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자연 리스트 ‘악마들' 지금 떨고 있나
        2011년 03월 08일 09:56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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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한 여성을 알고 있다. KBS 인기드라마에 출연했기 때문만은 아니다. 바로 2년 전 그녀는 ‘한’을 남긴 채 세상을 떠났다. 한국 사회 힘 있는 이들이 자신을 ‘성 노리개’로 삼은 실태를 고발했다. 바로 ‘장자연 리스트’에 대한 얘기다.

    당시 여론의 시선을 집중시켰다가 잊혀졌던 ‘장자연 리스트’, 장씨는 자신을 성 접대 대상으로 삼은 그들을 ‘악마’로 지칭했다. 2년 만에 다시 장씨 사건이 주목받고 있다. 장자연 리스트에 담긴 ‘악마’의 실체가 세상에 공개될지도 모르겠다.

    경찰의 ‘부실수사’ 우려는 여전하지만, 언론이 그것도 한겨레부터 동아일보까지 진보와 보수성향 언론 할 것 없이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주목할 대목은 동아일보가 SBS가 방송을 통해 내보냈던 ‘장자연 편지’를 입수해 보도했다는 점이다.

    편지에는 장씨가 누구에게 어떻게 성 접대를 해야 했는지가 상세하게 담겨 있다. 장씨 편지가 그의 자필로 확인될 경우 경찰은 재수사를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베일에 가려져 있던 그 ‘악마’들은 지금 떨고 있을지 모른다.

    다음은 8일자 전국단위 아침신문 1면 기사다.

    경향신문 <‘MB물가’의 굴욕>
    국민일보 <‘정자법’ 3월 국회 처리 급제동>
    동아일보 <"정자법, 대통령 거부권검토">
    서울신문 <해병 김태평!>
    세계일보 <북 최대 위협은 EMP탄 공격땐 전기·통신 ‘먹통’>
    조선일보 <카다피 전세 역전 조짐…미, 타이밍 놓쳤다>
    중앙일보 <빚 125조 LH, 성과급 1910만원씩 줬다>
    한겨레 <시대착오적 인터넷실명제 사문화>
    한국일보 <재고는 넘쳐나는데…먹을 쌀은 모자란다>

    동아일보, 장자연 편지 내용 공개했다

       
      ▲동아일보 3월 8일자 12면. 

    SBS가 보도했던 ‘장자연 편지’는 휘발성이 큰 사안이다. 성 접대라는 민감한 주제를 다루는 데다 한국사회 권력집단, 특히 연예계 권력의 추악한 단면이 담긴 사건이기 때문이다. SBS가 전했던 ‘장자연 편지’의 진위가 우선 관심의 초점이다.

    언론 대부분은 신중했다. 그러나 대다수 언론이 이번 사건에 관심을 기울였다. 사설도 여러 신문에서 나왔다. 이번 사건은 의외로 복잡한 사안이 아니다. SBS는 공신력 있는 전문가에게 장자연 편지가 장씨 친필이라는 점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경찰이 대충 수사해서 빠져나갈 구멍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주목할 대목은 3월 8일자 주요 신문의 ‘장자연 리스트’ 보도 가운데 동아일보와 중앙일보, 특히 동아일보의 보도가 눈에 띈다는 점이다.

    동아일보는 상세한 내용이 담긴 장자연 편지를 공개했다. 동아일보는 12면 <접대-성상납 대상에 거친 욕설…실명은 안 적어>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동아일보 기사 제목만 보면 편지의 신빙성에 의문이 제기될 수도 있지만, 정작 기사 내용은 대단히 상세하다.

    동아일보 "성 상납 대상에 일간지 사장, 인터넷신문사 사장 등"

    동아일보는 “동아일보가 7일 입수한 연기자 고 장자연씨(사진)의 자필 편지 복사본에는 장씨가 겪어야 했던 심적 고통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장씨의 편지는 50여통, 230여 쪽에 이른다”고 설명했다.

    동아일보는 “연예기획사 사장 김씨 외에는 실명을 거론하지 않았다. 장씨는 ‘술 접대와 성 상납’을 해야 했다는 대상을 ‘감독, PD, 일간지 사장, 인터넷신문사 사장, 금융회사 변태, 대기업 간부, 기획사 대표 악마들’ 등으로 표현했다”고 보도했다.

    동아일보는 “장씨는 편지에서 ‘감독 PD 대기업 방송사 언론사 금융 증권 일간지 등에 한 세트로 작업해야 한다고 (김 사장이) 얘기했다. (이런 접대가) 스타 진입을 위해 기본적으로 거쳐야 하는 것이라고…(들었다’고 적었다)”고 전했다.

    실명이 거론되지 않았다고 해서 경찰이 수사의 의지만 있다면 장씨가 ‘악마’로 표현했던 그들이 누구인지 확인하기 어렵지는 않다. 이 부분에 대한 힌트는 중앙일보가 제공하고 있다. 중앙일보는 20면 <"OO신문 대표…오빠 꼭 복수해줘요">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중앙일보 ‘언론사 대표 복수 요구’ 기사 제목으로 뽑아

       
      ▲중앙일보 3월 8일자 20면. 

    중앙일보는 “장씨는 ‘(지도층 인사들이) 날 가지고 놀고 싶은 맘에…넘 불결하고, 비참해 미칠 것 같고 죽어버리고 싶어. OO신문 대표는…이담 오빠가 사회에 나와서 꼭 복수를 해줘요’라는 내용의 편지를 썼다”고 보도했다.

    중앙일보는 “장씨는 또 ‘일간지 신문사 대표, 저질…그런 미친XX들. 내가 2007년 중반경부터 지금까지 OO일보 OO감독, PD순서로 수무 명이 넘는다’고 하소연했다”고 설명했다. ‘장자연 리스트’를 전한 언론 가운데 기사제목에 언론사 대표를 적시한 신문은 중앙일보가 유일하다.

    장자연 리스트의 ‘악마’ 가운데 언론사 대표가 속해 있음을 시사하는 내용이다. ‘장자연 편지’에는 영화에나 나올법한 은밀하고 추악한 장면이 담겨 있다. 동아일보는 “그는 또 ‘직원들 모두 일찍 퇴근시키고 접견실로 데리고 가서 회사도 술집도 호텔방도 아닌 X같은 곳에서 새벽에도 접견실 안에 있는 욕실과 별실이 있는 침실에서…’라고 썼다”고 보도했다.

    동아일보는 “가라면 가야하고 벗으라면 또 그렇게 해야 하고, 새로운 옷이 바뀔 때면 또 다른 악마들을 만나야 하고, 같은 회사 동료 연기자 있는 자리에서 내 걸 만지고…”라고 장씨가 편지에서 말한 내용을 전하기도 했다.

    경찰, 제보자 A씨 수감 중인 인물 강조하지만

       
      ▲국민일보 3월 8일자 8면. 

    관심의 초점은 장자연 편지의 신빙성이다. 한국일보는 10면 <"장자연 편지 입수뒤 재수사 검토">라는 기사에서 “영화배우 고 장자연씨의 것으로 추정되는 자필 편지가 공개돼 파문이 다시 확산하는 가운데 이귀남 법무부 장관은 7일 장씨의 사건과 관련해 ‘(수사여부는) 문서를 입수해 검토해 보고 말하겠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국민일보는 8면 <고 장자연 자필편지 제보자 재조사>라는 기사에서 “경기도 분당경찰서는 7일 ‘장씨의 지인임을 자처하며 편지를 제보한 A씨는 2003년 5월부터 교도소 5곳을 옮겨 다니며 수감 중인 만큼 2005년부터 장씨로부터 편지를 받았다는 A씨 주장에 설득력이 없다고 보고 있지만 의혹 규명 차원에서 A씨가 수감돼 있는 광주교도소로 수사대를 보내 사실 확인을 했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경찰은 장씨의 지인임을 자처한 제보자 A씨가 교도소에 수감 중인 인물이라는 점에서 그의 주장에 설득력이 없다고 본다는 내용이다. 중요한 지점이다. 경찰 주장대로 편지 내용에 신빙성이 없다면 논란은 원점으로 돌아갈 수도 있다.

    동아일보, 제보자 A씨는 장자연과 연인 사이로 추정

    그러나 경찰 주장이 얼마나 설득력이 있는지는 의문이다. 동아일보는 제보자 A씨가 누구인지 A씨와 장씨와의 관계를 암시하는 내용을 기사에 전했다. 동아일보는 “이 편지는 장씨가 부산구치소에 수감 중인 전모씨(31·가명 왕첸첸)에게 자신의 처지를 하소연하는 내용으로 채워져 있다”면서 “편지에서 장씨가 전씨를 ‘오빠’라 부르며 신뢰를 보내고 애정 표현을 하는 것으로 보아 둘은 연인 사이였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보도했다.

    제보자 A씨는 장씨와 전혀 무관한 인물이 아니라 ‘연인 사이’였을 가능성을 제기하는 내용이다. 한겨레는 <장자연 사건 재수사로 진실 밝혀라>라는 사설에서 “우선 시급한 것은 이 편지가 실제로 장씨가 남긴 친필 편지인지를 확인하는 일”이라며 “편지를 입수한 에스비에스 쪽은 공인 전문가에게 필적감정을 의뢰한 결과 장씨의 필체가 맞다는 결과가 나왔다고 보도했다”고 설명했다.

    경찰의 2년 전 수사가 ‘부실’이라는 결론에 이를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조선일보가 부실한 경찰 수사를 질타했다. 조선일보는 1면과 10면에 관련기사를 전했고, 사설은 내보내지 않았다.

    조선일보 1면 기사로 "’장자연 사건’, 어처구니없는 부실수사"

       
      ▲조선일보 3월 8일자 1면. 

    조선일보는 1면 <‘장자연 사건’, 어처구니없는 부실수사>라는 기사에서 “탤런트 장자연씨가 연예계의 성상납 관행을 폭로하는 문건을 남기고 자살한 지 2년이 지났지만, 경찰이 핵심 인물에 대해 제대로 수사하지 않아 아직도 온갖 풍설이 나도는 등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조선일보는 “6일 한 방송이 장씨 지인에게 입수했다며 장씨의 자필 편지 사본이라는 편지 50여 통을 공개하며 성 접대를 받은 인사가 31명이라고 보도해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이귀남 법무부 장관은 7일 국회 법사위에서 ‘검찰이 수사를 재개할 것이냐’는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의 질문을 받고 ‘(한 방송이 보도한) 문서를 입수해 검토해 보고 말씀드리겠다’고 말했고, 경기경찰청은 방송사측에 장씨의 자필 편지 사본을 넘겨달라고 요청하는 등 진위 파악에 나섰다”고 설명했다.

    조선일보는 “이와 관련, 의혹을 위한 의혹만 제기돼선 안 되고, 더 이상 의혹이 남지 않도록 철저히 진상이 규명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 "사건 수사 핵심은 누가 성 상납을 받았고 강요했는지"

       
      ▲조선일보 3월 8일자 10면. 

    조선일보는 10면 <‘장자연 사건’ 열쇠 쥔 김 전 대표 다시 수사해야>라는 기사에서 “편지의 진위 여부는 알 수 없다. 가짜일 수도 있다는 보도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처럼 의혹이 다시 불거진 것은 2년 전 경 찰이 장씨에게 성 접대를 하라고 강요한 장씨 소속사 전 대표 김모씨를 제대로 수사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선일보는 “사건 수사의 핵심은 누가 장자연씨에게 성 상납을 받았고, 김씨가 장자연씨에게 어떻게 강요 했는지였다. 경찰은 그러나 당시 성 상납을 받았다고 거론된 인사 가운데 누가 실제로 성 상납을 받았고 누가 누명을 썼는지를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조선일보가 맥을 짚었다. 사건 수사의 핵심은 누가 장씨에게 성 상납을 받았고 연예기획사 대표 김씨가 어떻게 강요했는지에 대한 실체이다. 국민이 궁금해하는 것도 그 지점이다. 그래서 경찰의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단 얘기다.

    서울신문 "엄마 아빠 제삿날도 성 접대, 장씨 마음 얼마나 아팠을까"

       
      ▲서울신문 3월 8일자 사설. 

    언론도 입을 모아 재수사 필요성을 제기했다. 진보-보수 언론 할 것 없이 사설을 쓴 언론 모두가 경찰 재수사 필요성을 역설했다. 한겨레는 이날 사설에서 “장씨 사건은 여성 연예인을 성적 노리개로 내모는 추악한 현실, 힘 있는 자들의 도덕적 타락 등 우리 사회의 치부를 만천하에 드러낸 사건”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신문은 <고 장자연 자필편지 철저수사로 규명하라>라는 사설에서 “편지 중에는 ‘새옷 갈아입고 다시 악마를 만나러 간다.’는 내용도 있고 ‘엄마·아빠 제삿날도 (접대 때문에) 챙기지 못했다.’는 표현도 있다. 술 및 접대를 거절할 수도 없는 장씨의 마음이 얼마나 아팠을까 충분히 짐작할 수 있을 듯하다”고 밝혔다.

    서울신문은 “장씨의 편지가 맞다면 재수사는 불가피하다. 경찰의 수사에 문제가 있다면 특별검사를 통한 방법도 검토할 수 있다. 성역 없는 수사, 성역 없는 조사가 없다면 공정한 사회라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동아일보 "악행 저지른 사람 책임 물어 장씨 한 풀어줘야"

       
      ▲동아일보 3월 8일자 사설.

    경향신문은 <‘장자연 편지’ 이번만은 진실 규명돼야>라는 사설에서 “(2년 전) 유력 인사들이 들어있다는 이른바 ‘장자연 리스트’도 실체가 확인되지 않은 채 소문 속에 묻혀버리고 말았다. 이번에 공개된 장씨의 편지는 2년 전의 이러한 사건 처리가 과연 온당했던 것이었는지를 새삼스레 묻고 있다”고 지적했다.

    세계일보는 <장자연 사건 재수사, 이번엔 의혹 남지 않게>라는 사설에서 “성 접대를 강요했거나 추문에 연루된 힘있는 자들이 처벌받은 일은 거의 없다. 실상에 관계없이 적당히 얼버무리고 처벌을 미룬 탓이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비판했다.

    동아일보의 <경찰 수사 너무 건성건성 한다>라는 사설은 베일에 가려져 있던 ‘악마’의 실체를 공개해야 하는 이유와, 공개가 불가능한 일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거듭되는 성 접대 강요에 인격적 모멸감을 견디다 못해 자살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한 것인지 규명할 필요가 있다. 장씨는 편지에서 성 접대를 강요한 사람들을 ‘악마’로 표현했다. 기획사와 유흥업소 관계자, 지인 등에 대한 수사에서 모든 것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악행을 저지른 사람들의 책임을 물어 장씨의 한을 풀어줘야 할 것이다. 2009년 당시 철저한 수사의지를 갖고 있었다면 해결 못할 사건이 아니었다고 우리는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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