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회찬 '가설 정당', 논쟁 불붙이나?
    2011년 03월 04일 10:56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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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회찬 진보신당 전 대표가 지난 2일 ‘백만송이 국민의 명령’이 주최한 ‘선거연합, 가능한가’ 토론회에서 “선거연대를 위해 일시적으로 가설정당을 만들자”고 제안하면서, 그 배경과 가능성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총선과 대선에서 야권연대 논의가 각지에서 벌어지고 있지만, 노 전 대표가 ‘페이퍼 정당’이라는 구체적 제안을 던진 것에 대해 해석도 분분하다.

무지개 아름답지만 오래 못가

노 전 대표는 이날 토론회에서 “선거연대를 위해 임시적이고 한시적인 가설정당을 등록하자”며 국민승리21 당시의 경험을 전했다. 노 전 대표는 “각 정당의 당원들이 하루만 이 가설정당에 입당해 투표하는 것”이라며 “각 지역구 예비후보 3~4명이 1천 명씩만 모으더라도 그 숫자가 얼마나 되겠느냐, 이렇게 모아 신명나게 하지 않으면 집안 잔치밖에 안된다”고 말했다.

노 전 대표의 이같은 발언은 “다 합하면 무지개 연합정당이 될 수밖에 없는데 무지개는 아름답지만 오래가지 못한다”며 자유주의-진보 단일정당론을 비판하면서 나온 발언이자, 진보진영이 야권선거연대에서 비교적 성과를 올릴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 것이다.

진보통합, 범야권 선거연대 등 다양한 제안과 논쟁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노 전 대표의 이 같은 제안은 또다른 쟁점의 소재가 될 것으로 보인다.

노 전 대표는 3일 <CBS> 라디오 ‘변상욱의 뉴스쇼’와의 전화인터뷰에서 “다들 연대의 필요성과 대의에는 공감하면서도 어느 사람도, 어느 정당도 구체적인 연대방안을 내놓지 않고 있다”며 “내가 그간의 경험과 상황으로 볼 때 협상을 통해 순조롭게 결론이 맺어질 가능성은 거의 없고, 여론조사도 국민적 설득력이나 참여 세력의 수용 정도가 높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그래서 국민참여경선으로 야권 전체의 단일후보를 뽑자는 것”이라며 “그렇게 될 때 불리한 쪽은 소수정당인데, 소수정당이 민주당에 지분 내놓으라고 할 게 아니라, 먼저 소수정당끼리 후보단일화를 해 민주당 후보와 일대일로 국민참여경선을 하면 어느 정도의 보장은 있지 않겠는가”라고 말했다.

문성근 "의미 있는 진전"

노 전 대표는 “이럴 경우 현행 선거법상 여러 당들의 국민참여경선이 허용되지 않으니까 국민참여경선을 하는 기구를 하나의 일종의 가설정당으로 임시정당으로 선관위에 등록해, 법적인 문제를 처리를 하고, 실질적으로는 대대적인 국민참여, 단일화를 바라는 50%가 넘는 유권자들이 참여하는, 그런 시너지 효과를 얻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같은 발언의 구체성이나 강도에 미루어 그동안 심상정 전 대표에 비해 당 대표직이 마무리 된 후 비교적 침묵해왔던 노 전 대표가 향후 적극적 행보를 예감케 하며, ‘합당’이 아닌 ‘선거연대’ 수준과 관련해서는 보다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할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에서는 노 전 대표의 발언에 대해 일정 정도 ‘정치적 무게’를 두면서, 2012년 총선 등에서의 야권 선거연합에 청신호가 켜진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당시 토론회 참석했던 각 당 인사들 모두 방법론에서 그 차이를 드러내기는 했지만 선거연대의 필요성에 모두 동의했기 때문이다. 문성근 백만민란 대표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노 전 대표의 발언에 대해 “의미 있는 진전”이라 평가한 바 있다.

반면 진보대통합 논쟁조차 정리되지 못한 진보정치 내부에서는 노 전 대표의 이날 발언으로 잠재된 선거연합 논쟁에 불이 붙어질 것으로 보인다. 당장 진보신당 내 독자파와 통합파 측이 노 전 대표의 발언에 대해 다른 평가를 내리고 있다. 또한 당장 ‘페이퍼 정당’의 가능성에 대한 관측도 제각각이다.

통합파로 분류되는 정종권 전 진보신당 부대표는 “노 전 대표의 발언은 총선에서 야권 선거연대에 관한 가능성 있는 답변을 제출한 것으로 보인다”며 “야권연대를 위한 경선이 선거법 상 어려운 상황에서 법이 허용한 테두리 안에서 경선을 통한 야권후보 단일화를 하자는 방법은 가능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가능성 있는 대안 vs 치사한 법 악용

정 전 부대표는 “물론 이에 앞서 가치와 기준은 선행되어야 할 문제고, 이와 함께 진보대통합이 전제되어야 가능한 조건”이라며 “아직 노 전 대표의 발언이 불명료한 점은 있으나 향후 선거연합의 방식과 관련해서 이런 제안을 던진 듯 하며 가치와 기준의 공감대를 통해 검토가 가능한 안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반면 이재영 진보신당 정책위의장은 “실제 정당을 통합하지 않고 선거연합 이후 깨질 정당을 만들어 등록하는 것은 법을 치사하게 악용하는 방식”이라며 “차라리 그 동력으로 선거연합을 할 당들이 선거법 개정에 나서는 것이 더 맞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런 식으로 페이퍼 정당을 만든다고 해도 이미 공식적인 자리에서 선거연합 이후 당을 유지하지 않겠다고 했기 때문에 이는 ‘범의(犯意)’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며 “그렇게 되면 선관위에서 페이퍼 정당을 가설해도 인정하지 않을 수도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이날 발언 자체가 “충분히 제기할 수 있는 발언”이라는 측과 “너무 앞서 나갔다”는 평가가 오가고 있다. 통합파 측의 한 인사는 “당내 정치도 중요하지만 선거연대와 관련해서는 분명한 대중적 요구가 있는 것”이라며 “이날 토론회도 시민사회와 여론의 선거연대 압박과 관련해 열린 자리인데, 이 자리에서 방식을 얘기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독자파 측의 한 인사는 “진보대통합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면서 진보신당 내 당원들의 정서가 엇갈리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통합을 위해서라도 당원들의 마음을 추슬러 함께 가려는 노력이 중요한데 당의 유력정치인인 노 전 대표가 당 밖만 보고 가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그런 식의 가설정당은 대중정치인인 노회찬-심상정에게 좋은 방법이 될 수 있겠지만 다른 진보정치의 싹을 자르는 것”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반 한나라당 정서를 가진 국민들의 실질적인 요구를 외면할 수 없다”는 주장도 제기되는 상황인 만큼, 분명한 것은 노 전 대표의 이번 발언이 진보진영 내 선거연대 논쟁에 불을 지필 것으로 예상했다. 

정성희 민주노동당 최고위원은 “노 전 대표가 아직 어떤 취지로 얘기했는지 알 수는 없지만 가설정당은 실현도 불가능하거니와 그 자체가 매우 위험한 발상”이라며 “국민들은 가설이든 페이퍼든 하나의 당으로 볼 텐데 결국 이는 빅텐트 등으로 표현되는 야권 단일정당론에 다름 아니게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게다가 이는 반신자유주의 분단체제를 극복하고 대안의 희망사회를 만들고자 하는 진보대통합당 건설에 교란 요인이 될 수 있다”며 “지금은 노회찬 전 대표가 진보대통합당 건설에 적극적인 자세로 임해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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