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국 대중'의 카라 증오가 무섭다
    2011년 02월 20일 10:42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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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라 3인에 대한 대중의 저주가 극에 달하고 있다. "합의고 뭐고 꼴 보기 싫으니 무조건 해체하고 사라지라"는 비난이 가득하다. 대체로 돈싸움이 계속 되는 것처럼 보이는 상황에 대한 짜증과, 이들이 매국 행위를 했다는 것에 대한 배신감이 가장 큰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아이돌은 돈 싸움하면 안 되나?

하지만 이상하다. 아이돌은 돈 싸움하면 안 되나? 국내에서의 억울한 일을 외국에서 말하면 죽을 죄인가?
먼저 돈 싸움의 문제부터 보자. 우리나라의 여론은 노동력을 파는 사람이 돈을 요구할 때 색안경을 끼고 보는 경향이 있다. 노조가 파업할 때도 거의 파렴치한 취급을 당하기 일쑤다.

한 매체는 카라 사태의 본질이 결국 돈 문제라며, 아무런 논리적 설명 없이 대뜸, ‘탐욕’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기도 했다. 돈을 요구하면 무조건 불순한 탐욕인가? 아이돌은 돈과 상관없이 팬들을 위해 24시간 순수하게 웃음만 짓고 있어야 하나?

지금 카라 사태의 전개를 보면 앞으로 그 어느 아이돌도 공개적으로 돈 문제를 거론하지 못할 것 같다. 대중이 이렇게 돈 문제에 격렬한 혐오감을 나타내는데 누가 감히 돈 얘기를 입에 담을 것인가?

   
  ▲여성 아이돌 그룹 카라.

물론 대중이 돈 문제를 용납할 때도 있다. 당사자가 거의 죽을 지경이 됐을 때, 한 달 소득이 100만 원 미만이라든가, 이런 경우에는 대중도 돈 요구를 인정해준다. 하지만 연소득 5천이 넘어가는 사람이 돈을 요구하면 대중이 "닥치고 일이나 열심히 해"라고 할 때가 많다. 그보다 가난한 사람도 많으니 고마운 줄을 알라는 거다. 특히 연소득이 억대가 되는 연예인이 돈문제를 거론하면, 외제차에 명품 쓰면서 더 바란다고 욕한다.

소득이 많건 적건 누구나 자신이 받아야 할 몫에 대한 투명성을 요구할 수 있는 것이고, 보다 많은 몫도 요구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럴 때 따져야 할 것은 그 요구의 정당성 여부다. "넌 돈을 많이 받았으니까 무조건 닥쳐!"가 아닌 것이다.

참을성 있게 봐줘야  

카라 3인에 대해 대중은 지금 "무조건 닥쳐!"를 외치고 있다. 카라 3인은 신뢰가 깨졌다며 일례로 음원 음반 수익 배분의 불투명성을 거론했다. 그런데 소속사 측에선 카라에게 총액 10억 원을 지급했다는 동문서답이 나왔다. 대중은 ‘너흰 10억 원이나 챙겼으니 닥치고 웃음이나 지어! 복잡하게 따질 거면 해체해!’라는 식이다. 

소속사와 카라 사이에 어떤 역사가 있었길래 이렇게까지 신뢰가 붕괴됐는지에 대해 따지거나, 혹은 분쟁의 진행 과정을 차분히 기다려주는 여론은 없다. 10억이나 챙겼으니 무조건 당장 미소 짓는 감정노동을 해야 하며, 아니면 탐욕의 배신자라는 것이다.

카라 3인 측에게 아주 큰 잘못이 있을 가능성도 물론 있다. 그런 것은 차차 드러날 것이다. 그것과는 별개로 아이돌이 돈 문제를 거론하거나, 배분 문제를 세세히 따지는 것에 무작정 넌덜머리를 내는 지금의 여론은 문제가 있다.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돈을 위해 일한다. 그러므로 돈 문제를 따지는 것은 탐욕이 아니라 기본적인 권리라고 봐야 한다. 남이 돈 문제 따지는 것을 참을성 있게 지켜볼 수 있어야, 내가 돈 문제 따질 일이 생겼을 때 남이 나를 공격하지 않을 것이다. 돈 문제를 순수와 탐욕의 이분법적 구도로 봐선 안 된다.

국가이미지 때문에 입도 벙긋 못한다면

카라에 대한 증오를 지금처럼 증폭시킨 결정적인 원인은 일본에서 나라를 망신시키고 한류에 먹칠을 했다는 데 있다. 일본 매체들이 카라가 ‘1만 엔 가수’였다고 보도하는 바람에 한국 가수들이 ‘거지꼴’로 인식될 우려가 생겼다는 것이다. 카라 3인의 부모들이 일본에서 인터뷰를 한 것이나, 한국에서 딱딱한 표정이던 카라 멤버들이 일본에서 방긋방긋 웃은 것도 괘씸죄에 걸렸다.

괘씸죄는 오버고, ‘1만 엔 가수’ 부분은 일본 매체의 악의적인 왜곡보도라고 생각된다. 카라 3인 측은 음원 음반 수익 부문의 불투명성을 거론했을 뿐인데, 그것을 총수익인 양 보도해서 한국 가수들의 이미지를 ‘거지꼴’로 망가뜨린 사건이다. 왜곡보도는 그들 언론의 탓인데 왜 카라가 책임져야 하나?

왜곡보도는 한국 언론도 만만치 않았다. 카라 3인이 음원 음반 수익이 6개월간 86만 원이었다고 했을 뿐인데 거의 모든 매체가 그것을 총수익이었던 것처럼 보도했고, 소속사 측에서 총액 10억 원을 지급했다는 동문서답이 나왔을 때도 거의 모든 매체가 ’86만 원 대 10억 원’이라는 있지도 않은 대립구도를 만들어 상황을 진흙탕으로 만들었다. 이 모든 게 카라 책임이라고만 하면 억울할 일이다.

카라를 증오하는 사람들은 이유불문, 카라 사태로 인해 어쨌든 나라 망신이 발생했다며 카라에게 칼을 갈고 있다. 카라가 혹시 모를 국격훼손을 염려해 아무 소리도 안 하고 가만히 있었어야 했나? 이건 외국 사람들 시선을 의식해 데모하지 말라는 말과 같다.

누구라도 부당하다고 느끼는 게 있다면, 혹은 의혹이 있다면 드러내고 말할 수 있는 나라가 되어야 한다. 카라 3인은 음반 음원 수익배분의 투명성에 대해 의혹을 제기했을 뿐이다. 의혹제기는 결코 반역죄가 아니다.

나라 망신?

’86만 원’이라는 말로 인해 한국이 ‘거지꼴’로 인식되게 됐다면, 그 말을 한 사람을 욕할 것이 아니라 그런 말이 안 나오도록 하면 된다. 86만 원은 근본적으로 한국 음악시장의 붕괴 때문에 나온 말이다.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음악시장인 일본 국민의 입장에선 총수익이건 음원 수익이건 톱가수의 86만 원 소득은 어쨌든 충격일 것이다.

한국이 그렇게 황당한 나라가 됐다면, 그것을 ‘대외비’로 하는 데에 혈안이 될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우리 음악 시장을 더 풍성하게 할 것인가를 논의해야 하는 것이다. 지금은 그건 비밀이라며 카라를 욕하거나, 아니면 한국 가수는 순수하게 음악만 팔아서는 거지꼴을 못 면하지만 광고와 행사를 뛰어서 여봐란듯이 잘 먹고 잘 산다는 점을 일본에 주지시키지 못했다고 카라를 원망하고 있다. 구차하다.

그럴 만한 이유도 없이 이 소동을 벌였다면 카라는 비난당해 마땅하다. 하지만 현 사태의 책임 소재가 어떻게 결론이 날 지 아직까지는 알 수 없다. 어차피 차차 드러날 일이다.

그것과 별개로 ‘돈 욕심’과 ‘나라 망신’에 열불이 나서 무작정 카라더러 당장 해체하라는 등 증오를 폭발시키는 것은 분명히 성급하다. 이런 공포 분위기에서 앞으로 누가 소속사와 분쟁하겠나. 특히 한류연예인은 행여 나라망신 시킬까 봐 입도 벙긋 못할 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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