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도 '안전'하다 말했었다
    2011년 03월 16일 11:16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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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아침이고, 오늘(16일)도 상황이 더욱 악화되고 있다는 소식이 들어와 있다. 어제 폭발했던 후쿠시마 제1원전 4호기가 폭발과 화재가 있었다. 오늘 아침에는 다시 4호기에서 화재가 발생하였다. 4호기의 폭발과 화재는 지금까지의 사고 양상과는 또 다른 점이 있어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4호기 화재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

후쿠시마 제1원전에는 총 6기의 원전이 있었다. 다행스럽게도 지진과 쓰나미가 발생했을 시기에는 4, 5, 6호기가 모두 정기 점검을 위해서 정지되어 있었다. 따라서 관심은 가동 중이던 1, 2, 3호기에 집중될 수밖에 없었다. 이미 알고 있듯이 이 3기의 원자로에 냉각수를 공급하는 장치에 문제가 생기면서, 결국 1호기, 3호기, 2호기 순으로 폭발이 일어나고 방사능이 방출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미 정지되어 있다고 했던 4호기에서 폭발이 일어난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정지되어 있는 상태라고 하더라도 원자로의 핵연료는 상대적으로 적은 정도지만 계속 열을 내고 있기 때문에 냉각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그러나 4호기의 폭발은 그런 문제가 아니다. 그동안 언론 보도를 통해서 주목되지 않았던 새로운 위험요소가 드러난 것이다.

   
  ▲후쿠시마 원전 3호기 폭발 장면. 

새로운 위험요소란 각 원자로의 꼭대기 부분에 위치해 있다고 알려진 사용 후 핵연료 저장시설이다. 전 IAEA 감독관이었던 Olli Heinonen씨가 사태 초기인 3월 12일 <뉴욕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후쿠시마 원전단지에 보관 중인 사용 후 핵연료가 더 큰 문제일 수 있다고 지적했던 적이 있다. 

사용후 핵연료도 계속 발열을 하기 때문에 냉각 상태가 유지되지 못하면 폭발과 방사능 유출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격납고 안에 유지되고 있는 핵연료와 다르게 차폐 정도가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시설에 보관해 있다는 점에서 더욱 위험할 수 있다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게다가 4호기처럼 정지 상태에 있는 것으로 알려진 5호기와 6호기도 이상이 있다고 보고되고 있다. 이렇게 되면 후쿠시마 제1원전 단지의 모든 원자로에 이상이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체르노빌 사고 당시에 1개의 원자로만 폭발했던 것과 비교하면 잠재적인 심각성을 더욱 클 수 있다.

관료들의 말을 믿고 싶다 

지금까지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의 심각성이 IAEA가 만들었다는 원자력 사고등급(INES)의 4단계에 해당한다고 평가해왔다. 그러나 어제 프랑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일본 정부의 평가를 뒤엎고, 이미 체르노빌사고 등급인 7등급 바로 아래인 6등급이라는 자체 평가를 발표했다. 이어 일본 내 프랑스 인을 철수하기 위한 계획에 나섰고, 다른 국가들도 이를 따르고 있는 듯 보인다. 

한마디로 핵재앙의 중심지인 후쿠시마 원진의 상황이 점점 더 악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원전 주변의 방사선량 수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으며, 멀리 떨어진 도쿄까지도 그 영향을 받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평상시보다 높은 방사선량 수치가 보고되기 시작했다. 

교도통신에 의하면 사쿠라이 기요시(桜井淳)라는 전문가는, 2호기가 대폭발할 가능성을 부정할 수 없기 때문에 반경 50Km까지 대피령을 확대할 필요성을 언급하고 나서기도 했다. 일본 수상은 이미 30Km 이내의 주민들에게 대피할 것을 요청한 상태이고, 어제 일본 항공당국은 방사능 피폭을 우려하여 30Km 이내를 비행금지 구역으로 설정했다는 보도도 있다. 

상황이 이렇게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는 상황에서, 드디어 한국 정부도 본격적으로 행동에 나섰다. 어제 원자력 안전 문제를 담당하는 교육과학기술부 제2차관과 원잔력안전기술원장이 나서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한마디로 “걱정하지 말라”는 것이다. 우리 원전은 지진과 쓰나미에도 안전할 것이라는 것이다. 또한 일본 핵발전소 사고의 영향도 거의 없을 것이란다. 

윤철호 원자력안전기술원장은 기자회견 장에서 이렇게 공언했다. "어떤 최악의 경우에도 우리 국민들께서는 방사선 피폭에 대한 걱정은 하지 않으셔도 된다는 결론이 되겠습니다." 

또한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도 거들었다. 14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우리나라 고리 등 원자력발전소는 일본보다 건설시기가 20년 이상 차이가 나 100배 이상 안전하다는 보고를 받았다"면서 안전성에 대해 자신감을 나타냈다. 

정말 이들의 말을 믿어야 할 것인지 고민스럽다. 한편으로 핵재앙의 공포가 너무 커서 이들의 말을 믿고 안심을 했으면 좋겠다. 그러나 핵재앙이 일어난 일본의 정부 관료들이 이미 오래전부터 국민을 안심시키는 이런 말들을 해왔었다. 심지어 이번 사태가 일어나는 초기에도 문제 없다며 안심하라고 말을 해왔다.

3년 전 촛불집회가 생각나는 이유 

이제 조금이라도 눈치가 있는 사람이라면, 지금 상황이 3년전 촛불 집회를 야기했던 미국산 쇠고의 광우병 위험을 둘러싼 문제와 비슷해지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정부와 그들의 전문가들은 안전하다고 단언했고, 우리 정황 증거와 상식으로 판단해 보았을 때 그런 호언장담은 거짓이라고 느끼는 시민 사이의 대립과 갈등.

이제 우리는 일본의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의 여파로, 제2의 광우병 쇠고기 국면에 들어서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과연 정부의 발표대로 일본 핵발전소의 사고가 최악으로 간다고 하더라도 우리는 아무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을 것일까. 정부가 상정한 최악의 상황이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그 최악의 상황이 계속 갱신되고 있는데도 말이다. 

이런 대형 기술 사고들은 따지고 보면 순전히 자연적, 기술적인 요소들에 의해서 결정나는 것이 아니다. 내진 설계를 넘어서는 지진, 예상치 못한 쓰나미와 냉각 시스템의 파괴, 원자로 폭발과 방사능 누출 등. 이런 원인들로만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를 설명할 수 없다. 이들 사이의를 연결하는 조직적, 인적 요소들에 주목해야 한다. 

교토통신에 전하는 일본 정부 대책회의의 한 장면이다. 

오전 5시 40분. 새벽회의에 직접 참가하는 이례적 행동에 나선 간 나오토 수상. 강한 어조로 말하기 시작했다. ”TV에서 폭발 영상을 방영하는데 관저에는 1시간 동안 연락이 없었다.” 복도에 있는 기자들에게도 문틈으로 흘러나오는 노성이 들릴 정도였다.

후쿠시마 핵발전소를 운영하며, 현재 이 사고를 수습할 책임을 지고 있는 동경전력은 여러 핵사고를 은폐해온 전력으로 유명하다. 이미 후쿠시마 제1원전 1호기의 사고가 공개되는 데까지 5시간이나 걸렸다는데 비판이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일본 수상조차도 2호기 폭발 장면을 TV를 통해서 확인한 상황이었다. 보고는 1시간 뒤에 접했다는 것이다.

정확한 정보제공 제대로 된 적 없어 

동경전력의 기술자 50명은 화재를 진압하고 냉각수를 주입하기 위해서 남아 있다. 엄청난 피폭 상태 속에 있을 것이라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정말 안타까운 일이지만, 체르노빌의 경험에 비춰 볼 때 이들은 심각한 건강상에 피해를 입게 될 것이다. 그러나 이를 책임져야 할 자리에 있는 동경전력과 정부 부처 내의 관계자들은 사태를 축소, 은폐하기에 바쁜 것이 아닐까. 

어찌보면 위험한 핵발전소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는 기술관료들의 일반적인 속성일지도 모른다. 체르노빌도 그랬고, 쓰리마일도 그랬다. 그리고 크고 작은 사고들에서도 그랬듯이, 사고의 위험성에 대한 신속하고 정확한 정보 제공은 제대로 이루어진 적이 드물다. 우리도 그런 상황에 있는 것이 아닐까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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