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비아 해결 열쇠는 알제리 민중?
        2011년 03월 03일 09:07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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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리비아에서는 카다피 측이 다시 반격에 나서 트리폴리 인근의 도시 일부를 다시 탈환했다고 한다. 카다피 세력의 반격이 거세지자 제2의 도시 벵가지에 본부를 둔 반정부 세력의 `국가위원회’는 카다피의 아프리카 용병 부대에 대한 유엔의 공습을 요청했다고 한다.

    카다피 반제국주의 선동의 효과

    국가위원회의 하피즈 고가 대변인은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아프리카 용병의 근거지에 대한 공습을 요청한다"며 "하지만, 외국군이 리비아 땅에 진주하는 것에 대해서는 강력히 반대한다"고 밝혔다는 것이다. 그러나, 외국군의 리비아 개입을 둘러싸고 국제적 논의가 이루어지자, 카다피측은 한층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카다피는 국영TV 연설에서 "미국이나 나토가 들어오면 우리는 피의 전쟁에 돌입하게 되고, 수천 명의 리비아인이 죽게 될 것"이라며 리비아의 석유와 땅을 빼앗고 식민지화하려는 음모에 맞서 "마지막 남자와 여자까지 싸울 것"이라며 결사항전의 의지를 밝혔다.

    과거에도 그런 적이 있었지만, 리비아에 대한 외부의 군사적 개입 논의는 카다피의 일견 반제국주의적 외양에 힘을 실어주게되는 역설적인 결과를 낳을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다소간 중립적인 입장을 보이던 부족이나 지역민들을 상대로 카다피측이 반카다피 혁명군측을 ‘외국의 하수인’이라고 몰아붙이는 것이 용이해질지 모른다.

    이는 반제국주의 전통이 강한 리비아인들에게 매우 위험할 수도 있는데, 반카다피 혁명군 내에서도 자기 투쟁의 정당화라는 문제에서 사기를 떨어뜨리는 효과를 낳을지도 모른다.

       
      ▲알제리 지도-위로는 튀니지와 동으로는 리비아와 접해있다. 카다피가 은신한 수도 트리폴리에 대한 접근이 용이하다.

    이와 관련해서 서방 언론을 비롯한 주류언론들이 애써 주목하지 않는 점 한가지를 다뤄보자. 최근의 외부의 군사적 개입 문제를 논외로 한다면, 카다피가 도대체 어떤 근거에서 그토록 완강하게 버틸 수 있는가에 대해서다.

    유일한 카다피 지지 국가

    단순히 카다피의 공군력이 우세하거나 아들들이 통제하는 각급 무장세력들이 너무 확고하기 때문일까? 그런데, 얼마 전 텔레비전에서는 카다피의 아들 사이프가 트리폴리에서 열린 자기 지지자들 집회에서 자기들에게로 지원과 물자가 도착한다며 지지자들을 독려하는 장면이 나왔었다.

    여기서 그가 말하는 지원과 물자는 도대체 누구로부터 오는 것을 말하는 걸까? 여기서 리비아 인근 국가들을 한번 살펴봐야한다. 그 가운데 대표적인 나라가 알제리다. 평범한 다른 중동인들과 국가들조차 카다피를 버리고 있는 와중에도 유일하게 카다피를 지지하고 있는 나라가 바로 알제리다.

    알제리의 카다피 지원은 단순히 말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외교와 군사적인 문제까지 이르고 있다. 주지하다시피 독립 이후 알제리는 군부가 통치하면서 자국민들의 희생을 바탕으로 석유 산업에서 나오는 막대한 이익을 챙겨왔다.

    그런데, 알제리 통치자들은 리비아의 카다피가 몰락하면 다음 차례는 바로 자기 자신이 될까 봐 두려워하고 있었다. 이미 인근의 튀니지가 혁명으로 무너졌을 때도 그랬지만, 다시금 더 거대할 뿐 아니라, 정치 경제적으로 더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리비아마저 무장항쟁으로 카다피가 몰락 위기에 놓이자 알제리 정부는 다급해진 것이다.

    결국 알제리 통치자들은 바로 자신의 생존을 위해서 카다피를 지원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알제리 정부도 알제리 민중들의 거듭된 투쟁으로 인해 위기에 봉착하자, 연이은 ‘개혁’ 조치로 난국을 탈출하고자 부심하고 있다)

    서방에 "급진적 이슬람 정권 수립" 선전

    알제리 정부의 카다피 지원활동은 우선 외교적 차원에서 벌어지고 있는데, 알제리 정부는 자신이 가진 석유를 무기로 서방을 비롯한 각국에 카다피 지지를 위한 로비활동을 하고 있다.

    이러한 알제리 정부의 외교적 노력을 진두 지휘하는 사람들로는 알제리 ‘마그레브 및 아프리카 담당 장관’인 압델카데르 메사헬(Abdelkader Messahel)과 벨기에 및 룩셈부르크 주재 알제리 대사인 아마르 벤드자마(Amar Bendjama), 유럽연합 및 나토와 접촉하는 임무를 맡은 벨카셈 벨가이드(Belkacem Belgaid)등이 있다.

    이들은 자신의 로비 상대들에게 카다피가 한 말을 그대로 반복하고 있다. 즉, 카다피 정부가 무너지면 리비아는 지금 리비아 봉기의 배후에 있는 급진적인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에게 넘어갈 것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알제리 정부의 카다피 지원활동은 외교 부문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얼마 전, 독일에서 활동하는 한 알제리 인권단체인 <Algeria Watch>가 성명을 발표했었다. 이 단체는 성명에서 알제리 정부가 몰락해가는 카다피 정부를 지키기 위해서 무장병력등 물질적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고 폭로했다.

    그들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우리는 알제리 정부가 잔혹하고 부패한 카다피 정부에 항거하여 일어난 리비아 형제자매들을 도륙하기 위해서 무장병력을 보냈다는 소식을 듣고 가슴이 찢어지는 아픔과 분노를 느낀다. 이들 무장병력들은 리비아 서부 도시인 자위야에서 일부가 체포되면서 처음으로 그 정체가 드러났다. 이미 이 사실은 언론에 보도되었고 목격자들이 확인까지 한 사실이다." 

    튀니지 군부 잔당들도 동원돼

    자위야는 최근에 카다피측 정부군과 반카다피 혁명군 사이에 치열한 전투가 벌어진 곳인데, 이 곳에서 반카다피 혁명군을 공격했던 것이 바로 알제리가 보낸 무장병력이었던 것이다. 이어서 이 단체는 알제리 정부가 사하라 이남의 니제르, 차드, 다르푸르 등지에서 끌어온 아프리카 용병들을 항공기를 이용해 리비아의 카다피측 진지로 공수하고 있다고도 비난했다.

    사실 알제리가 이런 역할을 수행한 것은 그리 낯선 것이 아니다. 이미 알제리 정부는 미국 주도로 구성한 소말리아 임시 정부가 소말리아 반군에 대한 군사공세를 펼 때 군대를 현지에 수송하여 미국을 지원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알제리 정부는 리비아 정부와 함께 오랫동안 미국 및 나토와 함께 북아프리카와 사하라 이남 지역의 반테러리즘 활동에 공조해왔다. 

       
      ▲알제리 대통령 압델라지즈 부테플리카 – 튀니지 벤 알리의 잔당들과 아프리카 용병들을 소집하여 카다피에 보내는 ‘반혁명수출업자’.

    또한, 알제리 대통령 부테플리카의 안보 문제 보좌관인 드자멜 부즈가이아(Djamel Bouzghaia) 대령은 튀니지의 벤 알리 대통령이 축출된 후 도망쳐 나온 벤 알리의 사설 보안군 잔당들에게 적극적으로 보호처를 마련해주었다.

    이들 튀니지 벤 알리의 잔당들 가운데는 튀니지의 카세린(Kasserine)이나 시디 부지드(Sidi Bouzid), 탈라(Thala) 같은 곳에서 시위대를 향해 저격총을 발사했던 자들도 포함되어 있다. 알제리 정부는 이들을 고용, 카다피 정부를 돕기 위하여 다시 리비아로 보내고 있다.

    반혁명 기지

    우려스러운 것은, 만약 알제리 정부의 이런 추악한 카다피 지원으로 카다피가 일정 부분 정치적 기력을 회복한다면, 알제리 정부가 그 칼끝을 이번엔 튀니지로도 돌릴 수 있다는데 있다. 알제리가 북아프리카에서 일종이 반혁명 기지 구실을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미국을 위시한 서방 정부들이나 언론 그 어디에서도 알제리 정부의 카다피 지원 활동을 진지하게 문제삼지 않고 있다. 알제리가 여타 아프리카의 다른 국가들을 추동하여 수행중인 카다피 지원활동을 중단시키만해도 카다피는 군사적으로 상당히 약화될 수 있는데도 말이다.

    그동안 반테러리즘 공조 활동을 통해 알제리 정국을 훤히 잘 알고 있는 미국이나 서방 정부들이 이런 알제리 정부의 카다피 지원 활동을 문제삼지 않는 것을 보면, 이들이 실제로 카다피를 군사적으로라도 축출하고자하는 생각이 있기는 한 건지 의심스럽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서방의 실제 의도가-알제리의 지원을 묵인하는 것을 통해-가다피의 급속한 군사적 약화를 막아 내전을 질질 끌게하는데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는 것이다. 내전이 오래 지속되면 될수록 서방의 군사적 개입에 대한 요구가 점점 힘을 받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실제 공습이 이루진다해도 알제리를 통해 카다피 측으로 인력과 물자, 무기가 계속 들어온다면 무용지물일 가능성이 높다)

    그것이 아니더라도 사태의 해결을 위해 서방이 양측간의 중재자로 자임, 사실상 리비아를 둘로 쪼개는 결과를 낳을지도 모른다. 

       
      ▲알제리 거리에서 경찰 진압에 저항해 돌을 던지고 있는 알제리 청년들.

    서방 공습이 아니라 알제리 민중

    이 점에서 현재 리비아 내전을 해결하기 위한 열쇠 가운데 하나는-서방의 공습이 아니라-중동 혁명에 영향 받아 알제리 군부에 저항하고 있는 알제리 민중들이 쥐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들이 알제리 정부를 붕괴시킨다면, 그 자체로 카다피에 대한 중요한 정치적, 군사적 타격일 것이다.

    이뿐 아니라, 알제리 정부의 몰락은 알제리를 통해 리비아 내전에 직간접적으로 개입해온 다른 아프리카 중남부 국가들로 정치위기를 확산시킬 가능성이 높다. 설사 그에 미치지 못하더라도, 알제리 민중들이 리비아에 대한 알제리의 군사적 개입 중단 요구를 포함시켜 알제리 정부를 압박한다면, 그것만으로도 리비아 반카다피 혁명군들에게는 값진 ‘수평적’ 연대일 것이다.

    이 점에서 리비아 내전은 다른 중동지역 국가들의 투쟁보다 좀 더 국제적인 차원-외국군의 군사적 개입이라는 ‘수직적’ 과정이 아닌-즉, 인근 국가 민중들의 연대 투쟁이라는 ‘수평적’ 차원의 개입이 중요한 구실을 하는 투쟁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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