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은 계속된다
    대의원들 원칙, 입장 분명히 한 것"
        2011년 03월 28일 10:44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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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보신당의 27일 정기당대회는 그동안 추진했던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에 대한 독자파들의 의지가 그대로 관철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대의원들은 일각에서 거론되던 민주당-국민참여당과의 연립정부 구성을 차단하고, 민주노동당과의 통합도 사실상 거부했으며 사회당 등 진보신당 왼쪽 진영과의 선통합 가능성을 높였다. 

    독자파도 예상 못했던 압승

    독자파의 압승으로, 이는 독자파 진영에서도 예측하지 못했던 결과였다. 2기 대의원들의 성향이 정확하게 판별되지 않았던 상황에서 당의 관계자들도 이번 당대회 결과를 쉽게 전망하지 못했으며, 독자파 측 한 대의원도 “이 정도로 모든 수정안이 통과되리라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진보신당 당대회 모습(사진=정상근 기자) 

    관심가는 대목은, 통합논의에 침묵해왔던 조승수 진보신당 대표가 25일 당원들을 대상으로 민주노동당과의 통합 의지를 밝힌 직후라는 것으로, 이는 3기 지도부에 대한 불신임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아울러 조 대표 외 진보대통합과 선거연대 등을 강조해왔던 노회찬, 심상정 두 전직 대표의 입지도 급격히 줄어들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결과는 무엇보다 조승수 대표의 서한이 이번 당대회 결정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 주변의 관측이다. 독자파 진영의 한 대의원은 “조 대표 서한이 뜬 이후 독자파 진영이 강하게 결집하기 시작했고 중립적인 대의원들도 급격히 독자파 진영으로 쏠린 것으로 보인다”며 “제출된 수정동의안도 조 대표 서한 공개 직후 만들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통합파 측 한 대의원도 “‘진보의 재구성’에 실패했다는 고백이 대의원들의 큰 반감을 산 것으로 보인다”며 “독자파 진영이 조금 무리수를 걸더라도 지금의 통합논의 흐름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는 필요성을 느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고, 민주노동당의 한 관계자도 “조 대표의 편지가 결정적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통합파 입지 대폭 줄어들어

    결국 심상정-노회찬 전 대표에 이어 ‘선도탈당파’인 조승수 대표까지, 당 내 핵심정치인들이 통합을 강조하고 나서고 나아가 민주당 등 자유주의 세력과의 선거연대에서부터 연립정부에 이르는 다양한 연대연합 논의가 나오면서 독자파들의 위기감이 이 같은 결과를 낳게 한 것으로 보인다.

    이로 인해 당 내 통합파들의 입지는 상당히 줄어들었다. 심상정 전 대표가 주장하던 연립정부론은 ‘민주당 수혈론’으로 규정되었으며, 새로운 진보정당 추진기구 위원장으로 거론되던 노회찬 전 대표는 사실상 거부되었다. 당 밖으로는 진보대통합과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을 위한 제 진보진영 대표자 연석회의 내부 논의에도 어려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박용진 진보신당 부대표는 “현재의 통합논의에 반대하는 결정이 난 만큼 연석회의도 계속 운영되기 어려운 조건에 놓인 것”이라며 “통합논의에 운신의 폭이 좁혀진 상태이기 때문에 새 진보정당 건설 추진위원장을 누가 맡아서 할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민주노동당의 한 관계자 역시 “당 내 당권파들도 겨우 진보대통합으로 입장을 선회해 모처럼 좋은 조건이 형성된 상황이었는데, 이번 진보신당 당대회 결정이 연석회의에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여 우려스럽다”며 “당장 28일 최고위원회가 열리는데 분위기가 안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진보신당 대의원들의 이번 결정이 당 안팎에 미칠 파장도 클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일각에서는 이번 당대회를 통해 불신임을 받은 조승수 대표 등 3기 지도부의 사퇴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점쳐지고 있다.

    조 대표 "겸허히 수용, 거취는 시간 두고 판단"

    조 대표는 28일 오전 대표단 회의 모두 발언에서 "당 대회 결정을 겸허히 수용하며, 이의 추진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조 대표는 이어 이번 당 대회 결정이 대표에 대한 ‘불신임’ 성격도 포함된 것으로 보고 거취 문제에 대해서는 "시간을 두고 판단할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일부에서는 통합파들의 이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으나 현실 가능성은 적은 것으로 예상된다. 통합파 측 한 대의원은 “진보대통합이 거부된 이상 일부에서 제기되던 소통합의 움직임이 시작될 가능성이 있”으나 “소통합의 효과를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 쉽게 당이 갈라지거나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일각에서는 진보진영 ‘연석회의’ 합의안이 오는 6월에 도출될 경우 이를 당원 총투표에 붙여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으나, 진보신당의 핵심 당직자는 "현재 당헌상 이는 불가능하거나, 법적 다툼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해 당원 총투표의 경우 내용과 별도로 그 자체에 대한 논란도 커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독자파 측 대의원은 “이번 당 대회 결과를 지도부에 대한 불신임이나 통합파들과 같이 못한다는 식으로 받아들이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수정동의안도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 아니라 분명한 원칙과 기준을 갖고 임하자는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고 말했다.

    어쨌건 진보신당 내 진보대통합 논의는 일단락되었고 진보대통합은 새로운 전기를 맞이하게 된 셈이다. 진보신당 주요 활동가인 대의원들의 표심이 확인된 상황에서 진보대통합의 향배가 어떻게 흘러갈지, 2012년 총선을 준비해야 하는 조승수 대표, 노회찬, 심상정 전 대표가 어떻게 대응해 나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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