정들은 통상적으로 생물학적 손상 자체에 초점이 맞추어진 ‘장애’의 정의와 분류법에 기초하고 있으며, ‘장애’라는 진단을 받은 이들은 교육, 노동 등 사회의 각 영역에서 배제되어 갔다.

    그린비 장애학 컬렉션의 첫번째 권으로 출간된 이 책 『우리가 아는 장애는 없다 : 장애에 대한 문화인류학적 접근』(베네딕트 잉스타 공편, 김도현 번역, 23000원)은 문화인류학의 연구방법을 참조하여 ‘손상’이 ‘장애’로 규정되지 않는 사회, 즉 낙인과 차별을 부과하는 ‘장애’라는 범주 자체가 없는 다양한 사회 ― 남미, 아프리카에서부터 아시아에 이르기까지 ― 의 모습을 보여 준다.

    이러한 서술을 통하여 우리는 당연하고 본질적인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던 ‘장애’라는 개념이 특수한 사회적 맥락 속에서 형성되었음을 인식하며, 장애 개념의 균열과 해체를 모색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개발도상국의 장애를 다루고 있는 연구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인식 하에 스칸디나비아 출신의 연구자들이 수년간 기획한 현지조사의 성과물들이며, 그간 문화인류학 연구에서 제대로 조명되지 않았던 주제이기에 의미가 더욱 깊다.

    그린비 출판사는 지난 2009년『장애학 함께 읽기』(김도현 지음)를 통해, 의료나 재활의 관점이 아닌 사회적 관점에서 장애 문제에 접근하는 ‘장애학’이라는 학문 분과를 대중들에게 소개한 바 있다. 장애와 관련된 말들이 제대로 된 영향력을 갖기 어려운 현실에서, 현장과 이론의 접속을 도모하는 이 같은 시도는 장애의 새로운 담론화 가능성을 우리에게 보여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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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자 –  베네딕테 잉스타 (Benedicte Ingstad) 

    노르웨이 오슬로대학교 일반의료·지역의료학과의 의료인류학 교수이다. 그린란드, 노르웨이, 보츠와나, 감비아에서 현지조사를 수행했으며, 짐바브웨, 탄자니아, 가나, 루마니아, 니카라과에서 재활에 대한 고문직을 수행했다.

    주요 연구 관심사는 비교문화적 관점에서의 장애, 가구 내 의존적인 구성원들의 돌봄 문제, 개발도상국들에서의 노령 문제, 민간치료사와 민간의학, 에이즈의 사회문화적 차원, 개발에 있어 여성 중심 접근이다. 최근의 주요 저서로는 『지역사회와 세계사회의 장애』Disability in Local and Global Worlds(공저, 2007), 『장애와 빈곤: 세계적인 도전』Disability and Poverty: A Global Challenge(공저, 2011) 등이 있다.

    편자 – 수잔 레이놀스 휘테 (Susan Reynolds Whyte)

    덴마크 코펜하겐대학교 인류학연구소 교수이다. 우간다, 케냐, 탄자니아에서 현지조사를 수행했으며, 주요 연구 관심사는 우주론과 인격, 젠더, 질환의 인지, 의약, 개발도상국들에서의 보건의료의 변환이다. 최근의 주요 저서로는 『사회적 의료생활』Social Lives of Medicines(공저, 2002), 『지역사회와 세계사회의 장애』Disability in Local and Global Worlds(공저, 2007) 등이 있다.

    역자 – 김도현 

    1974년생으로 단국대학교 특수교육과를 졸업했다. 대학에 입학하던 해인 1996년에 에바다복지회에서 발생한 비리사태를 접하며, 장애문제를 운동의 차원에서 처음 고민하게 된다. 대학 졸업 후 노들장애인야학 사무국장, 장애인이동권연대 정책교육국장,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정책실장 등으로 활동해 왔다.

    현재는 발달장애 전문 계간지 『함께웃는날』 편집장으로 일하며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일원으로서 운동을 지속해 나가고 있다. 쓴 책으로 『차별에 저항하라』(박종철출판사, 2007), 『당신은 장애를 아는가』(메이데이, 2007), 『장애학 함께 읽기』(그린비, 2009)가 있으며, 2004년에는 정태수열사추모사업회가 수여하는 제2회 정태수상을, 2009년에는 김진균기념사업회가 수여하는 제4회 김진균상(사회운동 부문)을 수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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