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정규직 해결 없는 복지론 한가해"
        2011년 02월 23일 03:15 오후

    Print Friendly, PDF & Email

    한나라당 정두언 최고위원이 23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비정규직 문제 더 이상 미루어서는 안됩니다’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진보진영에서 비정규직 문제를 다룬 것이 어제오늘일은 아니지만 한나라당, 그것도 친이 직계로 분류된 바 있던 정두언 의원이 비정규직 문제 해법을 찾겠다며 이 같은 토론회를 개최한 것이 눈길을 모았다. 

    비정규직 문제 해법 찾겠다

    한 때 이명박 대통령의 ‘복심’으로까지 불렸던 정두언 최고위원은 최근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이 추진 중인 개헌특위 구성에 대해 “당 지도부가 민심과 달리 가면 ‘딴나라당’ 소리를 들으면서 외면당할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하는 등 연일 정부와 날 선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비정규직 해법 모색 토론회(사진=정상근 기자) 

    또한 지난해 12월27일에는 한나라당과 보수언론으로부터 ‘좌파 경제학자’ 취급을 받는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 경제학과 교수를 초청해 한나라당 의원들을 대상으로 강연회를 개최하는 등 진보적 의제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더욱이 여당이 ‘직업안정법’을 전부개정하려는 상황에서 “비정규직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이날 토론회에는 홍준표 최고위원, 원희룡 사무총장, 주호영 여의도연구소장 등 당 중진들과 함께 이종혁, 이정선, 김선동, 이화수, 강명순, 정태근 의원 등 10여명의 초선의원들이 참석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정두언 의원은 “비정규직 문제 해소 없이 사회통합은 없다”고 말했다.

    정 의원은 “가장 급한 것은 IMF 이후 심화된 양극화로 인한 사회적 분열”이라며 “복지논쟁이 한창이지만 복지는 총론으로, 비정규직이라는 각론을 해결하지 못하고 복지만 말하는 것은 한가한 소리”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비정규직 문제가 점차 심각해지는데 이를 방치하는 것은 정치하는 사람들의 자세가 아니”라며 “한나라당이 서민정당이라면 비정규직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비정규직 해결 없이 복지 없어

    정 의원은 특히 이날 사회까지 직접 맡아보면서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관심을 보여줬다. 정 의원은 이형준 한국경영자총협회 노동정책본부장이 “더욱 고용을 유연화 해야 한다”는 발언을 하자 “상식적으로 강한 노동을 하면 그만큼의 보수를 주는 것이 원칙 아니냐”고 반박하는 등 토론 중간중간에도 적극적으로 개입해 눈길을 끌었다.

    이날 토론회도 장귀연 경상대 사회과학연구원 연구교수가 발제하고 이정호 민주노총 미조직 비정규직 실장이 토론자로 참석해 비교적 진보진영도 고려한 포지션으로 짜여졌다. 그 외 유경준 한국개발연구원 선임연구위원과 이형준 본부장이 참석해 좌우 간 비정규직 논쟁이 이어졌다.

    장귀연 교수는 “최근 비정규직 활용 유형이 다양화되고 특히 기간제 고용이 파견, 용역 등 간접고용 형태로 바뀌면서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격차는 더욱 심해지고 있다”며 “간접고용이 늘어나면서 고용-사용주는 책임을 회피하고 있는데 고용주의 책임과 노동자의 권리라는 관점에서 비정규직 문제를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노동력 수요 변동이 큰 부문이나 휴직자의 대체 등의 사유가 있을 경우에만 비정규직을 고용하도록 하는 사유제한이 비정규직 문제 해결에 부합하다”며 “적어도 장기적으로 일정하게 비정규직을 사용하면 상시적인 인력 수요로 간주하여 노동자 개인의 근무 기간과 상관없이 그 일자리 자체를 정규직화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또한 “노동시장의 거래비용이 큰 부문에 대해서는 파견 등 간접고용을 허용하더라도 파견, 용역 업체의 경영 및 고용 형태에 대한 규제를 엄격히 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며 “간접고용의 경우 노동3권이 모두 실질적으로 무력화되고 있는 만큼 원청은 간접고용 노동자들에 대해 상당한 책임을 갖고 있다는 의무를 인정하고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비정규직 해법 놓고, 좌우 대결

    유경준 한국개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불법파견/도급에 대한 대법원의 판결은 의미가 있으나 비정규직의 문제는 정규직의 과잉보호(고용보장 및 임금과 근로조건)에 기인한 바가 크다”며 “정규직 과보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어쩔 수 없는 기업의 선택 부분도 존재하는 바 도급업체의 부분적인 사용자성을 고려해 다양한 책임을 사전에 부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형준 한국경영자총협회 노동정책본부장은 “2010년 경기회복으로 일자리 창출 규모가 예년에 비해 확대되었으나 고용률은 여전히 OECD평균 이하로, 그 원인은 과도한 고용보호 때문”이라며 “우리나라 임금수준도 국민경제가 정상적으로 감당할 수 있는 임금보다 월등히 높은 상황과 자발적으로 비정규직을 선택한 근로자 비중이 45.6%인 만큼 비정규직에 대한 규제는 오히려 지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본부장은 또한 “정규직 과잉보호에 대한 근본적 개선 없이 기업의 인력활용 부담은 물론 비정규직 고용안정 도모도 불가능하다”며 “불합리한 차별은 해소하되 기업의 인력사용 선택권은 보장하는 방향으로 개선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고용형태 다양화를 통한 새로운 일자리 창출에도 파견근로의 활성화, 대상업무 확대는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정호 민주노총 미조직 비정규직 실장은 “각종 지표에서 비정규직 비율이 감소하는 것으로 나오는 것은 기간제 보호법 효과라기보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타격이 취약계층인 비정규직에 집중돼 비정규직이 노동시장에서 퇴출되고 외국인 노동자 유입을 제대로 포착하지 못한 통계적 착시와 간접고용 노동자를 제대로 포착 못하는 조사 방식의 한계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아무리 질 낮은 고용이라도 계속고용이 우선이며, 그 다음이 비정규직 해소를 위한 노동시장 개편이 되어야 하는 것은 물론 사회심리적 치유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필자소개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