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성으로 태어난 당신, 행복하십니까?”
    By 나난
        2011년 03월 06일 01:44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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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하당 대표 박영진 : “애 낳는 걸 건방지게 여자가 결정해? 국공립보육시절? 결정은 정부가 하는 거야. 우리 때는 여자가 결정할 수 있는 건 반찬 밖에 없었어. 산전휴가? 육아휴직? 애 낳기 전에도 놀고 애 낳고 나서도 놀고? 날강도야, 뭐야! 우리 때는 여자가 쉴 수 있을 땐, 잘 때 밖에 없었어.”

    여당당 대표 김영희 : 정부가 ‘저출산 국가’니 하며 여자들 탓을 하고 있어요. 출산장려금 준다는데, 대~단한 보험회사 나셨다. 그죠? 애를 낳아도 믿고 맡길 곳이 없어요. 친정엄마는 시민사회단체야? 자선단체야? (KBS 개그콘서트 ‘두분토론’ 패러디)

    103년 전이나 지금이나

       
      ▲ 고령의 여성비정규직 청소노동자들의 투쟁에 보내는 지지메시지.(사진=이은영 기자)

    1908년 3월 8일, 미국 섬유공장에서 일하던 1만5,000여 명의 여성 노동자가 무장한 군대와 경찰에 맞서 투쟁했다. “임금을 인상하라”, “10시간만 일하자”, “노동조합 결성의 자유를 보장하라”, “여성에게도 선거권을 달라”는 것이 그들의 요구였다.

    그리고 2011년 오늘, 103년 전 그들의 요구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여성의 사회진출이 보편화되고, ‘남녀평등’을 외쳐온 지도 수십 년. 하지만 한 코미디프로그램의 “여자가 감히”라는 유행어가 쓰디  웃음으로 다가오는 건 103년 전과 2011년이 크게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5일, ‘103주년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여성 노동자들은 서울 시청광장에서 여성대회를 개최하며 “노동과 삶의 권리를 쟁취하기 위한 행동”을 다짐했다.

    이날 대회에 참석한 1,000여 명의 여성 노동자들은 정부의 안이한 저출산 대책과 일방적 낙태 단속, 여성 노동자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비정규직 문제, 성정체성으로부터 시작된 차별과 성희롱 등을 고발했다. 

    "여성이라는 게 너무 싫다"

    경륜경정 발매 노동자들로 구성된 국민체육진흥공단비정규직지부의 김성금 사무국장은 “고객들은 ‘야’, ‘자’는 물론 욕과 성희롱도 서슴없이 한다”며 “심지어 지난 2008년 진행된 교육에서 공단 측은 돈을 잃고 나체로 난동을 피우던 손님의 모습을 보여주며 ‘옷 벗기 전에 니네가 친절했으면 되는 것 아니었느냐’고 말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는 “차라리 투명인간이거나 기계였으면 좋겠다”며 “투명인간과 기계에게는 욕을 하지도, 성희롱을 하지도 않을 것 아니냐”며 눈물을 흘렸다. 그는 “여성이라는 게 너무 싫다. 여성으로서 성희롱 당하지 않는 직장에서 일하고 싶다”고 호소했다.

       
      ▲ 5일 ‘103주년 3.8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여성노동자들의 ‘권리찾기’ 행동이 시작됐다.(사진=이은영 기자)
       
      ▲ 여성노동자들이 ‘보육노동자 근로조건 개선’과 ‘노동기본권 쟁취’, ‘비정규직 철폐’ 등을 요구했다.(사진=이은영 기자)

    곽은주 주현테크지회장은 “지난 2002년 취직했을 당시 식당조차 없어 먼지 날리는 작업대에서 점심을 해결했다”며 “하지만 그나마 그건 행복한 것이었다. 작업대가 없는 청소노동자 등은 박스를 깔고 그 위에서 식사를 해결해야만 했다”며 열악한 노동조건을 설명했다.

    이어 그는 “어린 관리자들은 40~50대 아줌마에게 반말은 물론, 조금만 잘못을 해도 ‘임금에서 공제하겠다’, ‘사직하라’며 협박했다”며 “사람으로 대접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저출산과 보육문제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심선혜 공공노조 서울경인지부 보육분과장은 “정부는 보육시설에 CCTV를 설치하며 마치 저출산 문제가 보육교사로 인해 생긴 것처럼 문제를 와전시키고 있다”며 “아울러 보육료지원정책을 내놓으며, 단순히 금전적 지원만 하면 저출산 문제가 해결되는 것으로 착각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성희롱, 여자 탓"이 제일 싫어

    그는 “보육의 문제는 여성만의 문제가 아니”라며 “제대로 된 지원과 여성이 아이를 낳을 수 있는 사회적 환경을 만들어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여성대회에서는 대한민국에서 여성으로 살아가며 겪는 차별과 어려움을 공유하는 캠페인 등이 진행됐다. 한국여성민우회는 ‘여성의 날을 맞아 가장 없애고 싶은 차별’을 묻는 설문을 조사했으며, 해당 설문조사에서는 “성희롱”과 “일만 있으면 여자 탓”을 하는 잘못된 사회적 풍토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또 한켠에서는 청소노동자의 근로조건에 대한 설문조사는 물론 고령의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 지지 메시지 남기기도 진행됐다. 참가자들은 “유령처럼 살아야 했던 청소노동자들, 이제는 밖으로 나와 당당히 당신들의 목소리, 모습을 보여달라”, “고마운 노동, 그 대가가 제대로 채러지는 세상을 함께 만들자”는 응원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 저임금과 비정규직,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자행되는 성희롱과 차별, 억압에 여성 노동자들이 "차별금지법 제정"을 요구했다.(사진=이은영 기자)

    이날 여성대회에 참여한 여성 노동자들은 “이 나라는 임신과 출산, 양육에 대한 제대로 된 지원은 부재한 채, 낙태단속을 통해 여성을 처벌하기에 혈안돼 있다”며 “아울러 사회유지를 위해 꼭 필요한 노동인 가사, 청소, 돌봄 노동을 저평가하고, 저임금과 열악한 노동조건으로 내보내고 있다”고 비판했다.

    변화는 투쟁과 함께 온다

    이어 “고용보험, 산전후휴가 등 근로기준법과 남녀고용평등법이 문구로만 적시되어 있는 나라”라며 “가정폭력, 성폭력 등이 만연한 현실임에도 성폭력 피해자를 해고하거나 가해자로 둔갑시키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100년 전과 마찬가지로 투쟁을 통해서만이 변화가 가능함을 잘 알고 있다”며 “노동과 삶의 권리를 위해 이제 우리는 거리고 나선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날 △저임금, 불안정 일자리 반대 △돌봄노동자 노동권 쟁취 △교육 및 보육 공공성 강화 없는 저출산 대책 반대 △낙태단속 여성처벌 반대 △가정폭력, 성폭력, 공권력의 성추행 등 폭력 반대 △차별금지법 제정 등을 요구했다.

    여성대회는 민주노총․민주노동당․진보신당 여성위원회, 사회당, 사회주의노동자정당건설공동실천위원회,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사회진보연대, 전국여성연대, 지구지역행동네트워크, 동성애자인권연대, 다함께,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전국학생핵진 등이 주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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