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법파견시 기간 무관 직접고용 간주해야”
    By 나난
        2011년 02월 19일 10:21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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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현대차 비정규직, 홍익대 청소노동자 문제가 사회적 주목을 받으며 간접고용 문제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고령의 여성 비정규직이 원․하청 간 계약만료로 하루아침에 해고되고, 대공장의 비정규직 노동자가 ‘불법파견’ 판정을 받았음에도 직접고용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하는 것이 지금의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현실이다.

    나의 사용자가 모호해졌다

    그나마 현대차 비정규직과 홍익대 청소노동자 문제는 사회적 주목이라도 받았다. 건설일용직, 가사도우미, 간병인 등 수많은 간접고용 노동자들이 잘못된 고용형태와 그로 인한 열악한 근로조건에 내몰려 있지만,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제대로 된 대안은 찾아보기 힘들다.

    ‘2011한국사회포럼’은 지난 18일 서강대에서 ‘간접고용, 대안과 해결 방향’이란 주제로 기획토론회를 열렸다. 이날 발제에 나선 이정호 민주노총 미조직비정규실장은 “나의 사용자가 누구인지, 모호해졌다”며 “사용종속관계를 숨기는 고용이 일반화돼 있어, 기간제와 임시, 상용직으로 나누는 분류 방식은 현실의 고용관계에선 별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에 따르면, 90년대 비정규직은 월급명세서에 본인이 다니는 회사 사장의 이름이 명시돼 있었지만, 현재는 A라는 회사에 다님에도 불구하고 월급명세서엔 B라는 회사 이름이 적혀 있다는 것. 노동자가 입는 작업복에도 B회사의 이름이, 식권에도 B회사 이름이 명시돼 있다. 그만큼 간접고용이 횡행하다는 것이다.

       
      ▲’간접고용, 대안과 해결방향’을 주제로 기획토론을 펼쳤다.(사진=이은영 기자)

    지난 2008년 300인 이상 대기업을 대상으로 한 노동부 전수 조사에 따르면, 모두 1,764개 사업체 중 사내하도급 활용 업체는 963개로 전체 기업의 54.6%이며, 사내하도급 근로자는 368,590명으로 전체 근로자의 18.8%에 해당한다.

    또한 활용 사업체의 사내하도급 근로자 비중은 28.0%로 그 규모가 상당하고, 사내하도급의 활용이 주로 대기업에서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영향력은 수치 이상이다. 게다가 공공부문의 사내하도급 활용 비중은 민간 부문보다 20% 가량 높다.

    프랑스에선 19세기에 금지된 ‘마름짓’

    은수미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사내하도급에 대해 “전근대의 근대적 재현”이라며 “사내하도급이 이익과 권한은 향유하면서 책임은 마름에게 떠넘기는 전통적인 형태와 유사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프랑스는 1848년에 이러한 방식의 노동착취를 마름짓(marchandage)이라고 해서 금지하는 법을 제정했지만, 한국에서는 전근대적 사내하도급이 단 한 번도의 규제 없이 이어져왔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근로관계에 따른 모든 책임이 면제된다는 점에서 사내하도급은 대기업에게 매우 유리한 노동력 활용방식”이라며 “기업이 굳이 노무관리 방식의 개선이나 새로운 생산 조직 등을 고민할 필요가 없으며, 특히 공기업에서는 인건비 절감의 매우 효과적인 방식으로 정착되었을 정도로 이용하기 쉽다”고 말했다.

    실제로 임금의 경우 완성차 업체 사내하도급 근로자는 정규직의 60% 수준이며, 청소나 시설경비 등의 단순직무의 임금은 최저임금에 의해 결정된다. 지난 2007년 이랜드 사태 당시 공개된 홈에버 계산원의 임금 역시 정규직이 월평균 121만1,867원을, 비정규직이 862,680원으로 받았다. 정규직의 71.2% 수준인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사내하도급 관련 노동쟁의는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은 연구위원은 “지난 2006년 전체 비정규직 노동조합에 대한 조사결과, 전체 조합원 수는 13만1,495명으로, 조직율은 전체 비정규직의 2.4%, 전체 임금 노동자의 0.9%에 불과하고, 이중 간접고용 노동자는 약 6만5,000명, 조직율이 비정규직의 1.2%, 임금노동자의 0.4%에 불과하지만 상당수의 노동쟁의가 사내하도급 문제와 관련해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법과 노사관계 모두에서 사내하도급이 일종의 빈틈이자 사각지대이기 때문”이라며 “일반적으로 단체교섭이나 노동쟁의는 범의 테두리 내에서 노사에 의해 자율적으로 해결하지만, 사내하도급 노동쟁의는 기존의 노사관계 테두리를 넘어서는 것이기 때문에 노사 간 자율적 해결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사내하도급을 직접적으로 규율하는 법이 존재하지 않고, 파견법을 부분적으로 활용하여 규제하는 수준이기 때문에 법적 틈새도 넓고, 규율부재의 사회적 효과는 길고 격렬한 노동쟁의로 나타난다”고 덧붙였다.

    현재 파견법 통한 규제 필요

    이에 이날 토론회에서는 간접고용에 따른 고용불안과 근로조건 후퇴, 저임금, 노동기본권 말살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법제도의 정비가 필요함이 지적됐다.

    이 실장은 “불공정 원하청 구조문제의 핵심이 원청 대자본임을 분명히 하고, 하청 노동자의 실질 임금, 노동조건 개선을 통한 원하청 간 격차를 해소하는 방안이 이루어져야 한다”며 “하도급법과 공정거래법 개정”을 주장했다. 그는 “부당 하도급 대금에 대한 기준 명확화, 원부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납품단가 연동제, 공정거래위원회의 전속 고발권 제한, 내지는 폐지 등이 핵심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은 연구위원은 “친고용적인 개혁 즉, 착한 일자리 창출형 공공부문 개혁은 직접고용을 권장하고, 민간위탁을 할 경우 공공서비스의 질과 양, 적절한 임금 및 근로조건의 확보 등의 측면에서 엄격한 심사와 관리 감독의 기준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현재의 파견법을 통한 규제가 필요하다”며 “2년 이상의 파견만이 대상이며, 간주 조항이 아닌 의무 조항이라는 취약점을 보완해 불법파견 시 사용기간과 무관하게 직접고용 간주하는 등 파견법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직업안정법상 금지한 근로자 공급으로 간주하고 그에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법제도를 보완하며, 고용승계 및 임금과 근로조건, 단체교섭 등에서 원청의 책임을 분명히 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또 노동조합의 규약 및 단체협약에서 조합원 가입을 제한하는 이중장치를 없애 대공장의 경우 간접고용 노동자는 물론 임시직 등의 비정규직과 사무직의 조합원 가입도 가능하게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날 ‘간접고용, 대안과 해결 방향’ 기획토론은 정인섭 숭실대 교수의 사회로 진행됐으며, 이정호 민주노총 미조직비정규실장과 은수미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이 발제로 나섰다. 아울러 토론에는 김금옥 공공노조 서울경인지부 홍익대분회 부분회장, 김혜진 전국불안전노동철폐연대 대표, 유정엽 한국노총 정책국장, 손정순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연구위원이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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