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D수첩만? ‘손석희’ ‘김미화'도 위험하다
        2011년 03월 04일 12:56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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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BC의 ‘PD수첩 죽이기’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지난 2일 PD수첩의 간판인 최승호 PD를 비롯해 전체 11명 중 6명의 PD를 타 부서로 전출한 데 대해, MBC 내부는 물론이고 정치권, 시민사회 등에서도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아울러 MBC의 또 다른 대표적 시사프로그램인 ‘손석희의 시선집중’과 ‘김미화의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도 무사치 못할 것이라는 우려까지 흘러나온다.

    민주당 등 야권은 3일 일제히 성명을 발표하고 “이명박 대통령과 정권에 대한 어떠한 비판도 안된다는 김재철 MBC 사장의 비뚤어진 충성심이, 소금 같은 역할을 해온 PD들을 내쫓은 것”이라고 규탄했다.

    하지만 MBC 측은 “누군가의 지시를 받았다거나 하는 것은 인격 모독”이라는 입장이다. 이번 인사를 주도한 윤길용 신임 시사교양국장은 3일 시사교양국 PD 총회 자리에 나와 이같이 말하고 “지난해 우연히 본 뒤 김재철 사장을 본 적도 없다. 지지난주에 한번 연락이 왔지만 인사를 공정하게 하라, 여도 야도 없다, 정부·여당을 비판해라 그런 이야기가 전부였다”고 반박했다.

    윤 국장이 밝힌 이번 인사의 주요 배경은 “후배들의 장래와 시사교양국의 위상을 찾아야겠다고 생각했고 분위기에 변화를 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것이다. 윤 국장이 말한 ‘위상’이란 “속물적이라고 해도 할 수 없지만 지금 지방사 사장 중에 시사교양국 출신이 아무도 없다. 출장비도 15년 전 수준이다”라고 말한 데서 드러나듯 주로 승진이나 처우와 관련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MBC 측은 ‘PD수첩의 색깔 지우기’가 최승호 PD 등을 전출한 주요 이유임을 부정하지는 못했다. 윤 국장은 이와 관련 “우리는 정의라고 주장하지만 정의를 누군가 독점할 수 없다. PD수첩은 ‘참’을 이야기한다. 그런데 우리가 참이라 생각하는 것을 바깥에서 다 못 믿는다. 이건 억울한 거다. 그래서 불가피했다”면서 “우리로서는 억울하지만 (PD수첩의 ‘참’에 대해) 희석시키자는 게 솔직한 속내”라고 밝혔다.

    김현종 시사교양3부장은 ‘PD수첩의 정치적 편향성’을 직접 언급했다. 김 부장은 “최근 프로그램을 보아온 소견에 의하면, 프로그램에 노동운동 편향성, 정치적 편향성이 있고 정도가 지나치다는 게 개인적인 판단”이라며 “과도한 정치색을 탈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시사교양국 정상화를 위한 탈색이 필요하다. 최승호 PD는 능력이 있지만 정치색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 같은 회사 측의 입장에 대해 시사교양국 PD들은 “권력에 비판적 시각을 유지해온 PD수첩을 더이상 용납하지 않겠다는 뜻이 작용한 결과라는 사실이 만천하에 드러난 것”이라고 지적한다. 한 PD는 “도대체 윤 국장이 말하는 변화는 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변화인가? 그 변화를 기꺼워할 쪽은 오직 정직한 목소리를 불편해 하는 일부의 사람들일 뿐”이라며 “맥 빠진 PD수첩, 비판정신과 활기가 사라진 시사교양국을 권력 앞에 무릎 꿇리고 싶은 것인가?”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그런 점에서 PD수첩에 이은 다음 주요 타깃은 라디오본부의 ‘손석희의 시선집중’과 ‘김미화의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이 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라디오본부의 한 PD는 이와 관련 “신임 이우용 본부장은 공정방소 노조 출신으로 그간 지극히 보수적인 발언을 해온 인물”이라며 “두 프로그램에 대해 공공연히 진행자 문제도 거론해와 진행자를 교체하거나 프로그램 자체를 폐지하는 건 아닌지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라디오본부는 이미 지난 2월 25일 간부급 인사 직후 성명을 발표해 “앞으로 방송의 독립성, 공정성이 훼손되거나 잘못된 전횡이 벌어진다면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단호한 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천명한 바 있다. 구성원들은 3월 말로 예정된 라디오 프로그램 봄 개편를 주시하고 있다.

    시사교양국 PD들은 다음주 7·8일 이틀 동안 집단 연가를 내고, 추후 대응방침을 확정한다는 계획이다. 3일 ‘비상대책위원회’로 전환한 전국언론노조 문화방송본부(본부장 정영하)도 “조합이 확보한 합법적인 파업권을 활용해 문화방송 침탈 행위에 종지부를 찍기 위한 ‘종결 투쟁’”을 펼쳐나간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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