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경준 편지 조작, MB 가족·측근이 주도했다”
        2011년 03월 10일 09:58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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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일자 대다수 신문이 파문이 확산되고 있는 ‘상하이 스캔들’ 관련 뉴스를 일제히 1면 머리기사로 다룬 가운데, 세계 등은 지난 대선 때 ‘김경준 기획입국’의 증거가 된 편지가 조작됐다는 어제(9일) 특종보도를 계속 이슈화해 눈길을 끌었다.

    논란이 되는 편지는, 지난 2007년 대선 직전 BBK 의혹을 폭로한 김경준씨가 이명박 당시 한나라당 후보에게 타격을 입히려고 ‘기획입국’했다는 물증으로 알려진 것이다. 당시 이 편지는 이 후보 캠프에 있던 한나라당 인사가 입수해 언론에 공개하면서 처음 알려졌으며, 한나라당은 “청와대가 대선을 앞두고 이 후보를 흠집 내려고 김경준씨 입국을 종용한 증거”라고 주장했다.

    이 편지는 김경준씨가 입국 전 미국 교도소에 있을 때 1년간 함께 수감생활을 한 신경화씨(53)가 쓴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기획입국’의 근거가 된 구절은 “이곳에 보니 자네(김경준씨)와 많이 고민하고 의논했던 일들이 확실히 잘못되었다고 생각하네. 자네가 ‘큰집’하고 어떤 약속을 했건 우리만 이용당하는 것이니, 신중하게 판단해 가지고 나오는 보따리도 불필요한 것들을 다 버리고 오길 바라네”라는 부분이다.

    그러나 신경화씨의 동생인 재미교포 신명씨(50)는 8일 “형이 김경준씨한테 보낸 것으로 세상에 알려진 편지는 형이 쓴 게 아니라 내가 작성했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신씨는 “당시 형을 살려야겠다는 생각에 편지를 쓸 수밖에 없었다”면서 “편지를 쓰도록 강요한 세력이 있지만 지금 밝힐 수는 없다”고 말했다. 미국 시민권자인 신경화씨는 현재 경북북부교도소에 수감되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다음은 10일자 전국단위 종합일간지 1면 머리기사 제목이다.

    경향 <‘상하이 정보유출’ 알고도 숨겼다>
    국민 <김 전 총영사에게서 자료 빼낸 듯>
    동아 <덩씨, 김정기에게서 직접 기밀 빼낸 정황>
    서울 <중국 당국 ‘덩신밍’ 1월에 조사했다>
    세계 <‘편지 조작’ 알고도 덮었다>
    조선 <반군 지원병들, 30분 훈련받고 전선으로>
    중앙 <‘보은 인사’가 외교 재앙 불렀다>
    한겨레 <판·검사 대상 ‘특별수사청’ 설치키로>
    한국 <덩씨, 김정기에게 직접 기밀 빼냈다>

       
      ▲세계일보 3월 10일자 1면 

    검찰, ‘편지 조작’ 알고도 ‘봐주기 수사’ 의혹

    경향은 10일자 1면 기사를 통해 ‘편지를 쓰도록 강요한 세력’의 실체를 공개했다. 신명씨는 경향과 전화 인터뷰에서 “(편지 조작을 제안한 것은) MB 가족이다. 직접 내가 본 적은 없지만 사건을 진두지휘했다. 중간에 두 사람이 더 개입했다”며 이명박 대통령의 가족·측근이 관련되어 있음을 분명히 했다.

    신씨는 “죄를 지은 것도 아니고 형을 살려보겠다고 했는데 그걸 교묘하게 이용해서 나를 이렇게 만들면 안된다”며 편지 작성 대가로 형 경화씨의 감형 또는 출소를 돕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경향신문 3월 10일자 1면

    한편 검찰은 문제의 편지가 조작된 정황을 포착해 내사하고도 형사처벌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이동열 부장검사)는 9일 “(편지 조작은) 2007년 BBK 의혹을 담당한 수사팀이 확인한 내용”이라며 “내사를 했지만 어떤 범죄 혐의가 없어 그냥 종결했다”고 밝혔다. “김씨 기획입국설은 다 조사해 이미 ‘실체가 없다’는 결론을 내린 사안”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검찰의 이런 태도에 당선 가능성이 높은 이 후보 측을 의식해 ‘봐주기 수사’를 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당장 민주당 등 야권에선 “BBK 의혹을 원점에서 재수사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BBK 의혹과 관련해 핵심적인 것 중 하나로 당시 한나라당의 ‘김경준 기획입국설’ 주장이 있다”며 “그런데 기획입국설의 근거가 된 편지가 ‘정치적 외압으로 조작됐다’는 주장이 언론 보도로 제기된 만큼 검찰은 철저히 재수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계는 “BBK의혹과 기획입국설에 대한 검찰 수사결과를 비교해 보면 여야 간 형평성도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이 후보의 BBK 의혹을 제기한 정봉주 전 통합민주당 의원을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한 바 있다. 정씨는 2심에서 징역 1년형을 선고받고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는 중이다. BBK 의혹과 김씨 기획입국설 둘 다 ‘거짓’이라고 결론을 내린 검찰이 왜 한 쪽만 처벌하고 다른 쪽은 그냥 뒀느냐는 비판이다.

    신명씨는 또 한겨레와 인터뷰에서 “편지를 쓰라고 강요한 지인이 자기 손으로 그런 내용의 문건을 적어왔으며 그걸 보관하고 있다. 때가 되면 문건을 공개할 것”이라고 말해 자신의 주장을 입증할 근거를 갖고 있음을 분명히 하기도 했다.

    MB ‘보은 인사’가 외교 재앙 불렀다

    대다수 신문이 1면 머리기사로 다룬 이른바 ‘상하이 스캔들’과 관련해선, 덩신밍씨가 이명박 대통령 등 주요 정치인 200여 명의 휴대전화 번호를 김정기 전 상하이 총영사로부터 직접 빼냈을 정황을 보여주는 중요 단서가 드러났다.

    동아의 보도에 따르면, 덩 씨는 지난해 6월 1일 오후 6시 55∼56분 상하이 힐튼호텔 컨벤션홀에서 김 전 총영사와 기념사진 2장을 찍었고, 이어 2시간 20여 분 뒤인 오후 9시 19∼21분에는 같은 소니 DSC-TX1 기종의 디지털카메라에 MB 선대위 비상연락망 등 정부 여권 실세 연락처가 찍혔다.

       
      ▲동아일보 3월 10일자 1면

    김 전 총영사는 그동안 “해당 자료는 내가 관저에 보관하고 있던 것이 맞지만 유출 경로는 나도 모르는 일”이라며 “나를 음해하려는 세력이 이 같은 일을 꾸민 것”이라고 항변해왔으나,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동아는 “김 전 총영사가 직접 기밀 자료를 유출했거나 덩씨의 유출을 방조했을 가능성이 드러남에 따라 상하이 스캔들 파문은 더욱 확산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총영사관의 모든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김 전 총영사가 덩 씨의 정보 수집을 도와줬다면 지금껏 알려진 것보다 훨씬 방대한 한국의 기밀자료가 새나갔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중앙은 1면 머리기사를 통해 “이명박 정부의 ‘보은 인사’가 외교 재앙을 불렀다”고 지적했다. “영사들이 현지 여성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고 나서 비자를 부정 발급해주고 우리 정부 및 공관과 관련한 정보를 유출한 사건을 저지른 것은 외교 경험이 없는 인사가 공관 지휘를 맡았기 때문 아니냐”는 것이다.

    중국통인 한나라당 구상찬 의원은 9일 국회 외교통상위 회의에서 “외교관 출신은 외교적 관례를 중요시하지만 정치인은 단칼에 문제를 해결하려 하고, 외교적 관점으로 풀어야 할 문제를 정치적 시각으로 보는 속성이 있다”고 말했다. 자유선진당 박선영 의원은 “한나라당에 몸을 담았던 사람들에게 (공관장직을 주는) 보은 인사를 했기 때문에 이런 문제가 생긴 것”이라 고 비판했다.

    김정기 총영사는 지난 대선 때 이명박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 서울선거대책위 조직본부장과 국제위원장을 지냈고, 2008년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그해 6월 상하이 총영사로 발령받았다. 당시 외교부 안팎에선 ‘측근 챙겨주기’라는 비판도 나왔다고 한다. 외교부 한 관계자에 따르면, 김 총영사는 상하이로 간 뒤 국정원 소속인 부총영사와 갈등을 빚는 등 리더십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했다. 그는 또 공관에 파견된 영사들이 수년간 덩의 덫에 걸려 비자 발급과 관련된 탈법행위를 저지르고, 불륜 논란에 휩싸이는 상황에서 이를 제대로 수습·통제하지도 못했다.

    중앙은 “2008년 초 정부는 김 총영사와 함께 대선 때 이명박 후보를 도운 인사들을 대거 해외공관장으로 발령냈다”면서 “캠프 선거대책위 비서 출신으로 미국 시민권자인 이웅길씨는 애틀랜타 총영사로 내정됐다가 현지 교민들의 항의를 받고 자진 사퇴하기도 했다”는 관련 사례를 소개하기도 했다.

    정부가 국무총리실을 중심으로 합동조사단을 꾸리는 등 ‘상하이 스캔들’은 전면 재조사가 불가피하게 됐다.

    김희정 청와대 대변인은 9일 브리핑에서 “총리실에서 관계기관과 정부 합동조사단을 구성해 철저하게 조사하고 그 결과에 따라 엄중하게 조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합동조사단에는 법무부, 외교통상부 등이 참여한다.

    국무총리실 국무총리실 공직복무관리관실은 연이틀 김 전 총영사를 불러 한나라당 비상연락망 등이 덩씨에게 유출된 경위와 그가 주장한 정보기관 연루설에 관해 추가 조사를 벌였다.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김 전 총영사는 자료유출 배후에 정보기관 출신의 상하이 부총영사가 있다는 주장에 대해 “확인되지 않은 의혹을 얘기한 것은 실수”라고 말했다고 한다.

    여야 정치권은 철저한 진상조사를 일제히 촉구했으며, 민주당은 특히 이번 사건과 관련해 이명박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2월 초 민정수석비서관실을 통해 국무총리실 공직복무관리관실의 1차 조사 결과를 보고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또 최근 언론 보도 이후 추가 보고를 받고 철저하게 조사해 엄정하게 조치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앙일보 3월 10일자 1면 

    “민주당 방통위원 선정, 구태 새삼 확인”

    10일자 한겨레에는 최근 언론·방송계 현안과 관련해 눈길을 끄는 칼럼이 한편 실렸다. 김이택 수석부국장이 쓴 <민주당 방통위원 선정 유감>이 그것이다.

    김 부국장은 칼럼에서 “유권자와 지지층은 ‘지역’에서 점차 벗어나 계급적·계층적 요구를 쏟아내는 데 민주당은 10여년 전 패러다임에 묶여 새로운 비전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야당으로서의 진보·개혁적 정체성을 의심받는 인사, 지역 터줏대감 수준의 인사들이 지도부의 주류를 이루고 있는 것도 한계”라며 최근 2기 방송통신위원 인선 역시 “민주당의 구태를 새삼 확인시켜주는 대표적 사례”라고 지적했다.

    그는 “민주당은 1기 야당 몫 방통위원 인선에 실패해 이명박 정부의 방송장악에 날개를 달아줬다는 평가를 받았다”고 했다. 문화방송 등에서 240명의 기자·피디가 중징계를 당하고, 정부가 조중동에 종편을 쥐여주는 동안 ‘들러리’를 선 것 등을 이르는 것이다. 김 부국장은 이어 “손학규 대표 시절 추천한 방통위원은 박근혜 의원 캠프에 참가하고 종편선정심사위원장까지 맡았다”며 “그 일로 언론·시민단체들로부터 손가락질을 받아놓고도 이번에 다시 비슷한 행태를 되풀이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 부국장은 “민주당이 정권 홍보도구로 치닫고 있는 방송통신에 대해 최소한의 경각심이 있는지 의심스러울 정도”, “김충식 교수는 전혀 야당 추천에 걸맞은 행적과 전문성을 갖추지 못했을 뿐 아니라 최시중씨와 같은 <동아일보> 출신으로서 조중동 종편 특혜 저지라는 막중한 상황에 전적으로 배치되는 인물”이라는 시민사회단체의 논평 내용을 전하며 ‘당연한 반응’이라고 평가했다. “진보·개혁성이 요구되는 자리에 자기 ‘지역’ 사람을 낙점하는 구태를 반복했다”는 것이다.

       
      ▲한겨레 3월 10일자 31면 

    그는 이런 현상의 일차적 책임은 ‘민주당 지도부’에 있음을 분명히 했다. “이명박 정부 들어 ‘무더기 종편 허가’ 등 보수일변도 언론구도가 착착 실행되고 있음에도 이에 대한 문제의식이 치열하지 못하”고, “조중동 종편이 광고대행사를 거치지 않고 직접 광고영업에 나서려 해 시장교란이 우려되는데도 견제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는 비판이다. “낙하산 사장에 이어 이제는 <PD수첩> 무력화 등을 통해 중간 관리층까지 솎아내고 있음에도 별다른 대책이 없다”는 점도 짚었다.

    김 부국장은 끝으로 언론사 세무조사 등 언론과의 싸움을 피하지 않았던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례를 언급하면서 “민주당이 지난 10년, 그리고 이후 3년간의 경험에서도 제대로 배우지 못한 게 아닌가 하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개탄했다. 그가 소개한 노 전 대통령의 발언은 이런 것이다. “(보수언론과의 싸움은) 역사적, 정치적으로 의미있는 싸움이라고 믿었기에 패배했지만 끝까지 포기하거나 굴복하지 않았다…나는 언론 앞에서 비굴하지 않은 당당한 대통령이고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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