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당, 노동 있는 진보로 간다고?
        2011년 03월 11일 03:15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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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당이 복지를 넘어 노동에까지 의제 영역을 확대시키면서, 2012년 승리를 위한 민주대연합을 염두에 두고 있는 민주당의 향후 행보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그동안 진보진영으로부터 지역 기반의 보수 정당, 자유주의 정당으로 규정돼왔던 민주당의 변신 속도와 폭이 예상을 넘어서면서, 진보정당과의 차별성을 대중적 차원에서 줄여가고 있다는 대목에서 진보진영에서도 예의 주시하고 있다.

    민주당의 최근 행보는 국민참여당의 그것을 넘어서는 수준이다. 전 정권에 대한 ‘반성과 성찰’도 정동영 의원 등 일부 정치인을 통해 나왔으나, 국민참여당에서는 진보진영의 이러한 요구에 불쾌한 반응을 보이고 있으며, 노동문제에 대해서도 민주당이 더욱 적극적이다. 이는 가치와 정책 중심의 ‘비민주 야권단일정당론’의 ‘함정’을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정동영 적극적 행보 눈에 띄네

    특히 손학규 대표 체제가 들어서면서 민주당이 노동문제에 적극적으로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것은 눈길을 끌었다. 구미 KEC 사태 당시 손학규 대표가 직접 구미에 내려가 중재하는 등 노동진영에 민주당의 ‘성의’를 보여주고 있다.

    민주노총도 현실적 힘이 있는 민주당과의 ‘좋은 관계’를 염두에 둘 수밖에 없으며, 현재 민주노총 지도부의 경우 민주당과의 광폭 연대에 긍정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한나라당과 정책 연대 폐기 이후 한국노총과 민주당과의 관계도 주목의 대상이 되고 있다. 최근 민주당 지도부가 대거 한국노총 대의원대회에 참여한 바 있다.

    이미 정동영 최고위원은 상임위를 통외통위에서 환경노동위로 옮겼으며, 홍영표 의원을 중심으로 민주노총과 긴밀한 관계가 유지되고 있다. 또한 10일 열린 5대 노동 현안(쌍용차, 현대차 비정규직, 삼성 반도체 백혈병 문제, 전주 시내버스 파업, 한진중공업) 관련 기자회견도 민주당이 적극적으로 추진해 성사됐다는 후문이다. 

    정동영 최고위원은 여기서 더 나아가 11일 최고위원회에서 “당 내외의 노동현안 해결을 위한 비상대책기구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정 최고위원은 “어제 집회(5대 현안 기자회견)는 노동문제와 관련, 민주당이 의제를 제기하고 주도한 최초의 것”이라며 “앞으로 제1야당, 대안정당으로서 노동자 문제에 대해 걸맞은 몫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진상조사단 구성과 청문회 개최를 4월 국회 개원 전에 지속적으로 한나라당에 요구함과 동시에 당 내외를 포괄한 비대위 구성이 필요하다”며 “환노위 차원에 머무를 과제가 아니라 당의 전문성을 가진 소속의원, 전문가, 시민사회 등 각계각층이 집결해서 전면적인 의제화와 투쟁을 전개해야 한다”며 노동 문제에 적극적인 모습을 다시 한번 과시했다.  

    진보정당, 일단 긍정 평가

    이는 민주당이 노동 이슈에 대해서도 주도적으로 움직이겠다는 의지를 내보인 것으로, 그동안 진보정당 특히 민주노동당-민주노총의 중심축을 이동시키겠다는 의미가 함축된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노동 문제 해결 없이 연대-통합에 나설 수 없다”는 진보진영에 대한 응답의 의미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의 이같은 행보에 대해 진보진영에서도 일견은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박용진 진보신당 부대표는 10일 야5당 공동 기자회견에서 “이명박 정부에 대한 반대의 흐름이 4대강을 넘어 노동문제까지 연대의 힘을 확장한 것”이라고 평가했으며, 민주노동당의 한 관계자도 “노동자들의 삶의 문제에 대해 힘 있고 많은 사람들이 관심 갖는 것 자체가 문제될 수는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체로 민주당이 노동문제에 대해 실천적으로 좌클릭하는 것은 어려울 것이라는 게 공통적인 분석이다. 진보신당의 핵심 관계자는 “민주당은 진보정당과는 달리 당원들의 당비로 운영되는 것이 아니라 후원금과 정부 보조금으로 당이 운영되는 형태”라며 “민주당 내 우파가 사실상 한나라당 정치인과 큰 차이가 없는 상황에서 이 정도까지 발언하는 것도 시대정신에 밀려온 경향이 크다”고 말했다.

    실제로 5대 노동현안 중 하나인 전주 시내버스 파업의 경우, 지자체장과 광역단체장이 민주당 소속이지만 100일 가까이 사태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또한 노동자들의 삶과 직결되어 진보진영의 거센 반발을 불러오고 있는 한미FTA와 관련해 민주당은 재협상에 대해서는 비판하지만 원안에 대해서는 애매모호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민주노총과 야5당이 노조법 재개정에 나서는 가운데 민주노총이 제시한 8대 방향에 대해 민주당에서도 부담스럽다는 반응을 보인 바 있다. 

    민주당 내부 이견 표출

    또한 김영환 의원(안산 상록을)의 경우 지난 9일 자신의 홈페이지를 통해 “민주당은 중산층과 서민의 정당으로 중도개혁노선을 지켜왔는데 갑자기 담대한 진보가 우리의 노선이라고 주장하는 분이 있다”고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기도 했다. 김 의원은 “중도개혁이 담대한 진보를 포함할 수 있어도 담대한 진보가 중도개혁은 포함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효석 의원(전남 담양곡성구례)도 지난 1월 “복지정책을 통해서 진보진영 연대나 통합이 성사된다 하더라도, 총선은 몰라도 대선에서 얼마나 큰 위력을 발휘할지는 의문”이라며 “민주당이 좌클릭 하면 진보 쪽과의 유대는 강화될지 몰라도 중도 쪽에서는 세력을 잃을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같은 민주당 내 복잡한 갈등구조는 민주당의 좌클릭에 대한 진보진영의 불신으로 나타날 수 밖에 없다. 진보신당의 한 관계자는 “민주당이 노조법 개정에 적극적으로 나선다고 해도 현재 민주당은 한나라당에 비해 소수인 야당에 불과하다”며 “상정해봐야 상임위 통과도 어려운 상황에서 노동계에 손을 벌리기 위한 단순한 액션 정도에 그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민주당이 노동계와 진보진영의 신임을 얻기 위해서는 전주 버스파업 문제를 해결하고 오는 19대 국회에서 노조법-비정규직법을 개정하겠다는 약속을 하고 당론으로 정해야 한다”며 “한미FTA 문제 역시 진보진영의 신뢰를 가늠하는 중요한 잣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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