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들의 영혼을 두들겨 깨울 책들
        2011년 03월 06일 04:19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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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무 생각 말고 ‘공부 생각’만 하라는 강요 속에서 중고등학교를 보낸 아이들 가운데, 다수는 이제 막 대학생이 됐다. 그들이 대학교 1학년 새내기이지만, 그냥 고등학교 4학년이 될 수도 있다.

    왜라는 질문은 용납되지 않았으며, 모든 건 “대학 간 다음”으로 유보 또는 단서 조항을 단 채 미룰 수밖에 없었던 그들이 ‘고4’ 아닌 ‘대1’이 되기 위해서는, 청소년에서 청년 학생으로 새로 태어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책 읽기’가 소중하다.

    “책이 사람을 만든다.”는 먼지가 두텁게 앉아 있는 경구는 여전히 유효하다. 문제는 항상 무슨 책을 읽을까 하는 것. 몇몇 대학이나 기타 독서 관련 단체들이 대학교 신입생 추천도서를 발표하곤 하지만, 십중팔구는 고전 리스트 같아서 옆으로 제쳐두곤 한다.

    <레디앙>은 진보적 인사들을 중심으로 대학교 신입생들에게 추천할 만한 도서 목록을 받았다. 그들이 추천한 도서를 소개한다.

    김선주(언론인)

    박경리 『토지』
    조정래 『태백산맥』
    장하준 『나쁜 사마리아인들』
    정경모 『시대의 불침번』
    허문영 『세속적 영화, 세속적 비평』

    김영훈(민주노총 위원장) 신영복 『강의』
    마이뉴스재팬 『토요타의 어둠』
    박민규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이유리, 임승수 『세상을 바꾼 예술작품들』
    조영래 『전태일 평전』
    노회찬(진보신당 전대표) 마르크스 『공산당 선언』
    신영복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조영래 『전태일 평전』
    김대중 『김대중 자서전』
    진중권, 홍세화 등 『진보의 재탄생』 
    단병호(민주노동당 전의원)  조영래 『전태일 평전』
    우석훈 『88만원 세대』
    강상구 『하이 마르크스, 바이 자본주의』
    박경철(의사, 경제평론가)  E. H. 곰브리치 『서양미술사』
    이진경 『철학의 모험』
    오정희 『꽃이 피는 그 산 아래 나는 서있네』 
    심상정(진보신당 전대표)  셰리 버먼 『정치가 우선한다』
    엠마 도노휴 『룸』
    김대중 『김대중 자서전』
    S. D. 알린스키 『급진주의자를 위한 규칙』
    김연철 『냉전의 추억』
    우석훈(2.1연구소 소장)  장하준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전홍기혜 등 『한국의 워킹푸어』
    마이크 데이비스 『슬럼, 지구를 뒤덮다』
    최정규 『이타적 인간의 출현』
    김수영 『거대한 뿌리』 
    정태인(새사연 원장)  최정규 『이타적 인간의 출현』
    스티글리츠 『스티글리츠 보고서』
    칼 폴라니 『거대한 전환』
    로버트 스키델스키 『존 메이너드 케인스』 
    조승수(진보신당 대표)  조지 오웰 『나는 왜 쓰는가?』
    장하준 『그들이 말해주지 않는 23가지』
    박노자 『거꾸로 보는 고대사』
    김두식 『불편해도 괜찮아』
    하종강 등 『너는 나다』 
    홍세화(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한국판 편집인)  에티엔 드 라 보에티 『자발적 복종』
    장석준, 황광우 『레즈를 위하여』
    한홍구 『대한민국사』
    리영희 『대화』 

                                                     * * *

    김선주(언론인, ‘김선주 학교’ 교장)

    박경리의 『토지』

       
      표지.

    두말할 나위 없는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대하소설’이다. <토지>는 1969년 9월 ‘현대문학’에 연재 시작, 독보적 작가 박경리가 26년 간 전 생애를 걸고 쓴 대하소설이다.

    경남 하동 평사리를 1부의 첫 무대로 삼아 만주, 연해주, 서울, 부산, 진주, 동경 등으로 확대되며 마치 500리 섬진강 물줄기처럼, 지리산의 웅장하고 섬세한 산세처럼, 장대하고 변화무쌍하게 우리 민족의 삶과 운명과 한을 풀어헤친다.

    평사리 최참판댁 가문의 5대에 걸친 흥망성쇠를 중심으로 동학혁명의 좌절 이후 해방에 이르기까지 우리 민족의 한 많고 파란만장한 근현대사가 드넓은 모신(母神)의 사랑 속에 되살아나는 영원한 걸작이라 할 수 있는 책이다.

    방대한 양에 주눅이 들 법도 하지만, 첫 권을 손에 잡는 순간 옆에서 살아 숨 쉬고 있는 듯한 600여 등장인물들의 생생한 캐릭터에 흠뻑 빠져들 수밖에 없는 책이다. 읽어본 사람이라면 반드시 주변 사람에게 “한 번 읽어보라”고 권하는 책이기도 하다.

    2002년 판권을 이양 받은 나남출판사가 21권의 책으로 펴냈다. 등장인물들의 대화나 기억을 망라해서 기록해 놓은 <토지 인물사전>도 따로 나와 있다.

    조정래의 『태백산맥』

    “학교에서 배우지 못한 한국근대사 100년, 대서사의 늪에 푹 빠져보시길. 이밖에도 세계문학전집가운데 장편소설을 열 편쯤 읽었으면 합니다.”-김선주

       
      

    1천만 부 돌파라는 한국출판 사상 초유의 기록을 세우며 민족소설로 우뚝 선 조정래의 대하소설. 한반도가 해방과 분단을 맞은 1948년부터 6·25전쟁 휴전 후 분단이 고착화된 1953년까지를 배경으로 한, ‘민족사의 매몰시대’, ‘현대사의 실종시대’라 불리는 역사에 정면으로 부딪혀 80년대 최대의 문제작이 된 작품.

    20세기 한국인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소설로, 이념의 대립으로 인한 민족 분단의 아픔을 문학으로 승화시킨 한국문학사의 독보적인 위치에 오르게 된 작품이다. 분단문제에 정면으로 도전한 치열한 역사의식, 탁월한 인물전형화, 감칠맛 나는 전라도 사투리 등이 이 소설의 매력으로 평가.

    이 책은 지난 1994년 이승만 전 대통령의 양자 이모씨와 ‘구국민족연맹’ 등 8개 우익단체로부터 국가보안법 위반 및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 고발을 당한 바 있으며, 검찰은 뚜렷한 이유도 밝히지 않은 채 이 사건의 결론을 미뤄 오다가, 11년 후인 지난 2005년에 무혐의 처분을 받기도 했다. 현대사의 상처가 이 책도 비껴가지 않았던 셈이다.

    장하준의 『나쁜 사마리아인들』

    “신자유주의의 속살을 들여다보면서 우리의 좌표도 함께 고민해볼 수 있는 경제정치사회교양서”-김선주

    『사다리 걷어차기』『쾌도난마 한국경제』『국가의 역할』등을 통해 경제학과 경제현실에 대한 진지한 접근을 시도하였던 장하준 교수가 처음으로 보통 사람들을 염두에 두고 집필한 책이다.

    이 책은 ‘신자유주의’에 대한 불편한 진실이다. 개방과 자유무역이 개발도상국에게 도움이 된다는 것은 ‘사실’이라기보다 ‘이데올로기’에 가깝다는 것을 폭로하는 책이다. 개방 경제와 외국인 투자 그리고 민주주의와 경제 발전의 상관관계를 명료하게 설명해준다.

    오늘날 개방과 자유무역을 ‘숭상’하는 미국 등 이른바 선진 국가들도 경제성장 초기에는 자국의 경제 보호를 위해 강력하게 보호무역 정책을 실시했다는 사실을 밝혀낸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에게 이러한 정보는 제공되지 않는다.

    체급 다른 권투선수들의 시합은 공정하지 않다. 헤비급 선수들에게 적용되는 시합의 룰을 경량급 선수들에게도 적용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다. 책은 이들 선진국을 상처에 소금을 뿌리는 ‘나쁜 사마리아인’에 비유한다. 자신들이 타고 올라간 사다리를 ‘걷어참으로써’ 개발도상국의 경제 성장과 발전을 막는 부정적 역할을 한다고 저자는 주장 또는 논증하고 있다.

    정경모 『시대의 불침번』

    “한국현대사와 함께한 한 지식인의 삶, 모든 통일은 왜 선인가를 천착해온 40년 망명객의 증언.”-김선주

    『시대의 불침번』은 1924년 서울에서 태어나 일본 유학과 미국 유학, 맥아더 사령부(GHQ) 직원으로서 판문점 휴전 회담 참여, 일본 망명, 문필 활동을 통한 민주화 운동과 통일 운동 지원, 1989년 역사적인 문익환 목사와의 방북 등 우리 현대사의 중요한 현장에 있었던 저자의 자서전이다.

    저자는 본래 의학(게이오 의대, 서울대 의대)과 화학(에모리 대학)을 공부하던 자연과학도였다. 하지만 20세기 한국사가 지나온 격변의 시대가 그를 가만두지 않았다. 미국 유학 중 발발한 한국전쟁의 와중에서, 당시 유엔대사였던 장면 박사의 긴급호출이 그를 역사의 현장에 끌어들여 도쿄에 있던 맥아더 사령부(GHQ)의 직원으로 일하게 된다. 판문점 휴전 회담에 통역관으로 참여하기도 하지만, 전쟁 후 미 사령부에 의해 ‘기피 인물’로 낙인찍히고, 이승만, 박정희 독재 정권을 거부하며 일본으로의 망명을 선택한다.

    이 책 제목으로 쓰인 ‘시대의 불침번’은 그의 오랜 동지이자 막역지우인 소설가 황석영이 그에게 붙여준 별칭이다.

    이 책에는 1945년 9월 초 ‘해방군’ 미군을 맞으러 영등포 네거리로 플래카드를 써서 마중나간 이야기며, 미국 유학 중 이승만, 프란체스카 여사와의 직접 서신 왕래를 통해 학비를 도움 받은 일, 훗날 민주화 운동의 주역이었던 문익환, 박형규 목사와의 맥아더 사령부에서의 교유, 판문점 휴전 회담의 생생한 풍경, 일본에 망명해 있던 김대중과의 만남, 그리고 무엇보다 1989년 문익환 목사와 함께한 역사적인 방북과 김일성 주석과의 만남에 얽힌 뒷이야기 등은 놀랍도록 생생하다.

    허문영 『세속적 영화, 세속적 비평』

    “영화를 읽는 즐거움, 지적이면서 평이한 문장으로 이루어진 글쓰기의 교과서!”-김선주

    영화평론가 허문영의 첫번째 평론집. 1990년대 중반부터 2010년 초반까지 발표했던 글들을 한데 모았다. 우리는 영화를 왜 필요로 하는가? "길들여지지도 않고 배제될 수도 없는 지속하는 타자의 감각적 힘이 우리의 지속의 힘으로 마술적으로 전이되는 유일한 장소"가 바로 좋은 영화이기 때문이라고 그는 답한다. 저자는 불가피하게 세속적인 매체일 수 밖에 없는 영화를 ‘세속적 비평’의 틀 안에서 대면한다.

    1부에서는 한국영화와 한국 영화계에 대한 비평을, 2부와 3부에서는 홍상수, 봉준호, 박찬욱, 지아장커, 클린트 이스트우드 등을 포함한 13명의 국내외 영화감독들에 대한 평론을 담고 있다. 또한, 4부와 5부에서는 개별 영화들에 대한 리뷰를 상세히 수록하고 있다.

    “영화는 불가피하게 세속적 매체다. 그 세속성은 영화가 태생부터 자본과 산업에 깊이 연루되어 있기 때문이라기보다는, 카메라가 담는 대상이 불가피하게 당대의 세계 안에 존재하는 공간과 인물이기 때문이다.

    일부 아방가르드 영화에서 혹은 최근의 디지털 영화에서 피사체의 존재론적 지위가 불투명한 경우가 있다 해도, 우리가 사랑한 영화는 대부분 실재하는 세속적 타자들의 물리적 지속에 관한 것이다. 그것을 보는 우리도 불가피하게 당대의 사건들과 공기와 환경 안에서 영화를 보았고 매혹되거나 그를 거부해왔다.”(책머리 중에서)

                                                      * * *

    김영훈(민주노총 위원장)

    신영복 『강의』

    자본주의 체제가 양산하는 물질의 낭비와 인간의 소외, 그리고 인간관계의 황폐화를 보다 근본적인 시각으로 재조명하는 신영복 선생의 고전강의를 엮은 책. <시경>, <서경>, <초사>, <주역>, <논어>, <맹자>, <노자>, <장자>, <묵자>, <순자>, <한비자>를 ‘관계론’의 관점으로 새롭게 읽고 있다.

    동양적 삶이 지향하는 궁극적인 가치는 인성의 고양이며, 이 인성의 내용이 바로 인간관계이다. 인성을 고양한다는 것은 인간관계를 인간적인 것으로 만들어가는 것을 의미한다. 인(人)은 인(仁)으로 나아가고, 인(仁)은 덕(德)으로 나아가고, 덕은 치국(治國)으로 나아가고, 치국은 평천하(平天下)로 나아간다. 그리고 천하는 도(道)와 합일되어 소요하는 체계이다.

    동양고전의 독법에 있어서는 고전의 내용을 이해하는 것보다는 이러한 성찰적 관점을 확립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러한 관점을 얻었다면 마치 강을 건넌 사람이 배를 버리듯이 고전의 모든 언술(言述)을 버려도 상관없다. 고전장구의 국소적 의미에 갇히지 않고 그러한 관점을 유연하게 구사하여 새로운 인식을 길러내는 창신(創新)의 장이 시작되는 지점에 서는 것이기 때문이다.

    마이뉴스재팬 『토요타의 어둠』

    ‘토요타’ 내부모순을 파헤쳐 ‘토요타 몰락’의 원인을 총체적으로 밝힌 책. 이 책은 지금까지 출간된 토요타 관련 서적들과는 근본적으로 궤를 달리하며 날 것으로서의 토요타의 진짜 모습을 가감 없이 보여주고 있는 현장탐사보고서이다. 이 책은 기존의 토요타사가 제공한 정보에 기초한 경영자 측 입장이 아닌, 일하는 노동자와 소비자의 입장에서 직접 토요타 공장에 들어가 현장과 하청업체, 해외지사 근무자를 3년여 동안 취재해 집필하였다.

    이 책을 쓴 저자진은 3년여에 걸쳐 무려 200여 명의 토요타 현장 사람들을 직접 취재해 ‘포장된 토요타’가 아닌, 가면 뒤의 실체를 생생하게 드러내고 있다. 그곳엔 최고 수준의 우량기업 토요타가 아닌, 월 144시간의 잔업을 요구하고, 변칙근무와 각종 제안제도 독촉을 통해 회사에 무조건 복종하는 기계인간을 강요하는 글로벌 토요타의 어두운 그늘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그리고 그 모든 어두운 그늘은 연간 1,000억 엔을 쏟아 붓는 토요타의 엄청난 광고선전비에 의해 매스컴과 신문, 책, 인터넷에 입막음 비용으로 덧씌워져 드러나지 않았던 토요타의 실제 모습과 위험천만한 공정과정이 충격적으로 꼬리에 꼬리를 물고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이 책을 통해 한국 기업들이 작금의 토요타 사태를 교훈삼아 끊임없는 품질혁신과 함께 인간중심의 경영혁신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뼈저리게 깨닫는 계기로 삼는다면 저자들의 노력에 의미 있는 답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주)MyNewsJapan는 와타나베 마사히로(渡邊正裕)가 2004년에 설립한 일부 유료회원제의 독립계 인터넷신문이다. 2007년 현재 포털 사이트 야후 및 라이브도어 등에 뉴스를 공급하는 통신사이기도 하다. 연재기획물을 단행본화 하고 있다. ※ http://www.mynewsjapan.com

    박민규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이 소설책의 주인공은 프로야구단이 창설된 1982년을 다음과 같이 기술하고 있다.

    "37년 만에 야간통행금지가 해제되고, 중·고생의 두발과 교복자율화가 확정됨은 물론, 경남 의령군 궁유지서의 우범곤 순경이 카빈과 수류탄을 들고 인근 4개 마을의 주민 56명을 사살, 세상에 충격을 준 한해였다…이스라엘이 레바논을 침공하고 , 팔레스타인 난민학살이 자행되고, 소련의 브레즈네프가 사망하고…"

    소설은 이러한 당대의 배경을 뒤로한 채 <삼미 슈퍼스타즈>라는, 실재했던 괴짜구단으로 시선을 옮겨간다. 이 소설이 삼미 슈퍼스타즈를 주목하는 이유는 단순명료해 보인다. 늘 패배만 하고 살아온 우리 시대의 자화상과 닮아 있기 때문이다.

    팀 최다 실점, 시즌 최소 득점, 1게임 최다 피안타, 팀 최다 홈런 허용, 최다 사사구 허용, 시즌 최다병살타 등을 기록으로 갖고 있는 삼미 슈퍼스타즈는 1985년 청보 핀토스로 매각되기까지 1983년 한해를 제외하고는 만년 꼴찌였다.

    등장인물들 역시 삼미 슈퍼스타즈의 전적만큼이나 화려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일류대학에 진학해 대기업에 입사했으나 IMF의 여파로 구조조정의 대상이 된 주인공.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을 결성하기까지 수많은 조언들을 해준 조성훈-그는 후에 프라모델 숍의 주인이 된다. 분식집 주인이 된 직장 동료…

    이런 "주변인들"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은 경쟁과 죽음을 부추기는 현대 자본주의에 대한 풍자와 만나 색다른 소설적 감흥을 준다.

    <삼미 슈퍼스타즈>를 둘러싼 화자와 "주변인들"간의 대화, 아무런 의미도 없고 논리적 연관성도 없어보이는 수사들 속에는 엄혹한 현실에 대한 풍자와 이런 현실 속에서도 자신들만의 가치를 지켜가려는 이들에 대한 연민이 숨어 있다.

    기발하고 유쾌한 상상력, 현실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 결코 가볍지 않은 주제의식 이들이 어우러져 빚은 독특한 빛깔의 소설. 이 책은 제8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이다.

    이유리, 임승수 『세상을 바꾼 예술작품들』

    예술이란 뭔가 대단한 것일까? ‘예술’이란 것 자체가 특별하고 어려운 것이 아닐 뿐 아니라 오히려 보통사람들이 즐기는 수많은 문화 자체가 예술이라고 말하는 저자들의 예술작품 감상기. 우아하게 자신의 존재를 뽐내기만 했을 것만 같은 수많은 위대한 예술작품들이, 사실은 당시의 사회를 담아 투쟁했고 결국 사회를 바꿔냈다는 것을 말하고 있는 책이다.

    26개의 테마에 맞춰 유명한 예술작품들이 당시의 사회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당시의 시대를 바라보는 예술가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베토벤의 급진적이고 ‘불온’한 삶과 사고들은 그의 음악에 면면히 남아 있음을, 혁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못한 죄책감을 그림으로 승화시킨 들라크루아, 페미니즘 미술의 선도자였던 17세기의 젠틸레스키, 붓과 캔버스로 전쟁과 폭력에 맞선 고야, 위대한 희극배우이자 빨갱이로서의 삶을 영화에도 고스란히 드러냈던 찰리 채플린, 아이돌을 벗고 ‘혁명가’가 되었던 존 레논, 그래피티를 예술로 승화시킨 뱅크시 등 17세기부터 21세기에 이르는 지금까지, 세상과 함께 살고 세상을 바꿨던 예술가들을 소개하고 있다.

    조영래 『전태일 평전』

    “많은 사람들은 학생들이 이 책을 한 번쯤 읽어봐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전태일 평전이 단순히 노동 관련 책이라기보다는 젊은 세대의 사회 입문서, 즉 사회를 이해하는 가장 보편적인 책으로 평가하고 있는 것이다. 내가 추천하는 이유도 크게 다르지 않다.”-단병호(※이 책은 노회찬, 단병호도 도시에 추천했습니다)

       
      

    신판 『전태일 평전』은 우리 사회를 살아가는 청소년들에게 사회를 올바로 바라보며, 살아가는데 힘이 되는 지혜와 용기의 사상이 담겨 있다. 이 책은 우리 사회의 삶에 대한 나침판 역할을 하며 지난 25년간 우리 시대 최고의 고전으로 자리잡아 왔다. 21세기에도 전태일은 우리의 잠자는 양심을 더욱 세차게 두들기며 한국 사회만이 아니라 지구촌 곳곳을 찾아가 “내 죽음을 헛되이 말라!”고 외치고 있다.

    전태일기념사업회는 이런 시대 흐름에 맞춰 돌베게 출판사에서 펴내던『전태일 평전』을 새롭게 개정해 펴냈다. 새롭게 태어난 『전태일 평전』은 청소년들에게 더욱 친숙하고 정감 넘치도록 형식과 내용을 바꾸었으며, 원본과 저자의 뜻이 왜곡되지 않고 정확하게 전달되도록 만들어졌다.

    이 책은 출간 이래 25년 동안 대학가를 중심으로 수많은 사람들에게 읽혀졌으며, 이 책을 읽고 노동운동이나 학생운동에 뛰어들었던 젊은이들이 많았다. 이제는 세월이 많이 흘렀으나 『전태일 평전』의 글 속에 담겨 있는 인간적인 세상을 꿈꿨던 전태일의 순수한 마음은 여전히 유효하다.

    이 책은 불꽃 같은 삶을 살다 간 노동자 전태일의 일대기다. 평화시장 어린 동심들의 고통에 항상 가슴 저려 하며, 그들을 위해 스물 둘의 젊음을 불길 속에 내던졌던 청년노동자 전태일의 삶과 투쟁을 이야기한다.

    이 책은 전태일 자신과 동료들이 겪고 있었던 고난의 삶과 고통스러운 노동 현실에 분노하다가, 평화시장의 노동자들과 함께 투쟁의 길로 들어서는 과정 등을 감동적으로 그리고 있다. 삶과 투쟁의 과정에서 생기는 고민, 방황, 헌신적 인간애 등을 통해 인간 전태일을 느낄 수 있다. 전태일은 노동법에는 노동자의 권리가 보장되어 있으나 법이 지켜지지 않는 현실 앞에서 분신자살로 우리 사회에 경종을 울린다. 1970년 11월 13일의 일이다.

                                                      * * *

    노회찬(진보신당 전 대표)

    마르크스, 엥겔스 『공산당 선언』

    “하나의 유령이 유럽을 배회하고 있다. 공산주의라는 유령이”라는 유명한 구절로 시작되는 공산당 선언은 당초에는 국제적인 노동자조직이었던 ‘공산주의자동맹’ 제2차 대회(1847)의 의뢰로, 마르크스와 엥겔스가 저술한 이론적·실천적 강령이었다. 1848년 2월 런던에서 독일어로 발간되자 순식간에 영어·프랑스어·러시아어로 번역되어 각국에 소개되었다.

    이 선언의 본문은 “지금까지 모든 사회의 역사는 계급투쟁의 역사이다”라는 규정으로 시작돼 “프롤레타리아가 잃을 것은 쇠사슬뿐이요, 얻을 것은 세계다. 만국의 노동자여 단결하라”는 구절로 끝은 맺는다.

    제1장 <부르주아와 프롤레타리아>에서는 전체 사회의 역사를 계급투쟁의 역사라고 단정하였으며, 프롤레타리아계급을 혁명적인 계급이라고 하였다. 제2장 <프롤레타리아와 공산주의자>에서는 프롤레타리아 해방의 여러 과정을 고찰하여 공산주의자의 실천적 임무를 역설하였고, 제3장 <사회주의적 그리고 공산주의적 문헌>에서는 사회주의사상의 여러 유파의 반동성(反動性)·보수성·공상성을 검토, 비판하였다. 마지막의 제4장 <여러 반대당에 대한 공산주의자의 입장>에서는 일체의 사회질서의 폭력적 전복을 공공연하게 선언하였다.

    마르크스를 역사상 가장 영향력 있는 이데올로기적 사상가로 만든 문건이자, 마르크스 철학사상의 결정체인 <공산당선언>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문제적인 텍스트로 기능하고 있다.

    신영복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신영복 교수는 1968년 통일혁명당 사건으로 무기징역형을 받고 대전 · 전주 교도소에서 20년간 복역하다가 1988년 8 ·15 특별 가석방으로 출소했다.

    76년부터 88년까지 감옥에서 휴지와 봉함엽서 등에 깨알같이 쓴 가족에게 보냈던 편지들을 묶은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은 큰 고통 속에 있는 인간이 가슴 가장 깊은 곳에서 길어올린 진솔함으로 가득한 산문집이다.

    이 책은 68년 저자가 20년 20일이라는 긴 수형 생활 속에서 제수, 형수, 부모님에게 보낸 서간을 엮은 책으로, 그 한편 한편이 유명한 명상록을 읽는 만큼이나 깊이가 있다. 그의 글 안에는 작은 것에 대한 소중함, 수형 생활 안에서 만난 크고 작은 일들과 단상, 가족에의 소중함 등이 정감어린 필치로 그려져 있다.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은 1988년 첫 출간된 이래 지금까지 수많은 사람들의 가슴에 깊은 감동을 남기며 이 시대의 고전으로 평가받고 있는 책이다.

    조영래 『전태일 평전』

    김대중『김대중 자서전』

    김대중 전 대통령의 온 생애를 기록한 ‘정본 자서전’. 김 전 대통령이 2009년 서거하기 전, 만 6년 동안 준비해 온 자서전이다. 김 전 대통령은 2003년 2월 청와대를 떠나 동교동으로 돌아온 후 2004년부터 자서전을 구상해 구술을 시작했고 2년여 동안 총 41회 구술 인터뷰를 진행했다.

    김대중은 2009년 7월 병원에 입원하기 직전까지 정리된 자서전 원고를 읽으며 직접 고치고 부족한 부분은 추가로 구술해 반영토록 했다. 그리고 이희호 여사가 원고를 최종 검토하고서 편지 형식으로 여는 글을 적었다.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 고르바초프 전 소련 대통령, 폰 바이체커 전 독일 대통령이 글을 보내와 앞머리에 실었다.

    1권에는 출생에서부터 정치에 입문하기까지, 1954년 민의원에 출마한 후 세 번 연거푸 낙선, 네 번째 당선되었으나 군사 쿠데타를 맞아 의정 활동을 못하게 된 과정, 1971년 40대 대선 주자로 나서 박정희와 겨룬 일, 그 후 독재 시절을 거치며 수차례 죽을 고비를 넘기고 미국으로 망명하기까지의 상황, 귀국 후 대선 도전에 이어 대통령이 되기까지 과정을 담았다.

    2권에는 대통령 취임 직후부터 퇴임 후 서거 직전까지가 담겨 있다. 대통령 재임기 동안의 이야기는 퇴임한 전직 대통령에게 직접 듣는 최초의 국정 보고이자 ‘성공한 민주주의 정치가’의 전모가 담긴 회고록이다. 또한 책에는 한평생 민주주의, 정의, 평화, 민족을 위해 살아온 인물 김대중이 ‘존경하고 사랑하는 국민 여러분’께 전하는 마지막 당부가 담겨 있다.

    김어준, 진중권, 홍세화 등 『진보의 재탄생』

    김어준, 진중권, 홍세화, 홍기빈, 우석훈, 변영주, 한윤형, 김정진. 최전선의 지식인들이 한 권의 책을 위해 모였다. 이 책은 이미 발표되었던 대담들을 묶은 책이 아니다. ‘진보의 재구성’을 시도하려는 일관된 목적 아래 2009년 11월부터 2010년 1월까지 여의도와 광화문, 대학로와 홍대 등을 오가며 이루어진 일곱 차례의 대화와 그 외의 숱한 만남의 성과로 구성된 기획대담집이다.

    대담의 모토를 넉자로 줄이면 ‘안면몰수’. 한 성질 하는 지식인들이 ‘사정 봐주기 없기’라는 합의하에 노회찬을 몰아붙인다. 에세이스트 노회찬의 진면목을 보여주는 ‘여는 글’을 시작으로, 이 책은 4부 7장으로 본문이 구성되어 있고, 책의 말미에는 『88만 원 세대』의 저자 우석훈의 ‘닫는 글’이 덧붙여져 있다.

    1부에서는 인간 노회찬에 대한 두 가지 대별되는 색채의 접근법이 시도된다. 2부는 우리시대의 논객 진중권과 변호사 김정진과의 대담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3부는 글로벌 정치경제연구소 소장 홍기빈과의 대담과 20대 논객 한윤형과의 대담으로 구성되어 있다. 4부에는 『나는 빠리의 택시운전사』와 『생각의 좌표』의 저자인 홍세화와의 대담을 실었다.

    이 책에 대해 노회찬은 말한다. 이 책은 한겨울에 진보의 봄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모여 만들었다고. 진보를 고뇌하고 스스로를 성찰하면서 써내려간 우리들의 고백서라고. 서울에 비친 우리들의 모습을 직시하며 나눈 대화의 기록이며, 차마 자신에게 묻기도 두려운 질문을 자신과 똑같은 상대에게 물으며 꿈을 실현하는 길을 찾으려 몸부림친 흔적이기도 하다고.

                                                      * * *

    단병호(민주노동당 전 의원)

    조영래 『전태일 평전』

    우석훈 『88만원 세대』

    지금의 20대는 상위 5% 정도만이 한전과 삼성전자 그리고 5급 사무관과 같은 ‘단단한 직장’을 가질 수 있고, 나머지는 이미 인구의 8백만을 넘어선 비정규직의 삶을 살게 될 것이다. 비정규직 평균 임금 119만원에 20대 급여의 평균비율 74%를 곱하면 88만원 정도가 된다. 세전 소득이다.

    88만원에서 119만원 사이를 평생 받게 될 것이다. 그런데 이 ’88만원 세대’는 우리나라 여러 세대 중 처음으로 승자독식 게임을 받아들인 세대들이다. 탈출구는 없다. 이 20대가 권총을 들 것인가, 아니면 전 세대인 386이 그랬던 것처럼 바리케이드와 짱돌을 들 것인가, 역사의 갈림길에 서 있다.

    이런 현상은 일본의 ‘버블 세대’ 유럽의 ‘1천유로 세대’, 미국의 ‘빈털터리 세대’에서도 비슷하게 일어났지만, 우리나라에서는 훨씬 빠르고 훨씬 심각하게 진행되고 있다. 『88만원 세대』는 이런 세대 간 불균형이 경제를 비롯한 사회 전반에서 독점화가 진행되면서, 정치적 자기 보호 능력이 없는 지금의 20대에게 그 피해가 집중된 때문이라고 파악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토플 공부 열심히 하더라도 이미 닫혀진 사회적 의사결정 구조 때문에 젊은 세대를 볼모로 한 ‘인질 경제’ 자체는 변화하지 않는다. 『88만원 세대』는 유럽과 아시아 여러 나라의 사례를 들며, 세대 균형을 되찾는 길은 토플 점수가 아니라 ‘바리케이드와 짱돌’이라고 역설한다.

    『88만원 세대』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접하는 사회 현상들에서 ‘세대 간 불균형’이라는 구조적 문제점을 들춰내고, 풍부하고 알기 쉬운 사례를 들어 대안을 제시하는 한국 최초의 본격 세대 경제학 책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으로 저자는 찰스 디킨즈의 소설 <크리스마스 캐럴>의 형식을 빌려와 스크루지 영감이 크리스마스 이브에 영국 사회의 각 모습들을 보게 된 것처럼 교육 문제, 주거권 문제, 비정규직 문제, 경제의 독과점화, 예술시장의 붕괴 등 20대의 경제적 독립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우리나라 경제의 각종 구조적 문제들이 어떻게 ‘88만원 세대’ 현상이라는 것을 확대재생산하게 되는지를 흥미롭게 보여주고, 분야별로 해법들을 제시하고 있다.

    강상구 『하이 마르크스 바이 자본주의』

    오랜 기간 금서였으나, 이제는 고등학생이 읽어야 할 필독서 100권 안에 꼭 들어가는 『자본론』, 세상 돌아가는 일에 관심 있고 의식 있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들추어보아야 한다는 그 책, 그러나 웬일인지 그 누구도 제대로 읽지 않는 『자본론』.

    누구는 눈을 어지럽히는 수식에, 누구는 잘 읽히지 않는 마르크스의 독특한 문체에, 또 누구는 그저 많은 분량에 질려 『자본론』을 읽다 만다. 그러므로 사실상 『자본론』을 끝까지 읽은 이는 드물다. 『Hi, 마르크스 Bye, 자본주의』는 『자본론』을 읽다가 좌절한 사람들뿐만 아니라 읽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어렵다는 소문에 감히 읽을 엄두를 내지 못했던 이들에게 손을 내민다.

    『자본론』 해설서는 이미 여러 권 나와 있다. 그러나 정작 누구보다도 이 책을 읽어야 할 노동자들이 읽을 만한 해설서는 아직 없다. 이 책은 쉽게 풀어 썼다손 쳐도 결국 어느 정도 ‘가방끈이 길어야’ 읽을 수 있는 『자본론』 해설서가 아니라 한글만 안다면 누구라도 이해할 수 있게 쉽게 씌어졌다.

    가수 이상은도 “한번 읽기 시작하니까 쉽고 재미있어서 끝까지 읽게 되었다.”고 읽은 소감을 밝혔다. 이 책은 여러 해 동안 현장 노동자들에게 강의하면서 쌓은 저자의 경험과 “가방끈 긴 사람들끼리만 아는, 사실은 별것 아닌 이야기들을 쉽고 재밌게 ‘번역’하는 일에 관심 많은” 저자의 평소 지론이 바탕이 되었다.

    이 책의 미덕은 ‘보통 독자’들을 겁먹게 만드는 수식이나, 영어 약자 같은 기호를 걷어내고도 『자본론』의 알맹이들을 쉽게 설명하는 데 성공했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나온 여느 해설서보다 쉽고 정확하다.

    이 책의 또 다른 특징은 미덕은 일상생활과 일하는 현장에서 접할 수 있는 구체적 사례와 비유를 통해 어려운 개념들을 술술 풀어낸다는 점과 이 책의 곳곳에 등장하는 재미있는 대화 장면들이 썰렁 유머(?)까지 곁들여져 책을 쉽고 술술 읽히게 하는 데 한몫 거들고 있다.

                                                      * * *

    박경철(의사, 경제평론가)

    에른스트 H. 곰브리치 『서양미술사』

    이 책은 지금까지 출간된 미술에 관한 가장 유명한 책 중의 하나로서 1950년 영국에서 초판이 간행된 이래 전 세계에서 서양미술사 개론의 필독서로 자리 잡았다. 선사시대 동굴벽화부터 오늘날의 실험적 예술에 이르기까지 모든 주제를 다룬 입문서이며, 이 책을 통하여 세계 전역에 걸친 모든 세대의 독자들은 저자가 해박한 지식과 지혜뿐만 아니라 예술 작품에 대한 깊은 사랑을 겸비한 위대한 대가임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저자는 미술사를 통틀어 위대하고 뛰어난 작품들을 각 페이지들마다 시대와 양식, 작품명이나 작가들 이름에 따라 알기 쉽게 정리하고 동시에 서양미술의 지적인 질서 체계를 정립하여 보여준다. 이로써 독자들은 미술의 역사가 과거와의 연관 속에서 미래를 암시하는 각 작품들로 끊임없이 구성되고 변화하는 전통의 역사이며,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와 피라미드 시대를 이어주는 생생한 연결 고리임을 인식할 수 있게 된다.

    이 책은 아직 낯설지만 매혹적으로 보이는 미술이라는 분야에 처음 입문하여 약간의 이론적 훈련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을 위하여 쓰여졌다. 그러므로 이 책은 이제 막 미술이라는 세계에 발을 들여놓은 신참자에게 세부적인 것에 휘말려 혼돈됨이 없이 서양미술의 윤곽을 볼 수 있도록 안내한다. 까다롭고 복잡한 인명과 각 시대의 양식들은 알기 쉽게 정리되어 있어 나중에 좀 더 전문적인 책을 탐독하는 데에도 커다란 도움이 될 것이다.

    곰브리치는 자신의 경험을 통해 전문 용어나 얄팍한 감상의 나열이, 많은 젊은이들로 하여금 평생 동안 미술책은 모두 비슷할 것이라는 식의 편견을 심어주는 악습이 되고 있다는 사실을 지적하고 있다. 이러한 함정을 피하기 위해 그는 지나치게 평범하고 비전문적으로 보일 수 있는 위험에도 불구하고 평이한 말을 사용하려고 노력했다.

    이진경 『철학의 모험』

    이 책은 80년대 대학을 다닌 사람들에게는 『사회구성체론과 사회과학방법론』으로 기억되고, 90년대 대학생에게는 『철학과 굴뚝청소부』로 널리 알려진 저술가이자 연구자 이진경의 철학교양서다. 저자 특유의 상상력과 구성력이 돋보이는 근현대철학 입문서로서 그가 1993년 처음 펴낸 교양서 『상식 속의 철학, 상식 밖의 철학』『논리 속의 철학, 논리 밖의 철학』을 8년 만에 대폭 개정한 책이다.

    이번 개정판은 기존의 오류를 바로잡고 부족하거나 미진한 부분을 새로 집필하였다. 즉 변화된 환경에서 자란 새로운 독자들의 처지와 맥락에 맞게 고쳐낸 것이다. 그래서인지 저자는 에서 이 책의 1, 2부는 거의 다시 쓸 수밖에 없었고, 4부의 마르크스와 니체 부분도 새롭게 집필했다고 밝혔다.

    저자는 이 책을 쓰기 시작한 때부터 수학을 인문학적(철학적)으로 사유한 흔적을 볼 수 있다. 이 책의 ‘자명한 것을 의심하자’라는 주제에서 수학과 철학과의 관계를 정리한 부분은 눈여겨볼 만하다. 『철학의 모험』은 두 권의 책을 한 권으로 묶어내는 외형의 변화뿐만 아니라 내용에서도 그동안 생각이 달라진 부분이나 부족했던 부분을 과감하게 지우고 새로 집필하였다는 점에서 그 출간의 의의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오정희 등 『꽃이 피는 그 산 아래 나는 서 있네』

    오정희, 곽재구, 김용택, 고재종, 공선옥, 이정록 등 우리 문단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작가 6인의 에세이집.

    이 책에는 인생의 동반자인 남편에게 보내는 아내의 편지, 앞은 볼 수 없지만 꽃보다 아름답게 사는 이웃에 대한 이야기, 태어나 한번도 떠나지 않은 고향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며 자연과 더불어 사는 이야기, 도시에서 살다 고향으로 돌아가 자연인이 되어 가는 삶의 모습들이 잔잔하게 그려져 있다. 서울을 떠나 살며 작품 활동에 몰두해 있는 작가들의 서로 다른 작품 세계를 엿볼 수 있다.

    오정희 곽재구 김용택 등 한국문학의 대표적인 서정적 작가들의 에세이 모음집. 남편에게 보내는 아내의 편지, 아름답게 사는 이웃에게 보내는 말, 고향으로 돌아간 친구에게 보내는 글이 실려 있다.

                                                      * * *

    심상정 진보신당 전 대표

    셰리 버먼『정치가 우선한다』

    “사민주의는 희석된 마르크스주의도 인간의 얼굴을 한 자본주의로도 이해해서는 안 된다. 사민주의는 민주주의에 대한 헌신과 정치적 가능성에 대한 확고한 믿음이다.”-심상정

    이 책의 주제를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근대 이데올로기 간의 투쟁의 역사를 다룬 것이라 할 수 있다. 물론 이 주제에 대한 책은 많다. 최근에는 ‘역사의 종언’이라는 헤겔적 테마를 불러 들여 이데올로기 사이의 투쟁은 자유주의의 승리로 끝났다는 주장이 지배적이었다. 국내에서도 뉴라이트 운동이 자유주의의 이름으로 위세를 떨쳤다. 일각에서는 공동체적 자유주의를 선진화 담론의 핵심으로 삼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역사 종언론’ 내지 ‘자유주의 승리론’을 네오콘의 대표적 이데올로기로 비난해 왔던 개혁 내지 진보 진영에서도 다르지 않다. 자유주의의 중요성을 재발견하자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진보적 자유주의를 일종의 대안 담론으로 내걸고자 하는 시도가 한창이기 때문이다. 흥미롭게도 진보와 보수 모두 자유주의를 변용해 자신들의 대안으로 삼고자 경쟁적으로 노력하고 있는 형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책의 결론은 매우 다르다. 저자는 근대 이데올로기의 투쟁사를 자유주의의 승리로 보는 것에 명백히 반대한다. 만약 이데올로기 투쟁의 승자를 굳이 따지자면 그것은 사회민주주의라고 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저자가 보기에 “사회민주주의란, 정치를 통해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을 내건 적극적 민주주의자들의 비전”이며 그것이 전후 복지국가체제를 이끌었다고 본다.

    엠마 도노휴 『룸』

    “성폭력 희생당한 여성의 아픔을 5살 아이 시선으로 바라본 소설. 충격적이면서도 흡입력을 가지고 있다.”-심상정

    2008년 오스트리아에서 전 세계를 경악하게 하는 충격적인 사건이 벌어졌다. 요제프 프리츨이라는 73세의 노인이 24년간 친딸을 밀실에 가두고 성폭행해온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게다가 그녀는 감금당한 채로 아버지의 아이까지 낳은 것으로 알려져 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룸>은 바로 이 사건에서 모티프를 얻은 소설이다.

    다섯 살 소년 잭의 시점으로 전개되는 작품이다. 숨이 막힐 만큼 좁은 방 안에서 태어나, 바깥세상은 모른 채 엄마와 방만을 세계의 전부로 알고 살아가는 천진난만한 소년의 이야기는 시작부터 많은 의문점을 던진다. 어째서 잭은 방 밖으로 나갈 수 없으며, 올드 닉은 누구인가? 엄마가 숨기고 있는 진실은 대체 무엇인가?

    소설은 끔찍한 범죄를 자극적으로 묘사하기보다는 피해자의 입장에서 그들의 삶을 재조명한다. 지금까지 사회적으로 소외된 이들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본 작품들을 주로 발표했던 작가 엠마 도노휴는 끔찍한 범죄에 노출된 상황에서 증오스러운 납치범의 아이를 낳게 된 여성과 그런 환경에서 태어나 자란 아이의 심리를 섬세하게 묘사한다.

    김대중 『김대중 자서전』

    S. D. 알린스키 『급진주의자를 위한 규칙』

    히피 선동가이자 미국 최대 노동조합의 창립자인 사울 알린스키. 그는 한때 당시 전국에서 악명 높았던 시카고의 알 카포네 밑에서 갱 노릇을 했다. 범죄학을 전공하던 그가 단순히 책상에 앉아 학문을 연구하기보다 폭력단과 어울려 그들의 삶을 직접 체험해보기를 선택한 것이다.

    이 책은 사울 알린스키의 저서로서 시민운동의 조직론과 행동론 및 시민운동 활동가들의 인생론에 대한 서술이며 시민운동가들이 그들 본인이 살고 있는 현실에서 꿈을 이루기 위해 가져야 할 실천적 지혜를 제시하고 있다. 알린스키는 사회규범과 법질서라는 체제 안에서 사람들이 자각하고 행동하는 것이 사회개혁이며 개혁을 유지할 수 있는 원동력이라는 신념을 역설했다.

    이 책을 통해 오늘날의 시민운동과 사회운동에 대한 저자의 생각을 엿보고 시민운동에 대한 도전의 메시지와 시민운동에 관한 자세한 안내를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그는 시민들 스스로가 삶의 방향을 결정할 수 있는 힘을 갖고 사회질서의 변화에 참여할 때, 많은 사회문제가 느리긴 하지만 올바른 방식으로 해결되어 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리고 활동가들에게 평범한 시민에 대한 믿음과 참여민주주의에 대한 희망을 갖고 시민운동을 해 나가라고 부탁했다.

    미국 민주당의 2008년 대통령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과 바락 오바마 두 사람 모두 알린스키의 영향을 받았다고 하여 화제가 되기도 했다.

    김연철 『냉전의 추억』

    “그동안 남북관계를 성찰적 관점에서 되돌아보게 만드는 책”-심상정

    다양한 에피소드를 중심으로 남과 북의 이야기를 재미있게 풀어쓴 책이다. 스물네 가지의 이야기 주머니 속에 남과 북이 만나고, 싸우고, 가까워졌다가 다시 멀어지는, 수많은 역사적 장면들이 담겨 있다.

    관계(통일부 장관 정책보좌관), 재계(삼성경제연구소 북한연구팀), 학계(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를 두루 경험한 저자는 이명박 정권하 남과 북의 모든 관계가 중단된 시점에서 과거 냉전의 시기를 새롭게 기억하고 추억하기 위해 이 책을 썼다.

    『냉전의 추억』에는 남과 북의 만남, 대결, 교류, 협상, 협력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북한 당국에 자신의 평화통일 방안을 설득하겠다면서 비가 억수로 오는 1955년 6월 어느 날 임진강을 헤엄쳐 건넜던 김낙중 씨 이야기, 1963년 국제 육상 경기 대회에서 우승한 북한의 신금단 선수가 금메달을 목에 걸고 남쪽에 살아 계실 아버지를 만나고 싶다고 해 남북 최초로 이산가족 상봉이 이루어졌던 이야기, 1991년 일본 지바 세계 탁구 선수권 대회에서 남북 최초의 단일팀이 중국팀을 극적으로 꺾어 시상식에서 한반도기가 올라가고 “아리랑”이 연주되던 감동의 이야기…….

    비록 남북 관계가 후퇴했다는 이야기가 나오지만 이 책은 이제껏 남북 관계에서 일어난 에피소드들을 새롭게 기억하게 하여 새로운 앞날을 바라보게 한다. 냉전의 추억과 기억이라는 망원경을 통해 멀리 있는 것 같은 평화의 미래를 바라볼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냉전의 추억 속에 평화를 지키고, 평화를 만들기 위해 애쓴 사람들이 있듯이, 앞으로도 만들어질 새로운 길. 추억 속에서 그 새로운 길을 바라보게 하는 책이 될 것이다.

                                                      * * *

    우석훈 2.1연구소 소장

    장하준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세계적인 경제학자 장하준 케임브리지 대학 교수가 『나쁜 사마리아인들』 이후 3년 만에 내놓은 책이다. 그 속에는 우리가 무심코 불가피한 것으로 받아들이곤 하는 경제 문제 23가지에 대해 역사적 사실(史實)과 주변 사례를 가지고 그 이면을 짚어 준다. 이 책은 영국에서는 책이 나오자마자 아마존 경제 부문 1위에 올랐으며 이후 미국, 일본, 러시아, 독일, 네덜란드, 대만, 태국 등 모두 9개국에서 출간됐거나 예정돼 있다.

    기업은 소유주 이익만 고려하면 되는 걸까? 부자를 더 부자로 만들면 나머지 사람들에게도 그 혜택이 돌아올까? 미국에서 보듯이 경영자들의 보수가 천정부지로 오르는 것은 그만 한 생산성을 보이기 때문일까? 기업에게 유리한 정책은 국가 경제에도 좋은 결과를 가져올까? 정부의 시장 개입과 복지 확대는 경제 발전을 저해할까? 교육을 많이 시키면 나라가 더 부유해질까? 탁월한 경제학자가 없으면 효과적인 경제 정책을 세울 수 없는 걸까? 이 책 속에 담긴 다양한 질문들 속에는 지금의 잘못된 자본주의가 아닌 ‘진짜 자본주의’에 대해 알려 주는 이야기가 숨어있다.

    이 책은 『나쁜 사마리아인들』의 후속 격으로 ‘나쁜 사마리아인들’ 이후 그에게 쏟아진 일반 독자의 경제 및 현안에 대한 궁금증을 모아 이에 답을 하는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특히 이 책을 통해 저자는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이해하고, 내가 말하는 ‘경제 시민으로서의 권리’를 적극적으로 행사해서 의사 결정권을 가진 사람들에게 올바른 길을 선택하도록 요구하는 데에는 고도의 전문 지식이 필요하지 않다."고 조언하며 다른 사람의 잘못된 결정에 우리가 희생되지 않기 위한 경제학적 혜안을 선사한다.

    전홍기혜 등 『한국의 워킹푸어』

    벼랑 끝에 서서 ‘살고 싶다’ 외치는 우리 이웃들의 고단한 삶에 관한 인터뷰다. 새벽에 출근하자마자 학교 쓰레기부터 줍는 ‘체육 코치’, 1년에 1000만 원도 되지 않는 연봉을 받으며 가족을 부양하는 ‘대학교수’, 몸을 팔 수 있으면 팔아서라도 글을 쓰고 싶은 ‘시나리오 작가’, 고대 자퇴녀가 화제가 될 때 부러움에 몸부림 친 ‘지방대 졸업생’, 연 매출 2억을 올리고도 3억의 빚에 허우적거리는 ‘농민’, 죽음의 공장에서 대학 진학의 꿈을 접은 ‘고졸 여성 노동자’, 골목 상권조차 빼앗는 SSM에 맞서 나자빠진 ‘자영업자’, 난민 아닌 난민의 삶을 살고 있는 쪽방촌의 ‘빈곤 노인’이 이 책의 주인공이다.

    공정이 불공정이 되고 불공정이 공정이 되는 한국 사회에서 점점 벼랑 끝으로 내몰려 ‘살고 싶다’ 외치는 사람들이 점차 늘어가고 있다. <프레시안> 기자들이 엮은 『한국의 워킹푸어』는 일할수록 더욱 가난해지는 이들의 현실을 있는 그대로 살펴보면서 우리 사회가 어떻게 왜곡되고 불공정한지 들여다보고 있다.

    저임금 일자리의 확산과 낮은 사회복지지출, 생산의 세계화, 탈산업화, 신자유주의 경제질서가 오늘날 우리 사회의 워킹푸어를 증가시키는 원인임에도 우린 그저 죽지 말고 살아남기를 기도해야 할 뿐이다.

    마이크 데이비스 『슬럼, 지구를 뒤덮다』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도시인구가 농촌인구를 역전하려 하고 있다. 이렇게 늘어난 도시인구의 상당수(UN에 따르면 현재 10억 이상)는 슬럼에서 살아간다. 전지구의 하위 1/3이 살아가는 패턴은, 칼로리 기준으로 보면 ‘기아’ 상태고, 정주조건을 기준으로 보면 ‘슬럼 거주’다.

    고용을 기준으로 얘기한다면 이들은 경제성장과 연관된 공식 고용이 아닌 ‘비공식 경제’를 통해 살아간다. 이 책에서는 신빈곤, 양극화, 환경오염, 비인간화 등 여태까지 아무도 밝힌 적 없는 ‘도시의 진실’을 시원스럽게 들추어내 독자에게 일종의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도시연구자인 저자는 ‘세계 도시의 슬럼화’라 부를 수 있는 이 전지구적 현상의 구체적인 풍경을 하나하나 조명하며, 그 원인과 효과를 추적한다. 그리고 이 거대한 전 세계 인간 창고들이 비정규직 도시 프롤레타리아트를 양산하는 과정에 주목한다. 이 책의 신랄한 비판을 통해 우리가 살아가는 도시들의 부끄러운 모습을 확인 할 수 있을 것이다.

    최정규 『이타적 인간의 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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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소장학자가 인간 본성 진화에 관한 수수께끼에 던진 도전장. 이 책은 인간이 과연 이기적 존재인가, 이타적 존재인가라는 논쟁을 벗어나 어떻게 이타적 인간이 이기적 인간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가에 대한 대안이론을 제시함으로 이타적 인간의 생존 비밀을 밝혀낸다.

    자본주의 시장경제에서 이타적인간의 중요성은 역설적으로 불확실성으로 가득 찬 사장상황에서 이타적 인간의 존재는 시장거래가 제대로 이루어지도록 강제하는 역할을 수행한다고 주장한다.

    인간 본성의 진화를 둘러싼 수수께끼를 풀기 위해 경제학, 진화생물학, 정치학, 인류학, 사회심리학을 종횡으로 넘나들며 과학과 인문학의 시각으로 접근한다.

    부록으로 싣은 죄수의 딜레마 게임등의 20개가 넘는’게임’이야기는 이익과 도덕이 충돌하는 온갖 상황에서 이타적 인간의 승리를 이해하는데 흥미를 더해준다.

    김수영 『거대한 뿌리』

    온 사력을 다해 ‘자유’를 노래하고 옹호했던, 보다 정확하게는 ‘민주주의’를 현실화하고자 시로써 항거했던 김수영의 시선집이다.

    소시민의 일상을 통해 비겁한 자신을 질책한 시편 뒤로 눈에 보이지 않는 적과 맞서 싸우고자 입을 악무는 시인이 있다. 무엇과 싸울 텐가, 무엇을 지킬 텐가, 왜 싸워야 하는가는 너무나 명확하다. 문제는 어떻게 ‘적’을 넘어뜨릴 것인가일 뿐.

    때로 적과 대적할 수 없다는 무력감에 연민과 탄식에 빠지기도 하지만 시인은 시종일관 이 대결의 구도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김수영 시의 생명은 이러한 긴장에 있다. 스스로 안일에 빠지지 않으려는, 끊임없이 전선을 확인하는 냉철함 또는 결의.

    시대의 단면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폭포’, ‘눈’, ‘풀’ 등의 시편을 비롯해 시인의 일상에서 시상을 취한 35편의 시를 수록하고 있다.

                                                      * * *

    정태인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 원장

    최정규 『이타적 인간의 출현』

    유엔 스티글리츠위원회 『스티글리츠 보고서』

    2008년 유엔총회 의장 미겔 데스코트 브로크만은 세계 경제 위기를 타개할 대안책을 마련하기 위해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가 위원장을 맡은 세계 각지에서 모여든 스무 명 가량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국제 위원회를 소집했다. 그리고 2009년 최종 보고서를 발표, 이렇게 ‘스티글리츠 보고서’가 탄생했다.

    세계 경제 위기 이후, 단편적인 여러 대안들이 무수히 쏟아져 나온 가운데, 이 보고서는 가장 현실적이고 유력한 대안들을 제시한다. 보고서는 이런 ‘글로벌’한 시대 상황 속에서 어떻게 지속 가능한 성장을 도모하고, 더 민주적이며, 더 공정하고, 더 평등한 세상을 만들 수 있을 것인지 모색한다.

    금융, 통화, 국제기구, 세계체제, 거시경제와 미시경제의 문제들 등 경제 문제뿐만 아니라 기후, 에너지, 식량 문제까지 세세하게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칼 폴라니 『거대한 전환』

    이 책은 시장자유주의, 즉 나라 단위의 사회들과 지구 경제를 모두 자기조정 시장을 통해 조직할 수 있으며, 또 그렇게 해야 한다는 믿음에 대해 지금까지 나온 가장 강력한 비판서다.

    시장 자본주의를 분석하는 정치경제학자로서의 폴라니가 갖는 시각의 새로움은 어디에 있을까. 마르크스는 시장 자본주의의 비인간성을 고발하고 그 작동 법칙의 내적 모순을 분석함으로써 그것을 아예 폐절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케인스는 시장 자본주의 특히 금융 자본주의가 본질적으로 비합리적인 운동을 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들어 그것을 국가의 적절한 개입으로 조절하고 규제해야 한다고 본다.

    하지만 폴라니는 그보다 시장경제란 현실에 존재할 수 없는 것이며, 거기에 담겨 있는 인간, 자연, 화폐가 상품에 불과하다는 상품 허구는 단지 우리의 현실을 바라보고 착각하는 일종의 상상이요 매트릭스라는 것이다.

    그래서 그가 제시하는 해결책의 방향 또한 시장경제를 폐절하거나 국가에 의한 적절한 개입 등으로 그저 규제하는 것이 아니다. 올바른 방향은 사회라는 실체와 거기에 담겨 있는 인간의 자유와 가치와 이상을 틀어쥐고서, 국가와 시장을 그러한 목적에 복무할 수 있는 기능적 제도로 제자리에 돌려놓은 것이다.

    칼 폴라니의 이 책은 세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1부와 제3부에서는 어떻게 1815년에서 1914년까지 오랜 기간에 걸쳐 상대적인 평화와 번영을 구가해온 유럽이 갑자기 세계대전에 빠져들고 그 다음에는 경제적 붕괴가 이어지는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 그러고 나서 이 책의 핵심인 제2부에서 그 수수께끼에 대한 해답을 제시한다.

    로버트 스키델스키(고세훈역), 『존 메이너드 케인스』

    역사가 스키델스키가 30여 년에 걸쳐 펴냈던 케인스 전기 3부작을 압축해 새로 출간한 단행본을 완역한 책. 스키델스키의 케인스 전기는 세밀한 자료 조사와 주변의 실존 인물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케인스의 삶을 오롯이 되살려 냈을 뿐만 아니라, 20세기 근현대사의 중요한 역사적 사건과 그 내막을 현장에서 생생하게 전해 준다.

    이 책은 ‘격렬하고 무자비한 진실 말하기’에 헌신했던 한 인간의 삶과 사상에 관한 기록이다. 케인스는 “이성이 죽으면, 괴물들이 태어나며, 세상을 파멸로 이끄는 것은 사악함이 아니라 어리석음”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책 속에는 그가 남긴 수많은 금언과 명언들이 수록되어 있다.

    또한 케인스에게 불황은 체제의 구조적 변혁을 요구하는 장기의 문제가 아니라 단기적으로 치유 가능한 문제였다. 그는 불황은 그 자체가 치유 과정인, 따라서 인류가 충분한 대가를 치르고 나면 세월과 더불어 스스로 소진될 신의 형벌이라는, 도덕주의적 진단을 거부했다.

    이 책에는 케인스의 주요 이론서들을 포함해 주로 양차 대전 사이에 썼던 크고 작은 글들이 수록되어 있다. 또한 새로운 시대 상황에 대한 지극한 연민과 통찰이 녹아 있으며, 케인스 자신의 앞선 저술들에 대한 비판과 반응들을 세밀하게 소개하고 있다.

                                                      * * *

    조승수 진보신당 대표

    조지 오웰 『나는 왜 쓰는가?』

    “실천적 지식인 조지 오웰이 체험한 불황기의 생활 등등 다양한 삶에 대해 간접적으로 볼 수 있는 책.”-조승수

    조지 오웰의 에세이 29편을 묶은 책. 오랜 세월 작가이자 저널리스트로서 생계를 꾸려간 조지 오웰은 엄청난 분량의 에세이와 칼럼, 서평을 썼다. 그간 소문으로만, 혹은 일부 발췌 번역으로만 접할 수 있었던 좀 더 풍부한 조지 오웰의 명문들을 한국어 텍스트로 만날 수 있다. 모두 29편의 에세이가 수록되어 있는데, 그 가운데 21편이 국내 초역이다.

    이번 에세이 선집은 조지 오웰이 맨 처음 발표한 글인 부랑생활 체험기 ‘스파이크’에서부터 마지막 집필 원고인 ‘간디에 대한 소견’까지 오웰이 글을 쓴 순서대로 엮었으며 29편의 에세이를 통해 오웰 삶의 각 국면에 대한 세세한 이해, 정치적 입장, 현실에 대한 작가로서의 태도 등 인간 오웰을 입체적으로 바라볼 수 있다.

    수록된 적잖은 에세이들이 자전적 요소를 띠고 있는데, 인간에 대한 남다른 깨달음을 얻게 된 사건들, 오웰 자신이 삶의 전환적 순간이라 했던 사건들이 책 곳곳에 담겨져 있다. 이 책의 표제작이기도 한 에세이 ‘나는 왜 쓰는가’를 통해 오웰은 "어떤 책이든 정치적 편향으로부터 진정으로 자유로울 수는 없"으며 "예술은 정치와 무관해야 한다는 의견 자체가 정치적 태도인 것이다"라고 자신의 명확한 작가적 입장을 밝힌다.

    장하준 『그들이 말해주지 않는 23가지』

    박노자 『거꾸로 보는 고대사』

    한국 사회에 대한 통렬한 비판을 통해 ‘우리가 몰랐던 우리의 초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이 시대의 대표적인 진보논객 박노자. 사실 그는 가야사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고, 다수의 한반도 고대사 관련 논문을 발표한 고대사 전문연구자이다. 이 책 『거꾸로 보는 고대사』는 한반도 고대사가 주전공인 박노자가 선보이는 첫 고대사 교양서이다.

    고조선에서 통일신라시대까지 한반도에서 벌어진 일들을 민족주의 사학에서 벗어나 균형 잡힌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는 이 책은 단일민족과 순수혈통을 강조하는 기존의 고대사 서술로는 국제교류가 활발해지고 다문화 사회로 이동하고 있는 새로운 시대에 부합하는 고대사 교육이 힘들다는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기획된 것이다.

    세계인의 보편적 시각으로 우리를 돌아보는 박노자 특유의 날카로운 비평은 한반도 고대사를 향해서도 여전하다. 박노자는 이 책을 통해 민족과 국가의 경계를 넘어 고대 한반도가 지니고 있었던 다양성과 세계성에 주목한다. ‘위대한 고대사’가 지닌 함정을 지적하고, 서로 교류하고 소통하는 새로운 고대사 패러다임을 제시하고자 한다.

    김두식 『불편해도 괜찮아』

    “인권에 대해 젊은이들이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책”-조승수

    그동안 법,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 기독교 등의 문제를 파헤쳐온 김두식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인권’에 대해 쓴 내용을 모은 책이다.

    그는 그 동안 헌법의 기본정신은 다수의 의견을 존중하면서도 소수의 인권을 보호하는 것임을 강조하고(『헌법의 풍경』), 철옹성 같은 사법계의 권위에 잔뜩 주눅 든 시민들에게 목소리 낼 것을 독려하며(『불멸의 신성가족』), 소수자를 이단으로 내모는 한국 교회에 신랄한 일침을 가한(『교회 속의 세상, 세상 속의 교회』) 전작들을 통해 그가 일관적으로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우리 시대 약자들의 인권에 관한 것이 아니었을까?

    “또 인권이야?” 혹은 “인권은 늘 뻔한 소리”라는 섣부른 판단은 금물이다. 이것은 김두식만이 쓸 수 있는 인권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김두식 교수는 자타가 공인하는 ‘영화광’이다. 국가인권위원회의 기획으로 이 책을 집필하게 된 저자는 약 80여 편에 이르는 영화, 드라마, 다큐멘터리를 인용하며 촌철살인의 말솜씨로 인권을 맛깔스럽게 풀어내고 있다.

    하종강, 손아람 등 『너는 나다』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 40주기’를 맞아 사회과학 출판사 레디앙, 후마니타스, 삶이보이는창, 철수와영희가 연대해 한 권의 책을 만들었다. 이 책 구석구석에는 우리 시대의 전태일이 있다. 이 책은 자신의 고된 일터에서 학생, 청년 노동자, 비정규직 노동자로서 살아가는 이들을 응원하고 있다. 그리고 고유명사 ‘열사 전태일’을 ‘이웃을 사랑한 형, 오빠’ 같은 보통명사로 만들려는 시도가 담겨 있다.

    한 권의 책을 보면서 각 출판사의 다른 색깔이 담긴 4권의 책을 독자들이 보는 것처럼 내용을 구성했다. 먼저 레디앙에서는 “전태일 열전”이라는 제목으로 실제 이름이 ‘전태일’인 사람들을 만나 그들의 삶과 일터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후마니타스는 “나태일 & 전태일”이라는 제목의 만화를 실었다. 삶이보이는창은 “청춘일기”와 “청춘수다”라는 제목의 두 개의 글을 통해 전태일과 같은 또래의 우리 시대 청년들 이야기를 담았다. 철수와영희는 “선생님, 노동이 뭐예요?”라는 제목으로 청소년들이 궁금해할 만한 노동에 관한 50가지 질문과 답을 실었다.

    4개의 출판사가 공동 투자, 기획을 통해 책을 펴내는 공동 출판은 대한민국 최초의 시도다. 이 책 판매 이익금의 일부는 (재)전태일재단에 기부된다.

                                                      * * *

    홍세화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한국판 편집인

    에티엔 드 라 보에티 『자발적 복종』

    “16세기 프랑스 인물이 18세 때 쓴 작은 책자. ‘자발적 복종’이라는 개념만이라도 알았으면…”-홍세화

    어째서 그렇게 많은 사람들, 그렇게 많은 마을과 도시, 그렇게 많은 국가와 민족들이 독재자의 전제 정치를 참고 견디는 일이 항상 일어나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독재자는 다른 사람들이 그에게 부여한 그 이상의 권력을 가지고 있지 않다. 인민들이 참고 견디는 만큼, 독재자는 동일한 정도의 해악을 저지른다. 따라서 인민들이 모든 해악을 감수하지 않고 참고 견디는 태도는 옳지 않다고 생각하면, 독재자는 어떠한 해악도 끼치지 못할 것이다.(본문 중에서)

    인민이 권력자에게 자발적으로 복종함으로써 발생하는 문제점들을 고발한 프랑스의 사상가 드 라 보에티의 논문. 1548년 발표된 이후 종교전쟁, 프랑스 혁명, 아나키즘 등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 글이다.

    인민이 자유를 적극적으로 지키려 하지 않고 수동적으로 열망하거나, 개인적 이익을 앞세워 자유를 포기함으로써 발생하는 ‘자발적 복종’의 문제를 지적하고, 권력가가 교육, 습관, 유희 등을 통해 이를 지속시켜 나가는 메커니즘을 고발한다.

    장석준, 황광우 『레즈를 위하여』

    “마르크스와 엥겔스의 <공산당 선언> 제대로 이해하기”-홍세화

    1848년 마르크스가 ‘만국의 프롤레타리아여 단결하라!’라는 구호를 담은 <공산당 선언>을 발표한 지 오랜 세월이 흘렀고, 이제 지구상에서 공산주의 국가는 찾아볼 수 없게 되었지만 자본주의의 맹점을 지적한 그의 논리는 여전히 유효하다.

    『레즈를 위하여』는 오늘날의 붉은 세대(The Reds)를 위하여 바로 이러한 <공산당 선언>을 새롭게 읽고 있는 책으로, 해설에 초점을 맞추기 보다는 ‘공산당 선언’을 매개로 하여 현재 한국 사회의 현실과 자신이 직접 노동운동과 진보운동을 하며 느꼈던 점들을 술회하고 있다.

    1부 ‘학습마당’은 수필 형식으로 이뤄진 글로, 자신이 노동운동 현장에서 느낀 경험들과 한국사회에 대한 모순과 비판 등을 <공산당 선언>의 대목들에 비추어 돌아보고 있다. 2부는 <공산당 선언>을 새롭게 번역한 것이며, 3부에선 <공산당 선언>이 발표된 이래 지금까지 진행되었던 쟁점과 논쟁을 중요한 것들 위주로 정리하였다.

    한홍구 『대한민국사』

    “한국의 대학생이라면 한국의 역사를 알아야”-홍세화

    반미와 친미, 병역비리 논쟁 등 우리 사회를 뜨겁게 달궜던 수많은 이슈들은 대개 우리의 근현대사 속에서 그 뿌리를 찾을 수 있다. <대한민국史> 이러한 문제들의 근원을 역사 속에서 찾아내 해결책을 모색하는 작업의 일환이다.

    지은이는 구호 속의 ‘대한민국’이 아니라 진정한 대한민국으로 거듭나려면 ‘편향을 거부하는 눈’으로 역사를 읽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보수와 진보 어느 쪽으로도 기울지 않는 시각을 보여주고자 한다.

    외국인 노동자들에 대한 차별 문제 뒤에는 ‘우리는 모두 단군의 자손’이라는 단일민족 신화의 허상이 숨어 있음을 꼬집으며 시작하는 1권, 이어 다양한 의문의 답을 역사 속에서 찾아내는 지은이의 입담은 경쾌하고도 날카롭다.

    2권에서는 전쟁과 평화’를 화두로 우리의 근현대사를 관통하는 주요 이슈들을 세심하게 돌아본다. 3권에서는 친일과 친미, 변질로 얼룩진 한국 현대 정치사를 더듬어 보았다. 4권에서는 386세대의 이야기부터 현재도 뜨겁게 논의 중인 한미FTA까지 폭넓게 다뤘다.

    리영희 <대화>

    한 부류에서는 ‘사상의 은사’로, 다른 한 부류에서는 ‘의식화의 원흉’으로 불리며, ‘야만의 시대’를 누구보다 치열하게 살아낸 리영희 선생의 회고록. 한국 현대사의 온갖 질곡 앞에서 있는 그대로의 진실을 글로 옮겼던 ‘지성인’으로 살아온 리영희의 삶과 사상의 궤적을 한 흐름에 조망한다.

    책은 민족문제연구소장 임헌영과의 대담 형식으로 씌어졌다. 2000년 말 뇌출혈로 쓰러진 이후 집필 활동이 힘들게 된 상황에서 수차례 구술과 기록을 반복하며 2년 가까이 작업한 끝에 완성한 것. 대담자 임헌영은 이 ‘대화’에서 선생의 70년 삶의 줄거리를 국면 국면마다에서 상기시켜주고, 주요한 역사적 문제들을 이끌어내어 비판적 토론을 이끄는 역할을 맡았다.

    두 사람의 ‘대화’는 항일 시대에 겪은 조선인으로서의 체험에서 시작해, 개인적 행복과 사회적 책임 사이에서 갈등했던 청년기를 거쳐, 마침내는 시대의 고민을 자신의 고민으로 일체화시킨 ‘지성인’으로서의 삶을 산 지난 70년간의 이야기들을 시간의 흐름에 따라 펼쳐 놓는다.

    광복 후 미군정기 남한 사회의 혼탁 상에서 한국전쟁의 비극과 한국군의 실상, 4·19와 5·16, 광주민주화운동, 최근 국내외 정세까지 한국 현대사의 증언으로 남겨질 소중한 내용들을 접할 수 있는 점도 특징이다.

    역사의 구비구비에서 사회의 모순에 부딪칠 때마다 실존적 고민을 거듭하는 과정을 통해 ‘지성인’으로서의 자신의 논리를 획득해나간, 선생의 내면적 투쟁의 과정이 깊은 울림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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