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난 당신이 파는 '청년'을 거부합니다"
    [투고] 김재연 위원장에게 보내는 편지…"당원 비대위? 난 빼달라"
    By 독자
        2012년 05월 17일 10:36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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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재연 위원장님.

    저는 위원장님처럼 정치 일선에 뛰어들지 않은 청년입니다. 이후에도 뛰어들지 않을 거구요. 그렇기 때문에 어제 위원장님이 유시민 ‘당원’에게 쓴 공개편지만큼의 글빨은 없습니다. 그냥 아마추어가 조언한다고 생각해 주시길 바랍니다.

    호칭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당선자’라고 붙이는 게 위원장님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했지만, 많은 논란이 일고 있는 상황에 ‘당선자’라는 호칭을 불편해 할 사람들이 많은 거 같아 그냥 가겠습니다.

    작동한다고 불량품을 유통시킬 순 없어

    저는 정치가 하나의 판매라고 생각합니다. 잘 만들어진 정책과 인물로 고객인 유권자에게 선택을 받을 수 있는 게 물건을 파는 것과 일치한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불량품인 상품을 ‘작동은 한다’고 그냥 유통시키면 그 회사에 대한 신뢰는 어떻게 될까요?

    당원을 지키는 정당은 강한 정당이 아닙니다. 그건 정당의 기본이죠. 하지만 아프더라도 곪았으면 제 뼈를 깎을 수 있는 외유내강형 정당이 진정으로 강한 정당이 아닐까 싶습니다. 당원이 혼날 일을 벌였으면 혼낼 수 있는 정당 말이죠.

    김재연 통합진보당 비례 당선자 (사진=참세상)

    제가 학생 신분이었을 때 위원장님이 계셨던 한대련, 아니 그 시기에 존재했던 한총련과는 전혀 관련 없는 학창시절을 보냈습니다. (만약 관련되었다면 제 얼굴은 이번 주 월요일 주요 신문에 공개되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진보정당에 대한 기대감이 높았던 시기에 잘 되길 바라는 마음에 한 정당에 입당했습니다.

    이후 꽤 오랜 시간이 흘렀습니다만 진보정당이 제가 생각하는 ‘강한 정당’일 수 있구나 하고 설레기 시작하는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위원장님 그리고 주위의 많은 분들이 반대하는 쇄신안을 보게 되면 많은 동지들이 힘들게 노력하여 얻은 7석 중 한 석을 포기하겠다는 많은 이들의 책임의식이 느껴집니다. 정당에 있어서 한 석이 더 있고 없고의 차이는 저보다 더 잘 아시지 않습니까. 최근 읽고 있는 『파벌』이란 책에는 제가 목격하고 들었던 많은 사건들이 ‘화합’이라는 미명하에 그냥 묻혀버린 사실들이 나옵니다. 그런 것들과 비교해보면 이건 또 하나의 ‘진보’라는 생각을 해 봅니다.

    그런데 위원장님을 비롯한 구당권파-언론에서는 이렇게 부르더군요-에서는 이런 대답에 강한 부정을 하고 있습니다. 사람을 때리는 악수 중의 악수를 두면서까지 말이죠. 씁쓸합니다. 2012년 진보진영의 최대 목표는 아니겠지만 지금 이 순간 당면 과제는 책임 있는 모습으로 사태를 수습하고 대선 국면으로 나아가는 것이건만 설 건든 여드름 마냥 상처를 더 키우고 있으니 말이죠.

    국민의 명령 외치던 당신들

    지금 위원장님을 비롯한 혁신 비대위를 부정하는 분들이 야권연대에 대해 이야기 할 때 자주했던 표현을 기억합니다. ‘국민의 명령’ 바로 이것이지요. 제가 지금 가장 어이없는 게 뭔지 아십니까? 자신들이 필요로 할 때는 ‘국민의 명령’을 외치다가 정작 많은 국민들이 자신들의 뜻과 다른 요구를 주장하니 귀를 꼭 닫고 있는 것입니다. 이게 국민을 판 게 아니면 무엇일까요?

    아직 이 버릇 못 고치셨나 봅니다. 우리들의 비대위를 만들겠다며 지은 이름이 ‘당원 비대위’라죠. 국정원이 박원순 서울시장을 고소했을 때 원고에 대한민국이란 이름으로 고소했던 것 기억하실 겁니다. 그 때 많은 분들이 그 곳에서 자기 이름을 빼 달라는 캠페인을 한 적이 있습니다. 그 때처럼 그 ‘당원’에서 제 이름을 빼주십시오. 찬성하지 않음에도 ‘당원’이 붙었다는 이유로 비대위의 일원이 되는 것 같은 기분에 불쾌감을 느낍니다.(당원 총투표를 주장하시던데 당원의 의견이 아닌 ‘조직싸움’만 될 거라는 이야기는 자세히 하지 않겠습니다.)

    그런데 이런 불쾌감을 위원장님을 통해 다시 한 번 느끼게 됩니다. ‘청년’이라는 단어. 왜 이렇게 ‘전가의 보도’처럼 느껴지는지 모르겠습니다. 위원장님이 유시민 당원에게 쓴 공개편지를 보면서 ‘청년 정치가 한 인물의 국회 입성을 위한 수단 그 이상이 아니구나’라는 씁쓸함이 계속해서 맴돕니다.

    김재연 위원장님. 한 번 물어보죠. 과연 청년정치를 한다고 하면서 얼마나 많은 청년을 만나셨습니까? 많이 만나셨겠죠. 하지만 그 중 한대련에 속해있는 대학생, 청년회에 속해있는 학생운동 OB를 제외한다면 과연 얼마나 됩니까. 그리고 이런 내용에 관해 관심 있어 하는 청년들 많았습니까?

    정말 뼈아픈 말 한 마디 해 드릴까요? 위원장님의 ‘위대한 진출’ 승리 및 원내 진출에 대한 관심을 갖는 청년들. 아는 사람들 비율보다 모르는 사람들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위원장님을 알아도 사퇴 논란 때문에 아는 경우가 대부분이죠. 대부분의 위원장님이 용퇴한다고 해서 실망감을 표할 일 없습니다. 관심이 없으니까요. 마치 한대련과 한총련의 차이, 아니 한대련 존재 자체를 모르는 게 더 당연한 것처럼 말입니다.

    주위에 함께하는 청년들이 많고 그들이 위원장님에 대해 긍정적인 피드백을 준다고 해서 그것이 전부라고 생각하지 마십시오. 정말 한 줌입니다. 그 한 줌을 믿고 자리에 연연하다 보면 더 많은 것 아니 전부를 잃게 될 것입니다.

    당신의 당당함을 증명하기 위해 입당한 것 아냐

    많은 이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위원장님의 발언이 있습니다. <100분 토론>에서의 시민논객과의 대화입니다. 마지막으로 “그렇게 해야겠죠”라고 기억합니다. 그걸 본 많은 시청자들은 ‘그렇게’가 사퇴로 알고 있습니다. 위원장님도 그런 의미로 이야기하셨을 거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많은 시청자들 앞에서 약속하셨던 것처럼 ‘당당하다’라는 이야기는 집어치우고 비례후보 사퇴 및 중앙위원회에 있었던 청년들의 폭력행위 사과라는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주시기 바랍니다. 또한 한대련과 청년회라는 울타리를 벗어나서 많은 이들이 공부하는 도서관, 청년실업자들이 직무능력을 키우기 위해 듣는 계좌제 수업 그리고 일터에서 청년들을 만나며 막스베버가 이야기 했던 또 다른 ‘정치인의 덕목’인 균형감각을 가질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유시민 당원에게 보낸 공개편지에 있는 ‘청년’이란 단어들 있지 않습니까? 저는 위원장님이 판 ‘청년’임을 거부하겠습니다. 그 단어에서 제 이름은 빼주세요. 저는 김재연 위원장님의 자리보전을 위해 1980년대에 태어난 게 아니니까요. 위원장님의 당당함을 증명하기 위해 청년으로서 통합진보당에 입당한 게 아니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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