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분당 배경 패권주의, 뼈저리게 인정"
    "종북 규정 부적절… 비판하되 존중"
        2011년 03월 21일 05:45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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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의 전현직 지도부와 민주노총의 전직 위원장들이 참석해 관심을 모았던 진보 대통합 토론회에서 두 당의 토론 참여자들이 반성과 성찰을 하고 나서 눈길을 끌었다. 이들은 통합 논의 과정에서 핵심 쟁점으로 부각될 ‘북한 문제’와 ‘패권주의’에 대해 솔직한 입장을 공개적으로 토로했다.

    상호 이해 토대 구축 가능성 보여줘

    21일 오전 새세상연구소가 주최한 ‘진보대통합, 확실히 매듭을 풀자’토론회에 참석한 인사들은 양 당에서 이른바 ‘통합파’로 분류되는 사람들이다. 임성규, 조준호 민주노총 전 위원장도 같은 입장이다. 이날 토론 참석자들 사이에서는 양 당 사이의 골을 깊게 패이게 만든 종북주의와 패권 문제에 대해 상호 이해를 위한 토대 구축의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또 하나의 관심사는 ‘진보대통합과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을 위한 제 진보진영 대표자 연석회의(이하 연석회의)’ 내에서 민주노총이 강하게 요구하고 있고, 최근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가 제안한 양 당의 선통합 문제다. 민주노동당 주류가 이를 강하게 주장하고 진보신당이 이에 대해 난색을 표하는 가운데 이날 토론자들은 그것이 ‘전제 조건’이 아니라는 점에서는 뜻을 같이 했다. 

       
      ▲진보대통합 토론회(사진=새세상연구소 제공) 

    윤난실 진보신당 부대표는 종북문제와 관련 “새로운 진보정당은 과거 진보정당의 오류와 한계를 극복하고 진보정치의 혁신을 통해 미래로 나아가야 한다”며 “북한 문제에 대해 할 말은 하되, 북한 당국을 한반도 평화정착과 평화통일의 상대로서 존중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종권 진보신당 부대표도 “종북이니 반북이니 비북이니 연북이니 규정은 적절치 않다”며 “북한은 우리와 특수관계이고, 3대 세습, 핵실험 등은 남한 국민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며 “필요하면 친북도, 비판도 해야 하는데 다만 남한 국민들의 상식적-합리적 시각과 자주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 부대표는 “종북주의의 언어사용은 부적절했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이는 지난 3월 14일 민주노동당 최고위가 확정한 ‘민주노동당 진보정치대통합 방안(안)’의 “한국사회에 기반한 자주적이고 독립적인 정당의 위상을 분명히 하되, 북한 당국을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위한 대화와 협력의 상대로 존중하는 자세를 견지한다”는 내용과 크게 차이가 나는 내용이 아니다. 

    "종북주의 언어 사용 부적절"

    하지만 김성진 민주노동당 최고위원은 “진보신당 전국위원회에서 북한에 대한 언급이 있는데 이는 지난 시기 종북주의 운운을 연상케 하기에 충분하다”고 말했고, 김창현 울산시당 위원장은 “종북 논쟁은 대규모 탈당과 진보신당의 창당에 대한 이념적 근거로 제출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며 “이는 종북 소동에 가까웠다”고 비판했다. 김창현 위원장은 이로 인해 민주노동당 당원들의 상처가 아물지 않았지만, 사과를 전제하지 않고 ‘소동’이라는 표현으로 이 문제를 규정하는 ‘함의’를 이해해 줄 것을 요청했다.

    ‘패권주의’와 관련해서는 민주노동당 측 인사들의 발언도 눈에 띄었다. 김성진 최고위원은 “분당의 근본원인은 패권”이라며 “담합에 의한 독식구조가 분당의 근본 원인이었음을 뼈저리게 인정한다”고 말했다. 이어 “패권주의 문제는 당내 민주주의 확립을 통한 제도를 통해 우선적으로 해결해 나가야 하며 그 다음이 문화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창현 울산시당 위원장도 “우리는 생각이 다르고 살아온 환경이 다른 이들이 함께 집을 짓고 사는 방식과, 깨어지기 쉬운 유리그릇 다루듯 해야 하고 이를 위해 자주 소통하고 또 서로 양보해야 하는지를 잘 몰랐다”며 “당이 깨어진 후 좁은 정파의 울타리에 갇혀, 당의 미래를 위해 진지하게 대화하며 국민과 함께 더 큰 진보의 희망을 만드는 문제를 얼마나 등한시했는지 알았다”고 말했다.

    이어 “2004년 초대 최고위원 선거에서 민주노동당은 일인 7표제를 채택했고 싹쓸이 논쟁이 시작되었다”며 “2008년 총선을 앞둔 비례의원 선출방식을 둘러싼 결정이야말로 당을 함께 하기 힘들게 한 큰 원인이 되었고 대선후보 선출 과정과 결과는 이런 문제의 집약점으로 폭발하게 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빨리 대선 과정을 평가하고 다시 힘을 모아 총선을 돌파하자는 노력은 사라지고 대선 책임론과 분당론이 당의 중심 이슈가 되었다”며 “그동안 리더십을 공유할 수 없다는 좌절감과 대선 패배에 대한 절망, 이를 자초한 다수파의 무능과 그 패권적 태도에 대한 끝없는 분노가 결국 분당으로 치닫게 했다”고 말했다.

    진보양당 선통합 필요하나 전제조건 아냐

    정종권 진보신당 전 부대표는 이에 대해 “양 측의 입장이 상당 부분 좁혀든 것 아니겠냐”며 “다만 이 토론회 내에서 입장이 좁혀졌다고 해도 그게 전체의 입장이 좁혀진 것이라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부대표는 “자신들의 고민과 반성을 이번 토론회를 통해 밝힌 것이며 양당 당원들에게 메시지가 전달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선통합’문제와 관련해서도 양 측은 “선통합이 진보대통합(새로운 진보정당 건설)의 전제조건일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김창현 위원장은 “연석회의에서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의 흔쾌한 합의와 하나가 되기 위한 헌신적 노력이 필요하고 두 당의 통합선언이 대중적으로 먼저 이뤄지면 좋지만 그것이 꼭 전제조건이 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김성진 최고위원도 “양당이 통합의 중심이냐 아니냐 하는 문제는 지엽적인 논란에 불과하다”며 “정당은 정당대로 합당을 위한 합의를 도출해내고 절차를 밟아 가면 되고 더 중요한 것은 이 과정에서 어떻게 광범위한 진보진영의 결집을 이루어 낼 것인가 이며, 이러한 중차대한 역할을 연석회의가 맡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이밖에 윤난실 부대표가 “먼저 양 정당의 당원들은 출발선이 서로 다르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며 “우선 새로운 진보정당의 가치 기준, 건설 방식, 과거 진보정당 운동의 오류와 한계 극복 방안, 2012년 양대 선거 방침 등 내용과 원칙에 대한 합의 수준이 높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기존의 진보정당 당원 이외에, 아래로 부터의 대중적 참여운동을 통해 세력의 재구성 과정이 필요하며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 양당 모두 2008년 이전과 달리 이후 변화된 상황과 현실을 서로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하고, 중앙과 지역별로 상호 교류와 협력을 통해 신뢰를 높여나가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연석회의 힘 불어넣기 위한 대중참여 운동 필요

    정종권 전 부대표는 “새로운 진보정당은 최대한의 대표성을 가진 단일하고 통합된 진보정당을 만들어야 하며 과거의 관성과 문제점을 극복한 새로운 기풍과 문화를 가진 정당이 된다”며 “양당의 통합이 아니라 새로운 주체과 세력, 개인들이 대거 참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진보신당의 칼라TV 등 미디어 매체의 발굴, 당원들의 자발적 행동과 모임, 청년유니온과 같은 새로운 세대와 계층에 대한 접근, 신종플루 등의 의제에 대한 기동적인 정책 대응 등 양당이 보여주었던 업그레이든 된 정책, 조직, 문화가 보다 전면에 부각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비정규직 노동문제, 녹색과 여성 등 신사회운동과 생활밀착형 정치로 진보정당의 역할을 확대하고 넓혀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진 최고위원은 “각 당의 이해관계가 얽혀있고 내부의 사정 또한 만만치 않아 연석회의는 매우 취약하다”며 “연석회의에 힘을 불어 넣고 일을 성사시켜 나가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국민이 참여하는 대중운동을 펼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릴레이 선언운동도 좋고, 이른바 인증샷을 찍어 인터넷에 올리는 운동도 좋으며 새로운 당의 이름을 만들 국민 작명소는 어떨까”라고 제안했다.

    그는 이어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한 방법으로 참여하고, 그 범위가 점점 넓어져갈 때 연석회의는 그야말로 국민적 대의에 부응하는 합의를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라며 “이는 또한 많은 국민들을 새로운 통합진보정당으로 끌어들이는 기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창현 울산시당 위원장은 “각 당은 아래로 부터의 통합선언운동을 조직해 이 과정을 통해 통합에 대한 당원들의 힘과 지혜를 모아 가야 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모든 대중조직 또한 통합선언운동을 활기차게 전개하고 ‘진보대통합당 참여선언운동’을 펼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래로부터 통합선언운동 조직해야"

    그는 이어 “지역 판 연석회의를 구성해 ‘아래로부터 통합’을 실질적으로 실현해야 한다”며 “지역의 시.도당들과 민주노총, 전농을 비롯한 대중조직이 나서서 함께 공동선언, 공동투쟁, 공동 토론회, 공동 체육대회 등을 펼치면서 힘을 모아간다면 이 또한 진보대통합 협상에 힘을 실어주고 나아가 아래로부터 통합의 주체가 만들어지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임성규-조준호 전 민주노총 위원장들은 “현장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이것은 노동운동 자체 혁신도 필요하지만 진보정당의 분당과 분화가 좋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며 “진보대통합과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이 매우 중요한 과제”라고 얘기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는 민주노동당 새세상연구소의 주최로 이루어졌으며 윤난실 진보신당 부대표, 정종권 전 진보신당 부대표, 임성규 전 민주노총 위원장, 조준호 전 민주노총 위원장, 김성진 민주노동당 최고위원, 김창현 민주노동당 울산시당 위원장이 토론자로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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