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TX의 복수가 시작됐다?
        2011년 03월 04일 07:51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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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인력감축을 위해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검수주기와 인공산정 조정

    요즘 한국철도의 주력인 KTX가 사고를 많이 치면서(?) 열차 안전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올해 들어 발생한 5건의 KTX 사고 중 4건이 차세대 주력 기종인 KTX-산천으로, 도입 초기부터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KTX-산천을 제작한 (주)현대로템의 관계자는 "일반 KTX도 도입하면서 잔고장이 많았으며, 심대한 고장은 아니"라고 밝히고 있지만 KTX에 대한 유지보수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우려가 든다.

    이럴 때일수록 KTX 차량에 대한 정밀하고 꼼꼼한 유지보수가 필요함에도 철도공사의 인력운영 정책은 거꾸로 가고 있다. 철도공사는 KTX 차량의 성능이 향상되었다는 이유로 검수주기를 3,500km 운행 시 점검에서 5,000km로 늘렸으며, 인공산정도 기존보다 줄여 실시하고 있다.(인공산정이란 차량 한 량마다 투여되는 인력 기준으로, 인공이 0.2로 산정될 경우 열차-보통 8량-를 검수하는데 1.6명이 필요한 것으로 계산된다. 또한 차량뿐 아니라 전기시설 직종도 유지보수 대상물 각각에 산정된 인력산정 기준이 있다. 철도청은 지금 이 기준을 줄이고 있는 중이다)

    물론 유지보수 대상물의 성능이 향상된 만큼 검수주기와 인공산정이 변할 수는 있지만, 한편으로는 시스템이 복잡해지고 정밀해지기 때문에 유지보수 수요가 늘어나는 측면도 있다. 더욱이 이번 KTX-산천과 같이 문제가 많이 발생하는 차량은 안정화 단계에 들어갈 때까지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그러므로 이러한 특성을 감안해 검수주기와 인공산정 조정은 현장 작업자들과 충분한 소통과 검증을 통해서 결정해나가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철도공사는 인력을 축소하기 위해서 검수주기와 인공산정 조정을 단기간에 일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일방적인 검수주기와 인공산정 조정은 차량뿐만 아니라 타 유지보수 직종인 전기와 시설 부문도 마찬가지이다.

    더욱이 철도공사는 2009년 경의선 복선 전철화, 2010년 KTX 완전개통, 경춘선 복선전철 등 신규 사업이 늘어남에 따라 전체적으로 1,633명의 충원이 필요함에도 검수주기와 인공산정 조정 등을 통해서 대부분 내부인력으로 해소하고 있다. 오히려 정부의 공기업 선진화 정책에 따라 철도공사는 지난 2009년 5,115명의 정원을 감축하였으며, 이 가운데 차량, 시설, 전기 직종의 현장 유지보수 인력이 57.9%인 2,958명을 차지하고 있다.

    현장 인력을 대규모로 감축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현장 작업자들의 의견을 고려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유지보수 시스템을 운영한다면 차량의 결함이나 기타 유지보수상의 문제가 발생해도 대처가 늦어지고 결국은 시민들의 안전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는 것이다.

    2. 비핵심사업이라는 이유로 무분별하게 진행되는 외주화

    지난 2월 11일 발생한 광명역 KTX 열차 탈선 사고는 선로전환기 유지보수가 잘못되면서 일어났다. 언론들과 철도공사는 외주 직원과 정규직원의 실수로 인한 인재라고 언급했다. 하지만 좀 더 논의를 확장하면 이번 사고는 개인의 잘못으로만 치부할 수 없는 부문이 있다.

       
      ▲KTX 탈선 사고 현장. 

    현재 철도공사는 2009년 기준으로 철도 관련 업무 중 비핵심 업무에 대해 총 5,222명을 외주화하고 있다. 정규직 대비 17%다. 이번에 문제가 된 선로전환기 업무 역시 비핵심 업무로, 외주화됐다.

    하지만 선로전환기 유지보수 업무는 작업자의 실수이건 업무 시스템의 잘못이건 문제가 생기면 시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철도 탈선이라 엄청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그러면 과연 선로전환기 유지보수 업무는 비핵심 업무인가 하는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결과적으로 철도운송이라는 핵심 업무에 영향을 주는 업무이므로 포괄적으로 보면 비핵심 업무가 아닐 수 있다. 현재 외주 위탁된 업무 중 차량 청소 업무의 경우 차량 청소가 잘못된다고 해서 시민들의 안전에 크나큰 영향을 주는 건 아니다.

    하지만 차량 청소 업무와 같이 비핵심 업무라는 이유로 외주화된 차량 중정비는 잘못되면 차량 운행 시 고장을 일으켜서 시민의 안전을 위협하게 된다.

    결국 철도공사는 정규직 인력을 감축시키기 위해, 비핵심 업무라는 자의적인 판단 아래 무분별하게 외주화를 시키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비핵심 업무에 대한 외주화는 철도공사가 자의적으로 판단해서는 안 되며 현장 작업에 대한 면밀한 분석과 판단에 근거해야 하다.

    하지만 검수주기와 인공산정 조정처럼 철도공사는 현장 노동자들과 충분한 논의 없이 인력을 감축하기 위한 구실로 일방적이고 무분별하게 외주화를 진행하고 있다.

    3. 영업적자 발생에 대한 의도적 오진에 근거한 철도 구조조정

    정부가 주장하는 철도 구조조정의 근거는(더 나아가서는 철도 민영화의 전제) 경영 비효율성과 인건비 과다로 대규모의 영업적자가 발생한다는 점이다. 대규모로 발생하는 영업적자가 경영 비효율성의 증거가 되기에 인력감축과 외주화는 당연하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철도공사의 영업적자는 내부적인 비효율이나 인건비의 과다가 아니라 여러 가지 구조적인 요인에 의해 발생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우선 철도는 공공할인, 적자선 유지, 특수목적 사업수행 등 공기업으로서 공공성을 발휘하기 위해 공익서비스 의무(PSO, Public Service Obligation)를 부담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가 철도공사가 부담하는 PSO 비용에 대해 전액 지원을 해주지 않아 철도공사는 지난 2005년부터 2009년까지 총 3,978억 원의 PSO 손실을 떠안았다.

    두 번째는 철도 운임이 화물과 여객수송에 소요되는 비용(총괄원가) 대비 60∼70% 수준에서 결정되면서 손실을 본다는 것이다. 총괄원가에 비해 낮게 운임이 책정된 이유는 정부가 전반적으로 물가를 안정화시키고 물류비용을 줄이기 위함이다.

    하지만 원가 미보상액(총괄원가-총수익 ; 계산상 PSO 미보상액이 원가 미보상액에 포함될 수는 있으나 PSO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고 전체적인 비율에도 크게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판단에서 분리해서 적는 것으로 했음)이 철도공사 전환 후 5년 동안 3조1,421억 원에 이르고 있음에도 정부는 제대로 지원을 해주지 않고 있어 철도공사 경영에 큰 부담을 주고 있다.

    세 번째는 철도구조개혁에 따라 시설과 운영 부문이 분리되며 시설자산의 사용대가로 철도공사가 시설공단에 납부하는 선로사용료이다. 철도공사는 영업적자에도 불구하고 선로사용료로 매년 5,000~6,000억 원을 납부하고 있는데 이것 또한 경영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종합해보면 철도공사의 영업적자가 대규모로 발생하는 이유는 철도공사의 경영효율성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철도공사가 통제할 수 없는 영업수익 대비 약 40% 정도의 영업적자가 고정적으로 발생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시설과 운영이 분리되며 철도공사가 떠안았던 4.5조원의 고속철도 건설부채와 인천공항철도를 매입하기 위해 차입한 1조2,057억 원에 대한 원리금도 상환해야 하기 때문에 앞으로 철도공사의 부담은 늘어날 전망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철도공사의 경영을 악화시키는 이러한 구조적인 요인을 해소하기 위해 노력하기보다는 단순히 “철도공사가 경영효율성이 부족하기 때문에 영업적자가 발생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는 자신들의 책임을 회피할 뿐만 아니라 철도 구조조정은 물론 궁극적으로 철도공사를 민영화하기 위해서 철도의 영업적자 발생 원인을 의도적으로 오진하는 것이다.

       
      

    정부가 철도 영업적자의 또 하나의 원인이라고 지적하고 있는 인건비는 영업비용 대비 비중만을 보면 과다하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영업비용 대비 인건비 비교 방식은 고정적인 유지보수비용이 높은 철도산업과 같은 거대 장치산업의 특성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것이다. 그래서 철도산업의 인건비 수준은 노동생산성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바람직하다.

    철도산업에서 노동생산성의 기준으로 적당한 것은 여객을 수송하는 객차와 화물을 수송하는 화차의 이동거리를 모두 합한 차량키로(㎞)다. 기관차와 열차의 운행거리 증감이 현업 노동자들의 검수와 운전 횟수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차량키로(㎞)에 대한 1인당 노동생산성 추이를 살펴보면, 90년에 32.43천-㎞였던 1인당 차량키로는 2000년에 41.97천-㎞, 2008년에는 49.14천-㎞로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

    국제적으로 노동생산성을 비교해 봐도 한국철도 노동자들의 노동생산성은 일본을 제외하고 높은 편이라고 볼 수 있다.(2006년 기준 한국은 1.38, 독일은 0.75, 프랑스 0.73, JR 동일본 1.73, 이태리 0.71) 그러므로 인건비 과다로 영업적자가 발생한다는 정부의 주장은 자신들의 책임방기로 철도공사가 고정적으로 떠안게 되는 영업수익 대비 약 40%의 영업적자를 은폐하기 위한 구실에 불과하다.

    4. 시민들의 안전을 더욱 위협하는 철도 민영화 추진

    지난 2월 24일 국회 국토해양위원회 소속인 최구식·백성운 한나라당 의원 주최로 열린 철도운송산업 선진화 정책토론회에서 국토부 관계자는 민영화가 필요한 이유로 ‘철도공사의 막대한 부채와 과도한 인력규모, 이로 인한 낮은 생산성’이라고 언급했다. 하지만 앞에서 살펴본 대로 정부는 철도 영업적자의 발생 원인에 대해서 철저하게 의도된 오진을 하고 있는데, 이러한 오진은 결국 철도의 민영화를 겨냥하고 있는 것이다.

    민간기업과의 경쟁이 부족하고 인건비가 과다하기 때문에 철도공사는 비효율적인 것이 아니며, 정부가 철도에 대한 지원을 회피하고 각종 손실과 부채를 떠넘겼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현재 진행되고 있는 철도의 구조조정은 이러한 자신들의 책임을 감추고 민영화하라는 허상을 쫓기 위한 조건 다지기에 불과하다.

    더욱이 이러한 의도된 오진에 의해서 추진되는 철도 민영화가 어떠한 결과를 초래했는지 영국의 사례가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급진적으로 민영화를 추진한 영국은 부족한 시설투자와 방치된 유지보수로 안전사고가 끊이지 않으면서 결국 민영화가 실패했다.

    그러므로 정부는 의도된 오진과 잘못된 전제에 근거한 철도 민영화라는 망상을 쫓기보다는 이번 KTX 고장 사태에서도 드러났듯이, 철도공사의 일방적이고 무리한 구조조정으로 인한 현장인력 감소와 외주화 확대가 결국 시민들의 안전을 위협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철도의 공공성을 강화하는 노력을 이제라도 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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