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의 출마가 왜 기가 막힌 일인가?"
        2011년 03월 19일 12:42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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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3월 9일 전 이갑용 민주노총 2대 위원장이 울산 동구청장 보궐선거에 출마한다는 기자회견 소식을 들었다. 그러나 나 자신은 민주노총 중앙이나 당에 몸 담고 있지 않아서 별로 도움이 될 것이 없다. 사실 이번 4.27 보궐선거는 강원도지사 선거가 이슈라서 울산 동구청장 선거는 사람들이 잘 알지도 못한다.

    기막힌 일이 벌어졌다고?

    그런데 3월 17일 저녁 <민중의 소리> 김경환 기자가 “울산 동구에서 벌어지는 기막힌 일입니다!”라는 제목으로 독자들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으로 메일을 보내왔다. 많은 사람들에게 보낸 것으로 알고 있다.

    요지는 민주당과 민주노동당이 후보를 단일화 해 민주노동당 후보가 한나라당 후보와 1:1로 선거를 치르게 되었는데 느닷없이 무소속의 이갑용이라는 사람이 나와서 고춧가루를 뿌리느냐는 취지였다. 나는 즉시 김경환 기자에게 답신을 보냈고 몇 사이트에도 내용을 공개했다. 그 내용의 요지는 이렇다.

    민주노동당과 민주당의 후보 야권단일화 문제는 두 당의 선택이니까 관여할 생각은 없다. 그러나 두 당이 후보를 단일화했기 때문에 무소속으로 이갑용 전 위원장이 출마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에는 동의할 수 없다. 민주노동당이 울산의 진보진영과 노동자를 대표하는 것도 아닌데 이런 주장을 하는 것은 매우 잘못된 일이다.

    설령 대표성을 갖는다 하더라도 민주주의 사회에서 개인의 피선거권을 제한할 수 없다. 야권단일후보라면 반MB‧한나라당 후보를 말한다. 그러나 현재 야당은 민주당‧민주노동당‧진보신당‧국민참여당‧자유선진당‧창조한국당 등이 있다. 알려지기로는 민주당과 후보를 단일화 했다고 한다.

    최소한 진보정당끼리 단일화한 것도 아니다. 진보정당이라 하더라도 민주노동당 분당 당시 탈당해 진보신당 등으로 가지 않은 노동자들도 많고 최근에는 진보정당에 지지를 철회한 노동자들도 다수다. 그런데 민주당과 단일화한 후보 외에는 출마할 수 없다는 주장을 공개적으로 하고 있는 것이다.

    당선만을 위한 단일화

    특히 민주당과 후보단일화한 것을 두고 지역의 유권자와 노동자들에게 강요하는 것은 매우 잘못된 일이다. 민주당 정권 10년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모르겠지만, 민주노동당이 오직 당선을 위해 민주당과 후보를 단일화했다면 조용히 선거를 치르면 될 일이라고 생각한다.

    반한나라당이 아니라 왜 민주노동당이 되어야 하고, 지금 후보가 왜 되어야 하는지를 말하면 된다. 그런데 다른 출마자에 대해 한나라당을 당선시키기 위해 출마했느냐고 윽박지르는 것은 매우 옳지 못한 태도다. 그런데 문제는 거기에만 있지 않다. 민주노동당은 지금 민주당이 야당이기 때문에 반MB‧한나라당을 위해서 후보를 단일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내 생각은 다르다.

    민주당 정권 10년은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정책과 대규모 정리해고, 공무원노조탄압, 삼성 등 재벌경제 옹호, 비정규직 400만명 증가, 한미FTA등 전방위적 FTA추진, 미제국주의 용병으로 이라크 침략전쟁 파병, 노사관계 로드맵 추진, 비정규직 악법 제정, 동북아 금융허브 추진을 통한 투기자본(론스타, 상하이 자동차 등)의 먹튀 허용, 미군의 향후 100년 주둔 평택미군기지 이전 등을 실행했다.

    이뿐 아니라 새만금‧고속철도 공사강행을 통한 환경파괴, 원전(폐기장)건설추진, 경찰에 의한 노동자‧농민 학살, 그리고 노동자 2000명을 구속시키는 등 철저하게 재벌과 기득권 세력, 다국적기업과 초국적 금융투기자본 그리고 제국주의의 이해에 충실한 신자유주의 정책을 추진했다.

    이갑용 전 위원장은 김대중 정부의 신자유주의 구조조정과 정리해고에 맞서 투쟁했고 노무현 정권 때는 공무원 파업을 지지하며 공무원들의 징계를 거부하다 집행유예를 선고받아 구청장 임기도 채우지 못하면서도 노동자와 진보정치의 원칙을 지켜왔다. 나도 이 과정에서 한미FTA와 비정규직 악법제정에 반대하다 구속되고 해고되었다.

    기억상실 아니면 이성마비

    지금 이명박 정권이 추진하는 한미‧한EU FTA,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에 대한 폭력진압과 정리해고에 따른 14명의 죽음, 투기자본 론스타의 외환은행 매각을 통한 먹튀, 공공기관 선진화로 포장된 민영화와 구조조정 등 신자유주의 정책은 김대중, 노무현 정권의 연장선상에 있을 뿐이다.

    야당인 민주당이 최근 한나라당과 합작으로 노동자 파견을 정당화하는 직업안정법 개악을 합의한 바 있고, 노동자와 농민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농협법을 강행 통과시켰다. 지난 시기 민주당 정권이나 야당이 된 지금의 민주당이 신자유주의 정책과 관련하여 노동자 민중의 진보정치의 관점에서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민주당과 연대를 말하는 사람들은 과거는 덮자고 말한다. 김대중 정권 때 대우자동차 노동자 해고와 폭력을 기억할 것이다. 그 때 민주노총은 김대중 정권 퇴진을 공식적으로 내건 바 있다.

    2006~2007년 허세욱 열사가 분신하고 많은 노동자 농민들이 한미FTA 저지투쟁을 벌렸을 때 민주노총은 한미FTA범국본을 중심으로 노무현 정권 퇴진을 내건 바 있다. 지금은 이명박 정권에 의해 고통받는 민주당 여성 정치인으로 상징화되고 있는 한명숙 전 총리의 경우 당시 평택미군기지 이전 저지투쟁을 폭력으로 짓밟은 당사자이다.

    김선일씨가 목이 잘려나가는 상황에서 파병반대를 외치던 민중들에게 국민참여당 유시민은 당시 노무현 측근으로서 국가를 운영하려면 그 정도는 어쩔 수 없다고 비아냥댔다. 이들의 죄악을 모두 묻고 이명박 정권에게만 모든 것을 돌리는 것은 기억상실이거나 이성마비에 다름 아니다. 그들은 현실정치에서 차선 또는 차악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런 선택이 진보정치는 아니다.

    이갑용이 못할 이유가 뭔가?

    민주당과 후보단일화를 정당한 정치행위로 보고 다른 이들의 선거참여나 정치적 입장에 대해 비난하는 것은 매우 오만한 일이다. 그런 논리는 정치적 자유를 억압하는 매우 위험하다. 민주노동당에 대한 배타적 지지를 고수하고 있는 민주노총의 경우 전체 조합원 중 민주노동당원은 5%도 안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리고 지금 민주노동당은 대국민 여론조사에서도 지지율 역시 5%에 미치지 못한다. 김경환 기자가 강조한 대로 이갑용 전 위원장은 민주노동당원이 아니다. 현직 구청장으로서 공무원노조의 파업을 지지했다는 이유로 지자체장으로선 유일하게 집행유예선고를 받고 임기를 채우지 못했을 당시에는 민주노동당 당원이었지만 말이다. 민주노동당이 노동자와 진보적 입장에서 단일화를 꼭 해야 한다면 민주당이 아니라 이갑용 전 위원장을 포함해 노동자 진보진영의 단일화를 추진해야 한다.

    민주당과 단일화했다는 민주노동당 후보는 구청장에 출마할 수 있고, 1990년대 초 현대중공업 골리앗 투쟁을 이끌었고, 투쟁을 통해 몇 차례 구속되었으며, 민주노총 2대 위원장으로 김대중 정권의 신자유주의 구조조정 정책에 맞서 싸웠으며, 노무현 정권 때 울산 동구청장으로서 노동자 진보 관점에서 지역 행정을 펼쳤고, 공무원 노조 파업을 지지하며 노무현정권의 조합원 징계를 거부하다 임기조차 마치지 못할 정도로 투쟁한 이갑용 전 위원장이 울산동구청장 후보가 못 될 이유가 없다.

    만약 민주노동당이 주장하는 대로 반한나라당 구청장 후보를 당선시키기 위해서라면 이갑용 전 위원장으로 후보를 단일화하면 된다. 그것이 아니라면 민주노동당 스스로 당선을 위해 선거운동을 하면 된다. 민주노동당이 무소속 이갑용 후보의 출마를 이해할 수 없다면 역지사지로 이갑용 전 위원장이 민주노동당의 후보단일화를 인정할 수 없다는 점도 이해해야 한다. 민주노동당 후보가 진보진영이나 노동자들의 대표라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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