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겉은 첨단 디지털, 속은 옛 구로공단
    남성 70%-여성 90% 비정규, 월 90만원
    By 나난
        2011년 02월 18일 02:41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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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이은영 기자

    국내 산업단지 중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서울디지털산업단지, 하지만 이곳에서 일하는 1만3,000여 노동자의 근로조건은 열악하기 짝이 없다.

    저임금에 불법파견, 장시간 노동 등 노동자들의 권익은 보호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이들의 권익을 보호하고 노동조합으로 조직하기 위한 ‘노동자의 미래’가 출범해 눈길을 끌고 있다.

    ‘노동자의 미래’는 서울디지털산업단지를 중심으로 한 ‘서울남부지역 노동자 권리찾기 사업단'(이하 사업단)의 이름으로, 사업단의 전략적 사업 가운데 하나가 민주노총의 중소․영세․비정규직 노동자 조직화이다. 눈길을 끄는 것은 이 사업단에는 민주노총 외에도 민주노동당, 진보신당의 지역조직,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등 노동․정당․시민사회단체 등이 함께 참여하고 있다는 점이다.

    건물은 번쩍, 노동자 처지는 30년 전과 비슷

    서울디지털산업단지는 70~80년대 굴뚝과 수출, 그리고 생산직 노동자로 대표되던 구로공단의 새 이름이다. 하지만 외형이 아파트형 공장으로 바뀌었을 뿐, 그곳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처지는 30년 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

    사업단에 따르면, 산업단지 내 제조업 노동자는 대부분 파견업체에 고용돼, 아무런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으며, 고용기간은 2년을 채 넘지 못한 채 메뚜기처럼 회사를 옮겨 다니고 있다.

    또한 법정 최저임금 4,320이 일반화돼 있으며, 한 달을 꼬박 일해도 90만 원밖에 받지 못한다. 그렇다보니 매일 2~3시간의 연장근무와 주말 및 휴일근무는 다반사며, 주 60시간 이상을 일해야 간신히 120~130만 원을 손에 쥘 수 있는 형편이다. 특히 장시간 노동에 노출돼 있다 보니 근골격계 질환을 호소하는 노동자가 많다.

    이 같은 열악한 근로환경은 생산직 노동자에만 국한되지 않고 있다. 구로공단이 서울디지털산업단지로 변모하며 새롭게 등장한 IT 업종이나 연구, 기술직 노동자들 역시 장시간 노동에도 불구하고 포괄임금제(연봉제)로 인해 연장, 야근 수당이 없는 곳이 다반사며, 심지어 퇴직금, 연월차수당도 임금에 포함되어 지급하지 않는 곳이 많다.

    민주노총은 “공단이 외양이 바뀌었으나, 노동자의 삶의 질은 전혀 발전되지 못하고 오히려 비정규직, 저임금으로 상대적 박탈감만 커져왔다”며 “노동자의 최소의 기준인 근로기준법조차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다반사고, 자신의 노동권리를 찾기 위해 노동조합이라도 만들려하면 사업체는 폐업과 해고를 반복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노동자의 미래’ 출범식 개최 모습.(사진=이은영 기자) 

    중간착취 철폐, 생활임금 인상

    이 같은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민주노총과 정당․시민사회단체 등은 사업단을 구성하고 18일, “서울디지털산업단지에서 노동자들의 권리를 찾기 위한 활동"에 나서기 위해 단지 내 한국산업인력공단 앞에서 ‘노동자의 미래’ 출범식을 개최한 것이다.   

    이재웅 민주노총 서울지역본부장은 “민주노총이 그간 중소․영세․비정규직 노동자의 권리를 찾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왔지만 원론적 활동에 머물렀던 게 사실”이라며 “‘노동자의 미래’를 통해 이를 극복하고, 서울 남부지역 노동자들의 권리를 찾을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열악한 임금조건이 횡행하고, 파견과 간접고용, 불법파견 등의 고용형태를 겪고 있는 노동자들을 사업단이 찾아가 해결하고, 성공을 거두게 될 때 노동자들의 미래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언직 진보신당 서울시당 위원장은 “지난 2005년 통계에 따르면 서울남부지역 노동자 중 남성 노동자의 70%가, 또 여성 노동자의 90%가 비정규직으로 구성돼 있다”며 “비정규직이 넘쳐나는 사회는 공정할 수가 없기 때문에 ‘노동자의 미래’는 비정규직의 권리를 찾기 위해 나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지역에서 활동해 온 구자현 금속노조 서울지부 남부지역 지회장은 “시장의 상품처럼 팔려나가는 노동자들이 있다”며 “인력공급업체의 중간착취를 철폐하고, 최저임금이 올라 생활임금이 될 수 있도록 앞으로 활동해 나가야 할 것”이라며 사업 방향을 밝혔다.

    ‘노동자의 미래’는 향후 무료 법률상담과 의료상담 사업을 기본으로, 지역 캠페인, 문화제, 공개강좌 등을 통해 남부지역 노동자들을 만난다는 계획이다. 특히 오는 3~4월에는 남부지역 노동자를 대상으로 임금․노동조건․건강권 실태조사를 실시해 최저임금 인상도 요구할 예정이다.

    아울러 근로기준법, 최저임금 위반 등에 대한 감시감독 활동을 펼치는 한편, 이를 통해 이 지역 노동자들을 조직하고, 장기적으로는 서울디지털산업단지에 노동자들의 쉼터이자 각종 소모임, 교육 등을 진행할 수 있는 노동복지센터 설립을 목표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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