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차 비정규직 7년간 '살처분' 돼
    공장을 전쟁터로 만든 윤여철 '처리'
        2011년 02월 16일 08:16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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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재동 고공농성 중 걸어놓은 현수막. 

    새해가 밝았나 했더니 어느새 한 달 하고도 보름이 훌쩍 지났습니다. 유난히 견디기 힘들었던 혹한의 추위도 이제 서서히 물러갈 준비를 하는 듯합니다. 살갗을 에는 겨울바람이 여전히 매섭지만 한낮의 포근한 햇살을 보니, 빼앗긴 공장에도 봄은 오는가 봅니다.

    저는 2002년부터 현대자동차 전주공장 트럭부에서 10년째 일하고 있는 사내하청 노동자이며, 금속노조 부위원장인 김형우입니다. 현대자동차에서 자동차를 만드는 노동자이지만 현대차 ‘사원증’을 받지 못한 사내하청 노동자로 10년을 살아오면서 느꼈던 제 마음을 편지에 담아 보냅니다.

    7년을 기다린 법원의 판결

    지난 2월 10일 아침 서울고등법원에 갔습니다. 2년 이상 근무한 현대차 사내하청 노동자는 정규직이라는 지난 7월 22일 대법원 판결의 파기환송심이 열린 날이었습니다. 대법 판결을 뒤집을 수는 없을 거라고 스스로 위로했지만 국내 로펌 1, 2위인 김앤장과 동성의 난다긴다하는 변호사들이 총동원됐기 때문에 내심 무척 불안했습니다.

    어둠이 빛을 이길 수 없고 거짓이 진실을 가둘 수는 없었습니다. 입사한 날부터 현대차가 직접 고용한 것이라는 ‘묵시적 근로계약관계’는 인정받지 못했지만, 2년 이상 근무한 사내하청 노동자는 근로자파견법에 따라 정규직이라는 판결을 들은 노동자들의 얼굴에 오랜만에 함박웃음이 활짝 피어올랐습니다.

    2010년 7월 22일 대법원 판결 이후 꼬박 200일을 기다려 받은 판결이었습니다. 아니, 2007년 6월 1일 현대차 아산공장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현대차 정규직이라며 서울중앙지법에 낸 ‘근로자 지위확인 소송’에서 승소한 후 4년만이었습니다.

    4년이라니요, 아닙니다. 2004년 노동부가 현대차에서 일하는 1만명의 사내하청 노동자에 대해 불법파견 판정을 내렸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불법파견 판정났다 정규직화 실시하라’고 외친 후 7년이라는 긴 세월이 지났습니다.

    아들 셋을 잇달아 군에 보낸 시간보다 더 긴 세월이었습니다. 회장님을 회장님이라고 부르지 못한 노동자들이 7년을 기다려 대법원과 고등법원의 판결을 받은 것입니다.

    7년 간 ‘살처분’된 이름 없는 노동자들

    정몽구 회장님, 회장님에게는 7년이라는 세월이 현대자동차를 세계 5위로 올려놓은 시간이었고, 지난 해 현대차 순이익이 5조 2천억원을 달성하고, 회장님의 주가 총액이 7조원을 넘는 시간이었겠지만, 저희 노동자들에게는 참으로 잔인한 세월이었습니다.

    7년의 세월동안 노동조합을 만들었다는 이유로 수백명의 노조 간부들이 해고됐고, 현대차의 고소고발로 인해 장기간 구속과 수배, 수억원의 손해배상 가압류 등 견딜 수 없는 고통을 겪어야 했습니다. 2005년 9월 4일 현대차의 차별과 탄압에 맞서 류기혁 열사가 목을 매 자결했고, 지난 해 11월 21일 ‘불법파견 정규직화’를 외치며 분신을 항거한 4공장 황인화 동지는 지금까지 병상에 누워 있습니다.

    현대자동차는 2008년 11월 세계 경제위기를 빌미로 에쿠스를 만들던 115명의 사내하청 노동자들을 전원 공장에서 내쫓은 데 이어 2009년까지 경제위기를 이유로 1천명이 넘는 노동자들을 ‘살처분’했습니다. 회장님은 2011년 1월 초에도 울산 3공장에서 정규직 노동자들의 전환배치로 55명의 사내하청 노동자들을 쫓아낸 것을 알고 계시는지요?

    현대자동차에는 2005년 울산 7,620명, 전주 839명, 아산 1,030명 등 총 9,489명의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일하고 있었습니다. 이후 정규직 전환배치, 경제위기 등을 이유로 사내하청 노동자들을 해고해 2010년 기준으로 1,902명이 줄어들어 7,587명이 일하고 있습니다.

    7년의 세월 동안 2천명이 넘는 이름 없는 노동자들이 자판기의 종이컵처럼 쓰다가 버려진 것입니다.

       
      ▲투쟁 중인 비정규직 노동자들.(사진=이은영 기자) 

    표)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현황(2010년 8월 현재) 

    구분

     
    2004년
    2005년
    2006년
    2007년
    2008년
    2009년
    2010년
    2005년 대비
    울산
    7,404
    7,620
    6,950
    6,280
    6,495
    6,122
    5,804
    -1,816
    전주
    818
    839
    750
    682
    887
    910
    905
    +66
    아산
    1,007
    1,030
    1,025
    1,012
    995
    990
    878
    -152
    9,229
    9,489
    8,725
    7,974
    8,377
    8,022
    7,587
    -1,902

    양심 있으면 최소한 사과라도

    지난 해 7월 22일 대법원에 이어 2월 10일 고등법원의 판결을 받았습니다. 저는 현대차가 양심이 있다면 1만명이 넘는 노동자들에게 7년의 세월 동안 고통을 안겨준 것에 대해 진심으로 사죄하고, 정규직화를 약속하는 게 인간에 대한 도리라고 생각했습니다. 백보 양보해 공식적으로 발표하지는 않더라도, 최소한 대화를 통해 정규직화 문제를 해결하자고 할 것이라고 기대했습니다.

    그러나 현대차는 “이번 판결은 원고 1인에 대한 개별적 사실 관계에 기초한 제한적 판단이므로, 작업조건과 근로형태 등이 상이한 울산, 아산, 전주공장 협력업체 근로자에게 일괄적으로 적용할 수 없다”며 대법원에 상고하고, 헌법소원을 제기하겠다고 공식적으로 밝혔습니다. 

    7년을 기다렸는데, 대법원까지 다시 5~6개월을 기다리고, 헌법소원까지 다시 몇 년을 더 기다려야 한다는 겁니까? 이번 판결은 최병승 조합원 개인에 대한 판결이니까, 현재 1941명의 근로자 지위확인 소송의 대법원 판결이 날 때까지 다시 6~7년을 기다리라고요?

    2월 11일 저는 현대차 노사관계를 총괄하고 있다는 윤여철 부회장이 인터뷰를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그는 “현대차가 이익을 많이 냈으니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바꿔 달라는 것은 억지”라며 “현대차 차원에서는 대법원 상고와 헌법소원 등 가능한 모든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저는 제 눈을 의심했습니다. ‘합법적’으로 비정규직을 사용했어도 이익을 많이 냈으면 월급도 올려주고, 정규직으로 전환시켜주는 것이 당연한 일이고, 그것이 기업의 최소한의 사회적 도리가 아닌가요? 이익을 적게 냈어도 법원에서 불법으로 판정받았으면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기 위해 모든 방법을 찾는 것이 당연한 일일 겁니다. 그런데 대법원과 고등법원이 확정 판결했고, 이익도 어마어마하게 많이 냈는데 ‘억지’라니요?

    한국사회를 적으로 돌리는 윤여철 부회장

    또 윤여철 부회장은 “정규직들이 생산라인을 세워도 회사가 나중에 손해배상 등 책임을 묻고 있는 만큼 이번 울산 1공장 점거사태도 동일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했고, “우리 모든 산업계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 만큼 전경련과 경총 등 경제단체들과 함께 문제를 해결에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정몽구 회장님, 윤여철 부회장은 대법원과 고등법원의 판결이 나왔는데도 대화와 타협을 통한 해결에는 아무런 관심이 없습니다. 경비대와 관리자들을 동원해 평화로운 공장을 전쟁터로 만들고, 서울 양재동 현대자동차 본사를 아수라장으로 만들겠다는 것입니다.

    현대자동차 정규직 비정규직 노동자는 물론, 시민사회단체, 정치권까지 나서서 대법원 판결에 따른 정규직화를 촉구하고 있으니, 윤여철 부회장은 현대차 혼자서만 싸우기 버거웠던 모양인지 전경련과 경총과 함께 싸우겠다고 합니다.

    파견 대상을 제조업까지 확대하는 재벌의 공동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모르겠지만, 남의 회사 일에 누가 발 벗고 나서서 싸울는지 모르겠습니다. 회비를 받는 전경련과 경총이 성명서 내고 토론회 하며 대법원과 헌법재판소를 압박해보겠지만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일일 뿐입니다.

    재벌과 부자의 편을 들고 있는 이명박 정권이 현대차를 보호해줄 것이라구요? 노조 간부들을 감옥에 잡아넣고, 2차 파업에 공권력을 투입할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이명박 정권의 임기는 2년도 남지 않았고, 이미 레임덕을 보이고 있으며, 대법원의 판결마저 거부해 정권의 몰락을 자초하거나 이후 정권의 단죄 대상이 되는 일까지 할 수 있을까요?

    윤여철 회장은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들만을 적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정규직 노동자, 시민사회단체, 한국 사회 전체를 적으로 돌리고 있습니다.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하려는 현대자동차를 벼랑으로 내몰고 있는 것입니다.

    호미로 막을 일 가래로 막는다

    정몽구 회장님, 지금 현대자동차는 전쟁 전야로 치닫고 있습니다. 비정규직지회 이상수 지회장은 지난 2월 9일부터 무기한 단식농성에 들어가 서울의 조계사는 비정규직 저항의 중심이 되고 있습니다.

    양재동은 다시 전쟁터가 되고 있습니다. 현대자동차 본사 앞 30m 고공에는 두 명의 비정규직 노동자가 혹한의 추위를 견디며 투쟁의 깃발을 올렸습니다. 2월 12일 1천명이 넘는 노동자의 함성으로 가득 찼던 양재동은 앞으로 현대차, 기아차, 현대하이스코 등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항쟁의 중심이 될 것입니다.

    현대차는 한국 사회의 노동자, 서민을 넘어 전 세계 양심들과 전쟁을 벌이게 될 지도 모릅니다.

    우리 옛 속담에 ‘호미로 막을 일 가래로 막는다’는 말이 있습니다. ‘손가락 아끼려다 손바닥까지 잃는다’는 석지실장(惜指失掌)이라는 사자성어도 같은 의미입니다. 정몽구 회장님께서 윤여철 부회장의 잘못을 바로잡고 대법원과 고등법원 판결의 정신을 존중해 지금이라도 대화에 나설 것을 호소드립니다.

    2011년 2월 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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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디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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