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북과 미중, 4자회담 열자"
        2011년 03월 06일 10:24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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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을 방문 중인 심상정 진보신당 전 대표가 "한반도 평화의 견인차 역할"을 할 수 있는 ‘4자 회담’을 제안하고 나서 관심을 끌고 있다. 심 전 대표는 3일(현지시간) 오후 12시 미국 동부 메릴랜드 주에 있는 존스홉킨스 대학에서 이 대학 한미연구소(Korea-US Institute) 초청 전문가 간담회에서 참석해 남북 문제와 한반도 평화 그리고 오바마 행정부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

    4자회담에서 ‘서해문제’부터 논의를

    그는 ‘한반도 평화와 안보 전망’이라는 주제로 열린 이날 간담회에서 “지금이야 말로 한반도 문제의 실질적 당사자들이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한 협상을 시작해야 한다.”며 “(남북과 중미가 참여하는)4자회담은 가장 유력한 길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심 전 대표는 이 회담에서 서해 문제부터 우선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서해 평화 정착을 위한 4자회담은 한국전쟁의 당사자인 남북과 미중 4자가 휴전협정이 가진 결함을 보완하는 의미가 있다”며 4자 회담에서 서해 문제를 우선 다뤄야 하는 이유에 대해 “서해 문제의 기원이 1953년 휴전협정 시에 해상 경계선을 합의하지 못한” 데 따른 것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심 전 대표는 “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한 한미 동맹은 한반도의 평화를 지향할 때 가능”하다며 “오바마 행정부가 한반도에서 북핵문제를 해결하고 한반도 평화정착을 주도하는 담대한 진보를 실현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심 전 대표는 미국 오바마 행정부의 한반도 정책에 대해서도 쓴 소리를 쏟아냈다. 그는 자신이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잘 알고 한미 동맹의 새로운 미래에 주목하고, 오바마의 당선을 기뻐한 진보 정치인이지만 “현재의 시점은 실망감이 더 크다.”고 밝혔다.

    그는 “오바마 행정부의 ‘전략적 인내’는 결국 ‘전략의 부재’로 보인다.”며 이 때문에 한반도 현상은 지속적으로 악화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이번 한반도 위기에서 안정적 관리자로서 미국의 역할은 보이지 않았”다며 “때때로 미국이 이명박 정부의 ‘전쟁불사’ 정책을 용인하는 듯한 자세를 보일 때, 크게 실망”했다고 말했다.

       
      ▲간담회 모습. 

    전략적 인내인가, 전략의 부재인가?

    심 전 대표는 “한반도의 위기와 불안을 감소시키는 것이 한미 동맹이 가진 긍정적 역할”이라며 “오바마 대통령이 (전쟁불사를 외치는) 이명박 정권과 잘 지내는 것이 한미관계의 전부라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착각”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이명박 정부만 고려하다 대한민구 대다수 국민들과 멀어지지 않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해 오바마 행정부에게 4자 회담 개최와 함께 △‘전략적 인내’ 대신 협상에 나서고 △한반도 평화체제 논의를 시작할 것을 제안했다.

    특히 한반도 평화체제 논의와 관련 심 전 대표는 “북한의 핵 포기는 그들이 핵이 없어도 존재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야 가능”하다며 “한반도에서 재래식 군비경쟁이 지속되고, 군사적 긴장 상황이 지속된다면, 북한은 결코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한반도 평화체제 논의’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물론 김정일 사망을 계기로 또는 김정은 세습실패라는 ‘급변사태’의 가능성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세습 실패가 곧 레짐의 붕괴로 이어질 것인지, 또는 북한체제에 변동성이 생긴다하더라도 유엔 승인 없이 북한에 개입할 수 있는 국제법적 근거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반도 이해당사국들의 협의 없이 북한에 개입하는 것은 경우에 따라 심각한 국면을 초래할 수 있을 것”이며 “그 어떤 경우라도 전쟁으로 가는 길은 우리 국민들이 결코 동의할 수 없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북한 인권, 주민 스스로 개선할 수 있는 힘 줘야"

    심 전 대표는 이와 함께 이날 간담회에서 한반도 평화를 위한 두 가지 관점을 강조했다. 그는 △북한 붕괴 가설에 따른 흡수통일론은 문제 해결의 대안이 될 수 없으며, 진지한 대화를 통한 결속과 평화체제 수립과 함께 △남북 대화에 기초한 미, 중 등 관련국들의 ‘균형 있는 외교전략’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심 전 대표는 그러나 이명박 정권의 대북 강경책은 붕괴론에 입각한 흡수통일론과 맥을 같이 하며, 대한민국 외교 전통에서 일탈한 ‘고립주의’ 길을 가고 있기 때문에 위험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신이 이명박 정권을 비판하는 것은 “보수적 정부이기 때문이 아니라, 경직된 신념에 의해 한국 외교의 성과를 무시하고 한반도의 위기를 심화시키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북한 인권문제와 관련해서 “변화는 외부의 압력과 제재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시민의 각성과 힘”에서 나온다며 “미국이 북한과 관계 개선을 하고, 북한이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참여할 때, 북한 주민들에게 스스로 개선할 수 있는 힘을 줄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 국민들이 ‘튼튼한 안보’를 원하지만 이는 “평화로 가는 안보”이며 “북한의 침략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대응해서 확전 의지를 꺾어야 하겠지만, 그 것만으로는 불충분”하다고 말했다. 그는 “(남북이)갈등과 대립의 근원을 해결하지 못한다면 한반도의 평화와 안보는 항구적일 수 없”으며 “한국 국민은 피스 키핑을 넘어, 피스 메이킹할 수 있는 안보를 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이날 간담회에서 한국의 진보정당 운동과 노동운동에 대해 설명하면서 “진보정치의 사명은 보수정치가 이루지 못한 사회경제적 민주화와 한반도 평화체제를 실현해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2012년 정권교체 되면 진보정당 연립정부 한 축

    심상전 전 대표는 “진보적인 정치인으로서, 진보정치가 한국 민주주의 발전을 상징하는 것을 넘어 이제 한국의 미래 권력으로 나서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며 “2012년 대선에서 정권교체를 이룬다면, 진보정당 역시 연립정부의 한 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국내외 한반도 문제 전문가와 국무성 동아시아 문제 관계자 등 약 40여명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강연이 끝난 이후에는 참석자들과 활발한 질문과 토론이 이어졌다고 심 전 대표 측은 밝혔다.

    심 전 대표는 이번 간담회를 통해, 남북 문제와 외교 정책에 대한 자신의 구상을 비교적 구체적으로 ‘공식화’한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그는 방미 과정의 활동을 기반으로 그동안 경제와 교육에 전문성을 가진 정치인으로 알려진 자신의 이미지를 ‘남북 관계와 외교 안보’ 영역까지 확장시키려는 의지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심 전 대표는 외교 안보 분야를 공부하기 위해, 젊은 연구자들은 물론 햇볕 정책의 입안과 집행에 깊이 관여한 과거 정권의 고위급 인사들에게도 조언을 얻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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