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 복지 가면 벗은 '쌩얼'이 추하다
    고용지원센터? 유료 직업소개소 가라
        2011년 02월 18일 04:47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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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월 15일,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수석대표단은 연말 날치기 처리 이후 한동안 공전하던 국회를 개원하기로 합의했다. 같은 날 예정되었던 민주노총·야5당 노동대책회의는 민주당 당론 미확정을 이유로 무산되고, 재소집 일정 없이 연기되었다.

    하나의 공전 사태가 정상화(?)되고, 다른 하나가 공전 상태로 돌입한 교차로에는 민주당과 노동 사안이 놓여 있다. 복지 문제를 화두로 한동안 폭풍 좌클릭을 해 오던 민주당이 노동 문제 앞에서 급제동을 걸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한나라당과의 협상에서는 ‘직업안정법’ 개정 우선 처리 요구를 수용했지만, 민주노총과 진보정당이 요구한 노조법 개정에 대해서는 입장 정리를 유보했다.

    노조법 개정, 당론 확정 어렵다는 민주당

    민주노총·야5당 노동대책회의는 노사관계, 비정규직 문제 등에 대해 야5당의 공동 대응이 필요하다는 인식 하에, 복수노조 시행(2011. 7.1) 전에 노조법 개정안을 제출하여 공동 대응하고, 하반기에 비정규직 문제를 전면적으로 다루기로 합의했다.

    노조법 개정과 관련된 주요 의제는 민주노총이 제기한 ①타임오프 폐지 및 전임자 임금지급 노사자율 ②복수노조 도입에 따른 자율교섭 보장 ③산별교섭 법제화 ④노조설립 절차 개선 ⑤단체협약 일방해지권 제한 ⑥사용자 개념 확장 ⑦노조활동에 대한 손배가압류 제한 ⑧필수유지업무 폐지 등 8개로 가급적 임시국회 개원 시기에 맞춰 야5당이 공동발의하고 7월 복수노조 시행 전에 입법화 한다는 계획이었다.

    진보신당과 민주노동당은 8개 의제가 그 동안 노동계가 지속적으로 주장해 온 것이며, 복수노조 시기 소수노조의 노동3권 보호를 위해서는 모두 불가피하다는 점에서 동시 개정에 대해 필요하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반면, 민주당은 전술적 측면에서 1~2개 의제에 집중하는 것이 효율적이고, 타임오프 등 노조 전임자 문제는 현실적으로 개정에 어려움이 많을 것으로 예상되니 “복수노조 도입에 따른 자율교섭 보장”에 집중하는 것이 좋겠다는 입장이었다. 국민참여당 역시 일관된 입장을 제시하지는 않았지만, 민주당과 크게 다르지 않은 입장을 취했다.

    몇 차례의 회의를 통해 입장 차이와 쟁점이 정리되었고, 지난 2월 15일에는 구체적 조문을 가지고 쟁점별 조정을 할 계획이었다. 그런데, 민주당은 8개 의제에 대해 당론 결정이 어렵다는 이유로 회의 연기를 요청했고, 결국 야5당 노동대책회의는 기약 없는 공전에 들어갔다. 당연히 임시 국회 주요 ‘민생 현안’에 노조법 개정은 포함되지 않았다.

    간접고용 확대하는 직업안정법 개정은 찬성?

    반면, 민주당은 한나라당과 국회 개원을 합의했다. 예산안 날치기 처리를 규탄하며, 강력한 원외 투쟁을 다짐한 지 70여 일 만이다. 물론 요구했던 대통령 사과는 받아내지 못 했다. 민주당 입장에서는 대문 박차고 말리는(?) 손 뿌리치고 나왔지만, 막상 나오니 갈 데 없어 삐죽거리다 다시 들어가는 ‘가오’ 안서는 형국이다.

    그래서 들고 나온 게 ‘민생 현안’이다. 민주당은 4대강, 사립대, 구제역 등의 문제를 핵심 논의 사항으로 요구하면서, 한나라당의 우선 처리 요구를 수용했다. 한나라당의 우선 처리 요구에는 ‘직업안정법’ 개정이 포함되어 있다.

    직업안정법이란, 주로 근로자 공급사업과 직업소개 업무를 규율하는 법안이다. 근로자 공급사업은 쉽게 말해 노동자를 고용해서 다른 사업체에 빌려주는 일이고, 직업소개란 익히 알고 있는 것처럼 취업을 원하는 사람에게 회사를 소개시켜 주는 일이다.

    이처럼 노동자를 빌려주거나 소개해 주는 일을 굳이 법을 만들어 규제하는 이유는, 이 과정에서 중간착취, 강제근로 및 인권침해, 부당 수수료 갈취 등의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근로자 공급사업의 경우 1998년 파견법이 제정되기 전까지는 법적으로 허용된 유일한 간접고용으로, 중간착취 등의 위험성이 낮은 노동조합에만 예외적으로 허용되었었다.

    이번에 한나라당이 핵심 처리 안건으로 제시한 직업안정법 개정의 핵심 내용은 직업소개에 대한 규제를 풀고자 하는 것으로 ①고용서비스 민간위탁 관련 규정을 보완하고 ②직업소개 시 요금은 구인자로부터만 받고, 요금은 유료직업소개사업자와 구인자 간에 협의하여 정하도록 하며 ③민간 고용서비스를 활성화하기 위하여 복합 고용서비스사업을 신설한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취업알선 등에 있어서 공공의 역할을 축소하고 시장 규모를 확대하겠다는 것으로, 쉽게 말하면 앞으로 구직자는 고용지원센터보다는 동네 ‘유료’ 직업소개소를 찾아가거나, 인터넷에서 역시 ‘유료’로 운영하는 취업포탈을 이용하라는 말이다. 물론 요금은 구인자, 즉 사장이 지불할 거라고는 하지만, 결국 일자리가 아쉬운 구직자에게 전가될 가능성이 크다.

    보다 심각한 것은 직업소개, 직업훈련, 파견업을 동시에 할 수 있는 ‘복합 고용서비스업’의 허용이다. 직업소개와 파견, 직업훈련이 혼재될 경우 가뜩이나 문제가 되고 있는 불법·탈법 간접고용의 여지가 커지고, 직업소개, 구직을 전제로 한 직업훈련 수강 강요 가능성도 커진다. 고용불안은 커지고, 심지어 취업 사기 가능성까지 높아진다. 민주당이 ‘민생 현안’ 처리를 이유로 수용한 안건이 오히려 ‘민생파탄’ 안건이다.

    ‘좌측 깜박이 우회전’ 답습할 것인가?

    2개월이 넘게 장기화되고 있는 홍대 청소노동자 문제의 핵심은 홍대 총장이 사용자성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홍대 청소노동자들의 요구는 ‘총장님, 밥 한 번 먹읍시다’이다. 대화하고 교섭하자는 것이다. 노사 쟁의가 길어지고 사회적 갈등이 커진다.

    대법, 고법 판결 다 났는데도, 현대자동차 비정규직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 실질 사용자인 현대자동차 사용자가 하청 노조와는 직접 교섭할 수 없다고 버티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사회적 갈등이 커진다.

    참여정부 시절 비정규직 논의 당시 진보정당과 노동계는 간접고용 비정규직 문제도 함께 다룰 것을 요구했다. 물론 당시 집권여당인 열린우리당은 "노동계의 주장이 너무 강경하다, 현실적이지 않다, 우선 기간제 문제만이라도 해결하자" 등의 이유로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홍대나 현대차 비정규직 같은 간접고용 문제를 풀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지 못 한 이유다.

    민주당이 지금 보이고 있는 노조법 개정에 대한 애매한 태도, 직업안정법 우선 처리 요구 수용이 홍대 청소노동자,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와 어지럽게 오버랩되는 건 어쩔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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