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왜 기업처럼 생각하게 됐나?
    2011년 03월 27일 12:56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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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표지. 

더글러스 러시코프는 어느 크리스마스에 브루클린의 파크 슬로프 지역에서 강도를 당했다. 그는 이웃들의 안전을 위해 이 사실을 인터넷에 올렸다. 범죄의 위험성에 대해 사람들에게 알리고, 그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그러나 주민들은 의외의 반응을 보였다. 감사하다는 말이나 격려의 말은커녕 왜 강도를 당한 동네가 어디인지 밝혔냐는 항의 메일을 보낸 것이다.

그들은 이 지역이 위험한 곳으로 알려지면 땅값이 떨어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러시코프는 사람들이 지역의 ‘안전’보다 ‘가격’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모습에 충격을 받고, 그들을 사로잡고 있는 논리가 어떤 것인지 파헤치기로 한다.

러시코프는 그 연구의 결과물을 모아 『보이지 않는 주인』(오준호 옮김, 웅진지식하우스, 18000원)이라는 책을 내놓았다. 이 책은 인간이 어떻게 해서 기업처럼 생각하고 말하게 됐는지, 세계 경제의 중심부에서 어떻게 안전을 생각하는 ‘사람’이 배격되고 가격을 먼저 생각하는 ‘기업’이 주인공이 되었는지를 다룬 책이다.

러시코프는 현대 사회를 지배하는 원리를 ‘코포라티즘(기업 지배)’ 현상이라고 말한다. 르네상스 시대에 우연히 탄생한 기구, ‘기업’은 이제 태어날 때부터 죽을 때까지 인간을 지배하는 강력한 권력이 되었다. 그리고 그로 인한 가치 변화는 자본주의 사회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가로막고 경제 질서를 왜곡하고 있다.

열심히 일하고, 부자가 되려고 노력하는 진짜 목적을 잊어버린 이상한 세상. 이는 마치 진짜 ‘땅’을 ‘지도’가 대체하고 있는 것과 같은 상황이다. 집값이 떨어질까 봐 강도를 당한 사실을 숨기고, 대출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또 다른 대출을 받으며, 종교의 가르침보다 텔레비전 광고에서 더 큰 위안을 얻는 블랙 코미디 같은 상황. 이 모든 게 가상 세계가 현실을 압도해 버린 모순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다.

이 책은 집값에 대한 집착 같은 일상적인 에피소드부터 월마트의 상권 장악 같은 지역 경제 문제까지 다양한 측면에서 ‘새로운 경제 주체’의 부상을 드러낸다. 특히 이 책은 르네상스 시기, 빅토리아 시대를 거쳐 신자유주의에 이르기까지, 탄탄한 경제사적 논거들을 통해 지난 자본주의의 발전사를 전혀 다른 시각으로 재편해 냈다.

러시코프는 최근 ‘금융 위기’의 본질도 ‘실물 경제’와 완전히 분리된 ‘투기 경제’의 득세로 인한 현실 경제의 왜곡으로 보았다. 즉 기업이 탄생한 600년 전부터 필연적으로 예고된 사건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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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더글러스 러시코프 Douglas Rushkoff

미국의 사회 평론가로 저술과 강연은 물론 다큐멘터리 제작까지, 전 방위적으로 활약하는 지식인이다. 프린스턴 대학교를 졸업하고 캘리포니아 예술 대학교에서 석사 학위를 취득하였으며, 닐 포스트먼 상, 마샬 맥루한 상을 수상하였다.

러시코프는 X세대, 뉴 미디어, 유대인 문화 등 미국 사회의 민감한 문제들에 대해 끊임없이 발언해 왔다. 그리고 최근에는 ≪보이지 않는 주인(Life, Inc.)≫을 통해 현대 사회의 ‘기업 지배(코포라티즘)’ 현상이 어떻게 경제와 문화를 왜곡하는지 보여 주어 많은 사람들의 상식을 완전히 뒤집었다.

 

역자 – 오준호

1975년에 태어났다. 서울대 국문과를 졸업했다. 2007년 현재 전문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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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디앙
레디앙 편집국입니다. 기사제보 및 문의사항은 webmaster@redian.org 로 보내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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