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회주의 계승, 북체제 경직성' 삭제
        2011년 02월 24일 04:09 오후

    Print Friendly

    당 강령의 전면적 개정 작업을 진행 중인 민주노동당이 기존의 강령에 있는 ‘사회주의 계승 발전’과 ‘북한 사회주의 경직성 극복’이라는 문구를 삭제할 것으로 알려져 관심을 모으고 있다. 특히 이번 강령 개정은 분당 이후 처음 이루어지는 것으로 진보신당과의 본질적 차별성을 공개적으로 드러내주는 대목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진보 양당 본질적 차별성 드러나

    민주노동당은 분당 이후인 지난 2009년 정책당대회에서 기존 강령을 개정키로 하고, 강령개정위원회(위원장 최규엽)를 설치했으며, 오는 6월 정책당대회에서 새로운 강령을 채택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는 지난 해 11월 3일에는 이정희 대표가 국회 비교섭단체 연설을 통해 “수권정당의 면모를 갖추기 위해 강령 개정에 나설 것”이라고 직접 밝히기도 했다.

       
      ▲지난 2009년에 열렸던 민주노동당 정책당대회 모습. 

    이번에 논의되는 강령 개정 초안은 ‘사회주의적 이상과 원칙을 계승 발전시켜 새로운 해방 공동체를 구현하고’라는 기존의 내용을 ‘자본주의 폐해를 극복하고 민중이 참된 주인이 되는 민중주체 민주주의를 실현할 것’으로 변경했다.

    이는 이정희 대표가 ‘유연한 진보’를 강조해 온 것과 밀접하게 맞닿아 있다. 민주노동당의 한 관계자는 “사회주의에 대한 국민적 인식이 좋지 않다”며 “강령개정위원회에서도 (사회주의 부분을)제외하자는 의견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에 대한 당 내 반론도 만만치 않다. 사회주의 강령은 민주노동당 창당 정신인데다 진보정당이 추구해야 할 지향이라는 것이다. 또다른 쪽에서는 ‘사회주의’ 삭제는 민주노동당이  ‘진보대연합’보다 ‘반MB연합’에 더 관심이 있는거 아니냐는 점을 들어 비판하고 있다.

    당내 반론도 나와

    강령에서 ‘사회주의’를 제거함으로써 ‘반신자유주의’ 수준의 선거연합을 용이하게 하기 위함이라는 지적이다. 반신자유주의에는 사회주의뿐 아니라 사민주의, 케인즈주의까지 포함될 수 있는 만큼, 민주당과 국민참여당과의 연합 더 나아가 합당을 쉽게 하기 위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진보신당 일각에서도 “진보대통합 논의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반MB연대에 대한 노골적인 관심을 보이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이런 맥락에서 나온다.

    하지만 민주노동당 내부의 사회주의 논쟁의 뿌리는 깊다. 구 민주노동당 시절은 2003년 당시 당발전특위에서는 민노당의 향후 발전 방향과 관련 강령에 있는 ‘사회주의적 이상과 원칙의 계승 발전’을 포함시켰으나, 이른바 NL을 중심으로 이를 삭제하자는 의견이 나와, 결국 당 대회 표결까지 간 적이 있다. 표결 결과 문제를 사회주의 관련 문구는 포함되는 것으로 결정났다. 

    한편 이 같은 논란에 대해 최규엽 강령개정위원장은 “완전한 오해”라고 말했다. 최 위원장은 “이번 강령은 남한의 진보진영이 동의할 수 있도록 하면서 민주노동당의 정체성 포기하지 않는다는 기조로 만들고 있다”며 “민주당과 국민참여당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것은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말했다.

    최 위원장은 이어 “다른 정당 연구소와 만나 얘기를 나누면 한미FTA 등 여러 문제에 대해 진보정당과 분명한 차이를 느끼고 있다”며 “국민참여당과 민주당과는 분명히 구별되는 당론”이라고 말했다.

    또한 이번 강령 초안에서는 관심을 모았던 북한 관련 문구의 경우 일부 삭제되거나 수정됐다. 대표적인 것은 “국가사회주의의 경직성”과 “북한 사회주의의 경직성이 극복되면서 민중의 권익과 민주적 참여가 보장되는 체제여야 한다”는 기존 내용이 삭제된 것이다. 이 부분도 강령 제정 당시 자주파와 평등파가 충돌했던 대목이다. 

    ‘북한 사회주의 경직성’ 문구도 삭제

    이와 함께 ‘통일’ 부분에서 “대북 흡수통일이 아닌 상호합의와 호혜의 통일을 추구한다. 궁극적인 통일체제는 남한 자본주의의 천민성과 북한 사회주의의 경직성이 극복되면서 민중의 권익과 민주적 참여가 보장되는 체제여야 한다”는 부분도 “연방제 방식의 통일을 지향한다”고 분명히 했다.

    통일 방안의 구체적 내용은 “외세의 부당한 간섭이나 개입을 반대하고 우리 민족의 주체적 힘에 의한 자주적 평화, 통일을 실현한다”며 “7.4남북 공동성명과 6.15공동선언, 10.4선언을 통일의 대강으로 삼고 전쟁이나 흡수통일 방식이 아닌 화해와 단합으로 공존 공영할 수 있는 연방제 방식의 통일을 지향한다”고 밝히고 있다. 또한 ‘주한미군 단계적 철수’에서도 ‘단계적’이란 용어가 삭제되기도 했다.

    최규엽 강령개정위원장은 이번 강령개정 방향에 “우선 강령을 만든 지 11년이 지나 생태나 환경, 여성, 비정규직 문제 등에 대해 강조가 안 되어 있기 때문에 새로운 시대에 맞게 개정할 필요가 있었고, 기존 강령이 논문 수준으로 어려움이 있어 당원들 눈높이에서 짧고 쉽게 강령을 만들자는 문제의식으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민주노동당의 이 같은 강령 개정 방향에 대해 이재영 진보신당 정책위 의장은 "통합을 말하고 있는 민주노동당에서 ‘사회주의’ 등의 특정 용어가 꼭 들어가야 된다고 주장할 생각은 없다"면서도 "현재 통합 논의가 진행 중인 과정에서 이런 움직임이 나온 것에 대한 정치적 평가는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의장은 "우선 이번의 강령 개정 내용은 구 민노당 시절 이른바 NL계열에서 당 초기부터 소수안으로 주장해온 내용을 강령 차원에서 완결적으로 반영했다는 의미"가 있다며 "하지만 이는 정치적으로는 (진보정당)’통합을 하지 않겠다’는 사인으로 읽힐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민주노동당보다 오른쪽에 있는 세력에 가까워지는 것으로 민주노동당의 정치적 방향성을 표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의장은 또 "기존 강령 중에 버릴 것과 지킬 것을 분명히 한 측면이 있다"며 "버린 것은 사회주의이고 지킨 것은 북한"이라고 말했다. 

    필자소개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