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벌 국유화, 비정규직 투쟁 결합"
        2011년 02월 23일 05:23 오후

    Print Friendly, PDF & Email

    진보진영이 진정한 복지국가를 만들기를 원한다면 "새 술은 새 항아리에 담아야 한다."라는 속담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재벌주도 경제는 결코 한국 진보진영이 실현코자 하는 복지강령과는 양립할 수 없다.

    과거 노무현 정권은 마치 ‘재벌’이라는 호랑이 등위에 처음 올라 탄 순진한 기수와 같이, 자기가 ‘정권’이라는 채찍만 가지고 있으면 호랑이를 마음대로 부릴 수 있으리라고 착각했다. 잡혀먹지 않으려면 "호랑이 뚯에 따를 수밖에 없다."라는 진실을 그는 아마도 깨달을 수 없었을 것이다.

    이제 그 호랑이(재벌)를 정말 주인 뜻을 잘 받들 수 있는 순한 말(馬)로 바꾸지 않으면 안 되는데, 그것은 다름 아닌 ‘독점재벌 국유화’이다.

    그런데 이상의 필자의 주장에 대해 "이론적으로는 옳은 애기일 수 있지만 현실정치에서는 수용이 불가능한 설정"이라고 회의를 표시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이하에선 어떻게 ‘독점자본 국유화’ 강령을 실현할 것이며, 또 당면한 2012년 선거전과도 결부시킬 것인가와 관련한 실천전략을 논의해 보기로 한다.

    1. 비정규직 문제와 관련

    한국의 노동계급은 재벌 내부 고용노동자와 재벌 외부 고용노동자로 분할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또한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도 분할되어 있다. 현재 비정규직은 전체 노동계급의 50.4%인 859만 명에 이를 정도로 이들에 대한 대책은 우리 사회의 가장 중요하고 근본적인 문제의 하나가 되었다.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해결 대안을 찾고자 지난 1월 27일 민노당 부설 새세상연구소와 국민참여당의 참여정책연구원이 공동으로 "비정규직 문제, 어떻게 풀 것인가?"라는 기획토론회를 개최했다. 여기서 새세상연구소는 "동일노동 동일임금의 원칙하에 비정규 노동자에 대한 차별을 철폐"해나갈 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서 "단계적인 정규직화로 비정규직 자체를 철폐해나간다"는 기본방침을 밝혔다.

    필자는 이렇듯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대우’를 원천적으로 거부하고, 장기적으로는 비정규직 ‘제도철폐’의지를 분명히 한 민노당의 정책 방침이, 비정규직 제도를 기본적으로 인정한 선상에서 그 폐해만을 최소화하려는 국민참여당의 정책 방침보다는 훨씬 진보적인 내용을 갖는다고 생각한다.

    현재의 한국적 조건에서 비정규직을 일단 합법으로 인정하는 한, 이를 기초로 자본가계급에 의해 앞으로 끊임없이 확대되어 갈 음성 양성의 침탈을 저지할 수 있을 방도를 찾는 것이 그리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민노당의 정책 방침을 일단 긍정하면서도 또한 분명히 지적해야할 점이 있다. 그것은 만약 ‘독점재벌 국유화’ 강령과 결합되지 않는 한 민노당의 방안 역시 현실적으로 실현가능한 방안이 될 수 없다는 점이다.

    한국사회에 재벌 내부경제와 재벌 외부경제의 이원화 구조가 존재하고, 또 이의 필연적 결과인 대외의존적 경제로 인해 재벌들은 끊임없이 세계시장에서의 ‘경쟁력 강화’를 근거로 노동유연성을 높여줄 것을 정부에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서 어떻게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이 철폐될 수 있으며 장기적으로는 비정규직 자체를 완전히 철폐해갈 수 있겠는가? 따라서 민노당은 비정규직 문제에 있어서 자신의 기존 방침에 반드시 ‘독점재벌 국유화’ 강령을 덧붙이지 않으면 안 된다.

    비정규직 철폐를 주장하며 현장에서 가열차게 투쟁하고 있는 선진노동자들도 한국의 재벌주도 경제와 비정규직 문제와의 연관성을 잘 이해할 필요가 있다. ‘국유화’를 통해 재벌 주도의 이원화 경제구조를 철폐하고 "국유기업 주도의 시장경제"를 수립하는 것만이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임을 조합 간부들과 일반 노동자들에게 잘 설명하여야 한다.

    이를 위해 지금부터의 체계적인 홍보가 중요하다. 민주노총 차원뿐만 아니라 단위사업장 노보 또는 노조전용 인터넷 게시판에 현재 정치권 내 선거관련 쟁점들을 의식적으로 자주 소개하고, 복지문제라 한다면 그 진정한 해결대안이 무엇인지, 자신들의 비정규직 등 현안문제와는 어떤 연관이 있는지에 대해 일반 현장대중들로 하여금 진지하게 고민하고 토론에 참여토록 유도하여야 한다. 이 같은 선전선동의 효과는 반드시 내년 선거전을 통해 나타날 것이다.

    2. 현 진보대통합 논의의 문제점

    ‘복지논쟁’과 함께 진보진영 일각에선 ‘진보대통합’ 논의가 또한 한창이다. 이 논의에 있어서 최대의 걸림돌은 역시 "무엇을 중심으로" 뭉칠 것인가, 즉 현 시기 진보의 가치를 어디에 두어야 할 것인가로 모아진다.

    이 문제가 명확히 해결되지 않고 있기 때문에 국민참여당도 포함시킬 것인지 등, 도대체 통합과 연대범위를 어디에 둘 것인지 기준도 애매해지게 된다. 필자는 이 문제에 있어서도 ‘독점자본 국유화’ 요구야 말로 사람들로 하여금 한국사회 근본문제의 소재지를 단번에 직시토록 해 줄 뿐만 아니라, 또한 대안 역시 가장 선명한 형태로 제시할 수 있는 좋은 강령이라고 생각한다.

    그 외의 다른 어떤 기준도 현 시기 보수와 진보간의 차별성을 긋는데 충분치 않다. (정동영 같은 민주당내 좌파도 현재 ‘부유세’ 징세를 통한 보편적 복지실현을 주장한다)

    현재 진보대통합 논의가 갖는 또 다른 문제점은 우리 변혁운동의 주력군인 1700만 노동계급을 어떻게 이번 선거전에 광범하게 동원할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현재 민주노총 지도부가 진보대통합 논의에 적극 앞장서고 있는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상층’ 연대에 국한되고 있다는 한계성은 여전히 숙제로 남아있다. 진정으로 현장에 바람을 일으키려면 진보대통합 논의가 좀 더 현장 가까이로 다가가야만 한다.

    예컨대 통합연석회의나 관련된 공청회 등이 서울과 같은 중앙과 대도시 차원에서만 열리는 것이 아니라, 노동자 밀집 지역인 공단지역을 순회하면서, 좀 더 나아간다면 현대자동차나 대우조선과 같은 대공장에 들어가서, 또 지역과 현장 활동가들을 토론자로 적극 참여시킨 가운데 이 같은 진보대통합 관련한 공청회를 조직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리하여 이 같은 공개적 논의를 통해 현장 동지들과 일반 대중들의 내년 선거에 대한 관심을 일찍부터 불러일으키고, 진보대연합이 자신들의 현안 문제인 비정규직 문제, 복수노조 인정 문제, 타임오프 문제 등과 어떠한 관련이 있는지를 폭넓게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여야 한다.(이 과정은 통합주체들에게 있어선 현장 요구와의 관련성을 배우게 되는 상호학습의 과정이기도 하다)

    필자는 이것이야말로 내년 선거에 대비하여 진보진영이 현재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하고 확실한 준비라고 생각한다. 또 이 같이 현장대중을 적극 참여시키는 과정에서만 진보대통합을 추진하는 정파 간의 입장차이 중 사사로운 것과 원칙적인 것을 구별할 수 있고, 나아가 발전적으로 해소할 수 있는 동력도 부여받게 된다.

    이처럼 진보대통합은 그 과정 자체에서부터 현장대중을 광범위하게 정치투쟁전선에 가깝게 ‘동원’해 내는 역할도 수행해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 비추어 볼 때 현재의 통합과정은 지나치게 직접 ‘통합협상’만을 겨냥한 상층부 논의에 머무르고 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다.

    3. 2012년 선거승리를 위한 필승전략
     -‘독점재벌 국유화’강령을 매개로한 ‘비정규직투쟁과의 결합’

    현재 진행 중인 복지논쟁은 노동계급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 전체를 포괄하는 전국민적 사안이다. 그리고 이 문제에 대한 올바른 대안은 현재의 ‘재벌 주도 경제’를 독점재벌 국유화를 통해 ‘국유기업 주도 경제’로 바꾸는데 있다.

    그리고 다른 한편에서 보면, 이 ‘국유화 강령’은 또한 비정규직 문제에 있어서의 올바른 근본 대안이기도 하다. 따라서 우리는 ‘국유화 강령’을 매개로 하여 전 국민적 사안인 복지문제와 1700만 한국 노동계급의 고유한 사안인 비정규직 문제를 모두 아우를 수 있다.

    이것이 다가오는 2012년 총선과 대선의 승리를 위한, 그리고 한 발 더 나아간다면 한국진보운동과 노동계급운동의 궁극적 승리를 향한 필승 전략이다. 이 ‘독점재벌 국유화’ 강령이 없이는 한국의 진보운동은 단 한 발자국도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그만큼 한국 사회에 있어 재벌 문제는 경제와 정치 및 복지와 관련된 사회영역에서 뿐만 아니라, 교육제도와 사상․문화․통일문제 등 사회 전반의 모든 영역에 걸쳐 현재 한국사회발전의 최대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선 최고의 유권자 층인 노동자계급을 어떻게 계급으로 동원해 낼 수 있는지가 선거전의 핵심관건이다. 한국의 노동자들은 비록 인구 구성비율에 있어 절대 다수를 차지하고 있지만, 매번 단순히 ‘분산된 다수’로만 선거전에 임했기 때문에 결코 집단적 힘을 발휘할 수 없었다.

    이 경우 그들은 대부분 ‘계급적’ 의식에 입각해서가 아니라 단순한 한 사람의 유권자로서 투표하기 때문이다. 선거전에서 그들을 계급으로 동원해 내려면 그들이 현재 벌이고 있는 투쟁과 선거전을 결합시켜야 한다.

    노동자계급은 ‘투쟁’ 속에서 누가 진정한 자기 이익을 대변하는 정치세력이고 누가 적인지를 잘 판가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투쟁과 함께 할 때, 선거 시기만 되면 온갖 현란한 감언이설과 그럴듯한 공약을 내걸며 한 표를 요구하는 정치인들 가운데서 진짜와 가짜를 쉽게 추려낼 수 있다.

    때문에 노동계급의 의식 있는 선진분자들과 진보진영은 현재의 비정규직 철폐투쟁을 2012년의 총선․대선일정과 맞출 계획을 지금부터 세워나가야 한다. 그것은 사전에 홍보와 동원단계를 충분히 거친 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근본 대책, 즉 "(비정규직)차별철폐, (비정규직)제도철폐, 재벌국유화"를 요구하는 강력한 정치파업을 조직하는 일이다.

    이렇게 하면 투표를 코앞에 둔 결정적 순간에 각 정당세력과 정당후보자들의 태도 표명을 강제하는 효과를 낳게 된다. 이때 어느 정당과 어떤 후보가 비정규직 문제에 대해 명확한 약속을 할 수 있는지, 누가 두루뭉실한 발언으로 피해가려고만 하는지를 분명히 알 수 있다. 또 정치파업 중인 노동자들을 투표 당일 조직적으로 투표장에 동원하여 최대한 ‘계급투표’를 성사시킬 수도 있다.

    이 같은 투쟁을 조직할 주체와 관련하여 조금 더 언급하자면, ‘비정규직 문제 공투위(가칭)’를 현 노조간부들뿐만 아니라 현장 활동가들, 사회주의 정파들, 더 나아가 전국 지역 운동단체들과 명망 인사까지 포함하여 광범위하게 구성하는 총사령부를 상정할 수 있다.

    이는 내년 대선까지의 약 1~2년간의 일정을 내다보면서 중앙단위뿐만 아니라 지역단위 집행체계까지 차츰 구성해 들어가는 체계이다. 지금 이와 비슷한 조직이 이미 존재한다면 이를 보충 강화해서 활용해도 좋다. 이것을 사령부로 해서 홍보전과 공청회 개최와 같은 여론 조성작업 등 체계적인 준비과정을 거쳐 파업을 조직한다면, 선거를 앞둔 강력한 정치파업은 가능할 뿐만 아니라 이후 민주노총이 져야하는 ‘불법파업’의 부담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은 현재 한국의 진보진영을 대표하는 합법적인 정당들이다. 이들이 국유화 강령을 매개로한 투쟁을 전면적으로 전개할 수 있기 위해서도 빠트려선 안 될 수순이 있다. 그것은 우리 진보진영으로 하여금 ‘국유화 강령’의 전면 제기를 가로막게 만드는 법적 장애를 제거하는 일이다.

    현 대한민국 헌법 제126조는 "국방상 또는 국민경제상 긴절한 필요로 인하여 법률이 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사영기업을 국유 또는 공유로 이전하거나 그 경영을 통제 또는 관리할 수 없다."라고 못 박고 있다. 한국의 재벌주도 경제를 유지하기 위해 보수통치계급이 삽입한 전형적인 독소조항이다.

    때문에 진보정당들은 선거전에 임하여 자신들이 의회에 진출하거나 집권하였을 경우 제일 먼저 이 헌법조항을 개정키 위한 국민투표를 추진하겠다고 대중 앞에 선언하여야 한다. ‘주권재민’을 실천하는 민주공화국인 대한민국에 있어 국민 다수의 뜻을 물어 낡은 헌법조항을 시대에 맞게 개정하는 일은 당연한 일이다.

    그리고 이렇게 공개적으로 선언함으로써 노동자계급과 한국의 민중들은 민노당과 진보신당이 말로만 복지나 진보를 외치는 정치세력이 아니라 진정한 실천의지가 있는 정당임을 강하게 느끼게 될 것이다. 이것은 백 마디 천 마디 말보다도 민주당이나 국민참여당과 같은 사이비 ‘복지’ 세력과 차별성을 그을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우리 노동계급과 한국 진보운동은 이렇듯 합법적인 방식으로 절차를 밟아가며 ‘재벌국유화’ 요구를 제기할 뿐만 아니라, 국유화 방식과 관련해서도 현 주주들의 이익을 존중하고 국민경제에 대한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법을 강구할 것이다.

    현재 30대 재벌이 총수가의 4.8% 지분만을 가지고 한국경제 전체와 5천만 민중의 운명을 흔들어 대는 폐단을 감안한다면, 이들 지분 매수 과정에서의 어느 정도 부담은 대다수 국민들도 납득할 수 있으리라 본다.

    또 재벌계열사 간 상호출자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는 총수가의 지배구조는, 서구의 사회적 분산소유구조 보다도 한국의 노동계급과 진보진영이 적은 비용으로 ‘재벌국유화’를 진행시킬 수 있는 지극히 유리한 조건을 제공한다. 이 소수 지분에 대한 대가에 대해선 노동자계급이 주도하고 다수 민중이 함께 참여하는 진보정권이 들어선 후 충분히 ‘합리적’으로 고려한 선상에서 국유화를 진행시킬 것임을 미리 선포해도 좋다고 본다.

    필자소개
    레디앙 편집국입니다. 기사제보 및 문의사항은 webmaster@redian.org 로 보내주십시오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