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자리에 수고, 진보 자리에 보수
    2011년 02월 26일 04:09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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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 표지.

현 시기 우리 사회에는 수구, 보수, 개혁, 진보, 좌파, 우파 등의 숱한 개념이 공존·대립하고 있다. 나아가 ‘개혁적 중도 보수’, ‘수구적 진보’와 같이 단어만으로 그 뜻을 명확히 알 수 없는 합성어가 등장하기도 한다.

우리는 흔히 일상생활에서 ‘저 사람은 보수적이야’와 같은 말을 하곤 한다. 하지만 보수라는 말이 무슨 뜻이냐고 물으면 선뜻 한 마디로 답변을 내놓기가 어렵다.

특히 ‘보수’와 ‘수구’라는 말에 대해서는 정확한 구별이 애매했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 보통 진보-보수는 대별되기 쉬운 개념이지만, 보수-수구는 혼동하기 쉽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둘은 비슷하지만 분명히 다른 개념이다.

『한국의 보수와 수구』(지성사, 21,000원)는 차분하게 보수와 수구의 차이점과 공통점을 짚어 고찰한 학술서로서 그 핵심을 명확하게 드러내고 있다. 특히 개념만을 정리해놓은 단순한 개론서가 아니라 여러 예시를 통해 역사와 사회를 바라보는 통찰력을 보여준다.

한국적 환경과 정치사상 지형

특히 이 책에서 가장 많은 지면을 차지하는 <3장 한국의 보수와 수구>에서는 독특한 정치 사상적 지형을 가진 한국의 상황에서 보수와 수구는 어떤 작용을 해 왔는지 그 역사적 맥락을 짚어본다. 이러한 과정을 통하여 독자는 오랜 세월 동안 보수의 자리에 수구가, 진보의 자리에 보수가 위치할 수밖에 없었던 우리 역사의 뒤틀린 맨얼굴을 마주할 수 있을 것이다.

“변화의 위기가 닥쳤을 때 위기에 맞서는 사람이 수구이고, 기민하게 대처하는 사람이 보수이다. 파도에 맞서거나 아니면 파도를 타는 것이다. 파도에 맞서 이기는 사람은 없다. 따라서 수구는 늘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보수는 남는 것이다. 그러나 수구든 보수든 파도를 일으키지는 못한다. 그것은 진보의 몫이다.”

저자는 보수와 수구의 개념을 올바로 정립함으로써 진보가 진정 나아갈 길을 묻고자 한다. 저자가 꿈꾸는 것은 파도를 타고 넘는 보수와 파도에 맞서는 수구가 아니라 파도를 일으키는 진보인 것이다. 결과적으로 이 책은 보수와 수구에 대해 다루고 있지만 진보를 위한 책이다.

새로운 사상, 기술, 문화가 발생했을 때, 기존의 것들은 모든 수단을 다해 저항하고 억압하려하지만 끝없는 생성과 소멸을 거듭하며 역사는 결국 진전되어 왔다. 파도를 타넘을 것인가, 파도를 일으킬 것인가? 진보하는 것만이 역사의 정방향이라고 이 책은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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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이나미

1964년 서울에서 태어나 이화여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한 후, 고려대에서 정치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통일연구원 연구원,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 연구교수, 하와이대 한국학센터 객원연구원,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전문 계약직 공무원으로 근무했으며 현재는 고려대에서 강의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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