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벌써 46명 사망, 몇명이 더 죽어야
    By 나난
        2011년 03월 07일 01:44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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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이은영 기자

    “유미야, 이젠 좀 마음이 편해졌니
    이젠 고통이 좀 덜하니
    우리의 마음은 좀 편해졌나
    우리의 고통은 좀 덜해졌나
    여전히 우리의 영혼을, 골수를, 육체를
    파먹고 산 저 삼성은, 저 자본들은 건재하고
    아무 일 없는 듯 세상은 굴러간다”

    (‘꿈을 놓고 가신 당신께’ 송경동 시인의 추모시)

    사망자만 46명, 산재인정 0명

    6일은 삼성반도체 기흥공장에서 일하던 고 황유미 씨가 백혈병으로 사망한 지 4년째 되는 기일이다. 딸의 안타까운 죽음을 세상에 알리고, 진실을 규명하기 위해 아버지 황상기 씨가 싸워온 세월도 4년이 됐다. 

    삼성은 아직 꿈적하고 있지 않지만, 그의 투쟁은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반올림’을 만들어냈고, 세상은 ‘삼성 백혈병’을 주목하기 시작했다. 

    2011년 현재까지 반올림에 접수된 삼성전자, 전기 직업병 피해자 수는 120여 명에 달하며, 사망자만 고 황유미 씨를 포함해 46명이다.(삼성반도체 25명, 삼성LCD 6명, 기타 삼성전자 6명, 삼성전기 7명, 삼성SDI 2명) 삼성반도체에서 유해성이 의심되는 것을 포함 90여 종의 화학 물질이 사용되고 있다는 보고가 발표됐지만, 회사 측은 업무 연관성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아직 단 한 명도 산재 승인을 받지 못한 상태다. 그 동안 황상기 씨를 비롯한 삼성백혈병 피해자 및 그 가족들은 삼성과 우리 사회를 향해 자신들의 억울함과 삼성, 정부의 부당함을 고발했으나, 아직은 가시적인 성과가 없다. 

       
      ▲ 지난 2007년 3월 6일, 스물셋의 나이에 백혈병으로 숨진 고 황유미 씨의 영정.(사진=이은영 기자)
       
      ▲ 2011년 현재까지 반도체, 전자산업 산재 피해자 수만도 120여명에 달하며 사망자만도 46명에 이르고 있다.(사진=이은영 기자)

    가족들 무자비하게 밀어내

    이들은 6일 삼성전자 본관 앞에서 ‘제3회 반도체 전자산업 산재사망 노동자 추모주간’을 맞아 거리선전전 및 피켓시위를 벌였다. 반올림은 5~9일을 ‘반도체·전자산업 산재사망 노동자 추모주간’으로 정했으며, 오는 9일 수원역에서 추모집회 등을 열 예정이다.

    이들은 이날 피켓시위와 함께 이건희 회장과의 만남을 요구하며 삼성전자 사옥 진입을 시도했다. 이 자리에는 최근 삼성전자 탕정 LCD사업장 내 기숙사에서 스스로 몸을 던진 고 김주현 씨의 가족도 함께했다.

    그러나 이들 피해자 가족들은 폭력적으로 쫓겨났다. 반올림의 산업의학전문의 공유정옥 씨는 “영정을 들고 삼성을 찾아갔지만 슬픔도 분노도 표현할 수 없었다”며 “삼성 경비요원과 경찰은 피해자 가족을 짐짝 다루듯 팔다리를 들어 내쫓았고, 고 김주현 씨의 아버지 김명복 씨는 병원으로 실려갔다”며 당시 상황을 전했다.

    고 황민웅 씨의 아내 정애정 씨는 “집에서 기르는 개도 그렇게 내팽겨지진 않을 것”이라며 “삼성 경비요원들은 나이든 어른을, 여성을 건물 밖으로 무자비하게 밀어냈고, 우리는 시멘트 바닥으로 나가떨어졌다”며 분노했다. 

       
      ▲ 서울역광장에 걸린 반도체공정 백혈병 피해사례.(사진=이은영 기자)
       
      ▲ 6일, 반도체, 전자산업 산재사망 노동자와 피해 가족 및 시민들이 서울역광장에 모여 추모문화제를 개최했다.(사진=이은영 기자)

    서울역광장 촛불 추모문화제

    이날 저녁에는 이들 피해자 가족들과 시민들이 반도체․전자산업 산재사망 노동자를 추모하고, 이들의 죽음을 사회에 알기 위해 서울역광장에서 촛불 추모문화제를 열고, 삼성과 정부를 향해 문제해결을 위해 적극 나설 것을 촉구했다. 이 자리에서  황상기 씨는 “4년 전 유미가 사망했을 때는 혼자 억울했다”며 “하지만 지금은 여러분이 함께 잘못된 이건희를 바로잡기 위해 함께 애써주신 것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삼성 홍보실에서는 ‘암에 걸리는 물질이 없다’고 했지만 현재까지 그 피해자만도 120여 명에 달하고 있다”며 “삼성은 노동자 죽이는 암 공장”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추모문화제에는 산재사망 피해자 현황 및 반도체 공장의 작업환경 등을 소개하는 피켓들이 전시됐으며, 서울역 광장을 오가는 많은 시민들이 발길을 멈추고 전시물을 보며 관심을 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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