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동자, 09년 임금 동결→10년 삭감
    회사, 2450억 이익→교섭거부→징계
        2011년 03월 24일 01:37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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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워크아웃 사업장의 노동자들은 목소리가 사라진다. “기업이 살아야 고용이 보장된다.”는 생각에 경영의 잘못을 노동자가 떠안았음에도 조용하다. 친하게 지냈던 동료들의 관계도 소원해 진다. 워크아웃을 이유로 회사가 정리해고까지 들이밀면 현장은 ‘산 자’와 ‘죽은 자’로 나뉘어 꽁꽁 얼어붙는다.

    2010년 초 금호타이어 현장이 그랬다. 2009년 말 경영악화로 워크아웃에 돌입한 금호타이어는 노동자들에게 임금을 지급하지 않았다. 지난해 2월 1일 노조 측에 정리해고를 포함한 인력구조조정안과 임금 삭감을 요구했다. 현장은 위축됐다.

    상생은 없다, 흑자 내고 대량 징계

    금호타이어지회는 회사의 일방적 요구에 반발했지만, 결국 정리해고를 철회시키는 대신 임금 반납과 일부공정의 ‘도급화’ 인정, 워크아웃기간 무쟁의 선언 등을 합의했다. 이른바 ‘양보교섭’이었다.

    하지만 회사는 지난 해 영업이익이 2449억4739만원을 기록하면서 흑자로 전환됐다. 같은 기간 매출은 전년보다 42.6% 증가한 2조7019억9023만원, 당기순이익도 420억8830만원을 기록했다.

    흑자 요인은 중국 중심의 수요 급증과 이에 따른 사상 최고의 판매가격 그리고 원재료인 천연고무 가격의 하락 등 수급 사정의 호전과 함께 생산량의 증가도 중요한 부분을 차지했다. 회사 측 관계자도 언론에 “생산량 증가와 판매량 증가 및 판매단가 인상 등으로 흑자전환에 성공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회사는 고통은 강요하고, 실적은 나누지 않았다. 노동자들이 참을 수 없어서 들고 일어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반응이다. 조합원들이 들고 일어섰다. 노동조합 간부조차 놀랄 정도다.

    지난 3월 5일 지회는 도급화 저지를 위한 휴일 연장근무 거부투쟁에 돌입한 데 이어 11일 노동위원회에 쟁의조정신청 접수했다. 지난 17일 파업찬반 투표에서 78.09% 찬성을 기록했으며 22일 쟁의대책위원회를 구성했다.

    하지만 회사는 ‘이익 공유’는커녕 업무방해, 무단결근, 폭언 등 각종 꼬투리를 잡아 지회 간부들을 대량 징계하면서 노조 측을 자극하고 있다. 22일 현재 지회 간부 및 대의원 18명에게 징계가 떨어졌으며, 이 중 광주와 곡성 지회장을 비롯한 13명의 간부들이 징계 해고됐다. 사측은 징계위원회를 계속 개최하는 중이어서 이 숫자는 앞으로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직장폐쇄 통해 노조 와해 가능성"

       
      ▲김봉갑 지회장(사진=신동준) 

    회사의 이 같은 무리한 노조 탄압에 대해 김봉갑 지회장은 “회사가 노조 깨는 전문 컨설팅 업체를 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아무리 봐도 회사의 탄압이 상식적이지 않다”라며 “사측이 직장폐쇄를 통해 민주노조를 와해시키는 작전을 짜고 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회사의 이 같은 강도 높은 노조에 대한 공격에도 불구하고 현장은 끓고 있다. 회사가 일반 조합원들까지 징계를 하겠다고 수차례 ‘협박’했지만 통하지 않았다.

    김 지회장은 “조합원들이 자발적이고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있고 노조간부조차 놀랄 정도의 기세니 사측은 아마 간담이 서늘할 것”이라며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차갑게 식었던 현장 분위기가 워크아웃 사업장답지 않게 다시금 뜨거워진 이유는 무엇일까.

    김 지회장은 무엇보다 조합원들은 너무 많은 것을 빼앗겼다는 인식이 강하다고 했다. 지난해 교섭으로 실질임금은 40% 가량 줄었다. 2009년에도 임금이 동결됐으니 정상적인 수준으로 임금이 인상됐다면 지금의 두 배는 받아야 하는 셈이 된다.

    김 지회장은 “20년 일한 사람이 월 1백30~1백40만원만 받고 있다 보니 조합원 아내들도 맞벌이에 나서고 있는데, 마트에서 일한지 6개월밖에 안된 아내가 20년 일한 조합원보다 더 많이 벌어오는 경우도 있다”고 전한다.

    20년 근속자가 월급 1백30만원

    강화된 노동 강도도 문제다. 생산량이 평균 12% 늘었는데, 직무에 따라 평소보다 30% 이상 노동 강도가 높아진 경우도 있다. 김 지회장은 “이로 인해 근골격계 산재환자들이 늘고 있는데, 회사는 이를 해결하기는커녕 조합원들이 일을 제대로 하는지 점수를 매기면서 현장을 압박하고 있다”고 말했다.

       
      ▲3월 9일 사측의 전환배치 강행을 저지하기 위해 금호타이어지회대의원들이 현장투쟁을 하고 있다.(사진=금호타이어 곡성지회)

    하지만 무엇보다 워크아웃에도 불구하고 금호타이어 실적이 급격히 호전됐음에도 노동자들에게 고통만 계속 강요하는 회사 측의 태도가 조합원들이 불만에 불을 질렀다. 김 지회장은 “같은 금호그룹 계열사들은 워크아웃 위로금까지 직원들에게 지급하고 있는데, 금호타이어는 지난해 2천4백50억 원에 달하는 영업이익을 내고도 최소한의 성의는커녕 노조와의 교섭조차 거부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회는 양보의 대가가 ‘공생’이 아니라 노조 무력화와 노동자들의 일방적 고통 분담을 강요하는 회사에 맞서 ‘승리의 반격’을 내걸고 대대적인 투쟁을 준비하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지회는 투쟁에 앞서 먼저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다.

    현재 지회 집행부는 2010년 교섭 평가를 놓고 그 해 5월 지회 전 집행부가 조합원 총회에서 탄핵당한 뒤 보궐선거를 통해 구성됐다. 때문에 조합원들로부터 노동조합 자체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정송강 금호타이어 곡성지회장.(사진=신동준) 

    빼앗긴 것 되찾는 싸움

    김 지회장은 이와 관련해 “자포자기 상태였던 조합원 마음에 다시 희망을 심어주기 위한 일이 쉽지 않아 노조간부들의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라고 털어놓는다. 지회 간부들은 매일 조합원 간담회와 집회를 열며 조합원들의 의지를 모아내기 위해 분투하고 있다.

    교대시간과 식사시간을 이용할 수밖에 없는데 근무형태가 4조 3교대이기 때문에 하루에 다섯 번이나 집회를 열어야 한다. 각종 경찰조사와 노동부 조사에 출석하는 일도 다반사다. 회사가 징계해고를 남발해 지회 간부 아내가 우울증에 걸리거나 심지어 이혼한 경우도 있다고 전한다.

    다행히 이 같은 지회 간부들의 헌신에 조합원 마음이 움직였다. 정송강 금호타이어 곡성지회장은 “징계해고로 간부들이 생활비가 부족한 것을 아는 조합원들이 쌀을 가져다주기도 하고, 이름을 숨긴 채 돈 봉투를 놓고 가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정 지회장은 “조합원들이 조금씩 지회 집행부의 진정성을 인정해 줘 힘이 난다”고 덧붙인다.

    22일 지회 긴급임시대의원 대회장에서 만난 이기승 지회 대의원은 “2010년 혼란에도 불구하고 조합원들은 아직 노동조합으로 뭉쳐야 살 수 있다는 믿음을 놓지 않고 있다”며 “이번 싸움의 승리를 통해 이러한 믿음을 현실로 보여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노조 내부 조직 정비 급선무

    이 과정에서 금속노조의 역할도 중요하다. 노동조합에 대한 조합원들의 신뢰는 회복돼 가고 있지만 그 신뢰가 아직 금속노조까지 이어지고 있지는 않다는 것. 이 대의원은 “금속노조가 단일 산별노조라면 산하 지회가 그릇된 판단을 하더라도 이를 바로잡을 수 있어야 하는데, 지난해 금속노조는 그 실력을 보여주지 못해 실망감을 안겨줬다”고 지적한다.

       
      ▲3월 22일 금호타이어 광주공장에서 열린 지회 임시대의원대회에서 지회 집행부와 대의원들이 회사의 노조탄압을 규탄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사진=신동준)
     

    금호타이어지회는 설립 당시부터 금속노조에 가입한 것이 아니라, 기업별노조 형태로 화학섬유연맹 소속이었다가 지난 2008년에 금속노조에 가입했다. 이 대의원은 “당시 기업별노조로는 살아남을 수 없다고 조합원들을 설득했는데, 지금이라도 조합원들 피부에 와 닿는 근거를 금속노조가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정송강 곡성지회장도 “회사는 올해 복수노조법 시행 이후 어용노조를 준비할 가능성이 높다”며 “이들이 금속노조 탈퇴를 공약으로 내걸었을 때 반박할 수 있으려면 이번 싸움에서 금속노조의 지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한다.

    * 이 기사는 금속노동자 ilabor.org에도 실려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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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디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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