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자파의 완승 또는 망상…막막한 생존
        2011년 03월 02일 01:25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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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월 26일 (토) 2시부터 밤 11시가 넘도록 장장 9시간이 넘는 제2기 1차 전국위원회가 서울에서 열렸습니다. 총원 87명 중 80명이 참석(출석률 92%)하는 열띤 분위기에서 진행되었던 전국위원회 회의결과와 각 전국위원별 표결 결과를 보고 느낀 개인 소감입니다.

    1. 독자파(도로사회당파)의 승리 – 전국위원 55~65%를 확보한 듯

    첫 번째 안건인 2011년 당 종합실천계획(안) 확정의 건과 두 번째 안건 종합실천 이행 및 실행계획(안)에 대해 9건의 수정동의안이 올라왔는데, 이중 통합파와 공동으로 수정동의안을 냈던 1건(6, 6-3 조항)을 제외하고 모두 독자파가 제출했습니다.

    독자파가 제출한 수정동의안은 일부 과도하게 당지도부(대표단)의 활동을 제약할 수 있는 안건을 제외하고, 모두 자신들의 뜻을 관철시키는 위력을 보여줬습니다. 표결 결과를 보면 전국위원의 약 55~65%를 독자파가 확보하여 명실상부한 다수파가 된 것으로 보입니다.

    2. 제1차 전국위원회에서 확정한 2011년 당 종합실천계획(안)은 도로사회당으로 가자는 것

    일단, 실천계획(안) 6-3, "새로운 진보정당은 북한의 핵개발 문제, 3대 세습문제(를 반대하며 문구를 넣는 수정동의안은 80명중 40명 찬성으로 부결되었지만), 북한인권 문제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견지한다"는 원안이 80명중 60명 찬성으로 통과되면서, 민노당과의 통합이 사실상 물 건너간 것으로 보입니다.

    이 문구는 진보대통합에 적극적인 민노당 내 통합파도 받아들일 수 없는 수준이고, 진보대통합에 소극적(부정적?)인 것으로 알려진 민노당 당권파는 더 말할 나위가 없기 때문입니다.

    또한, 실천계획(안) 6-2, "새로운 진보정당은 과거 진보정당 운동에서 있었던 패권주의적 행위에 대한 분명한 평가와 반성에 기반하여 추진되어야 한다."를 추가(80명중 49명 찬성으로 가결)하면서 사실상 민노당의 분명한 평가와 반성을 요구하고 있는데, 이 문제로 인해 평등파를 분당으로 내 몰았던 민노당이 과연 받아줄까요? 전 절대 그럴 마음이 없다고 판단합니다. 따라서 도로민노당은 사실상 어렵게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더구나, 실천계획(안) 3-1 [1안],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에 함께할 세력들은… 조직적 결의가 필요하다. 또한 이러한 가치 기준에 반하는 정치활동을 했던 세력은 조직적 성찰이 전제되어야 한다."고 못을 박음으로써, 사실상 국민참여당을 통합대상에서 제외시켰습니다.

    게다가, 실천계획(안) 1-4, "2012년 양대 선거를 앞두고 일각에서는 야권 단일정당 건설을 주장하는 ‘제3지대 백지신당론’, ‘빅텐트론’ 등이 제기되고 있으나 이는 민주당을 중심으로한 변형된 수혈론에 다름 아니다."라고 정리함으로써, 복지국가노선에 동의하는 대통합 민주-진보정당의 길도 막아 버렸습니다.

    3. 독자파의 생각은 도로사회당으로 가자는 것, 총선 후 당 해산도 각오해야

    위 내용을 모두 종합해 보면, 독자파의 생각은 도로사회당으로 가자는 것으로 보입니다. 아시다시피 진보세력 중 가장 약한 세력인 진보신당에서 통합 대상에게 위와 같이 조직적 성찰과 반성을 요구한다는 것은 진보대통합(도로민노당)을 하지 말자는 얘기와 같습니다. 민노당에서는 보면 가만 놔둬도 망할 정당, 오히려 잘 되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겁니다. 이 참에 진보신당을 철저히 외면하고 고사시킬 명분도 생겼으니까요.

    이로서 한나라-민주-진보 3자정립을 통해, 양자(보수-진보) 정립으로 가겠다는 통합파(도로민노당파)의 시도는 힘없이 꺾인 것 같습니다. 따라서, 진보대통합을 통해 총선에서 당선되어야 할 당내 명망가들과 통합파들은 고민이 깊어질 것 같습니다.

    독자파가 전국위원회 다수파가 되면서 실낱 같은 희망이었던 전당원 총투표도 사실상 불가능하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되면 당내 명망가와 통합파는 장기적으로 양자 택일의 선택을 강요받을 수 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진보신당(도로사회당) 잔류냐, 명분을 만들어 진보대통합에 합류하느냐.

    독자파의 주장이 관철된 전국위원회 결정은 진보신당의 진로를 아주 명확하게 해 놓은 것 같습니다. 대안세력-수권정당을 목표로한 대중정당을 포기하고, 소금정당-사회운동정당으로서 제 갈길을 가겠다는 의지표현을 확실하게 해 놓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독자파의 길은 지난해 은평 재보궐선거에서 금민 후보가 얻은 0.55%의 득표율에서 보듯 도로사회당의 길을 답습하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즉, 2012년 총선에서 지역구 당선은 바라지도 못할 테고, 정당해산 하한선인 정당지지율 2%를 얻기 힘들 것으로 보입니다. 즉, 당 해산까지도 각오하면서 장기적으로 소금정당-사회운동정당을 하겠다는 분들만 남게 되겠지요.

    4. 독자생존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실토한 독자파(도로사회당파)의 선거제도 개편추진(안)

    이번 전국위원회 회의결과에서 독자파(도로사회당파)가 낸 수정안 중, 제 관심을 끄는 것은 선거제도 개편을 추진한다는 내용입니다. 즉, 현재 우리나라 선거제도인 소선거구제-단순다수득표제에서는 강력한 사표심리에 의해, 3당의 존재는 끊임없이 위협받고 결국엔 소멸하여 양당체제로 수렴한다는 뒤베르제 법칙을 독자파도 인정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다시 말하면, 우리나라 선거제도에서는 한나라당-민주당 이외의 3당이 장기적으로 생존할 수 없다는 것을 실토하고 있는 것이지요. 진보신당은 제3당도 못되고 제5당쯤 되니 독자생존이 불가능하다는 걸 스스로 인정한 셈입니다. 결국 진보정당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결선투표제와 (독일식)정당명부비례대표제를 확대해야 한다는 것인데, 한마디로 하나마나한 비현실적인 망상에 불과하다고 생각합니다.

    선거제도는 경기의 룰과 같아서 한나라당-민주당 양당이 모두 동의해야 겨우 바꿀 수 있습니다. 하지만, 영-호남이라는 강력한 지역기반을 갖고 있는 한나라당과 민주당에서, 바보가 아닌 다음에야, 뭐가 아쉬워 현재 소선거구제-단순다수득표제에서 결선투표제를 도입하고 정당명부비례대표제를 확대할까요.

    적어도 선거제도에 관한 한 영호남지역 한나라당-민주당 국회의원의 이해관계는 100% 일치합니다. 백 번 양보해서 민주당이 결선투표제와 비례대표확대에 동의한다고 해서 한나라당 동의 없이 개정이 될까요.

    옛 민노당(당시 노회찬 사무총장이 주도)에서 헌법소원을 통해 겨우 얻었던 정당명부비례대표제를 정치개혁 협상장에서 가장 반대했던 정당이 뜻밖에도 열린우리당(민주당)이었던 것을 보면 목숨과도 같은 국회의원의 당락에 영향을 주는 선거제도 개편이 얼마나 힘든지를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총선 후 생존조차 불확실한 단 1석을 가진 진보신당이 무슨 힘으로 선거제도를 개편하겠다는 것인지. 이 정도되면 망상이라고 해도 심한 말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한가지 더 예를 들어보면, 노무현 정권에서 지역감정을 해소하기 위해 선거구제 개편을 조건으로 권력의 반을 내 주겠다며 한나라당과의 대연정을 제안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한나라당과 대연정을 하면서까지 영남에서 민주당 국회의원이 당선되고, 호남에서 한나라당 국회의원이 당선되는 선거제도를 만들고 싶어했던 노무현 정권의 지역감정 해소의지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제안은 한나라당에서 일언지하 거절했었죠. 권력의 반을 내 주어도 쉽지 않는 선거제도를 총선 후 생존조차 불가능한 단 1석의 초미니 정당에서 무슨 수로 관철시킬 수 있나요.

    이런 이유로 저는 당내 독자파(도로사회당파)의 생각은 진보신당의 역량이나 처지를 생각하지 않고, 망상에 가까운 목표를 세우고 당을 그곳으로 이끌어가는 것은 정치세력으로서 매우 무책임한 행동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치 병자호란때 청나라 군대에 쫓겨 남한산성에 포위된 처지에서 자신들은 칼 하나 창하나 잡을 생각하지 않으면서 싸움을 주장했던 주전파들처럼.

    5. 우리나라 선거제도(소선거구제-단순다수득표제)는 고정된 상수로 놓고 봐야

    현실주의자라면 우리나라 정치현실을 자연현상처럼 상수로 인정하고 거기에 맞춰 살아남을 방법을 취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거센 눈보라와 혹독한 추위 그리고 겨울이 긴 시베리아에서 살아남으려면, 키를 작게 하여 바람을 덜 타게 하고, 잎을 바늘처럼 뾰족하게 침엽수로 만들어 추위에 덜 타게 만들고, 서로의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뭉쳐 군락을 이루고, 짧은 여름에 맞춰 성장하고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어 종족을 번식시키는 나름대로의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독자파의 선거제도 개편(안)은 마치 시베리아 날씨를 온대지방 날씨로 바꾸자는 주장처럼 비현실적으로 들립니다.

    소선거구제-단순다수득표제에서 제3당의 장기적인 존립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인정한다면, 그것을 고정된 상수로 놓고 당의 생존전략을 세우는 것이 책임있는 정치세력의 자세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독자적인 힘으로 진보적 가치를 관철시킬 수 있는 힘을 가진 정치세력이라면 이런 고민도 필요없을 겁니다.

    하지만 우리 진보신당은 당장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군소정당입니다. 물론, 대안세력으로서 수권정당을 포기하고 사회운동정당(소금정당)으로 남겠다면 할말이 없지만, 대안세력으로서 수권정당을 꿈꾼다면 어떻게 하면 우리 사회에 진보의 가치를 좀 더 많이 관철시킬 수 있는지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전국위원회가 독자파(도로사회당파)와 통합파(도로민노당파)의 대결이었다면, 오는 3월 27일 정기당대회는 우리가 만들려고 하는 새로운 진보정당이 사회운동정당(소금정당)인지 대중정당(수권정당)인지를 결정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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