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S에서 MB까지, 외교 리포트
By mywank
    2011년 02월 26일 10:05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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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 12월 옛 정부종합청사 꼭대기 층에 있던 외무부 대회의실에서 나지막한 한승주 장관의 목소리에 일부 직원들은 조용히 눈시울을 적셨다. 한 장관의 목소리에는 불명예스럽게 물러나는 데 대한 회한과 자위가 뒤섞여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중에서 지금까지 기억에 남는 대목이 있다. ‘역대 외교장관들의 평균수명을 넘겼으니 그래도 오래 한 것 아니냐?’ 국제 사회에서 인정받던 한 장관이 방송을 통해 경질 사실을 알고는 보따리를 싸야 하는 모습은 우리 외교의 한 단면을 가장 적나라하게 보여준다.”(본문 중)

   
  ▲책 표지 

『한국 외교 24시』(이승철 지음, 부키 펴냄, 16,000원)는 1991년 외무부 출입기자를 시작으로 국제부장, 워싱턴 특파원을 지내는 등 20년 동안 우리 외교현장을 취재한 이승철 <경향신문> 논설위원이 김영삼(YS) 정부부터 이명박(MB) 정부까지 한국 외교의 구조적 문제와 고질병 등을 정리한 ‘외교 리포트’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구호만 요란할 뿐 자주와 실리, 어느 한쪽도 챙기지 못하고, 때로는 대통령을 위한 ‘용비어천가용’으로, 때로는 ‘여론 달래기용’으로 성과를 포장해 온 한국 외교를 마치 현장 중계하는 듯한 생동감 있는 일화들을 통해 신랄하게 고발한다.

일례로 지난해 G20 정상회의 개최를 전후로 정부가 "G20 정상회의 유치, 단군 이래 최대의 외교적 성과", "국운 상승의 기회이자 100년 만의 쾌거"  등으로 홍보한 것을 두고, 저자는 ‘국내용 외교’라고 평가한다. 국내와 달리 해외에서는 서울 개최의 의의나 한국의 외교적 지위 상승 기사는 거의 없는 대신, G20의 향후 전망이나 각국 정상 간의 합의관철 실패 등에만 관심이 쏠렸기 때문이다.

‘국내용 외교’의 목적은 외교의 목적이 대통령에 잘 보이기 위한 것이나, 국민 여론을 정부 정책을 지지하는 방향으로 이끌기 위해 정부에 유리한 쪽으로 정보를 조작하려는 것이다. 저자는 국민의 눈을 가리고 진실을 호도하는 이런 외교 행태를 일종의 ‘국민 기만행위’라고 지적한다.

이 책의 1부에서는 외교 행태 측면에서 우리 외교가 안고 있는 고질적 문제점을 정리했다. 국내 정치만 바라보는 ‘국내용 외교’, 국제 행사 유치에 사활을 거는 ‘이벤트 외교’, 실리보다 의전이나 겉치레를 중시하는 ‘형식 외교’ 등의 문제점을 집중적으로 다룬다.

2부에서는 외교부의 폐쇄성과 엘리트주의, 외교부 예산과 인력 문제, 외국어 구사력 실태, 전문성 부족 등 하드웨어적인 측면상의 문제를 다루고, 마지막 3부에서는 한국의 미래를 좌우할 수도 있는 ‘대미, 대중 외교’(G2 외교)의 현주소를 진단하고 주요 쟁점들을 되짚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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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 : 이승철

1956년 경남 밀양에서 태어나 1979년 서울대 철학과, 2007년 한양대 언론정보대학원을 졸업했다. 1994년에는 미국 미주리대 언론정보대학원에서 공부했다. 1983년 <경향신문>에 입사해 사회부, 경제부, 정치부, 워싱턴 특파원, 국제부장을 거쳐 현재는 논설위원으로 있다.

1991년 12월 외무부 출입 기자를 시작으로 20여 년 동안 줄곧 외교 현장을 누비면서 한국 외교의 ‘빛과 그늘’을 지켜봤고 이를 기록으로 남겨야겠다는 의무감에 이 책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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