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다피를 보며, 3대 세습을 생각한다
    2011년 02월 26일 01:09 오후

Print Friendly

리비아에서 민중저항이 거세지고 있다. 벵가지와 일부 동부지역이 저항세력의 통제 하에 들어갔다는 소식도 들린다. 카다피가 전투기를 동원해서 항쟁세력을 사살하라는 명령을 내렸으나, 그 조종사가 거부를 했다는 소식도 들린다.

민족해방(NL) 체제

최근 내가 고민하고 있는 문제 중의 하나는 2차 대전 이후 ‘반외세 급진주의 정권’의 부침과 타락이다. 또는 혁신방안이라고 할까? 2차 대전 이후 과거 제국주의의 지배를 받던 나라에서 출현한 반외세 급진주의는 일부 나라에서 사회주의와 결합되면서, 권력을 잡았고, 이후 반외세 급진주의체제로서 자신의 정체성을 규정하면서 존재해 왔다.

미얀마, 캄보디아 폴포트 정권, 북한 정권, 베트남 혁명, 78년 이란혁명 정권 등이 이것의 예가 될 것이다. 일부는 사회주의적 성격을 띄었지만, 크게 보면 2차 대전 이후 반미, 반서구, 반제국주의을 지향하고 있었고, 그런 점에서 일종의 NL(민족해방. national liberalation) 체제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반외세 급진주의는 내재적인 모순과 문제점들을 지니고 있었다. 먼저 그것은 금욕주의, 도덕주의, 순혈주의, 반미주의, 반(反)종속적 자급자족(자립적 민족경제), 급진적 평등주의 등의 특성을 가지고 있었다. 

이런 것들은 많은 긍정적 가치를 내포하고 있다. 그런데 이것은 때로 혁명이념의 순혈적 실현을 추구하는 식으로 나타났고, 그것은 예컨대 캄보디아 폴포트 정권 하에서처럼 수많은 학살로 이어지기도 했다. 사실 문화혁명에서 추구되었던 ‘절대적 평등주의’도 이런 특성의 한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다음으로 반외세를 명분으로 하는 국내적인 권력 질서의 극단적 정당화라는 문제가 있다. 반외세에 저항하는 반외세 급진주의 정권은 ‘선’이고, 그것에 도전하는 것은 악이 되기 때문에, 저항에 대해서 더욱 가혹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장기집권, 부패, 권력남용의 배경

이것은 연쇄적으로 반외세 급진주의를 담지한다고 간주되는 지도자의 ‘장기집권’을 결과하게 되었던 것이다. 장기집권 체제 하에서 이루어지는 각종 부패와 권력남용 등은 또다시 ‘반외세’라고 하는 외부적 갈등에 의해 봉합되는 양상을 밟게 되었던 것이다. 우익 전체주의와 이념적으로는 다르나 체제의 작동방식은 유사한 방향으로 나아갔다.

‘만악의 근원’이 서구이고, 제국주의이고, 외세이고, 미국으로 설정하는 구도 속에서 수십 년이 지난 지금, 전후의  반외세적 급진주의 정권은 이러한 여러 가지 왜곡성을 가지고 ‘퇴행적인’ 모습으로 우리 앞에 있는 것이다.

혁신과 현대화를, 혹은 ‘적(미국 혹은 서구)’의 긍정적 가치를 자기화하여 자신을 풍부화하기보다는, 끝없는 자기정당화와 ‘정체’ 상태에 돌입한 것이다. 나는 예컨대 미얀마나 북한의 체제도 같은 시각에서 접근한다.

북한은 남한에 비해 ‘반외세의 역사적 정당성’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떤 의미에서 전세계적인 반외세 급진주의 정권의 가장 ‘후진적인’ 모습을 갖게 된 것이다. 북한의 이른바 ‘3대 세습’은 그러한 왜곡성의 극단적인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리비아 사태를 보면서, 북한의 3대 세습을 보면서 그래서 착잡합니다.

가장 철저하게 ‘친미주의’적 경로를 따랐던 남한과 비교하면 더 그렇다. 여기서 이러한 반외세 급진주의의 ‘역사적 정당성’을 정당하게 고려하면서, 그것의 누적된 문제점을 어떻게 ‘성찰적’으로 극복하고 이를 ‘현대화’할 것인가하는 과제가 아시아의 급진주의자들에게 제기되고 있다고 저는 봅니다.

필자소개
레디앙
레디앙 편집국입니다. 기사제보 및 문의사항은 webmaster@redian.org 로 보내주십시오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