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정아 스캔들 마케팅과 ‘뉴스 관음증’
        2011년 03월 22일 06:08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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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긴급> 신정아 “정운찬 전 총리가 호텔로 불러내…”(헤럴드경제) 신정아 “정운찬, 늦은밤 호텔바서 만나자더니…겉으론 고상한 척”(국민일보) 신정아 책에 나온 남자들? 노무현, 정운찬, 변양균…(경향신문) 신정아 “정운찬, 호텔서 만나 대놓고 내가 좋다고…”(프레시안) 신정아 “<조선> 기자가 택시에서 성추행하려 했다”(뷰스앤뉴스)….

    야릇한, 유혹의 뉴스들

    한국 사회를 들썩이게 했던 신정아씨가 다시 ‘뉴스메이커’로 돌아왔다. 22일 언론이 쏟아낸 기사 제목을 보자. 야릇하다. 궁금증을 유발시킨다. 헤럴드경제는 아예 ‘긴급’이라고 타이틀을 달았다. 경향신문은 ‘신정아 책에 나온 남자들’이라면서 실명을 열거했다. 앞서 언급한 언론만 이런 제목을 뽑은 게 아니다.

    상당수 언론이 야릇하면서도 자극적인 인터넷 뉴스 제목으로 누리꾼들을 유혹했다. 해당 기사를 클릭 할 수밖에 없는 유혹이 담겨 있다. 도대체 어떤 일이 있었기에 ‘호텔’ ‘남자들’ ‘늦은 밤’ ‘성추행’ 등의 기사 제목을 뽑았을까.

    신정아씨는 누구인가. 2007년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변양균 청와대 정책실장과 신정아 동국대 교수의 ‘야릇한 관계’가 뉴스의 초점으로 떠올랐다. 검찰은 대대적인 수사에 나섰고, 언론은 권력형 비리를 의미하는 ‘게이트’라는 타이틀을 달았다. 신정아씨의 학력위조 논란까지 논란은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지난 2007년 학력위조 사건 등으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신정아 씨가 22일 오전 롯데호텔에서 열린 자전적 에세이 ‘4001’ 출간 간담회에서 책을 쓰게 된 동기 등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신정아씨는 이 과정에서 언론과 여론으로부터 난도질을 당했다. 그의 사생활은 세세하게 폭로되고 인구에 회자됐다. 논란의 본질이 권력형 비리인지 변양균씨와 신정아씨의 스캔들인지 헛갈릴 정도로 언론은 보도경쟁을 벌였다.

    롯데호텔에서 출판기념회를?

    심지어 문화일보는 신정아씨 누드라고 주장라면서 의문의 사진을 지면에 내보내 파문을 일으켰다. 신정아씨는 여성으로서 견딜 수 없는 상황을 경험해야 했다. 신정아씨를 둘러싼 의혹과 그의 행동, 학력위조 논란과 무관하게 언론이 당시 자행했던 ‘사생활 들추기’와 ‘뉴스 관음증’ 경쟁은 반성할 대목이다.

    동아일보 독자인권위원회 김일수 위원장은 2007년 9월 17일 신정아 사건 보도와 관련한 좌담회에서 “뜨거운 관심사라는 독자들의 열망과 감정만 충족시키려고 상업적 이윤 추구에 매달려서는 언론으로서의 공적인 당위성을 찾을 수 없게 된다. 클릭 수를 늘리려 하기보다 정도를 지켜 나가려는 자세가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언론은 달라졌을까. 반성했을까. 세상을 뒤흔들었던 신정아씨가 다시 언론 관심의 초점으로 등장했다. 3월 21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자전 에세이 ‘4001’ 출판 기념회를 열었다. ‘4001’은 신정아씨가 감옥에 있던 시절 수감 번호이다.

    수많은 언론이 취재에 나섰다. 신정아씨는 세상을 떠난 아버지 얘기를 하면서 눈시울을 붉혔다. 신정아씨가 겪었던 여성으로서의 수치심을 생각한다면 안타까움을 공유할 수도 있겠지만, 출판 기념회라는 자리라는 점을 생각한다면 평가는 달라진다.

    이날 출판사 사장은 “변양균 전 실장과의 관계, 학력위조 사건 등 기존에 알려져 있던 것들과는 다른 부분이 세부적으로 기록돼 있다”고 설명했다. 수많은 언론을 앞에 두고 그 비싼 롯데호텔에서 출판기념회를 연 까닭은 결국 책을 많이 팔기 위한 ‘마케팅’ 전략이다.

    이게 긴급 뉴스인가?

    책 장사 마케팅은 이미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 언론이 수많은 기사를 쏟아냈다. 책을 사보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자극적이고 야릇한 제목을 뽑았다. ‘신정아 스캔들’을 마케팅 소재로 삼은 주체는 출판사뿐일까. 언론도 이와 무관치 않다.

    언론은 ‘뉴스 관음증’을 부추기는 자극적인 제목 뽑기로 쏠쏠한 재미를 봤다. 클릭 수가 보장된 이러한 뉴스는 곧 ‘돈’과 직결된다. 인터넷 공간에서는 많은 클릭을 유발하는 뉴스가 광고수익과 직결되고 언론에 ‘부’를 가져다준다.

    말초 신경을 자극하는 뉴스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결정적인 단점도 있다. 그런 뉴스에 대한 유혹에 빠지면 해당 언론의 ‘무게감’은 떨어지게 된다. 언론의 힘이 약화된다. 그냥 장사치 이상도 이하도 아닌 평가를 받게 된다.

    신정아 사건을 전하는 어느 언론은 ‘긴급’이라는 타이틀을 달았다. 정말 긴급한 사안일까. 정운찬 전 총리가 호텔로 불러내 어떻게 했다는 말인가. 그것이 ‘긴급’이라는 타이틀을 달 정도의 뉴스인가.

    책이라는 소재는 기본적으로 신정아씨의 주장을 근거로 한다. 상대의 반론이 제대로 보장되지 않는다면 명예훼손으로 직결될 수밖에 없는 위험한 기사들이다. 그런 위험한 기사들이 차고 넘친다. 당사자들은 속을 끓일 수밖에 없다. 사실이 아닐 경우 더욱 그렇다.

    클릭 수의 노예가 되다

    신정아씨에게 사랑의 감정을 전한 누군가가 있다고 해도 그것이 얼마나 뉴스의 가치가 있는지는 생각해볼 일이다. 언론은 이를 서둘러 전파하면서 ‘클릭 수 증대’라는 반대급부를 얻었지만, 진보와 보수 언론 할 것 없이 ‘클릭 수 노예’가 된 현실의 반영은 아닐까.

    서글픈 일이다. 참담한 일이다. 더 참담한 일이 있다. 한때 언론이 뜨거운 관심을 보였던 인물, 고 장자연씨는 여전히 세상을 호령하는 악마들에 맞서 외로운 저항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세상을 떠나면서까지 그 악마들을 심판해달라고 호소했고, 수많은 언론이 정치인이 시민들이 이에 공감했지만, 장자연 영혼을 유린했던 그 악마들은 여전히 미소를 짓고 있다.

    언론이 ‘긴급’ 타이틀을 내걸며 신정아씨의 사생활 들추기에 나서는 그 노력만큼, 수고만큼 한을 남기고 세상을 떠난 장자연씨의 억울한 사연을 파헤치고자 노력하면 어떨까. ‘클릭 수’는 덜 나올지 모르겠지만 사실 확인도 되지 않은 특정 개인의 사생활을 속보로 쏟아내는 모습보다는 적어도 더 언론다운 모습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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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디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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