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파업, 업무방해 적용 제한 해석"
By 나난
    2011년 03월 18일 01:54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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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당한 절차를 거치지 않았더라도 사업장에 막대한 손해를 끼치지 않았다면 업무방해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불법 여부와 관계없이 노동자의 단순파업도 원칙적으로 업무방해죄에 해당한다는 기존 대법원 판례를 변경한 것이다.

진일보 판례나 여전히 부적절

노동계는 이번 판결과 관련해 “업무방해죄는 예외적인 위력의 경우에만 파업권을 처벌할 수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는 측면에서 약간의 진전이 있다”면서도 “상반된 이해관계를 갖는 노사관계에서 노동자 일방의 채무이행(노동)을 여전히 형벌로 강제하고 있다는 점에서 부적절하다”는 입장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이홍훈 대법관)는 17일, 지난 2006년 철도파업을 주도하며, 열차운행이 중단되게 한 혐의(업무방해)로 기소된 김영훈 전 철도노조 위원장(현 민주노총 위원장)에 대한 상고심에서 벌금 1,000만 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김 씨가 주도한 파업은 사용자인 한국철도공사의 자유의사를 제압, 혼란케 할만한 세력으로, 위력으로 보기에 충분하다”며 유죄를 인정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쟁의행위로서의 파업이 언제나 업무방해죄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고 전후 사정과 경위 등에 비춰 사용자가 예측할 수 없는 시기에 전격적으로 이뤄져 사용자의 사업운영에 심대한 혼란 내지 막대한 손해를 초래하는 등으로 사용자의 사업계속에 관한 자유의사가 제압, 혼란될 수 있다고 평가할 수 있는 경우에 집단적 노무제공 거부가 위력에 해당해 업무방해죄가 성립된다”며 종전의 대법원 판례를 변경했다.

지금까지 대법원은 “모든 파업은 원칙적으로 업무방해죄의 구성요건을 갖추고 있으며 정당한 절차를 거친 파업은 실질적으로 위법이라고 볼 수 없어 처벌할 수 없다”는 취지로 판결해 왔다.

불법파업이라도 막대한 손실 끼칠 때만

이에 재판부는 “지금까지 근로자들이 집단적으로 근로제공을 거부해 사용자의 정상적인 업무 운영을 저해하고 손해를 발생하게 한 행위가 당연히 위력에 해당함을 전제로 해 노동관계법령에 따른 정당한 쟁의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되는 경우가 아닌 한 업무방해죄를 구성한다는 취지로 판시한 대법원 판결은 변경한다”고 밝혔다.

즉, 불법파업이라 하더라도 ‘예측할 수 없는 시기에 전격적으로 파업이 이뤄져 사업운영에 막대한 손해를 초래’할 때에만 업무방해죄로 처벌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앞서 지난해 4월 헌법재판소 역시 “적법한 쟁의행위는 업무방해죄가 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바 있다.

이번 대법원 판결로 그간 노동자의 파업을 막고 단체행동을 제약하기 위한 수단으로 업무방해죄가 광범위하게 적용됐다는 점에서 일정정도 노동자의 단체행동권을 보장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노동자들의 파업을 업무방해죄로 적용하지 않는 유럽이나 미국, 일본과 달리 헌법상 기본권인 노동3권을 여전히 형법으로 제약하고 있다는 점에서 여전히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특히나 파업에 따른 막대한 손해의 기준과 전격적인 파업의 정도를 어느 선으로 볼 것인지를 두고 노동계와 검찰의 갈등 역시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번 판결과 관련해 민주노총은 “업무방해죄로 파업권을 속박해서는 안 된다”며 “기존의 부당한 판례에 제동을 걸었지만 새로운 판례 역시 헌법상 기본권인 단체행동권(파업)을 적극 보장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부적절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민주노총, 업무방해죄 적용 ILO에 제소

민주노총은 “그동안 업무방해죄는 수시로 파업권을 제한하고 위법으로 둔갑시키는 수단으로 악용돼왔고, 공안당국도 자의적 판단에 따라 파업에 마구잡이식으로 업무방해죄를 뒤집어씌웠다”며 “형법상 업무방해죄로 헌법상 기본권인 파업권을 결코 속박해선 안 되며, 이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파업권에 남용 적용되는 업무방해죄의 문제를 거듭 ILO에 제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영훈 위원장은 지난 2006년 3월 1일부터 나흘간 철도파업을 벌이며 KTX열차와 새마을호의 열차운행을 중단시킨 것과 관련해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됐으며, 1심에서는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2심에서 벌금 1,000만 원이 선고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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