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과 마음의 연결고리를 밝히다
    2011년 03월 27일 12:38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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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치유 능력에 대한 과학적 설명으로 질병에 관한 고정관념을 송두리째 바꿔놓는 문제작이다. 우리가 무심코 던지는 말도 상대방의 몸에 질병을 유발할 수 있다니 아연 긴장하게 된다. 특히 환자와의 대화의 중요성을 강조한 대목은 의사 선생님들이 꼭 한 번씩 읽어보면 좋으련만. / 이인식(과학문화연구소장)

   
  ▲책 표지 

우리가 보통 병원에 가서 의사에게 진료를 받는 시간은 길어봐야 2~3분 정도 된다. 내가 왜 아픈지, 어떤 병에 걸렸는지, 어떤 습관이 잘못 됐는지, 궁금한 것은 많지만 속 시원한 대답은 듣기는커녕 의사와 눈 한번 제대로 맞출 시간도 없이, 다음 환자에 밀려 의사가 처방해주는 주사를 맞고 처방전을 받아 약국으로 향해야 한다.

의사에게 이야기를 들었다고 해도 대부분은 ‘손을 잘 안 씻어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서, 환절기라서, 세균에 감염되어서…’ 등등 귀에 닳고 닳은 이야기만 되돌아올 뿐이다.

『우리는 왜 아플까』(대리언 리더, 데이비드 코필드 지음, 배성민 옮김, 동녘사이언스, 17000원)는 누구나 한 번쯤은 고민했을 질문, “왜 나는 병에 걸렸을까?”에 대한 대답을 명쾌하게 들려준다. 그 원인을 풀어가는 열쇠는 바로 심리학과 정신분석학이다.

이 책은 병의 원인을 한 사람의 소소한 일상과 삶에 주목해 찾는 새로운 접근 방식을 보여준다. 또한 독자들의 흥미를 끌만한 우리의 마음과 질병의 상관 관계와 그와 관련한 환자의 사례들이 풍부하게 담겨 있다.

저자는 우리가 아픈 원인을 알기 위해서 먼저 우리의 마음과 몸의 관계를 잘 읽어야 한다고 말한다. 보통 질병은 분명하게 규정되며, 하나의 원인에 하나의 치료법이 있다고 생각한다. 세균에 감염되어 항생제를 처방할 때, 바로 이런 생각이 전제되어 있다. 하지만 저자는 이런 생각들은 우리가 앓는 질병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다고 말한다. 세균에 감염이 됐다면, 우리의 과거와 현재의 ‘삶’이 그 감염과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정신분석학자와 과학자가 함께 밝히는 질병의 비밀

현대 의학은 병의 원인을 찾을 때 심리 영역을 거의 다루지 않는다. 세균이나 바이러스 혹은 유전자에서 원인을 찾다가, 거의 모든 심리·환경적 요인들을 설명할 수 있는 힘을 가진 ‘스트레스’라는 도구로 그것들을 덮어 버린다. 결국 우리가 아픈 것은 감염질환이거나 유전자의 영향 때문에, 아니면 스트레스가 심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대 의학의 설명에 묻혀 환자 개개인의 삶은 그저 다루기 까다롭고 번거로운 것이 되고 말았다. 저자는 이 책에서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가며 질병의 발병 과정을 이야기한다. 당뇨병 치료를 거부하는 한 소녀의 이야기, 몸에 나타난 증상이 아버지를 뜻하기에 그 증상을 포기할 수 없었던 딸, 부정적인 암시로 아들을 죽게 만든 어머니 등, 라캉과 프로이드가 환자들을 상담하고 분석해서 내어 놓은 사례가 담겨 있어 읽는 흥미를 더한다.

또한 이 책은 프로이트가 밝힌 언어의 비밀이 환자들 사례를 통해 ‘몸’으로 드러나는 것을 보여준다. 또 사랑, 관심이라는 감정이 미움, 질투, 분노라는 감정보다 얼마나 강력한 동인으로 한 인간에게 영향을 끼칠 수 있는지도 들려준다.

저자들은 특히 우리가 일상 속에서 사용하는 ‘언어’ 혹은 ‘말’이 갖는 힘에 주목한다. 언어가 만들어내는 의미의 연결망을 통해 ‘상징적’으로 경험한 충격이 병을 유발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다른 사람들과 싸우거나 실망을 했을 때 경험하는 충격은 실제로 우리 몸에 충격을 준다. 신체의 여러 증상들은 그 자체로 이미 하나의 상징적인 신호이자 외침이기 때문이다. 혹은 반대로 신체의 증상들은 그러한 신호와 외침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때 발생하기도 한다는 것을 실제 사례를 들어 보여준다.

저자들은 단순히 정신적인 요인들을 강조하는 것이 아니라, 정신적인 요인들을 처리하는 방식을 문제 삼는다. 중요한 것은 외부의 정신적 혹은 사회적인 충격 그 자체가 아니라 그 충격을 처리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절망감과 무력감을 표현하는 것은 절망감과 무력감 그 자체와는 다른 것이라는 것이 저자의 설명이다. 이 책은 정신분석학자와 과학자가 함께 현대인의 질병과 그 원인을 탐구했다는 것도 이색적이다. 슬라보예 지젝과 함께 난해한 라캉의 정신분석 이론을 대중들에게 소개해온 정신분석학자 대리언 리더와 인공두뇌학을 연구하는 과학자 데이비드 코필드가 서로 협력해 질병과 우리 마음의 연결고리를 밝혔다는 점은 학문적 협력 작업의 훌륭한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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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대니어 리더 Darian Leader

영국 런던에서 개업해 활동하는 정신분석가로, 런던 프로이트 분석연구센터의 창립 멤버이자 미들섹스 대학교 정신분석센터의 명예 방문교수이다. 영미권에서 라캉 연구의 권위자로 널리 알려져 있으며, 슬라보예 지젝과 함께 복잡하고 난해한 라캉 이론을 대중에 소개하는 데 기여해왔다.

정신분석적 통찰을 바탕으로 우리 시대의 사랑, 일상, 예술의 다양한 면면을 독창적 시각으로 풀어내는 글쓰기에 탁월한 작가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어두워질 때 연인들이 하는 약속들』이라는 책으로 영국 일간지 가디언으로부터 “자아를 탐구하는 움베르토 에코”라는 찬사를 받기도 했다. 

저자 – 데이비드 코필드 David Corfield

인공두뇌학과 응용수학을 연구하는 과학철학자. 막스플랑크연구소 생물 인공두뇌학 연구원으로 활동했고, 캠브리지대학교와 옥스퍼드대학교에서 과학사와 과학철학을 가르쳤다. 인체에서 발생하는 숫자의 통계를 가지고 질병을 설명하는 응용수학에 관심을 두고 연구하고 있다.

정신신체의학에 대한 관심으로 정신분석가 대리언 리더와 함께 이 책을 썼으며, 이와 관련한 블로그(http://golem.ph.utexas.edu/category)도 운영하고 있다. 현재 켄트대학교 유럽어문학부 교수로 일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진정한 수학철학을 위하여Towards a Philosophy of Real Mathematics》 등이 있다.

역자 – 배성민

학원에서 철학과 환경교육을 공부했고, 졸업 후 파라클레(학습컨설팅)를 운영한다. 틈틈이 번역을 하면서 지식 소개에도 힘을 쓴다. 옮긴 책으로 《누가 포스트모더니즘을 두려하는가?》(공역), 《유기적 공동체》(공역)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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