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 비준되면 복지국가 없다"
    2011년 02월 22일 03:06 오후

Print Friendly

한미FTA가 품은 ‘맹독’에 대해서는 오래전부터 언급이 있어왔다. 이명박 정부가 체결한 이번 추가협상에 내포된 문제점 역시 이미 알려진 바다. 그럼에도 21일 ‘한미FTA 전면폐기를 위한 국회의원 비상시국회의’와 ‘한미FTA저지를 위한 범국민운동본부’가 ‘한미FTA 재검증 국회토론회’를 연 것은 “이를 어떻게 막아낼 것이냐”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어떻게 막아낼 것이냐?

유선호 국회의원 비상시국회의 공동대표(민주당)는 “우리는 한미FTA 재협상을 받을 수 없는 것은 물론 원안에 대한 재검토를 요구하고 있다”며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흔들리지 않고 국민의 목소리를 듣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엄중한 상황에서 열리는 토론회가 새로운 반대운동의 전기가 되길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권영길 민주노동당 원내대표도 “한미FTA 문제점은 이미 계속 얘기되었다”며 “이 자리가 한미FTA를 어떻게 막아내야 할지 논의되는 자리여야 한다”고 말했고, 진보신당 조승수 대표 역시 “우리가 신자유주의를 극복하지 못하면 신자유주의식 개방정책이 점점 더 힘을 얻을 것”이라며 “성장 근본주의의 반대 여론을 만들어 한미FTA저지의 새 불씨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미FTA 재검증 토론회(사진=정상근 기자) 

따라서 이번 토론회는 한미FTA가 정부의 주장대로 통과될 경우 한국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가 중점적으로 다뤄졌다. 경제적 측면에 대해 발제한 정태인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 원장은 “한미FTA는 세계금융위기 이후 근본적 한계가 드러난 신자유주의를 바탕으로 했으며 미국 일극 체제를 바탕으로 한 협상”이라고 성격과 배경을 설명했다. 

정태인 원장은 “선물환 포지션 한도를 규제하고 외국인 채권 구입에 대한 면세를 환원하는 등 일련의 거시건전성 규제 정책이 한미FTA가 발효된 후였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라며 “그랬다면 미국발 금융위기에 한국도 무사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한미FTA 발효되면 한국은 장기침체의 늪에 빠진 멕시코 형태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장기침체 멕시코 따라 갈 가능성 높아

아울러 미국의 일극 체제에서 중국과 G2 체제로 변해가는 과정에서 “한반도 평화와 아시아 공동체 형성을 위해 절대 중립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며, 이를 위해 한중FTA까지 맺자고 하는 것은 한국을 ‘스포크 함정’(여러 강대국에게 이리 저리 휘둘리게 되는 현상)에 빠질 위험이 높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현재의 글로벌 불균형은 달러 본위 국제통화체제를 바꾸지 않고서는 해결될 수 없다”며 “이런 상황에서 한국이 달러체제를 포기하지 않으면 아시아 기축통화 논의에서 제외될 것이며 한국이 미국의 입장에서 절상압력을 가할 경우 아시아 통화체제는 물론 그 이전 단계의 금융협력에서 배제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태인 원장은 “정세적으로 현재 위기의 진행상황과 G20의 결론이 날 때까지 한미FTA를 비준할 이유가 전혀 없다”며 “특히 차기에 시장국가 지향 정부가 들어섰을 때 확대한 시장영역(민영화, 규제완화)은 지속적으로, 역진 불가능하게 복지국가의 가능성을 축소시킬 것이며 한미FTA가 발효되면 민주정부가 복지공간을 확대하기 거의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역시 발제에 나선 이해영 한신대 교수는 “한미FTA 재협상은 실패한 협상의 전형”이라며 “일각에서는 한미FTA를 통해 GDP 연 6% 성장의 이익이 있을 것이라 말하지만 이 허황된 수치는 오직 조작된 것일 뿐으로, 우리의 예측으로 경제효과는 약 10년간 GDP 0.08%~0.13%, 연 0.008%~0.013% 수준에 불과하고, 대미무역 흑자도 엎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이어 “합의문서가 서명된 현재의 조건에서 미 행정부는 2월 말까지 미 의회에 제출할 이행법안 초안을 만들어 소관 상임위에 제출할 것”이라며 “모든 것이 순조롭다면 못해도 3~4월 경에는 한미FTA 이행법안이 의회에 제출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며 이후 한미FTA에 적용되는 무역촉진법에 따라 신속처리절차에 들어갈 것”이라고 우려했다.

건강보험제도 발전에 재앙적 요소

토론자로 나선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실장은 “한미FTA는 단지 관세 부문만의 협정이 아니라 사회정책 전반에 걸친 무역협정”이라며 “특히 한미FTA 협정은 민간보험상품에 대해 포괄적 허용을 하는데, 이렇게 되면 현재도 무규제 상태에 놓여있는 민영의료보험에 대한 규제가 어려워질 것이며, 이는 한국 건강보험제도의 발전에 재앙적 요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영리병원 설립도 크게 완화되어 한 번 개방되면 영리병원과 약국에 대한 규제를 되돌릴 수 없다”며 “영리병원은 비용이 높고 고용인원이 적을 뿐 아니라 비정규직 비율이 높으며 고소득을 유발하는 서비스만을 선택적으로 제공하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우 실장은 “한국에서 복지국가에 대한 논의가 한창이고 여야 차기대권 주자들이 복지국가를 자신의 정치공약의 핵심으로 내세우고 있는 상황에서 한미FTA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계획을 위축시킬 것”이라며 “이는 한국사회의 현재과제인 공공성 추구를 어렵게 만들며 복지국가로의 발전은 말할 것도 없다”고 지적했다.

이창한 전국농민회총연맹 정책위원장은 “한미FTA는 섶을 지고 ‘식량위기’라는 불구덩이에 뛰어드는 꼴”이라며 “쌀값이 폭락하고 이상 기후로 농작물 피해가 확산되며 재앙 수준의 구제역이 발생하는 등 농민들의 삶이 파탄 지경인데 한미FTA를 비준처리한다면 농민들은 2012년 권력재편기를 걸고 한미FTA 비준저지와 식량주권 실현을 위해 투쟁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창근 민주노총 정책국장도 “한미FTA는 영세한 국내 제조업체, 대기업-중소기업간의 불리한 하도급 체제 및 생산성 격차가 구조화되어 있는 국내 현실을 더 악화시켜 중소기업 영세화, 제조업 양극화를 심화시킬 것”이라며 “일시적 무역역조를 넘어 중소기업 도산 및 기간산업 대량 구조조정 등 제조업 전반에 궤멸적 영향을 미치고 대규모 구조조정과 고용불안을 증대시킬 것”이라고 전망했다.

독소조항으로 가득

이와 함께 송기호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변호사는 한-EU FTA의 문제점에 대해 지적했다. 송 변호사는 “공공질서 유지를 위한 입법권을 제한하고 전기-전자 제품의 새로운 안전에 대한 규제를 제한하고 있으며 새로운 자동차 기술 규정 도입을 ‘자제’하도록 되어 있는 등 국회 입법권에 대한 과도한 침해가 있다”며 “사법권과 자동차 분야 비위반 제소도 실질적으로 허용되어 있는 등 독소조항이 가득차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는 황상익 서울대 교수의 사회로 이해영 한신대 국제관계학부 교수, 정태인 새로운 사회를 위한 연구원 원장이 발제했으며 송기호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변호사,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실장, 이창한 전국농민회총연맹 정책위원장, 이창근 민주노총 정책국장, 남희섭 한미FTA저지 범국본 정책위원장이 토론자로 나섰다.

필자소개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