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정규 3만명 "우린 노예가 아니다"
    한달 4백시간 이상 일해야 먹고살아
    By 나난
        2011년 03월 09일 03:20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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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우조선해양 내 비정규직 노조를 만들려다 업체 폐업으로 해고된 강병재 씨가 지난 7일부터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다. 경남 거제 대우조선해양 앞 송전선 철탑 위에서 3일째 찬바람을 맞고 있는 그는 “노동조합 결성 움직임이 보이자 회사 측은 하청업체 위장폐업으로 해고시켰다”며 “원청으로의 복직”을 요구하고 있다.

    강 씨는 9일 <레디앙>과의 통화에서 “원청의 직접 개입에 의한 사업장 위장폐업으로 노동자들이 길거리로 내몰렸다”며 “우리는 사내하청노동자의 인간다운 삶을 스스로 쟁취하기 위해 대우조선 비정규직노동조합 결성을 목표로 ‘대우조선 하청노동자 조직위원회’를 결성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조선소 하청노동자들은 노예의 삶을 살고 있다”며 “하청노동자들은 무리한 잔업과 특근에 시달리는 것은 물론 근로기준법, 산업안전보건법은 지켜지지 않은 지 오래”라고 말했다. 다음은 9일, 강병재 씨와 진행한 인터뷰 전문.

       
      ▲사진=대우조선 현장중심의 민주노동자 투쟁위원회

    – 고공농성에 돌입한 이유는?

    = 해고된 지 2년이다. 지난 2008년 7월경 사내하청 노조를 만들기 위해 ‘대우조선 하청노동자 조직위원회’(하노위)를 결성했다. 이후 대우조선 측은 하노위 의장인 나를 포함해 하청노동자 4명을 업체폐업을 이유로 해고시켰다. 이는 대우조선에 의한 위장폐업이다. 복직을 요구하고 있는 거다.

    – 꽃샘추위로 농성이 쉽지 않을 것 같다. 건강과 식사는.

    = 식사는 대우조선 정규직노조에서 올려주고 있다. 건강은 2009년 해고 당시 다쳤던 어깨 통증이 심한 상황이며, 추위를 견뎌내는 게 가장 힘들다.

    – 위장폐업에 따른 해고라고 주장하는 근거는 무엇인가?

    = 내가 속해 있던 업체는 당시, 타 회사에 비해 노동자 수가 많았다. 즉, 물량이 많았다는 것이다. 노동자의 수가 많으면, 업체의 수입 역시 좋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사장이 ‘몸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폐업을 했다. 사장은 병원 치료 한 번 받지 않았다. 건강과 경영상의 이유를 말하는데, 오히려 상황은 좋았다.

    때문에 원청이 직접 개입해서 폐업하게 했다는 의심을 할 수밖에 없다. 노동자들은 원청 개입에 따른 폐업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해고무효 확인 소송 결과 1심에서는 졌다. 지금 2심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 하노위는 결성 이유는 무엇인가.

    = 대우조선해양에 사내하청만 1만7천여명, 자회사 비정규직 1만2천여 명까지 합하면 약 3만 명의 비정규직이 있다. 하지만 이들의 근로조건은 열악하기 짝이 없다. 하청노동자들의 눈빛이 죽어있다. 희망이 없는 눈빛이다. 기본적으로 모든 집단이 있으면 이들을 대표할 수 있는 최소한의 조직이 필요하지만 3만 명의 비정규직을 대변할 조직이 없기 때문이다.(대우조선해양의 정규직 노동자는 7천명 수준에 불과하다)

    아파트에도 자치회가 있고, 교도소에도 재소자 자치회가 있다. 그런데 노동자들을 대변하는 노동조합이 없다는 게 말이 되나. 그래서 노동조합을 만들기 위해 하노위를 구성한 거다. 하지만 구성한 지 몇 달이 되지 않아, 핵심 활동가들이 업체 폐업으로 해고됐다.

    – 하노위에 대한 회사 측 탄압은.

    = 하노위는 여전히 현장에서 활동하고 있다. 하지만 회사 측은 "하노위에 가입하지 마라", "하노위 사람을 만나지 마라"고 교육하고 있으며, 하노위 소식지라도 받은 날에는 관리자에게 쓴소리를 듣는 상황이다. 경찰공화국도 아니고 대우조선해양 내에서 하청노동자들에게는 아무 권리가 없다.

    회사는 하청노동자들이 조직돼 스스로의 권리를 주장하는 것이 두려운 거다. 하지만 현장으로 돌아가 하청노동자들이 하나 되어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해야만 한다.

    –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들의 근로조건은 어떤가.

    = 현대판 노예다. 이중 삼중의 착취구조 속에 저임금과 열악한 노동조건을 견디고 있다. 또한 한 달에 잔업과 특근을 포함해 400시간 이상씩 일을 해야만 근근이 생활할 수 있는 정도의 임금을 받을 수 있다. 특히 지난 해만도 7명의 하청노동자가 일터에서 목숨을 잃었다.

    철판에 깔리고, 떨어지고, 유독가스에 질식사로 사망한 것이다.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들에게 근로기준법은 물론 산업안전보건법은 지켜지지 않은 지 오래다. 비정규직 노동자가 전체 노동자의 70%를 차지하지만 임금은 정규직의 절반밖에 되지 않는 사람들이 하청노동자들이다. 사고는 많을 수밖에 없고, 안전관리는 느슨할 수밖에 없다.

    – 철탑에 오를 때, 신나 등을 가지고 간 걸로 알고 있다.

    = 비정규직 투쟁이 처절하다. 고공농성을 벌이기 위해 올라만 가면 끌려 내려오고, 요구는 들어줄 생각도 하지 않는다. 나도 철탑에 올라오며, 끌려 내려올 것이란 생각했다. 하지만 그냥 끌려 내려갈 순 없지 않겠나. 고공철탑 투쟁을 물리력으로 탄압할 경우, 죽음으로 방어하기 위해서다.

    – 구체적 요구는 무엇인가. 그리고 철탑에 오른 이후 회사 측과 대화는 있었나.

    = 지난 8일에 정규직 노조를 통해 ‘원청의 직접고용’ 요구를 전달했다. 정규직 노조가 회사와 이야기를 해본다고 한 상황이다. 사법부에서도 인정한 불법파견은 자동차산업만의 문제에 국한된 게 아니다. 제조업 전반의 문제이며, 대우조선에도 적용된다.

    형식적인 도급계약과 상관없이 실재 사용여부, 사업경영상의 독립성, 실재 사용사업주로서의 지휘명령권보유 등을 볼 때, 대우조선해양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실재 사용자인 것이다. 따라서 하노위 활동에 대한 대우조선해양의 직접적인 개입에 의한 위장폐업과 해고에 대한 사용자성의 책임과 복직의 대상은 대우조선해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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