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석패율? 지역문제 빌미, 영호남 지역당 강화
        2011년 03월 24일 04:44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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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석패율 제도’가 정치권의 핵심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석패율 제도는 지역구에 출마하는 후보를 비례대표로 중복 입후보할 수 있게 해 지역에서 낙선하더라도 일정 수준 이상의 득표율을 기록한 후보에게 의석을 주는 방식으로, 지역주의 극복을 위한 하나의 방안으로 거론되어 온 제도다.

    한나라-민주당, 긍정 반응

    이를 제기한 것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로, 선관위는 한 정당이 특정 지역에서 의석수의 3분의1 이상을 차지하면 중복 입후보할 수 없도록 해 사실상 영남과 호남에서만 석패율제가 시행되도록 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에 대해 한나라당 안상수 대표는 “지역주의 완화를 위해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며, 민주당 손학규 대표는 “적극 검토하겠다”며 긍정적으로 반응했다. 

    하지만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 등 진보정당들이 이에 반대하고 나섰다. 우위영 민주노동당 대변인은 23일 “석패율 제도가 영호남에서 민주당, 한나라당 국회의원을 배출하는 효과를 가질지 몰라도, 정치개혁 과제를 수행하는 데 대단히 부적절하다”며 “석패한 후보들을 비례대표에 등록시킬 경우, 결과적으로 정당명부 비례대표제의 취지는 훼손되고 말 것”이라고 말했다.

    우 대변인은 한 발 더 나아가 “지역주의에 기생해 양당 정치를 고착화시켜온 양대 정당이 이제와 지역주의를 극복하자며 석패율을 도입해 사실상 비례대표제의 축소하려는 것은 우리 정치개혁에 완전히 역행시키는 지극히 무책임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을 향한 강한 비판으로, 24일도 논평을 통해 “민주당은 석패율 논의를 즉각 중단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심재옥 진보신당 대변인도 “석패율제는 한국정치의 고질적 병폐인 지역주의 해소 방안으로 검토 여지는 충분하나 선거제도에 대한 전면적 개혁방안 마련 없이 석패율제 도입만이 한국정치의 모든 문제를 해결할 것처럼 생각하는 것은 환상”이라며 “또한 현재 비례대표 정원을 그대로 둔 채 석패율제가 도입되면 비례대표제의 취지를 무력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현직의원이나 유력 인사에 유리한 방식인 석패율제는 자칫 지역감정 해소라는 명분으로 다양한 가치와 소수자 권익 옹호라는 비례대표의 취지를 무력화할 것”이라며 “결과적으로 지역주의 해소엔 도움될지언정 한국정치의 다양화라는 과제에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하고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의석 나눠먹기로 전락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진보정당, 비례대표제 훼손 가능성

    왜 진보정당들이 이에 반대할까? 무엇보다 현 선거제도 하에서 석패율제를 도입하는 것은 한나라당과 민주당에게 유리하지만, 진보정당의 의석확대에 도움이 될 가능성이 없기 때문이다. 또한 진보정당이 국회에 진출할 수 있었던 가장 중요한 계기인 비례대표제가 훼손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이에 반대하는 이유다.

    석패율이 지역구 후보들을 비례대표로 전환하는 방침인만큼 직능, 사회적 소수자를 배려하기 위해 만들어진 비례대표 제도를 전면 훼손한다는 것이 진보진영의 주장이다. 특히 사실상 유일하게 석패율을 시행하고 있는 일본에서 계파정치가 심해지고 중진의원들만이 혜택을 입는 등 부작용이 심해지고 있다는 것도 석패율제도에 반대하는 근거다.

    최규엽 민주노동당 새세상연구소장은 “진보정당이 가지고 있는 의석이 얼마 되지 않는 상태에서 기본적으로 석패율 제도의 도입이 진보정당에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며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호남과 영남에서 각각의 조직력을 확대할 수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박철한 진보신당 정책실장도 “지금의 선거제도에서 석패율을 도입해봐야 이익을 보는 것은 보수정당들 뿐, 진보정당에는 좋을 게 없다”며 “보수정당에겐 고질적인 지역정치구도를 넘어 전국정당화의 알리바이를 줄 수는 있지만 이것이 비례대표제의 원칙을 훼손하는 만큼 진보정당에는 좋지 않다”고 말했다.

    때문에 진보정당들은 석패율 도입 논의에 앞서 비례대표제 확대 등의 선거제도 개편을 이루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최규엽 소장은 “지금 중요한 것은 독일식 선거제도 형태로 선거제를 개편하는 것”이라며 “보수정당들이 석패율을 도입해도 후보들을 당원들이 뽑지 않고 현재의 공천제도를 유지한다면 한국정치에 있어 부작용도 높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승수 진보신당 대표는 24일 <PBS>라디오 인터뷰에서 “선관위가 제출한 석패율 제도는 이른바 지역주의를 타파해서 호남에서 한나라당, 영남에서 민주당이 당선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에는 공감을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조 대표는 “현재와 같이 비례대표가 소수인 상황에서 석패율 제도를 시행할 경우 그 성과가 오히려 거대 여야 정당이나 혹은 다선 의원들 쪽으로 혜택이 치중되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오히려 비례대표를 전면적으로 확대하는 것과 함께 검토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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