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자로 철학하다
        2011년 03월 26일 11:15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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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는 도대체 이런 것을 어떻게 알았을까? 한자어 낱말 하나에서 풀어내는 뜻과 용례들의 다양성에 놀랍다. 낱말에 담긴 수많은 뜻의 나열이 그다지 지루하지도 않다. 아니 단박에 읽어낼 만큼 흥미진진하다. 무엇보다도 뜻의 다양성은 ‘생각의 가능성’을 포함한다. / 김진호(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 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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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낱말의 우주』(우석영 지음, 궁리, 25000원)는 특별한 사상의 조각만을 하나씩 들여다보는 철학서가 아니다. 그보다는 우리가 평소 쓰는 말, 단어 하나하나를 살펴보며 함께 사색하고 자연스레 철학해보자고 권하는 책이다.

    마치 어린아이가 글을 처음 익힐 때 하나의 단어를 꾸준히 되뇌고 사용하며, 그 뜻이 세상의 수많은 언어 속에서 어떤 의미와 가치를 지니는지를 살폈던 것처럼 그렇게 하나씩 함께 단어 하나를 두고 충분히 익혀가듯 하는 ‘낱말로 철학하기’이다.

    물론 이런 저자만의 철학하기는 그냥 나온 것이 아니다. 한국과 호주를 거치며 오랫동안 사회학, 문학, 철학을 두루 섭렵하고 적지 않은 책들을 읽으면서 동서양의 사상을 연구해왔기에 가능했다.

    특히 저자의 연구는 류영모, 김흥호의 철학을 위시해, 『주역』,『논어』 등의 동양고전과 아리스토텔레스, 데카르트, 찰스 다윈, 가스통 바슐라르, 모리스 메를로퐁티, 오르테가 이 가세트, 요한 하위징아 등에 집중하면서 한 글자 낱말의 철학을 동서양의 넓은 스펙트럼으로 펼칠 수 있었다. 이 책은 분명 한자어가 열쇠가 되고 있지만 그 대상은 동아시아를 넘어 드넓은 우주로 나아가는 사색이다.

    저자는 110여 개의 중요 한자어를 선정해 그 쓰임과 의미부터 시작해, 그렇게 만들어진 연원을 함께 추적해간다. 그런데 왜 한자일까? 오늘날 쓰이는 상용어 중 거의 유일하게 표음문자가 아닌 표의문자이며 동시에 상형 문자의 형태를 고스란히 간직해오는 한자는 그 자체로서 하나의 픽토그램이기에 언어로 철학하는 데 아주 유용하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에게 한자라는 문자는, 그 하나하나가 문자가 창제되었던 시기로부터 오늘날에 이르는 전통을 거의 변함없이 그대로 보존하고 있는, 지구상의 거의 유일한 상용 문자로서 고대를 탐구하기에도, 사상과 감성의 문화 전통을 탐구하기에도 더없이 적절한 문자이다.

    특히 동아시아 문화권에 속한 우리에게는 한자가 그렇게 만들어질 수밖에 없었던 탄생 이유 자체가 사물과 생각이 글에 담긴 과정을 추적해가는 데 풍부한 레퍼런스를 제공하기에 그 어떤 언어보다 소중한 사상의 보고로서 기능한다. 『낱말의 우주』는 그렇게 ‘말의 숨은 그림’으로 ‘오늘을 되묻는 철학’을 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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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 – 우석영

    연구보다는 시서화 창작을 (즉 놀이를) 더 좋아하는 인문사회과학 연구자이자 문필가. 작품의 완성보다는 선(禪)에 관심을 둔 아마추어 서화가. 녹색정치 소식지 《하모니아》의 공동발행인이기도 하다. 연세대학교, 시드니 대학교 대학원, 뉴사우스웨일즈 대학교 대학원을 유랑하며 사회학, 문학, 철학(세부전공: 창조성의 존재론) 분야의 내공을 쌓았다. 그러나 물리적 시간으로도 심리적 시간으로도 학교보다는 산중에서, 도서관에서, 서재에서 홀로 연마한 독학자에 가깝다.

    옮긴 책으로 『살아 있는 민주주의』, 『Not For Profit』(근간), 『Down to the Wire: Confronting Climate Collapse』(근간) 등이 있고, 논문으로 「작가와 독자의 존재론: 사르트르, 바르트, 바슐라르」(영문)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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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디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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