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정한 이익공유제는 재벌 곳간 열기
        2011년 03월 15일 01:37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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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운찬과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사이에서 날선 초과이익공유제가 논쟁이 되고 있지만 대법원 판결도 지키지 않는 현대차그룹이야말로 이익공유제를 즉각 실행해야 한다. 동반성장위원장 정운찬은 “대기업의 초과 이익을 협력 중소기업과 나누는 이익공유제를 도입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진정한 동반성장의 주인인 원하청 노동자들이 이익공유제의 핵심 주체이어야 한다.

    현대자동차 2010년 순이익이 사상 처음 5조원을 돌파했다. 현대차는 당기순이익이 77% 증가한 5조2천억원을 기록했고, 매출액은 15% 증가한 36조7천억원, 영업이익은 44% 증가한 3조2천억원을 달성했다. 정규직 노동자들의 장시간 노동과 노동강도 강화, 1만명에 달하는 불법파견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흘린 피땀의 결과다.

    9억5천만원 가져가는 9살 아이

    그러나 현대차의 순이익은 고스란히 정몽구 회장 일가의 주머니로 들어간다. 3월 11일 열린 현대차그룹 주주총회에서 정몽구 회장은 399억4000만원을, 그의 아들 정의선 부회장은 118억3000만원을 주식 배당금으로 챙겼다. 정 회장 부자가 가져가는 돈이 자그마치 518억이다.

    정몽구 회장의 첫째 사위인 선두훈은 영훈의료재단 이사장을 맞고 있고, 둘째 사위인 정태영은 2003년부터 현대카드·캐피탈 대표이사 사장을 맡고 있다. 셋째 사위인 신성재 현대하이스코 공동대표이사는 단독 대표이사가 된다. 정 회장의 아들 정의선과 사위 셋이 현대차그룹 전체를 좌지우지하고 있는 것이다.

    현대차뿐만이 아니다. 현대중공업 최대 주주인 정몽준은 574억7000만원으로 배당금이 100% 증가했고,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510억8000만원을 챙겼다. 이건희 회장의 부인 홍라희는 지난해보다 25% 증가한 108억3000만원을 기록해 지난해에 이어 여성 배당부자 1위다.

    9살짜리 아이가 주식배당금으로 10억 가까이를 가져갔다. 허창수 지에스(GS) 회장의 조카이자 허용수 지에스홀딩스 전무의 장남인 9살짜리 아이는 9억5000만원을 배당받고, 허 전무의 차남인 여섯 살 꼬마도 3억4000만원을 받는다.

    재벌닷컴은 1억원 이상을 배당받는 만 20살 미만의 미성년자는 모두 20명이고, 1억원 이상의 억대 배당자는 1019명이라고 밝혔다. 1천명이 넘는 재벌들이 주식을 가지고 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매년 1억원 이상을 챙겨가고, 그 중에서 20명은 미성년자라는 것이다.

    정몽구 부자 배당금 사내하청 절반 정규직 가능

    현대차 사내하청 노동자 8,600명을 모두 정규직으로 전환했을 때 드는 비용은 1197억 정도다. 현대자동차 2010년 순이익인 5조2천억원의 2.3%만 있으면 현대차 모든 사내하청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할 수 있다. 정몽구와 정의선의 주식 배당금 518억은 사내하청 노동자 절반을 정규직화 할 수 있는 돈이다.

    현대차는 3월 11일 서울 양재동 본사에서 열린 43기 주주총회에서 이사의 보수한도를 150억원으로 정했다. 현대차 이사 8명의 연봉 한도액이면 현대차 모든 사내하청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할 수 있다.
    현대차 주가는 지난해 3월 주당 11만원선에서 최근에는 19만~20만원선까지 상승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부품사 노동자들의 피땀으로 정몽구 일가의 재산이 2배 가까이 불어난 것이다.

    현대차는 거액의 배당금과 이사 보수한도를 결정하는 주주총회를 24분만에 초고속으로 끝냈다. 24분만에 노동자들과 소액주주들의 총회장 출입과 항의를 막고, 정몽구 일가의 곳간을 가득 채운 것이다. 2010년 11월 15일부터 불법파견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25일간 영웅적인 1차 파업을 전개했던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현대차 자본의 가공할만한 탄압에 위력적인 2차 파업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정권과 자본은 이상수 전 지회장, 김성욱 1공장대표, 황호기 4공장대표를 포함해 5명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구속했다. 검찰은 1공장 정규직 대의원인 김철환 동지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3월 11일 영장실질심사에서 다행히 영장이 기각되어 풀려났다. 최병승 조합원을 비롯해 3명이 수배 중이다.

    경찰은 조합비 횡령과 유용을 주도했던 현대차비정규직지회 최정민 사무장에게 아예 구속영장조차 청구하지 않았다. 도리어 회사와 결탁해 25일간의 파업이 소위 ‘외부세력’에 의해 주도되었다는 최정민의 진술을 토대로 조사하고 있다.

    현대차 자본은 100여명의 주요 간부들을 징계해고하고, 조합원 400여명을 정직 1주~3개월까지 징계하는 등 울산에서만 500명이 넘는 노동자들을 징계했다. 현대차는 노조를 탈퇴하고 각서를 작성하면 징계를 하지 않겠다고 협박해 많은 조합원들이 탈퇴서와 각서를 쓰고 있는 상황이다.

    비정규직 현장조직화 지도력 세워야

    비정규직지회 조합원들은 출퇴근 선전전, 정문 앞 결의대회, 1인시위, 울산 전역에서 선전전과 집회를 진행하면서 ‘불법파견 정규직화’의 열망을 이어가고 있다. 공장 안에서는 2차 파업을 위한 조직화를 준비하고 있으며, 선거를 통해 발 빠르게 지회 지도력을 구축하려고 하고 있다.

    2공장 이진환 대표는 “비록 조합원들이 징계 협박에 못이겨 조끼를 벗고 탈퇴서를 쓰고 각서를 썼지만 지도부가 분명한 자기 계획을 가지고 조합원들을 찾아가고 설득하고 신뢰를 회복한다면 다시 싸울 수 있는 기회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핵심 지도부들이 해고되어 현장과 떨어져있는 상황에서 당장 위력적인 2차 파업을 전개하기는 대단히 어렵다. 조합비 유용과 지도부 공백으로 인해 조합원들의 신뢰를 다시 회복해야 하는 문제도 중요하다. 이를 위해 빠른 시간 안에 지회 지도부를 선출하고 현장 조직력을 복원해야 한다.

    비대위는 새 지도부가 선출되지 전까지 500명에 이르는 해고, 정직자들이 울산과 서울에서 위력적인 투쟁을 진행할 수 있도록 투쟁계획을 제출해야 한다. 울산의 선전전 못지않게 여론의 중심인 서울에서의 투쟁도 대단히 중요하다. 불법파견 정규직화 투쟁은 끝나지 않았고, 다시 시작하고 있다는 것을 알려내야 한다. 따라서 3월 11일 양재동 현대차 주주총회 투쟁을 추진하지 못한 것은 대단히 아쉽다.

    3월 21일은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10주기 행사 일환으로 11일부터 세종문화회관에서 미술전, 음악회, 추모사진전 등을 연다. 또 정몽구 회장은 전경련, 경총 등의 주요 행사장에 계속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1인 시위부터 다양한 투쟁을 전개해야 한다.

    4월 18일 현대차지부 대의원대회 1사1조직 안건 중요

    현대차지부는 3월 11일 지부 소식지를 통해 “비지회가 내부를 빠르게 수습하고 금속노조를 통해 합리적인 특별교섭 중재를 요청해 온다면 적극적으로 교섭을 중재 할 용의가 있다”며 “비지회가 원칙을 고수하는 입장이라면 교섭 중재는 어려울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또 다시 불법파견 정규직화와 소송을 포기하고, 노사 실무교섭에서 합의한 극소수 발탁채용과 대표소송을 수용하라고 협박하고 있는 것이다.

    현대차지부는 교섭 중재와 협박이 아니라 약속한 대로 ‘공동투쟁본부’를 구성해 징계해고를 막아내고, 불법파견 정규지화 투쟁에 나서야 한다. 4월 18일 대의원대회에서 투쟁을 결의하고, 금속노조 규약과 현대차지부 원하청연대회의 결과에 따라 1사1조직으로 규정을 개정해 비정규직을 조합원들을 받아들여 함께 싸워야 한다. 그러나 비정규 노동자들의 불신을 받고 있는 이경훈 집행부가 1사1조직 규칙개정을 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따라서 현대차 정규직 대의원들과 활동가들은 4월 18일 대의원대회에서 원하청 공동투쟁본부 구성과 불법파견 정규직화 공동투쟁계획, 비정규직을 조합원으로 받아들이는 1사1조직 규칙개정을 현장에서부터 준비해야 한다. 조합원들의 정서를 핑계로 대는 것을 막기 위해 조합원 서명운동을 전개하는 것도 필요하다.

    이익공유제 말로만 논하지 말고, 불법으로 노동자의 피땀을 착취해 정몽구 일가의 부를 채우는 현대차그룹에 맞서 현대차 정규직-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힘찬 2차 투쟁을 전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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