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급’ 가족간호 휴직, 뭐가 문제인가?
    2011년 03월 08일 05:52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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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도 안 나오는데 누가 간호 휴직을 하겠어요?”

서울 영등포에서 출판사를 다니는 이 모(28)씨는 노동부가 가족간호 휴직제를 도입한다는 얘기를 듣더니 “돈을 벌어서 병원비를 지원하지, 누가 휴직을 하겠냐?”고 반문했다.

그는 노동부가 본인이 요청하면 의무적으로 하도록 하겠다는 얘기에 “아이가 아파서 직장을 결근하거나 휴가를 쓰면 회사에서 가족간호 무급휴직을 강요할 수도 있지 않겠냐”며 “해고를 하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걱정했다.

노동자들 "황당하다"

고용노동부는 최근 ‘가족간호 휴직제도’를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은 ‘남녀고용평등과 일ㆍ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고평법)’ 개정안을 오는 7월 국회에 제출, 내년부터 시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노동부는 고평법의 임의규정인 가족간호 휴직제를 “근로자가 가족간호휴직을 청구하면, 사업주는 간호 휴직을 줘야 한다”는 의무규정으로 바꾸고, 휴직 기간을 연간 90일까지 분할 사용할 수 있으며, 무급으로 한다고 밝혔다. 가족은 배우자, 자녀, 본인과 배우자 부모로 한정될 예정이다.

노동부는 “가족 가운데 환자가 있어 일-가정 양립에 어려움을 겪는 맞벌이 부부들에게 상당한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으나, 노동자들은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서울 용산구 용문동에 사는 박 모씨(41)씨의 부친이 뇌졸중으로 쓰러져 8년째 병원과 집을 오가며 투병생활을 하고 있고, 요양보호사의 간호를 받고 있다. 그는 “월급을 받아야 병원비를 드리는데 무급휴직을 하면 누가 약값을 대느냐?”며 ‘어처구니없는 정책’이라고 말했다.

무급휴직 기간이 90일인 것도 별다른 의미가 없다. 현대차 노사의 단체협약 28조에는 ‘일신상의 타당한 사유로 휴직을 요청할 때’ 6개월 이내에서 무급휴직을 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휴직 종료 후 복직했을 경우 휴직기간은 근속년수에 포함되며, 휴직기간 만료 또는 휴직자가 복직코자 할 때는 즉시 원직에 복직시키고, 원직이 소멸될 경우 본인 의사를 존중해 동일직급과 직종으로 복직시키도록 되어 있다.

간 큰 노동자 있을까?

기아차도 ‘신상을 이유로 휴직을 청원할 경우’ 6개월 이내에 휴직을 할 수 있도록 되어 있으며, 노동조합이 있는 대부분의 회사들은 휴직과 관련해 비슷한 단체협약을 갖고 있다.

무엇보다 가족의 병원비를 회사가 지원한다는 점이 중요하다. 현대차는 “가족은 의료보험급여 본인부담금 정산 후 본인부담금이 월 10만원을 초과하는 경우 100만원까지는 초과분의 반액을 지원하고, 100만원 초과분은 전액 지원”하도록 되어 있어 있다.

그러나 노동조합이 없는 중소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병원비도 지원받지 못하는데 3개월 동안 돈 한 푼 받지 않고 가족을 간호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특히 회사는 이를 해고의 수단으로 악용할 가능성이 있다. 자녀가 아파 지각이나 휴가를 사용하는 노동자들에게 회사가 ‘가족간호 무급휴직 신청서’를 내라고 ‘강요’할 수 있기 때문이다. 3개월 후 본인이 책상과 업무가 그대로 있을 거라는 믿음으로 ‘흔쾌히’ 휴직을 강행할 ‘간 큰’ 노동자는 많지 않을 것이다. 고용노동부의 어처구니없는 ‘무급’ 간호휴직에 쓴 웃음만 나올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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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디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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