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 비정규직이 제일 부러운 사람들
    2011년 03월 30일 06:11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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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지금부터 하고 싶은 얘기, 하고자 하는 것은 “나는 비정규직이다. 기적을 만드는 X2"입니다. 어쩌면 무모한 계획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처음 이런 생각을 내뱉자 사람들은 제일 먼저 “그게 가능하겠냐?”며 되물었습니다. 그리고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습니다. 하지만 하려고 합니다. 이렇게라도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나는 비정규직이다. 기적을 만드는 X2"이 도대체 무엇이냐고요?

29일 저녁 7시 저는 혼자 피켓을 들고 송파구 국민체육진흥공단 앞 농성장에서 사진을 찍었습니다.(아래 사진) 그리고 30일 같은 시각, 같은 장소에 다른 한 명의 동료와 같이 사진을 찍을 것입니다. 그리고 31일에는 4명을 모아서 역시 같은 시각 같은 장소에서 모여 사진도 찍고 맥주도 한잔 하려고 합니다.

   
  ▲기적은 일어날까요? 처음 시작한 한 명. 

그리고 봄이 완연하게 다가오는 4월 첫날에는 8명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매일 두배씩 사람들을 모아서 인증샷을 찍으려고 합니다. 8명이 16명이 되고 16명이 32명이 되고 32명이 64명을 모으고 64명이 128명이 되는 작은 기적을 꿈꿔봅니다.

그래서 마침내 한명이 수천명이 되어서 꿈쩍도 하지 않는 국민체육진흥공단 간부들이 교섭장에 나와서 해고된 노동자들의 복직에 대해 서로 허심탄회하게 얘기를 나누게 될 날을 기원합니다.

왜 해야 하냐고요?

지금 서울 송파구 몽촌토성 국민체육진흥공단 앞에는 움막이 두 개 있습니다. 천막은 기둥이 있다며 경찰이며 구청 공무원, 국민체육진흥공단에서 동원한 용역 경비들이 철거하는 바람에 비닐로 친 움막입니다. 이 움막에서 수십 년만의 한파라는 올 겨울을 지냈습니다.

그리고 이 움막에는 지금 국민체육진흥공단 비정규직 해고 노동자가 단식을 하고 있습니다. 3월 30일 현재 6일째입니다. 지금 단식을 하고 계신 분 이전에도 두 분이 잇달아 단식 투쟁을 벌였습니다. 어머니이고 여성이고 노동자이신 한 분은 2주일을 단식을 하다 병원 응급실로 실려갔고 그 뒤를 이어 또 한분이 일주일을 단식을 했습니다.

그리고 이제 세 번째 여성 해고 노동자가 움막 안에서 곡기를 끊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사람들이 단식을 하고 주린 배를 움켜잡고 천막에서 잠을 청할 때 세상은 너무도 관심이 없습니다.

이 분들은 왜 해고가 됐을까요?

이 분들이 하는 일은 경륜장 야외 발매소에서 돈을 받고 경주권을 판매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매해 계약을 갱신하는 비정규직입니다. 이 분들은 경주권을 발매하면서 손님들에게 말도 못하는 욕과 성희롱을 당해야 합니다.

국가에서 합법적으로 인정해준 도박을 하는 손님들은 자신들이 돈을 잃으면 마치 이 여성 노동자들 때문에 그런 것처럼 욕을 해대곤 합니다. 입은 물론이고 글에도 쓰지 못할 정도로 욕을 하는 일은 다반사고 경주권 너머로 슬며시 손을 만지는 성희롱도 비일비재 합니다.

이 분들은 이런 비정상적이고 비인간적인 상황을 좀 더 인간답게 만들기 위해 노동조합을 만들고 민주노총에 가입했습니다. 그러자 공단은 이 분들에게 노동조합에 가입했다는 이유로 근무점수를 낮게 주거나 징계를 합니다.

그리고 1년 후에는 이런 낮은 근무 점수와 징계로 인해 재계약이 불가능하고 통보합니다. 그리고는 공단은 말합니다. “노동조합 때문이 아니라 낮은 근무 평가와 징계 때문”이라고 말입니다.

이 세상의 법은 약한 자를 위한 것이 아닌가 봅니다

소송도 해봤습니다. 대법원까지 가서 몇 명은 승소했지만 노동조합 핵심 간부 몇 명에게는 대법원이 해고가 정당하다고 합니다. 초등학교 정도의 상식만 가져도 이 분들의 해고가 부당하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많이 배운 판사님들은 그렇지 않은가 봅니다.

대법원의 해고 정당 판결이 나오니까 공단의 자세는 더욱 고압적입니다. 원래부터가 그랬지만 이제는 아주 기고만장해져서 노동조합의 얘기는 아예 들은 척도 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 여성노동자들이 생으로 밥을 굶고 있습니다. 자기들 얘기 좀 들어달라고 말입니다.

홍대, 이대, 고대 청소 노동자들이 부럽다고 합니다

국민체육진흥공단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가장 부러워하는 사람은 재벌이 아닙니다. 정규직도 아니라고 합니다. 같은 비정규직이지만, 같이 해고된 경험도 있지만, 같이 몇십 년만에 한파를 농성으로 밤을 지새웠던 대학교 청소노동자들이고 합니다. 사람들의 관심이 부러웠다고 합니다.

대학생들이 모여들고 텔레비전에서나 봤던 탤런트도 와주고 신문에도 나오고 텔레비전에도 나오는 것이 부러웠다 합니다. 같은 노동자가 잘 해결되는 것은 기뻤지만 너무도 부러운 나머지 남 몰래 눈물도 조금은 흘렸다고 합니다.

그래서 시작하려고 합니다

제가 하는 일이 그렇습니다. 노동자의 투쟁을 외부에 알리는 것입니다. 그런데 솔직히 제가 생각해도 어떻게 해야 많은 사람들이 이 사안에 대해 관심을 가질지 모르겠습니다. 보도자료를 잘 쓰면 국민체육진흥공단 비정규직 노동자의 단식이 잘 알려질까요? 트위터에 매일 한번씩 올리면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까요?

그래서 생각하다가 이런 이벤트라면 이벤트를 생각하게 됩니다. 지난 2008년 겨울에 한 여학생이 명동에서 시작한 [무한도전 X2 ‘널 기다릴게’]를 차용해 왔습니다. 이제 시작입니다. 많은 도움과 관심을 진심으로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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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디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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